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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검열] 세계적인 애니메이터? 꿈도 꾸지마

2001 1.11 목요일
딴지 영진공 정책 연구소

21세기 새즈믄밀레니엄뉴프론티어글로벌 시대를 맞이하야 애니메이션은 전도유망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스포트 라이트를 원 바디에 받고 있다. 대학에 관련학과도 주리줄창 신설되며, 학원도 주리줄창 오픈하며, 국가의 재정/정책적 지원이나 막대한 자본이 투자되었다는 소식 역시 심심찮게 접할 수 있다.


그리하야 근시일 안에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감독이 될 수 있다는 청운의 뜻 하나로 이 계통에 발을 들여놓을 생각하는 얼라들 많은 줄 안다.


이처럼 돌변하는 국내외적인 상황 속에서 본 정책연구소가 미야자끼 하야오, 오시이 마모루, 오토모 가쓰히로, 피터 정 같은 세계적인 애니메이터를 꿈꾸는 애니메이션 꿈나무들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지침을 한 마디 때리노니,


마... 발닦고 집에 가 코딱지나 파라.


이기 무슨 용개뤼 뒷다리 긁다가 가죽 까지는 싸운드냐고? 일단 함 쭉 따라와 보시믄 알게된다.
 



99년 7월에 전국애니메이션 노동조합이란 단체가 설립되었다.






"애니메이션은 예술 아니냐? 그걸 하는 애니메이터들은 또 예술가 아니냐? 그런데 시방 무슨 노동조합이냐?"


라고 반문하는 인간덜 있을 줄 안다. 이거야 존두환 시절 전교조한테 교사가 노가다가?하던 거하구 별루 다를게 없는 인식이지만, 일단 썰을 푸는 기본 출발점으로 짚고 넘어가자.









<은하철도 999> 이것도 다 울나라에서 하청맡은 작품이다


우선 애니메이션은 극영화와 마찬가지로 수많은 사람들이 달겨들어서 만들어내는 공동작업의 산물이다. 화면의 모든 배경과 움직임을 일일이 손으로 그려야하는 애니메이션(셀 애니메이션)의 경우에는, 보통의 극영화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제작에 참여할 수밖에 없다. 요즘은 되도않는 작가주의 나부랭이 때문에 종종 이런 사실이 개무시 당하고 있지만 말이다.


여기에 덧붙여, 국내 애니메이션계의 상황은 순수기획/창작 작품은 거의 전무하다시피한 채, 외국 제작사들이 원하는 그림을 거의 기계적으로 그려주는 하청작업(OEM)이 거의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물론 극장용 장편, 비디오 전용(OVA), TV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매체를 이용하여 순수 창작 애니메이션을 만들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만, 아직까지는 하청작업이 국내 애니메이션계를 주름잡고 있다.(주)


그래서 국내의 애니메이터들은, 외국에서 그려주는 스토리보드와 원화를 중심으로 동화(動畵)를 그려주거나 채색을 하는 단순작업에 치중할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예술적 창의력의 거의 필요없는 노가다스러운 작업을 할 수밖에 없다는거다.





하지만 겨우 이런 이유만으로 이들이 노조를 결성했다고 속단들 하지 마시라. 그럼 뭣땀시 맹글었냐?


강산도 바뀌고, 담배값도 바뀌고, 한라산 해발고도도 바뀌어버리는 10년이라는 세월. 그 우라지게 기나긴 세월동안 이 애니메이터들의 임금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는 사실이 그들 스스로 기술직임을 자처하면서까지 노조를 설립하게한 가장 직접적인 이유인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약 150여개의 애니메이션 회사가 있고, 애니메이터들은 주로 이들 회사에서 수주한 작품을 장당 책정된 가격에 의해 그리고 있다. 그런데 이 장당 가격이란 게 환율 750원하던 10여년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IMF 시절에는 오히려 장당 550원까지 내려가기까지 했다.


최저생계비 보장조차 안 되고 있는게 이들이 처한 현실이라는 얘기다.


그뿐이 아니다. 작년 초에는 애니메이션 업체들 안에서 자유직업자 계약서라는 문서가 나돌았다. 이 문서는 정부나 관련기관에서 나온 것도 아니고 업체 측에서 지 조뙈로 만들어 계약하게 한 문서인데 그 요지가 뭐냐면 한마디로 애니메이터들은 프리랜서 개인사업자라는 거다.


근데 이 문서가 나돈 이유가 그렇다. 자꾸 애니메이터들이 퇴직금을 달라고 하니깐 "프리랜서한테 무슨 퇴직금이 있냐? 씨바야." 라는 논리로 나온 문서란 거다.


만약 이 문서가 인정된다면 업체 측은 회사 소속 애니메이터들에게 그 어떤 퇴직금이나 상여금도 지불하지 않아도 무방한 것이 된다. 계약서 타이틀에 따르자면 애니메이터들은 프리랜서니깐.


하지만 계약서 내용을 보면 말씀이 달라진다. 이 자유직업자 계약서에는 회사의 승인없이 개인 또는 타회사의 일을 수행할 수 없음과 장당 책정된 단가에 의료보험료, 국민연금, 상여금, 퇴직금, 복리후생 비용 등이 포함되어 있음이 명시되어 있기 때문.


이거 조또 말두 안되는 조까튼 계약서라는거는 김빵삼 아이큐로도 알 수 있다. 김빵삼 아이큐로는 좀 힘들까나? 우쨌던..


우선, 만약 업체측의 주장대로 애니메이터들이 자유직업자(프리랜서)라고 한다면, 회사의 승인없이 다른 회사 일을 맡을 수 없다는 건 말 같도 않은 얘기다. 소속된 회사 자체가 있을 수 없는 프리랜서에게, 어떻게 다른 회사의 일을 승인해줄 내 회사가 있을 수 있겠냔 말이다. 프리랜서란 내 꼴리는대루 여기저기서 일 따와서 하는 사람을 얘기하는거 아니냐.


또한, 이들이 책정한 장당 단가에 의보, 국민연금, 퇴직금, 복리후생 비용 등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면, 정규직도 아니면서 의보, 국민연극, 퇴직금 등을 받는 프리랜서가 세상 어디에 있으며, 설령 만약 단가에 그런 비용들이 포함되어 있다고 백번 참아 생각하다고 해도 10여년 동안 전혀 변한게 없는 장당 단가는 어떻게 된건가. 이건, 애니메이터들의 기본급이 절라 절라 또 절라 깎여왔다는 얘기밖에 더 되냐?


계약서 타이틀은 자유직업자라구 해서 최대한 회사의 책임을 덜게끔 해놓고는 다른 회사에서는 일 못하게 하구, 그렇게만 해놓으면 애니메이터들이 퇴직금이나 복리후생 비용 달라고 달겨들까봐 너네 받는 돈에 다 포함되어 있다구 미리 명시해 놓은.... 쥐약복용한 개대가리만도 못한 이 논리를 보라.


이건 한 마디로 애니메이터들을 지네 회사에 발묶어놓고, 복리후생비 등의 인건비는 안 주겠다는 조또 씨바스럽고도 발칙한 발상에서 나온 꼴깝인것이다.









99년 8월, 서울국제만화축제가 열리던 삼성동 코엑스 앞에서 시위를 하는
애니노조 조합원들


애니메이션 노동조합은 바로 이런 악조건을 개선하고 자신의 권익을 지키고자 설립되었다. 그리고 그 꾸준한 활동으로, 애니메이터들의 도급단가와 퇴직금 등에서 최근 미미하나마 좋은 성과를 올리고 있다.


눈물나는 사정이야 아직도 많다만 이 정도만 하기로 하고... 어때? 이제 좀 이들의 상황이 이해가 가시는가?
 



근데, 이 대목에서






"정부지원이니 투자유치니 하던데 그건 다 어디로 가고 아직도 10년 전의 도급단가로 생계를 유지하느냐?"


라고 반문하는 인간들도 있을 줄 안다. 그건 본 연구소 역시 알 수가 없는 바이다. 확실한 것은, 그런 지원/투자가 현장 애니메이터들에게까지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덧붙여 환율이 따따블로 뛰었던 IMF 때, 위에서 얘기했던 것처럼 애니메이션 산업은 대부분 외국 하청작업을 위주로 하는 수출산업이기 때문에 수입 역시 따따블로 뛰었을 터이지만, 현장 애니메이터들의 장당 단가는 역으로 550원으로 떨어졌다는 사실이다.


그럼, 이렇게 생각하는 순진무구가 파노라마치는 넘들도 있을 것이다. 한 달에 천장을 그린다치면 55만원.. 상여금, 퇴직금 하나 없이도 이 돈만 받으면 생활 충분히 가능하겠다 싶은 얼라덜은 계속 세계적인 애니메이터의 꿈을 야무지게 꾸도록 해라. 한 달에 1000장 그릴 자신이 있다면 말이다.


물론, 그 전에 국내 순수 창작되는 애니메이션이 일년에 몇 편이나 되는지도 염두해 두고, 과연 니가 그 작품의 총감독이 될 가능성은 또한 몇 프로나 될지 역시 염두에 둬야 할꺼구.


그 처우가 다소 열악하더라도 순수 국내 창작 작품이 많다면 예술가로서의 꿈이라도 꾸겠지만, 돈벌어서 어느 똥꼬에다 꼬불쳐 두는지 애니메이션 업체 측의 재투자가 전무하여 그 꿈마저 봉쇄되어 버린 이 막막한 상황.. 이제 좀 이들의 상황이 이해가 가시는가?
 



그래도 내는 훌륭한 애니메이션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꿈을 버리지 못하겠다고?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그 꿈을 아예 뿌리채 뽑아 버릴 크로스 카운터를 날려주겠다. 좀 잔인한 것 같지만서도 아까운 청춘 낭비하는 것에 비하면 이억만번은 낫다는 게 본 연구소의 판단이다. 본 연구소, 참으로 박애스럽기도 하다.


현 애니메이터들의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예술가로서의 꿈이 실현되려면 국내 창작이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함은, 말하자면 주디만 아픈 소리되겠다. 또 현재의 상황에서, 순수 창작 애니메이션 제작이 활성화되려면 애니메이션 업체들의 의지, 그리고 정부의 지원과 발전적인 정책 배려가 필요하다는 것 역시 당연한 소리다.


그런데 지금 이넘들이 꿍꿍이를 벌이고 있는 뻘짓거리의 하이라이트가 있는데, 그게 뭐냐면 바로 이거다.


"애니메이션 전문가 자격제도"


이거이 뭣이냐. 한마디로 애니메이터 할려면 자격증 따라 이 말씀이다.


국가 고시를 통해 자격증을 따야한다는 건 이들이 더 이상 예술가나 창작자로써의 마인드를 가질 필요없이 기술직이면 충분하다는 이야기다. 기실 현장 애니메이터들이 노조를 설립한 까닭은, 전언했다시피 국내 창작물은 제작되지 않고 하청작업에만 의존하면서도 그 노동 환경이 너무 열악한 탓.


사정이 이렇다면 정부 당국이나 관련 업체에서는, 일년 365일 하청 작업만 할 것이 아니라 국내 순수 창작물을 제작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일에 집중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시대착오적으로 애니메이터들을 기술직으로 고정화시키려 하고 있는 것이다. 이건 아마 자체 제작을 할 의지가 없다는 이야기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내년도부터 시행을 목표로 검토되고 있다는 자격제도 자체에도 의문점이 수두룩하다.


일단 이 제도가 애니메이션의 주무부처일꺼같은 문화관광부와는 하등 상관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애니메이션 전문가 자격제도는 노동부, 근로복지공단, 산업인력공단에서 국가고시를 시행한다면서 그 한 부분에 어물쩍 낑궈넣어져 시행될려구 하고 있다. 이런 사실 자체가 이 자격제도의 우끼고 자빠라진 점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 하겠다.


또한, 5년 이상 현장근무자나 2년제 대학 관련학과 졸업자를 상대로 치뤄진다는 이 자격 시험의 내용을 보았을 때, 이 시험을 통해 검증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전무하다는 것이 현장 애니메이터들의 이야기다. 한마디로 소위 전문가를 구별해내는데 전혀 도움이 안되는 시험이라는 얘기다.


또한 현장 경험이나 관련학과 졸업증, 수료증 등이 이미 그 자격을 증명하는데, 이제와서 굳이 다른 자격증을 획득하는 일이 왜 필요할까. 아니, 그 이전에 왜 애니메이터를 하는데 자격증을 따는게 필요할까.


자동차 운전, 의료행위, 음식만들기 등 사람의 건강이나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일도 아니고, 그림 한 장 잘못 그린다고 해서 사회적으로 엄청난 문제가 일어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만일 현역 애니메이터 중 자격 미달인 사람이 있다면, 고용하는 측에서 쓰지 않으면 그만 아닌가. 자격 시험 같은게 왜 필요하냔 말이다.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서, 본 연구소는 이 제도를 시행하려는 "한국애니메이션 예술인 협회(이하 한애협)"라는 단체에서 올린 자격시험 시행 취지란걸 디볐다. 조또 먼소린지 하나도 알 수 없음인 말들을 횡설수설 읊조리고 있지만, 그 중에서 가장 이 제도를 시행하려는 이유에 가깝다고 추정되는 부분을 끄집어내서 보자.






ball_y1.gif 21세기는 문화전쟁의 시대가 도래하고 산업구조의 전환이 따른 기술변화와 전문적 지식과 능력을 요구하므로 인력의 관리 차원에서 개인 습득한 능력이나 성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요망됨으로 (하략)


ball_y1.gif 전문 직업능력을 개발 지원하고 개인의 능력과 성과를 인정해 주는 자격 제도를 도입하고, 애니메이션 영상 산업을 국가 문화사업 영역에 포함하여 산업과 문화를 동시에 얻을 수 있는 애니메이션 전문 예술가 재원을 확보, 운영하는 데에 목적을 둠.


"전문적 지식과 능력을 요구"하는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이면 "인력 관리 차원"에서 그 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 받아야 한다? 전문적 지식과 능력이 필요하면 그걸 국가기관에서 평가해야만 한다? 그럼 "인력의 관리"가 된다? 대체 이게 어느 나라 논리냐. 이거 한국말 맞냐?


그럼, 이 세상의 모든 전문적 지식과 능력을 요구하는 직업은 국가에서 자격시험을 치도록 해야한다는 얘긴가. 그럼 영화 감독 기능검증 시험, 영화 촬영기사 자격시험, 가수 능력검증시험, 아크로바틱 땐스 자격시험, 기타 오부리 기능인 자격증, 고도리 플레이어 자격시험 같은 것들도 줄줄이 생겨야겠다.


또, "전문 직업능력을 개발지원"한다는데, 자격증 시험을 보면 "전문 직업능력"이 "개발"된다는 얘기는 똥꼬에 털나고 처음 듣는 얘기다. 물론 이건, 엄청난 이해력과 관용심을 동원하여 해독하면 왕 초짜가 그 자격증 시험 볼려구 공부하는 경우를 놓고 하는 말이라구 이해해 주겠지만, 지금까지 그 자격증 시험 없어서 애니메이터 인력이 딸렸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은 없다.


"애니메이션 영상 산업을 국가 문화사업 영역에 포함하여 산업과 문화를 동시에 얻"는다는 얘기는 더 가관이다. "애니메이션 영상 산업을 국가 문화사업 영역에 포함"시키는 건 니덜 꼴리는대루 하시라. 그러나 그게, 열악한 환경에서 애니메이터의 꿈을 놓지 않고 분투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부담만 안기는 애니메이터 자격시험 같은 골 때리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결론으로 어떻게 연결이 되는거지. 본 연구소의 능력으로는 도저히 해독이 안된다.


그렇게도 애니메이션 산업을 지원하고 싶다면, 애니메이터들이 처한 열악한 환경부터 개선하고, 안정적인 창작을 위한 최소한의 환경을 조성하는 작업부터 시작하는게 순서 아닌가. 그래야 수많은 재능있는 사람들이 애니메이션 만드는 일에서 자신의 비젼을 찾을 수 있을 것 아닌가.


하여튼 정부 당국자 니덜이 나서서 잘되는 꼬라지 본 적이 없다..









한애협에 가면 자격제도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지만 도통 이해되지가 않는다. 이런 넘들을 대상으로 언어능력 자격시험이나 시행할 일이다.





어쨌든, 이 자격증은 자격증을 획득한 애니메이터들에게 어떠한 득도 되지 않는다. 계약직이 아닌 정규직 직원으로 채용한다던가하는 뭔가 다른 처우가 따른다던가 하는 일은 전혀 없다. 자격증 획득으로 인해 애니메이터들이 가질 수 있는 권리는 하나도 없다는 얘기다. 애니메이터로 취업하려면, 경력이나 능력과는 상관없이 이 시험을 봐서 자격증 따야한다는 부담만 안을 뿐이다.


근데, 이 시험을 보기 위해서는 약 11만원 정도의 추가 비용이 필요하다구 한다. 니가 지금 현역 애니메이터면 이 자격증 따구 싶겠냐?


따라서 본 연구소는, 이 자격시험의 취지와 이걸 존나 밀어붙이고 있는 한애협이라는 단체에 대해서 존나 의심의 눈길을 보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 단체는 회사와 노동자들과의 상호이해를 보완을 하겠다는 취지에서 설립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회장/이사 등의 임원진들이 업체사장, 총감독 등 사용자의 입장에 서 있는 사람들로 구성되어 노동자들의 요구는 개무시로 일관해왔다.


그런 와중에, 따서 어디에 써먹고 어떤 자격을 검증할 수 있는지 정체파악조차 안되는 기술자격증을 밀어붙이려 하는 이유는 뭘까. 머, 다양한 씨바스러운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얘덜은 손해 볼 게 전혀 없다는 점이다.


평소에 애니메이션계의 열악한 현실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현장 애니메이터들과 애니메이션 노동조합은 이 시험을 거부할 것이 거의 확실하고, 그럼 이 시험은 그들에 대한 자동적인 견제장치로 기능한다. 간단히 말해, 자격증 안 따고 버티는 넘은 노동조합 측에 긍정적인 자로 지네들에 대한 반항세력이라는 판별이 설테고, 그럼 그 넘들은 고용 안 하면 되는 거다.


어때? 이제 앞뒤가 파악이 되시는가.
 



아직도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은, 기획/시나리오/스토리보드/설정 등의 프리 프로덕션 과정이 쏙 빠진채 주어지는 그림만을 기계적으로 그리는 오랜 하청생산 구조로 고착된 머리는 없고 손발만 있는 현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어려서부터 질 높은 일본, 미국의 애니메이션을 보아온 애니메이션 팬들에 의해, 그리고 직접 애니메이션 계에 뛰어든 젊은 인력들에 의해 이런 현실을 탈피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애니메이터들의 처우를 개선할 생각은 안하고, 엄한 자격증 시험제도나 생각해내는 업자들과 정부당국의 조또 빙신같은 행태는 꼴리는 좃에 뜨건물 붓기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애니메이션계가 발전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재능있는 인재들이 애니메이터라는 직업을 택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큰 돈은 아니더라도 기본적인 생계는 유지되고, 기초적인 사회적 지위가 보장되고, 자신의 창작욕구를 실현시킬 수 있는 직업이 되어야 재능있는 사람들이 애니메이터 함 해보겠다고 나서게 될 꺼 아니냔 말이다.


그런 기본적인 환경을 갖출 생각은 하지도 않고, 수출산업입네 인력관리의 필요성입네 하면서 조또 말같도 않은 자격증 시험같은 뻘짓거리나 생각해내는 한애협과 정부 당국자들의 행태는, 한국 애니메이션계의 진짜 문제점이 무엇인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러한데 국산 애니메이션은 왜 맨날 이 모냥이냐구, 왜 일본이나 미국처럼 만들지 못하냐구 투덜대기만 할 것인가.

언젠가 멀지 않은 미래에 우리를 쓰러뜨릴 만한 국산애니메이션을 보고 싶다면, 일단 우리 관객들부터 애니메이터들에게 힘을 실어주자.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자는 얘기다.

워떻게?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 중 우리덜 할 수 있는, 그리고 가장 먼저 해야하는 일은 자신의 알량한 기득권을 이용해서 그 기득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우끼고 자빠라진 일이나 꾸미는 넘들에 대한 따가운 감시와 눈물 찔끔나는 똥침이다. 그리고 자신의 정당한 권익을 찾기 위해서 싸우는 사람들에게 끊임없는 격려를 날려주는 일이다.

이건 우리 애니메이션의 장래를 위한 일이지만, 또다른 의미도 있다.

누군가 이 사회에서 부당하게 취급당하고 상처입고 있다면, 비록 그게 나와는 하등 상관없는 일이더라도 그의 손을 잡아주는 것이 이 사회를 함께 살아가는 우리덜의 최소한의 예의이며 또한 가장 가치있게 사는 방법이니깐.

감만에 입바른 소리할려니깐 식은땀 나면서 닭살 오른다. 우쨌든... 우리 함 힘 실어보자.

동의하냐? 그럼 격려는 여기(애니노조 게시판)에서, 똥침은 여기(한애협 게시판)에서 날려주시라. 아자!




- 딴진공 정책 연구소
애니메이션 분과


(chulgoo@ddanzi.com
sixstrings@ddanz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