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현장중계] 나의 연말정산 취재기

연말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연말하면 떠오르는 것이 대개의 사람들은 크리스마스나 혹은 망년회일 것이다.하지만 직장인들의 머리에는, 웬지 골치 아프기도 하고 웬지 설레이기도 하는 뭔가가 하나 더 떠오를 것이다.

바로 연말 정산이다.

매달 급여에서 세금이 원천징수되는 봉급생활자들은 전국적으로 약 9백만명이라고 한다. 이들은 연말 정산을 통해 그 동안에 낸 대부분의 세금을 환급 받는데, 이때 정산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추가로 납부해야 하는 경우마저 생긴다. 그래서 기를 쓰고 한푼이라도 돌려받기 위해 연말정산에 덤벼들어야 할 처지에 놓인다. 싫건 좋건 말이다.

이 또한 직장인들에게는 억지 망년회만큼이나 여간 귀찮고 성가신게 아니다.

이 연말정산이라는 넘은, 우선 계산 자체가 쉽지도 않을 뿐더러, 정확한 산출은 더욱 어렵다. 근로소득세 공제 규정이 다양하고 복잡한데다, 거의 매년 바뀌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말정산을 제대로 받으려면, 평소 영수증 모으기는 기본이고 거기에 세금 공제를 받을 수 있는 각종 증빙 자료들을 모아둬야 한다.

보험료 같은 건 연말이면 해당회사에서 눈치를 까고 알아서 증빙서류를 보내주지만, 의료비 같은 건 일일이 병원을 찾아 다니며 다 받아와야 한다. 실제로 모든 종류의 공제 혜택을 받으려면 대략 33가지 종류의 증명서나 영수증을 마련해야 한단다.

일각에선 이런 말들이 들리곤 한다. 연말정산이라는 걸 원래 몰라서 못 챙기고 알고도 귀찮아서 안 챙기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악착같이 거둬들인 세금을 국세청이 자발적으로 돌려주려 하겠냐는 거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그런데 바로 이 시점에서 절라 반가운 소식이 하나 날아들었다. 

조세의무를 눈물겹도록 성실히 이행해준 봉급생활자들에 다소나마 도움이 되고자 국세청 홈페이지에서 "2000년 연말 정산 자동계산서비스"를 실시한다는 것이다! 

구궁...
 

이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하라는 수뇌부의 명령을 하달 받은 본 기자,  열씸히 마우스 불알을 굴려가며 국세청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그러나 별다른 이유도 없이 번번히 홈페이지 진입에 실패하고 말았다. 

국세청에 전화를 해보니, 서버 프로그램 세팅작업으로 밤 열두시까지는 사용할 수 없으며 이미 며칠동안 홈페이지에 공지를 해 놓았었다는 거다. 그래서 열두시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드디어 밤 열두시가 넘어 다시 접속해 보았다. 그러나 이번에도 난관에 봉착하게 되었다. 페이지가 로딩되는 시간이 너무 길어 메인 페이지가 모두 로딩되는데만 10분이상이 걸리거나 "페이지를 표시할 수 엄따"라는 오류메세지가 화면 가득 장식하고 있었던 거다. 

그리고는 새벽이 되자 또 다시 로딩조차 되지 않았다. 씨바..

아침이 되어 국세청에 다시 전화를 했더니 서버에 문제가 있어서 낮12시 정도에 정상 서비스가 될 것이라고 해 다시 12시까지 기다렸다. 그리곤 다시 들어가보니 전날 새벽이나 마찬가지로 로딩되는데만 한없는 인내심이 필요할 정도로 시간을 잡아먹는 것이 아닌가.

또 다시 전화를 해서 물어보았다. 방문자수가 엄청나게 많아 그런거란다. 아마 밤 9시 넘어서 접속하면 원활히 될거라는 친절한 안내도 곁들여졌다. 

그리하여 지금 시간 밤 12시하고도 17분.

이젠 사람들도 잠자리에 들었겠지, 엄청 빨라졌을거야! 하며 산타클로스에게서 선물을 기다리는 어린애의 마음으로 접속을 했다.

이야~ 드디어!

번뜩이는 불빛의 국세청 로고와 함께 샤르륵 로딩이 되었다. 로딩이 잘되는걸 보고 기뻐해 보기는 처음이었다. 기다린 보람이 있었던 거다!

드뎌 열렸다, 씨바!

파스텔톤의 색감과 나름대로 적절히 배치되어 있는 메뉴바와 아기자기한 아이콘들, 여기에 html 코딩 또한 스크립트와 스타일시트, 그리고 적절한 주석문과 함께 깔끔하게 정리가 잘 되었다는 느낌을 주는, 괜찮은 디자인의 사이트였다.

적어도 겉모습은 나름대로 세금을 꼬박꼬박 내어준 국민들에게 친근감있게 다가서려는 흔적이 역력했다. 다만 공공기관의 특성상 메뉴가 너무 많아 현기증을 유발시키지 않을까 했지만 많은 정보를 알려주기 위한 헌신적인 국민사랑 때문에 그러리라고 이해했다.

기쁜 맘으로 기자는 하달된 임무를 수행키 위해 연말자동정산 서비스를 찾았다.

상단 메뉴에 이쁘게도 자리잡은 "사이버세무서" -> "봉급생활자와 세금" -> "2000년 연말 정산 자동계산서비스"

클릭을 하니 잠시 후 화면이 확 바뀌더니, 어디서 눈에 많이 익은 메시지가 눈에 들어왔다.

"페이지를 표시할 수 엄따"

그리고

"URL을 체크해보고 해당 링크가 깨지지 않았는지 확인해라"

화들짝 놀라 내가 잘못 클릭했겠지 하고 자꾸 자꾸 눌러봐도 똑같은 메시지만 나온다.

벌써 50분째다. 

...

내 이렇게 빈다. 함만 표시해 주라!

본 기자, 눈물이 앞을 가린다.

씨- 마감이 오늘 오전인디. 조뙜다...

다른 메뉴 또한 로딩시간이 한없이 길어지거나 페이지를 찾지 못했다. 샅샅히 훑어보니 롤오버 이미지가 깨진곳도 몇군데 있었다. 혹씨 본사 사옥 서버에 부하가 걸려 시간이 길어지는 게 아닌가 싶어 시험삼아 다른 곳을 서핑해 봤으나 번개같은 속도로 로딩되고 있었다.

착찹하다. 존나게.

....

새벽 3시 40분. 여전히 먹통이다.

.......

새벽 5시. 아직도 먹통이다.

..........

씨바, 국세청 니덜,
나보구 기사를 쓰라고 마라고!

- 딴지 수습기자
울트라매니아
(ultramania@ddanz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