[분석]너그들이 영삼함을 아느냐 2001.2.26.월요일 지난호 딴지는 한글 반포 555주년을 맞아 딴지新국어사전을 발간, 한국어 어휘 확장과 그 정착에 큰 획을 긋는 쾌거를 올린 바 있다. 특히 그 중에서도 현대 한국어 이해의 핵심 어휘 <영삼하다>를 최초로 수록하였고, 또한 <수캐>가 <구캐우원>의 파생어임을 밝혀낸 바 그 업적은 대대손손 찬란한 광휘를 발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현대 한국인의 언어생활을 꿰뚫어보는 딴지의 식견이 이같은 쾌거를 가능케 하기도 하였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미래를 내다보는 본지의 예지력이었다. 기사가 나가고 약 열흘 뒤에 출간된 김영삼의 회고록 두 편은 본지의 <영삼>이라는 본지의 뜻풀이가 얼마나 핵심을 찔렀는지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으니 이 어찌 장하다 하지 않으리.
김영삼 회고록 두 편이 현재 서점가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고 한다. 오호통재라, 영혼에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그 수많은 양서를 놔두고, 심지어 <딴지일보 졸라 스페샬>도 산 적이 없는 너그들이, 이런 불건전 서적 때문에 정신적 문화적 도탄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하여 본지가 나섰다. 또 개중에는 풍문으로만 전해듣던 <영삼하다>는 것에 대한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여 거금 17,000원을 뿌리고 마는 넘들도 있을 것인즉, 너그들을 어엿비 여긴 본 우원이 금쪽같은 시간 이틀을 할애하야 대신 읽어주었다. 어때, 고맙지? (교과서만 빼고) 책은 겉껍데기가 젤 중요하다. 보라, 저 영삼한 얼굴 표정을. 그리고 보라. 저 맨 아래 선명히 인쇄된 좃선일보사 다섯 글자를. 벌써부터 뭔가 영삼하면서도 숙연한 마음가짐이 들지 않는가. 경건한 마음으로 책장을 넘겨보자. 차례가 나오고, 서문을 한 페이지만 넘기면 벌써부터 영삼한 문구가 나오기 시작한다.
글타. 강호를 유유히 넘나들며 필묵을 벗삼는 대신 그는 미국으로 일본으로 국경을 넘나들며 목검을 휘둘러대고 있다. 아니, 세상이 그를 내버려 두지 않는 게 아니라 아예 노래를 부르고 다닌다.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 정말 좋겠네~ 이 책 역시 예외가 아니다. 도대체 무엇이 그를 그토록 영삼하도록 만드는가? 한 가지씩 살펴보자.
인간됨 운운은 안써도 되는 말인데, 요런 게 꼭 한마디씩 들어간다.
논란이 되는 대목이다. 누가 진실을 말하는지, 그런 건 본 우원 능력 밖의 일이니 걍 알아서들 해석하시라. 걍 여기선 최후의 한 순간까지 권위를 세우고야 말겠다는 영삼함의 진수를 느껴보시라.
김대중은 절라 문제 많은 사람이다. 기아, 노동법 개정, 금융개혁의 발목을 잡아서 IMF를 불러온 주범일 뿐 아니라 삼성자동차도 말아 먹었고, 국가 안보의식도 의심되는 데에다가 지역감중의 괴수다.
김대중 이회창 뿐 아니라 정주영도 마찬가지다. 두 권 짜리 회고록에 딱 한 번 등장하는 정주영은 요렇게 나온다. 92년 대선에서 각종 탈법 불법을 저지른 정주영을 불러다 놓고, 잔뜩 쫄아있는 정주영에게 김영삼은 승자의 관용을 베푼다. "당신은 처벌받아야 할 사람이지만 특별히 사면해 준다"고. 그러자 정주영은 "뜻밖의 관용에 크게 놀라면서 대단히 고마워했다"고 한다. 이렇게 누구든 김영삼 앞에만 서면 굽신거린다. 천하의 이회창 김대중 정주영도 별 수 없다. 그래도 그나마 이들은 좀 낫다. 노태우는 더하다. 다음을 보라.
김대중은 씨인데 노태우는 걍 노태우다. 무슨 원한이 그렇게 맺혔는지는 몰라도 노태우에겐 씨자도 안 붙힌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솔직하고 화끈한 얘기라고 생각하고 잼있게 보고 넘어갈 수 있다. 매스컴에 대개 나온 얘기이니 니덜도 대충 알고 있으리라 본다. 그치만 김영삼의 영삼함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 조 깅 " 이거 진담이다. 조깅 안에 김영삼의 모든 것이 다 담겨있다. 회고록엔 조깅 얘기가 수도 없이 나온다. 상도동의 새벽 조깅, 청와대에서의 첫 조깅, 외국 수반의 방한 때의 조깅, 외국 순방 가서의 조깅, 그리고 지나가는 말로 등장하는 조깅… 넘 마나서 도저히 헤아릴 수가 없다. 조깅. 좋은 거 맞다. 먼 동이 터오는 새벽 찬바람을 가르며 뛰어가는 한 사내의 모습, 떨어지는 땀, 거친 숨결, 그리고 머리 속엔 국가와 민족에 대한 고뇌.... 씨바. 졸라 멋있다. 방구석에서 담배 꼬나물고 어떡하면 빠굴 함 더해볼까 고민하는 니들보다 얼마나 멋진가. 김영삼에게 조깅은 걍 단순히 운동하기 위해서 뛰는 그런 게 아니다. 그의 삶에서 조깅은 졸라 중요한 일부분이다. 운동이 다 그게 그거지 하는 사람은 잘 상상이 안될 수도 있지만, 어쨌거나 그런 게 있다는 거 보기도 좋고 존중받을 만한 일이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뛰는 것까지는 좋다고 하자. 거기에 대해선 아무 불만없다. 문제는 조깅도 영삼하게 한다는 데 있다.
대충 감이 오지 않는가? 걍 조깅이 아니라 졸라 경쟁적으로 뛴다. 저 놈이 먼저 지치나 내가 먼저 지치나…. 그리고 남의 시선에 무척 민감하다.
상대가 약자(?)일 경우 강자의 여유로움도 때로 드러낸다.
요 아래 거 잘 보시라.
이게 뭐 어떠냐구? 잘 보시라. 15분 동안 4백m 트랙을 8바퀴 뛰었다. 꼭 이런 식이다. 주의깊게 읽어보면 조깅 얘기가 나올 때마다 몇 바퀴, 몇 분, 누구는 못 따라오고 낙오했다, 그런 게 빠지지 않고 꼭 나와 있는 걸 알 수 있다(근데 정말 체력이 좋기는 좋다).
씨바. 이거 압권이다. 아무렴 스무살 팔팔한 애덜이 60대 노인을 못 쫓아가랴. 그것도 육사 생도가. 웬만큼 따라 뛰더라는 표현… 가히 이 책의 클라이막스 되겠다.
지가 읽으면서도 낯뜨겁지 않을까?
때마침 터진 일본 망언에 열받은 표시로, 다른 정상들은 열심히 다도를 배우면서 따라하는데 혼자 거부하고 가만히 앉아있다가 마지막에 완샷을 했다는..... 화끈한 얘기다.
사석에서 형님으로 부르는 거야 하나도 안 이상하지만, 바로 그 페이지에다 박아 놓은 이 사진을 보시라.
갑빠 세우는 거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건 아니다. 근데 본지에 다음과 같은 멜을 쎄려온 한 독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시라. (읽어봐) 읽었지? 모가 문제인지 다 알았을 거다. 누구랑 조깅하고 누가 형님이라 부르고... 아 참을 수 없는 존재의 영삼함이여.
한 나라의 국가 수반이 퇴임 후 자신의 임기를 되돌아보며 낸 책에는, 국가의 미래를 위해 번뇌하는 노정객, 여러 가지 갈림길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만 했던 전후사정, 그 바탕이 되었던 철학, 뭐 그런 것들을 기대하는 것이 본 우원만의 욕심일까? 단 하나의 길, 앞만 보고서 그는 뛰고 또 뛴다. 남보다 잘 뛰면서 흡족해하고 스스로 만족하는 사이에, 대북관계, 주변 4강과의 관계가 꼬였고, 경제위기가 오고 수많은 국민들이 고통 받았다. 김영삼이 다 잘못했다는 거 아니다. 김영삼의 재임기간을 부정하자는 거 아니다. 분명히 잘한 점이 있고 그가 아니었으면 할 수 없는 일들도 있었다. 그래도 이렇게 단순유치한 책을 내다니…. 다른 정치거물들이 지 앞에서 설설 기던 얘기, 국제 무대에서 갑빠 세운 얘기, 졸라 뛰는 얘기 빼고 나면, 나머진 걍 청와대 보도자료의 나열이라고 보면 된다. 독자들이여. 이 책 사지 마시라. 좃선일보사 출판이라 하는 말이 아니고, 진짜루 졸라 돈 아깝다. 읽다보면 너도 영삼해진다. 이틀 내내 이 책만 읽어서 영삼해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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