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700 ARS 전자게임 깊숙히 후벼주마 2000.12.23.토요일
그 현란한 제목을 볼 때마다 확인 들어가고 싶은 마음 굴뚝이었을거다. 그런데 분당 100원, 그거 만만한게 아니다. 가랑비에 옷 젖고, 삥만 가다가 오링 나는 원리 다들 잘 알잖아? 그래서 본지가 발작적으로 투자를 결심, 그 깊숙한 곳까지 후벼보았다. 자, 그럼 700 전자게임, 그 환상과 모험의 세계로 우리 힘차게 떠나볼까요?! (왼종일 700게임만 했더니 말투가 이렇게 변했다,씨바!)
700 전자게임이 뭔데? 예전에 달려라 코바란 프로 기억하시는지? 후천적 쌍꺼풀이 인상적이었던 여자가 진행하던 프로로 인기가 장난 아니었다.
전화를 걸어 전화기의 숫자키로 캐릭터를 조정하는 방식이었기에 졸라 단순한 게임만이 가능했다. 하지만 최초의 on line 멀티게임이 가지는 매력에 전 국민이 열광했었다. 전화기의 숫자키에 기능을 부여하고 그걸로 게임을 하게 된다. 한 마디로 화면없는 달려라 코바란 말씀. 어? 테트리스도 있던데?! 그래, 나도 그게 제일 궁금하더라. 화면없이 어떻게 테트리스를 한다는 건지. 그래서? 직접 다 해 봤다. 그게 어떤 노가다였는지는 굳이 설명 안하련다. 그거 설명할 기운도 엄써..
앞에서 말했듯 700 전자게임은 단순할 수 밖에 없다. 전화기 숫자판 두들기며 하는 게임이 오죽하겠냐구. 이게 얘네들의 운명인데. 이 비극적 운명을 700 사업자들은 멋지게 극복해낸다. 팔자탓 하며 한숨만 쉬고 있는 못난 사람들! 그들의 가상한 노력을 보고 반성해라,졸라! 두더지 그랬더니....전화기 저쪽에서 두더지 목소리가 숫자를 부른다. 그게 튀어나온 두더지다. 그럼 그 숫자 누른다. 그럼 그게 망치다. 지진아 재활프로그램도 이것보단 어렵겠다, 씨바! 그걸 우려해서인지 흥미를 더해주는 한 가지 장치가 되어 있다. 두더지가 점점 빨라진다. 미소녀 잡기 여긴 미소녀들만 모여 사는 마을~ 자아, 미소녀를 네 것으로 만들어 봐! 두근거리는 맘을 가다듬으며 홍조를 띈 채 게임 시작. 아이잉~ 나 5번 방에 있는데~ 아아앙~ 1번방, 나랑 친구하기 싫어? 미소녀가 자기 있는 방을 가르쳐주면 그 번호를 누른다. 그럼 그 미소녀 잡은 거다. 미소녀를 한참 잡으며 기뻐하다가 잠시 멈칫. 씨바! 이거 두더지잖아! 아니나 다를까 이뇬도 점점 빨라진다. 미로 찾기
이내 다급한 목소리가 흘러 나온다. 목욕탕이니 슈퍼니 중요하지 않다. 누르라는 방향만 누르면 된다. 그냥 왼쪽! 오른쪽! 앞! 뒤! 외치는 거랑 똑같다. 두더지에서 두더지 네 마리만 나오면 바로 이 미로찾기 된다. 전후좌우의 개념이 도입되었을 뿐. 이 미로찾기의 형식을 취하고 있는 게임의 예는 많다. 씽씽 킥보드 환상의 모터싸이클 아슬아슬 행글라이더 급류 속의 카누 마법의 스케이트보드 등등. 앞에 수식어 붙이고 뒤에 탈 것 이름만 갖다 대면 된다. 아무리 이름이 현란해도 결국 이런 류는 딱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있다. 두더지 네 마리 인디아나 존스 깜찍이의 대모험에서는 죤스 대신 깜찍이가 달리고 피카츄 마라톤에서는 피카츄가 달린다. 지금 이순간 이봉주의 보물대탐험에서는 이봉주가 하염없이 달리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깜찍이 테트리스 가로 4 줄, 세로 7줄의 네모칸을 상상해 봐. 뭐가 내려오는지 말로 가르쳐준다. 머리 속으로 상상해야 한다. 토끼를 좌우로 조절할 수 있다. 물론 눈에는 안 보인다. 네모칸 어딘가에 토끼 착륙. 어머~ 이번엔 앙증맞은 다람쥐 친구~ 다람쥐도 내려온다. 잘 조절해서 아까 토끼 착륙지 말고 다른 곳에 내려 놓는다.(물론 토끼 위에 내려 놓을 수도 있다) 그런 식으로 깜찍이들이 내려온다. 같은 종류의 깜찍이들이 두 개이상 붙으면 지워진다. 이게 700 테트리스다. 그걸 어떻게 다 기억하느냐구? 걱정마시라. 1번키를 누르면 친절하게 안내 방송이 나온다. 맨 아랫줄에는 토끼, 다람쥐, 고슴도치, 사슴이 있어~ 씨바! 차라리 미소녀 두더지가 이것보다는 재밌다. 드라큐라의 성의 대모험 어떤 방에는 총이나 마늘, 십자가 같은 것이 들어있는 방도 있다. 드라큐라한테 걸렸을 때 쓰면 도망칠 수 있다. 회전판 돌려 표창 날리기다. 재미있냐구? 그건 드라큐라성 3층 4번째 방에 살고 있는 박쥐한테 가서 직접 물어봐, 씨바. 이외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결국 다 두더지다. 재미있냐구? 차라리 혼자 가위바위보를 하거나 혼자 오목을 두겠다. 잠자리 정도의 아이큐만 있으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게임이다보니 공략타겟이 초등학생 아니면 중학생이다. 요즘 애들이 얼마나 영악한데 두더지나 잡고 있겠느냐 하시겠지. 해서 여기엔 또 이런 잔대가리가 굴러가고 있다.
영악한 애들을 상대하려고 대부분의 700 전자게임에는 사이버머니나 전투력 개념을 도입해 놓고 있다. 사용자에게 아이디를 부여하고 사이버머니나 전투력을 적립할 수 있게 해 놓은 것. 저 두더지 변종 게임을 열심히 하다보면 사이버머니나 전투력이 올라간다. 그리고 저걸 기반으로 다른 사용자와 맞짱을 뜰 수 있게 해 놓았다. 맞짱을 떠서 이기면 상대방의 사이버머니나 전투력을 빼앗을 수 있게 되어 있는 것인데 요게 또 애들 미치게 하는 거다. 자, 어떤 식으로 결투를 벌이느냐. 일단 이렇게 설정이 된다.
전투력이 높은 쪽이 선공을 한다. 손오공이 에네르기파를 4번 발사하게 해 보자. 아주 어려우니까 열심히 배우자.
수비는 어떻게 하느냐고? 상대방이 누른 그대로 빨리 반복하면 되는거다. 수비가 성공적으로 끝나면 공격권이 넘어온다. 이렇게 공방을 주고 받다가 세 번 먼저 실패하는 쪽이 패배하게 되는 거다. 알겠나? 모르겠다는 사람들은 그냥 두더지나 졸라 잡으면 되겠다. 본 기자가 전화했던 한 서비스에서는 초기 전투력이 500이 주어졌고 전투력을 50높이기 위해 8분 40초를 소비해야 했다. 내가 잠자리 아이큐라서가 아니다. 나 두더지 졸라 잘 잡는다! 수화기를 오래 들고 있어야 돈이 되니까 얘네들이 그 정도 시간은 투자하게끔 해 놨다. 어쨌거나 550의 전투력을 지닌 채 천하제일무도회장에 가보니 8명의 대기자가 대결상대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접속했을 당시의 랭킹 1위의 전투력과 전적을 함 보자. "아이디 파이트볼, 전적 1118승 214패, 전투력 8550" 씨바! 무서웠다. 그는 너무 강해보였다. 힘겹게 올린 나의 전투력을 보전하고 싶었다. 그러나 본연의 임무를 떠 올리며 그에게 도전장을 보냈다. 그 즉시 오케이 사인을 보내왔다. 독한 넘.. 이기면 상대방 전투력의 1/10을 빼앗올 수 있었다. 본 기자에게 훨씬 유리한 조건이었다. 그러나 그의 에네르기파와 기공파가 어우러진 현란한 파상공격 앞에 처참하게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알토란같은 전투력 50을 빼앗기고 떠나는 길은 몹시도 쓸쓸했다. 미지의 상대를 물리치는 쾌감, 그리고 상승하는 전투력. 그 전투력으로는 또 랭킹을 정하고 하이랭커에게는 경품이 주어진다. 이 얄밉고도 뻔한 놀음에 현혹된 우리의 많은 아이들이 천하제일무도회장에서 초절정고수가 되어 상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고수는 공짜로 되는 게 아니다. 그 얘기 함 해 보자. 700 전자게임에 소요되는 비용 700 전자게임을 하게 되면 30초당 50원, 많게는 30초당 80원의 이용요금이 부과된다. 그야말로 TIME IS MONEY. 본 기자가 만났던 파이트볼정도의 고수가 되려면 과연 얼마나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해야 하는지 그의 전적과 전투 소요 시간을 실마리삼아 계산해 보자. 일단 전투소요시간부터.
- 결투 소요 시간은 본 기자가 일방적으로 당할 때 소요된 시간 40초를 기준으로 1회씩 공방을 주고 받았음을 가정하여 2배하였음. 즉, 한 번 대결에 최소한 200초(약 3분 20초)가 소요된다고 볼 수 있겠다. 이 회사의 정보이용료는 30초당 80원이었고 이 아이의 총전적이 1118승 214패(총 1332회)였으므로 다음과 같은 계산이 가능해진다. 1332회(총 대결회수) X 200초(이용시간) X 2.66원 (초당 이용요금) = "703304(원)" 깜짝 놀랬지? 이는 최소값이다. 실제는 이것보다 더 큰 액수일 가능성이 높다. 한김에 이 아이가 이 전적을 보유하기 위해 투자한 시간도 함 계산해 본다. 하루에 한 시간씩 이 서비스를 이용한다고 가정하면 이 아이는 하루에 18차례씩 결투를 할 수 있다. 1332회의 결투를 벌인 이 아이는 최소 74일을 투자했다는 얘기. 이는 또 한달에 27만8천원 가량의 이용요금을 지불했다는 얘기도 된다. 아찔하지? 이게 다 코 묻은 돈인데 이 정도 액수라면 코 묻히기도 힘들겠다. 왜 코 묻은 돈이냐구? 그래, 이제 그 얘기를 할 차례다. 700 전자 게임 운영자들에게 나 전투력 8000이야! 하며 흐뭇해하는 중년 남자는 상상이 되질 않는다. 한달에 30만씩 투자해가면서 드래곤볼을 찾는 가정주부도 상상이 안 되고. 결국 얘네들이 노리는 건 코묻은 돈일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아예 가입대상을 초등학생과 중학생만으로 한정지어 놓은 곳도 있다. 어린 애들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하고 향상시키는 것 좋다. 두더지 하나 가지고 몇 십가지로 변신시켜 우려 먹는 그 재주 또한 높이 산다. 그런데 말이지, 그거해서 돈 벌려면 결국 부모의 무관심과 아이들의 순진함이란 아이템이 꼭 필요하다는 게 찝찝하다. 두더지를 미소녀 잡기로 둔갑시키는 그 머리를 좀 더 건전하고 발전적인 쪽으로 써 볼 생각은 없는지. 700 사업자 양반들! 당신 아이가 전투력 높이려고 한 달에 30만원씩 날리고 있다고 한 번 상상해 보셔. 애한테 에네르기파랑 기공파 졸라 쏴서 애를 아작내겠지. 이제 치사하고 쪽팔린 일은 좀 그만하자. 사족으로 본 기자가 700기사 쓰느라 이곳 저곳 다니다가 가슴 뭉클했던 순간 하나 덧붙인다. 부끄러운 나만의 핑크빛 고백 초특급 무한 대결 팡팡 미팅게임 이런 거 사이에서 이 번호를 본 마음이 어땠을지 상상들 해 봐.
뭐가 좀 느껴져? 700 사업하려면 최소 1500만원은 든다고 하던데 비싼 돈 들여서 좋은 데 쓰지는 못할망정 욕먹지는 말자 말이다.
- 딴지 700 ARS 무차별 검열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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