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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영화 검열위] <눈물> 검열결과 보고

2001.01.08.월요일
딴진공 개봉영화 검열단

















문서명


 <눈물>에 대한 좃선대학 부설 양아방지 겨울학교 브리핑 연설문


발신


좃선대학 소속 개양아 교화위원회장


수신


양아방지 겨울학교 수용생들


등급


 양아의 세계를 다큐멘터리필로다가 관찰하고픈
   자덜 관람가

 좃선대학의 교시에 충실히 따라 건전하고 말
   잘 듣는 사회의 똘마니가 되고픈 자덜 관람불가


고고한 학풍과 유서깊은 전통을 좆나게 자랑하는 좃선대학 부설 청소년 양아방지대책위 산하 개양아선도 겨울학교에 입학한 걸 일단 또 좆나게 축하한다.


본 학교의 숭고한 교육관은 니덜처럼 좆나게 말 안 듣고, 사회의 쓰레기로 자라날 가능성이 역력한 인간 말종들을 일제히 수거해 좆나게 욕하고 좆나게 두드려 깐다는 교화방침에 의거, 쓰레기 재활용을 하여 사회에 절대 충성하는 건전한 사회 똘마니로 육성하는데 있다.


하여 니덜 교화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오늘은 너네덜의 지난 인간말종 생활을 총망라한 시청각 교재 <눈물>의 단체관람이 있을 예정이다.









당 영화 <눈물>


당 영화 포스터 마빡 카피로 "코믹에로액숑 영화"라는 잡탕밥스러운 문자들이 다다닥 박혀있지만 이는 그저 눈가리고 아웅하는 관객삐끼질이라 보면 된다. 이게 코믹액숑에로 영화라면 <춘향뎐> 역시 스펙타크르코믹액숑에로 영화가 될 수 있는 바 이 마빡 카피는 그닥 신경쓰지 않아도 될 부분이라 사료된다.


덧붙여, 앞으로 이어지는 당 영화에 대한 브리핑을 밑줄 그어가며 잘 암기해두었다가 영화 관람 후 감상문제출하기 바란다. 감상문 제출이 미비한 자는 내림빠다 30대와 함께 내신에 막대한 손해를 입을 것인즉 최대한의 역량을 발휘하는 것이 훌륭한 대삐리가 되는데 도움될 것이다.


 




당 영화는 장선우 아저씨의 <나쁜 영화>의 뒤를 잇는 본격 개생양아 무비다.










당시 대표적 반항아 민종 옵빠


과거 니덜 엄마 따라 여탕에 들어가도 뺀치 안 먹던 십년 전 쯤에 양아무비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학원물 영화들이 대거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 류의 영화에 등장했던 양아덜은 양아이기보다는 반항아였다. 그들은 주로 영화의 결미에 와서 개과천선함으로써 "씨바, 너네도 각잡고 책상에 앉으면 훌륭한 대삐리가 될 수 있으니 그만 컴백 홈 해라"라는 본 학교 교육관에 꼭 들어맞는 메세지를 전달함으로써 비브리오 바이러스에 버금가는 너네들의 전염을 막는데 다소나마 이바지했다고 사료된다.


그러나 그 후 얼마간의 공백기를 지나 등장한 본격 개생양아 무비 <나쁜 영화>는 너네들의 다이옥신 같은 생활을 그대로 여과없이 조명하는 반사회적인 내용을 전달함으로써 본 학교 교화 프로그램에 막대한 차질을 야기했다. 아니나 다를까 <나쁜 영화>는 한 차례 사전심의를 통과하지 못했던 바, 그나마 다행이었다고 생각된다. 사전심의가 건전하고 똘마니화된 사회건설에 얼마나 이바지하는지를 보여준 사례였다.


헌데 2001년 새해 벽두에 개봉하는 당 영화 <눈물> 역시 <나쁜 영화>가 전달했던 반사회적, 반인륜적, 반파쇼적, 반권위적 메세지를 전달할 농후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실정이다. 좆나게 열받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당 영화가 위와 같은 반사회적, 반인륜적, 반파쇼적 등등등의 메세지를 전달할 수 있다고 사료되는 까닭은 본 영화 역시 <나쁜 영화>가 취했던 방법과 흡사한 모습으로 너네 양아덜의 인간말종 생활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너네 양아로 인생을 마구마구 낭비하며 사회를 좀 먹던 시절 어떻게 살았었냐? 니네 깔치는 업소에 나가서 술따랐지. 너는 니 깔치 일하는 업소에서 둥기질하면서 삐끼했지. 그리고 니네 둘이 개양아 선수훈련소 소위 벌방에 모여 살림차렸지. 심심하면 가스불고, 콩까고, 쌈박질하고, 폭주했지. "잘 키운 삐끼 하나 열 아가씨 안 부럽다"니깐 아무 꿈도 없이 삐끼가 니 인생의 천직인줄 알았지.


이게 당 영화의 내용이고 이처럼 당 영화에는 인간 박테리아같은 너네덜의 그 개양아 짓거리들이 다 나온다.









오늘의 양아 쉐이덜


거기다가 카메라는 툭하면 옆으로 눕고, 흔들리고, 달리고, 떨리면서 <나쁜 영화>가 시도했던 현장성을 그대로 따라하기까지 하면서 그 실제적인 효과야 어쨌든 보는 데는 좆나게 리얼하기까지 하다.


이건 너네 양아덜의 삶을 어른의 시각이 아닌 너네의 눈탱이로 바라보자는 걸 수도 있고, 사회의 일원인 너네덜의 삶을 그대로 조명하고 드러낸다는 자체가 사회구조에 대한 문제 의식의 환기라는 걸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실제 내용이나 효과가 어쨌든 이처럼 현실을 폭로하는 영화들이 나오면 본 교화위 심기가 매우 불편하다.


왜냐면 주입식 교육을 통해 너네들을 사회의 똘마니로 육성함과 동시에 입시 경쟁을 통해 경쟁 사회에 적응하게 함으로써 너네들이 사회적으로 겪는 불평등은 모두 너네 스스로 경쟁에서 도태된 탓으로 돌리려는 본 교화위의 장기적인 전략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본 교화위의 입장은, 우리의 이와 같은 교육관에 전면 반항하는 개생양아는 무조건 잡아다 족쳐야 한다는 삼청교육대의 전인적 교육관을 그대로 고수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당 영화가 <나쁜 영화>에 이어 다시 한 번 시도한 의미는 다 용공세력의 음해공작이라고 치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 시도들이 다 리얼리티의 문제 아니냐구? 아니다. 다 음해공작이다!


 




그렇다고 당 영화가 <나쁜 영화>의 짝퉁, 붕어빵, 판박이는 아니다.


일단 당 영화를 디지털로 작업했다는 사실 자체가 그렇고, <나쁜 영화>가 역사적으로 그 숭고한 업적이 천년만대에 빛날 삼청교육대를 집단탈출한 것 같은 양아, 행려, 앵벌이 등을 세트로 묶어 들여다 보고 있다면 당 영화는 순수하게 양아만 들여다 보고 있다는 점도 그렇다.









블랙리스트 no.1 임상수


당 영화의 감독 임상수는 자신의 데뷔작 <처녀들의 저녁식사>라는 영화로 본 교화위 소속 위원들의 분노를 한 차례 샀던 경험이 있다. 어찌 여자들이 감히 담배피고, 술마시고, 자위하고, 섹스에 대한 대화들을 주고 받으며, 혼전에 섹스할 수 있단 말인가!! 이 역시 본 교화위의 숭고한 교육관과 여성관 및 빠굴관에 위배되는 바 그 출신성분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찌 됐건 임상수 감독은 당 영화 <눈물>의 시나리오를 위해 1년간 가리봉동에 잠입취재하여 양아들의 생활상을 낱낱히 들춰보았다고 한다. 그만큼 양아들을 몸으로 이해할 수 있었고 그런 과정을 통해 양아들의 삶에 대한 충분한 사실성이 영화 속에 드러날 수 있었다는 이야긴데 본 교화위가 보기에는 쓸따리 좆나게 없는 짓 밥 쳐먹어가며 했다고 사료된다.


또한 당 영화는 이야기를 댕강 댕강 토막내어 산발적으로 다루던 <나쁜 영화> 보다는 더 이야기에 충실하다는 점 또한 그 차이라 할 수 있다. 기승전결의 이야기 구조가 <나쁜 영화>보다는 더 명료하게 드러난다는 말이다.


그처럼 영화 속의 인물들이 어떤 이야기를 따라 움직인다는 사실은 <나쁜 영화>처럼 이야기가 선명하지 않은 구조보다는 인물들에 대해 더 많은 감정이입을 가능하게 한다. 무수히 많은 인물들로 주인공이 누구인지도 알 수 없었던 <나쁜 영화>와는 달리 네 명의 압축된 인물들로 이야기를 끌어나간다는 점은 그만큼 주인공들에게 관객이 애착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나 벌방이나 술집 등 도시의 뒷구멍에서 굴러먹는 양아들의 갈 곳 없는 삶에 대한 묘사만 주리장창해냈더라면 지겨울 수도 있었던 영화를 "이 좆같은 세상을 뜨자"며 네 주인공으로 하여금 오토바이 여행을 떠나게 함으로써 그냥 양아의 현실에 갇혀 빌어먹기보다는 그들 역시 나름대로 그들만의 탈출과 노력을 시도하게 한 점은 당 영화의 뽀인트다.









좆같은 세상 떠보자니깐...


좆같은 세상을 뜨자는 것이 기껏해야 그들에게 오토바이 여행밖에 될 수 없다는 그들의 한계가 주는 비애감이야말로 당 영화의 백미인 거다.


비록 그것이 미국판 개양아 폭주 스토리인 <이지 라이더>와 흡사할 수는 있으나 인생 막장에 몰린 자들이 거기에 주저앉지 않고 무언가 하려고 한다는 점은 "양아에 대한 일말의 동정은 금물"이라는 본 교화위 철칙을 위배할만큼 가슴 찌릿하다.


 




그러나 이처럼 잘 빚어가던 당 영화는 끝에 가서 다시 한국 영화의 고질적인 질환인 각잡기 증후군을 일으키고 만다.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뭔가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하여야 된다거나, 그로써 관객의 감정을 최대한 자극하여 억지로라도 눈물을 유발하거나 비장미를 추스려야 한다는 이 증후군은 당 영화의 중간부터 슬슬 증상을 보이기 시작한다.











중간 각잡기에 나섰던 세리와 창


동거생활 중에도 빠굴을 거부하는 세리의 과거에는 강간당했던 기억이 있고, 자식을 때리는 어른을 두드려 까는 창의 과거에는 자신 역시 좆나게 맞으며 자란 기억이 있다는 당 영화의 내용은 결국 양아덜은 지네 스스로 되는 것이 아니라 어른과 사회가 만드는 것이다라는 사실을 일부러 강조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


무릇 교훈이나 진리는 억지로 강조하기보다는 모락모락 번져가는 빵구 내음마냥 부지부식간 포착되어야 감동인 것을...


당 영화는 그 사실을 망각하고 과거 학원물 영화나 <추적 60분> 따위의 진부한 방식으로 양아덜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관객들에게 강조,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급기야 끝에 와서는 달건에게 잡혀 삶을 기브업해 버린 세리를 악전고투 끝에 구출해내는 준의 모습에서 억지로 비장미와 눈물을 유발하려는 각잡기 증후군이 오색영롱 발병하기에 이른다.


그간 쒯덩어리 무비들의 각잡기 질환이 일으킨 닭살스러움에 비하면 그나마 참아줄 수 있을 만큼, 그 병세가 심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되기는 하나 당삼 각잡기 질환이 없느니만은 못하다.


하지만 바로 이 부분이 본 교화위를 안심시키는 부분이다. 양아 양산은 양아 스스로 못난 탓이 아니라 사회의 잘못이라는, 일반인이 절대루 알아서는 안 될 주제를 이처럼 진부한 방식으로 전달하니 그 진부함 만큼 관객에게 효과적으로 전달되지 못할테고 바로 그 부분이 그나마 다행이라는 것이다.









마지막 각잡기에 나섰던 한.
어허~ 각은 일부러 잡는다고 잡히는 게 아니라니깐...


따라서 당 영화는, "맘잡고 공부해야 대삐리가 된다", "양아 양산은 사회의 잘못이다"라는 학원물 영화나 <추적 60분>의 단골 메뉴를 철저한 고증과 초현미경틱한 관찰로 일관하여 새로운 방법으로 접근함으로써 본 교화위를 똥꼬뜨끔하게 하였으나, 결국 끝내는 학원물 영화나 <추적 60분> 따위의 여타 양아 교화 목적의 영상물들과 마친가지 필을 풍김으로써 본 교화위를 똥꼬상쾌하게 만든 영화되겠다.


이와같이 당 영화에 각잡기 질환에 의한 미흡함이 없었더라면 본 교화위는 <거짓말>의 상영금지 운동을 벌였던 지고지순 청순청초한 음대협의 전철을 밟아 당 영화에 대한 상영금지 운동마저 불사할 각오였음을 밝힌다.


 





전언했듯이 인생 막장인 양아들의 세계는 일고의 가치가 없다. 무조건 잡아다 족침으로써 사회에 순화시킴과 동시에 양아들이 양산되는 사회 구조에 대한 일반 사회인의 의심과 의문은 사전 차단해야만 한다.


그것이 본 교화위를 비롯하여 반 세기에 걸쳐 배불리 먹고 변기 넘치게 잘 싸던 소수의 기득권 세력이 계속하여 호의호식쾌변하게 하는데 필수 요건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 영화는 양아들의 세계에 대한 현미경틱한 관찰과 묘사에 그 주안점을 두었다는 점은 본 교화위에 대한 반항으로밖에 읽히지 않는다.


또한, 그로써 영화의 오락적 기능보다 사회적 기능을 강조하려 한 점 역시 "영화는 우민화 정책의 일환으로 무조건 오락이어야 한다"는 본 교화위의 방침에 역시 위배되는 바다.


물론, 끝으로 가면서 발병하는 각잡기 질환이 있어서 다행이긴 하나 전체적인 영화의 카리스마는 결코 우습게 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 본 교화위의 최종적인 판단이다.


따라서 본 좃선대학 부설 양아방지대책위 산하 개양아선도 겨울학교에 입소한 니덜 양아덜은 본 영화의 일괄 단체 관람 후 각종 음모와 비난과 공작을 통해 주변에 자생하는 동료 양아들의 당 영화 관람을 사전 차단해 주길 바란다.


본 공작은 감상 후 레포트 제출 점수와 더불어 봉사 활동 점수에 포함되는 바이니 귀관 양아 쉐이덜의 분투를 빈다. 이상이다.



[덧붙여서]
툭하면 영화가 모방범죄를 일으킨다느니 하는 씨발 뻘소리를 큰 목소리로 질러댐으로써 그간 효과적으로 반동스러운 영화를 음해하던 본 교화위의 전술을 당 영화에도 다시 한 번 써먹을까 논의 중이다. 이 영화는 청소년들의 정신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며, 모방범죄를 불러 일으켜 개생양아, 인간 말종, 인간 비브리오 폐혈증 바이러스, 인간 다이옥신, 인간 쓰레기를 더욱 양산하게 될 여지가 크다고 말이다.




- 목숨걸고 좃선대학 브리핑 연설문을
뽀려온 성영상진흥위장 철구


(chulgoo@ddanz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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