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을 향한 경의선 철도를 복원하기 위해서도 미군으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하는 현실 앞에서 미국 앞에만 서면 조지가 쪼그라드는 우리 외교의 모습은 참으로 순수하기만 하다.

국보법과 양심수, 그리고 노벨 대통령이 조화롭게 살아가는 21세기 한반도를 달라이라마가 방문하겠다고 했을 때 中華의 눈치에 입국허가조차 내주지 못하다가, 기껏 납성분이 담뿍 든 꽃게 빡스나 하사받은 對中 외교는 어찌 그리 유머러스하기까지 한지..

아아.. 참으로 한민족은 선하고 평화를 사랑하는 민족이로다. 그런데 이번엔 대서양 너머 파숑과 샹송의 나라 불란서에게도 한국 외교의 퍼줌의 미덕은 멈출 줄을 모르나니, 바로 외규장각 도서 반환 과정이다. 이는 필경 대빵에 이어 우리 정부도 조만간 노벨평화상까지 받아 내고야 말겠다는 전략적 행동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이를 한민족의 유전적인 선한 심성으로 돌리기에는 북쪽 동포들의 막가파식 당당한 외교적 대응이 참으로 우리와는 다른 모습이다. 어머.. 이 부분은 여기까지만 쓸란다. 더 나가다는 북조선 고무 찬양이라는 국보법 조항에 걸려 딴지 폐간 위기에 몰릴지 모르니까... 아! 이 순발력있는 꼬리내림이여.

오늘의 주제는 이토록 아름다운 우리 외교의 다양한 모습 중 최근 가장 두드러진 활약을 보이고 있는 외규장각에 대해서이다.

외규장각 도서 반환문제.

너거뜰이 신문이나 방송을 보면서 심심치 않게 보고 들은 용어였을 것이다. 분명 뭔 일이 있긴 있는 것 같은데, 당췌 뭔 일인지 아리까리하기만 해서 기사 3단 폴짝 건너뛰기를 하느라 대부분은 별 관심을 갖지 않았던 내용이었을 것이다. 혹은 좀 생각이 있는 넘들도, 아 씨바.. 잘 사는 나라에 잘 있는 문화재를 뭐러 갖고 와서 또 망가뜨릴려 그래? 글쿠 걔들이 주겠어? 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을 것이다.

근데 이게 청계천 상가에서 빠굴책 주고 받듯이 그리 단순하게 생각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잘못하다간 우덜 후손들에게 두고 두고 띨박한 선조들이었다는 욕을 들어먹을지도 몰겠다 이 말씀이다. 넘 거창한가? 그런지 않그런지 우선 찬찬히 <프랑스 책 뽀리 사건>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도록 하자.

 쟝발장의 후예들

1978년 프랑스 국립도서관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하던 재불 서지학자에 의해 베르사이유 박물관 창고에서 우연히 발견된 이 책들의 정체가 병인양요 때 프랑스가 약탈해간 외규장각 도서(주1) 임이 밝혀지면서 <외규장각 책 뽀리 사건>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다.

잠시 역사 공부 한판 할까?

때는 바야흐로 19세기 말. 제국주의의 망령이 가장 왕성하게 세계를 떠돌던 무렵, 열강들은 조선의 땅을 홀랑 따먹기 위해서 침을 젤젤 흘리며 조선을 쑤석거리고 프랑스는 식민지 작업 단계 제 1원칙인 선교사 잠입을 무사히 성공시킨다. 외세의 침투에 나랏문을 꼭꼭 걸어 잠그고 있던 대원군의 눈에 이들이 곱게 보일리가 있나? 프랑스 선교사 9명은 국법을 어긴 죄로 처형된다.

이에 프랑스는 조선침략의 빌미를 잡았다고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프랑스 황제의 칙령을 받들어 함대를 끌고 강화도에 침략한다. 이게 바로 니덜이 머언 옛날국사 시간에 빨간줄 찍찍 그며 배웠던 병인양요란 거다. 새롭지?

놈들은 조선 침략 한달 만에 조선군에 벌창나게 터진 후 쫒겨나게 되고, 걍 빽홈 했으면 좋았을 것을 그냥 가긴 억울했던지 6천여권의 책이 보관되있던 외규장각에 불을 싸지르는 만행을 저지른다. 그리고 이때.. 미개한 넘들의 눈에도 꽤나 값나가 보이는 비단 커버 책들 350여종과 은괴를 슬쩍 뽀리까는 절도짓을 저지르니 이게 바로 <외규장각 책 뽀리 사건>되겠다.(주2)

그런데...너거뜰중에 혹 이런 의문드는 넘이 분명 있을 것이다.

이런식으로 외국에 나가있는 문화재가 7만점이 넘는다는데 왜 외규장각만 가지고 그래? 절라 돈 되는 거야? . 게다가 풍납토성을 포클레인으로 초토화한 우덜 민족이 언제부터 문화재를 귀히 여겼다고 이 호들갑을 떠는지 초현실적인 느낌도 들 수 있을 것이다.

문화재 가치로 따지자면야 외규장각보다 더 값나가는 문화재는 수두룩 지천으로 이넘 저넘이 빼앗아갔다. 물론 외규장각 도서가 왕이 볼 수 있도록 조선왕조의 각종 국가행사를 그림으로 그려놓은 의괘라는 점에서 조선시대를 읽을 수있는 다목적 문화재인 것은 사실이라 하더라도 이건 학자들이나 하는 김빠진 소리처럼 들리기만 한다. 최소한 지금 우리들의 문화재에 대한 수준에서는 그렇다.

그렇다면 외규장각이 오늘날 쌩뚱 맞아 보이는 문화재 반환 운동의 주인공이 된 까닭은 다른 데서 찾아야 한다. 프랑스의 간교함과 위대한 북 메니저 기명사미, 그리고 김데중의 인사정책 등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서 외규장각이라는 스타를 탄생시킨다. 먼 소린지 잘 몰겠지? 계속 가자.

기명사미, 또 사오정 짓 하다

1993년 9월 미테랑 대통령이 외규장각 고서 두권을 옆구리에 낑구고 한국을 방문한다.

문민정부의 기치를 내걸고 화려하게 출범해 단꿈에 젖어있던 기명사미는 미테랑까지 지넘의 대통령 당선을 축하하러 온 것이라며 지 혼자 좋아했지만, 이때는 한국이 경부고속전철 사업자 선정을 둘러싸고 프랑스의 TGV와 독일의 ICE사이에서 고민을 하고 있던 때였다.

고로 미테랑 입장에서 그의 방문은 당근 테제베 입찰을 얻고자 함이었고 한 해전 한국 외교부에 의해 도서반환요청이 들어온 외규장각은 입찰을 위한 로비였다.

정상회담에서 미테랑은 선물이라며 기명사미에게 두 권의 책 중 한 권을 선물하며 나머지 책들의 반환은 검토하겠다고 말을 하는데, 원래 사오정의 대부인 기명사미는 예의 장기를 발휘하여 만찬장에서 "미테랑 대통령이 도서반환을 약속했다"고 지맘대로 나발을 불어댔다.

청와대는 사오정의 말을 받잡아 "약탈 문화재 반환을 문민정부가 해냈다"며 기명사미의 치적을 뽐냈으며, 당시 언론 역시 성군의 업적에 대한 용비어천가를 놓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외규장각은 국민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고, 고로 기명사미는 외규장각 도서를 국민들에게 데뷔시킨 매니져 역할은 톡톡히 한 셈이다.

그리고... 끝이었다. 변소가서 방구 두 번끼고 빤스올릴때 처럼 허무한 파티였다.

고속철도는 테제베로 낙찰되었고, 더 이상 아쉬울 것이 없는 프랑스 넘들은 지덜 박물관 사서들이 책반환 하지말라고 울고불고 난리를 친다는 구차한 변명을 내새우며 도서 반환요청에 형식적인 제스쳐만 취했으니, 그들 입장에서는 지극히 당그스런 행동이었다. 결국 그해 12월 두 나라 외무부 실무교섭에서 프랑스넘들은 “외규장각 고서적을 니덜에게 영구임대 해주겠다. 그 대신 이것과 맞먹는 가치를 가진 니덜 나라의 고서적을 내놔라"라고 주장한다.

이쯤에서, 다시 한번 한국의 외교에 경의를 표하고자 한다.

미테랑의 한국 방문 의도를 눈치라도 챘었다면 테제베 입찰 전 문화재 반환에 대한 우리측 요구는 훨씬 쉽게 풀어졌을 것이고, 설령 눈치가 잼병이었다 하더라도 정상회담에서 미테랑의 언질을 꼬투리잡아 문서 한 장 받아 놓아야 하는 것은 울동네 콩나물 장수 할머니도 하시는 상식적인 거래행위다. 하기사 나라멀어먹느라 정신없었던 기명사미에게 문화재 반환이 귀에 들어 오기나 했겠냐마는.

대를 이어 충성하는 DJ

노련한 미테랑에게 떡이 되어 패배한 기명사미의 뜨건 감자는 김데중 대통령에게로 고스란히 넘어갔다. 취임 직후 제대로 상황파악을 할 여유도 없이 이 문제는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다시 제기되었고, 아엠푸 수습에 모든 정신이 다 쏠려있는 한국적 상황을 시라크가 놓칠리 없었다.

이 자리에서 시라크는 하나의 제안을 하게되는데, 그것은 외교부에서 이 문제를 풀려하니 진행이 잘 안되니까 차라리 민간 전문가들에게 도서반환 문제를 넘기자는 거였다.

미테랑은 외규장각을 고속전철 로비의 미끼로 활용했다면 시라크는 외규장각 문제를 민간인 수준으로 격하시킴으로써 제국주의 침투에 의한 도서약탈이라는 국제적 비난을 미리 막아보자는 속셈이었다.

그러나 김데중 대통령 역시 시라크의 제안을 덥썩 받아들이는 우를 범한다. 더구나 김 대통령은 외규장각 협상 한국 대표선수 선발에서도 그의 꼬붕 하나를 지명하는 노망을 발휘한다. 역시 지 꼴림식 인사 시스템의 천재답다.

덥썩!

그의 성은을 받은 사람은 다름아닌 교육부 산하 한국정신문화연구원(이하 정문연)의 한상진 원장이었다. 이 사람은 김데중 대통령 진영의 대표적 이론가로 사학이나 문화재쪽과는 전혀 상관없는 사회학자로서 김 대통령이 야당 지도자일 때부터 그의 측근이었으며, 정권교체 이후에는 노사정위원회, 대통령자문정책기획위원회, 제2건국위원회 등에 폭넓게 참여하고 있던 핵심 꼬붕이었다.

반면 프랑스 대표 선수 자크 살루아는 81년부터 84년까지 문화부장관 비서실장을 지내다가 90년부터 94년까지는 프랑스 박물관장을 지낸 문화통이었다. 이 둘의 게임은 흡사 지단과 축구 아나운서(해설자도 아닌)의 슛팅 대결처럼 너무나 명약한 결과를 예고했다.

한 원장이 개념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 반면 살루아의 고문서 반환 협상에 대한 기본 태도는 너무나 명확했다.

그는 최근 유네스코를 중심으로 약탈문화재 반환운동이 강하게 일어나는 시점에서 병인양요를 제국주의적 약탈행위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과 절대 반환 선례를 남기지 않겠다는 거였다. 루블박물관이 대영박물관과 함께 세계 최고의 장물 집합소인 상황에서 선례를 남길 경우, 이집트나 그리스 등에서 개떼같이 들고 일어나 관광수익의 효자이자 문화 프랑스 개폼의 히어로 박물관은 텅털 빌 것 아니냐는 위기의식이었다..(주3)

한국의 대표선수는 2년동안 실사구시와 현실중시라는 허무한 염불만 외우다가 최근 거의 쫒겨나듯이 정문연 원장직을 내놓게 되고 그가 한 일이라곤 프랑스측과 <영구임대와 等價교환> 합의였다. 프랑스는 외규장각을 한국에 반환이 아닌 영구임대 해주고 그 대신 같은 값어치의 다른 문화재를 프랑스에 영구임대하라 이 말씀이다. 이 것이 지난 10월 한불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2001년까지 완결짓기로 한 외규장각 협상의 결과 되겠다. 

신경질이 막 날려 그러지 않는가?

아니 지덜이 강도질 해간 남의 문화재를 선심쓰듯이 영구적으로 빌려주겠다는 경우는 무슨 경우고, 그 대신 딴 거 내놓으라는 심보는 얼마나 우덜을 우습게 보는 짓거리인가? 그보다도 이따위 결과를 협상이라고 마무리한 김데중과 협상단은 우리 편이 맞기는 맞는가? 아아.. 한국 외교에 조의를 표할 찬스 되겠다.

도서 반환보다 더 중요한 것들

아테네의 파르테논 신전을 여행해 본 사람이라면 신전 앞에서 누군가 건네주는 유인물 한장을 받은 적이 있을 것이다. 바로 그 유인물은 그리스 문화부와 여가수 출신 문화부장관 멜리나 메르쿠리 재단에서 영국에게 약탈당한 파르테논 신전 박공의 조각품 엘진 마블을 돌려받기 위해 거국적인 반환 운동을 홍보하는 탄원서이다.

문화재에 관관한 완고하기로 악명높은 영국을 대상으로 한 이들의 부단한 노력은 영국 시민들과 학자에게 까지 문화재 반환의 정당성을 공감케하고 있고 이러한 운동 자체만으로 역사적 자존심 회복에 느끼는 그리스 시민들의 자긍심은 대단하다.

외규장각 도서반환 문제는 단지 문화재 반환 운동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우리 것을 우리가 찾는다는 가장 기본적인 문제인식에서 출발해야 할 이 운동은 기껏해야 한일 정기전이 벌어져야 같은 민족임을 의식하는 우리들에게 한 마음으로 뭉칠 수 있는 계기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반환 운동이상의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혹여 이러한 감정을 고루한 민족주의라고 욕하지 마시라.

외규장각 도서 반환문제는 더 철저히 민족감정이 우선되어야 한다. 국제화니 뭐니 떠벌리지만 세계 어느 열강들이 자기 민족을 최우선으로 두지 않는 국가가 있는가? 지덜 것 다 퍼주면서 국제 시민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국가가 어디있는가? 넘들의 민족주의는 수준높은 자국민 사랑이고 우리의 민족주의는 구시대적 작태로 이해한다면, 이는 넘들이 주입시킨 위아 더 월드 이데올로기에 푹 젖어 버린 너의 줏대없음에 비웃음을 보내야 할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외규장각은 당근 우리 것이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정부 차원의 쌈꾼들을 다시 꾸리고 전문가 보조쌈꾼들을 만들어서 제대로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10년이 걸리든 20년이 걸리든 조급해 할 이유는 없다.

그 시간들은 문화재 반환운동을 통한 범국민적 일체감이 조성되는 시간이며, 우리의 허술한 문화재 관리를 되돌아 보는 시간이며, 외규장각 이후 반환받아야 할 문화재 목록을 체크하는 시간이며, 더 나아가 이러한 국민연대의식은 독도와 미국과 기타 외교에서 그저 순하고 착하기만 우리 외교를 길들이는 과정이다.

국제사회는 절대로 녹록하지 않다. 문명인이니 국제인이니 다 개 풀뜻어 먹는 소리다. 할 말을 못하는 것은 국제인이 아니라 바보다. 어느 누구도 매너만 강조한다고 해서 벌린 입에 밥 떠먹여 주지 않는다. 자꾸 목소리를 내고 내 것을 주장할때 세계는 뒤돌아 서서 "씨바넘들 절라 똑똑한 민족이네"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상!!

- 딴지 관광청장

뚜벅이
(ddubuk@ddanz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