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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일본에서의 S.E.S 

2000.11.22
딴따라딴지 온라인 수습기자 요코하마의 로렌스 더티핸드

 

 




 
 

 

 

 

 

"S.E.S 일본시장 본격진출! "
"서태쥐와 아해들 ! 일본열도 강타!"
"엄정와 일본공연 만원사례!"
 

스포츠신문을 통해 우리는 굵은 활자의 이러한 제목들을 어렵지 않게 보아왔다.

니들은 아마 이런 기사들을 보면서 가슴 뿌듯해하며 박찬호, 선동열만큼이나 음악계에서 가수들이 해내고 있는 국위선양에 대해 문화적 자부심을 느껴왔을거다.

그런만큼 이제 울나라 노래가 신주꾸 거리 한가운데서 울려퍼지고, 레코드 샵 윈도우에는 한국 아이돌 스타들의 브로마이드가 도배되어 있으며, 댄스 가수들의 라이브 공연에는 일본인 팬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을까.

과연 거대한 일본 시장이 울나라의 매력적이고 수준높은 가요에 의해 잠식되고 있으며, 청소년들은 앞다투어 이들의 노래를 따라부르고 패션을 모방함은 물론, 한국 노래를 제대로 부르기 위해 한국어를 배우는 등 열풍이 불고 있느냐구.

정말루...?

 


 

과거 해외여행도 자유롭지 않던 시절, 가수가 외국에 나간다하면 노래를 하러 가는지, 관광하러 가는지, 아님 뒷골목의 풍문대로 임신중절 수술을 하고 오는지 도무지 알 방법이 없던 시절이 있었다.

울나라에 오는 퇴물 외국가수, 운동선수도 그저 세계 정상급인줄만 알고 그냥 좋아하던 그 시절... 국민들이 먹고살기 바쁘다보니 그저 먹이처럼 주는 정보만 받아먹고 살던때다.

기자 역시 초등학교 시절, <Wanted> 라는 노래와 함께 동경 국제가요제 대상이라는 간판을 내건 정체불명의 떼거지밴드 둘리스가 세계 팝계의 넘버원인줄 알았다. 사실 국내에선 인기가 있었고, TV에서 볼수 있는 외국가수의 방송은 이게 첨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 세상이냐? 세계 어딜가도 한국인이 넘쳐나서 어디가서 허튼짓 한번 했다하면 바로 몇시간 후엔 신문이고 인터넷이고 입방아가 끊이질 않는 게 21세기를 맞은 지금인 것이다.

그럼에도 우린 바로 옆나라에서 펼쳐지는 실상에도 감감 어두운 채 아직도 스포츠 신문을 필두로 하는 쓰레기 언론들 헛소리에 속고 있다. 

개꿈이 현실인줄만 알고 살아가고 있는거다... 

 

 

 일본 젊은이들은 한국을 얼마나 알고 있나?

 

가깝고도 먼나라 일본... 본 기자가 살고 있는 곳.

 

한국의 일본 문화와 일본어 붐은 굉장하다. 고궁에 가면 일본인 관광객과 이야기해보려는 여고생, 일본인과 교류가 가능하다는 어느 까페에 가면 일본인과 친구로 지내자는 광고투성이다. 인터넷은 온통 일본 게임,음악,영화 관련 글로 가득하다.

 

2002년 월드컵 공동개최? 좋다! 역사를 청산하고 미래지향적 파트너쉽? 좋은 소리다! 이제는 대국적으로, 국제적으로 사고할 시대 아닌가 말이다.

 

그런만큼 우리가 일본에 가지는 관심처럼 그넘들도 우리한테 관심을 가질거고, 그 결과 이제 대중문화를 중심으로 양방향의 활발한 교류가 펼쳐질거라고 생각될지 모른다. 그럼 실상은?  

 

 






 
 

아무로 나미에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 이거 일본 젊은넘들과 분위기를 몰라서 하는 소리다.

 

 

한국의 젊은이라면 아무로 나미에, X-japan, 글레이, 우타다 히카루 의 이름 정도는 다 들어본 적 있을거다. 

 

 

거기에 비해 일본에서의 한국에 대한 인지도는 상대적으로 무척 낮아서 대한민국이 한반도의 북쪽인지 남쪽인지도 모르고, 한명의 한국사람 이름조차 모르는 이가 부지기수이다.

 

 

심지어 나는 일본의 인디밴드 드러머에게 이런 질문을 받은적도 있다.

 

 

"한국에선 북경어, 광동어...여러가지 말중에 뭘 써요?"

 

 

이넘은 한국어라는 말을 첨 들어본다고 했다. 당근 중국어중의 하나를 쓰고 있는줄 알았다는거다. 

 

 

이런 상황이니 한국에서 일고 있는 일본어나 일본음악, 영화, 애니메이션 등에 대한 열기는 울나라쪽의 일방적인 짝사랑이란 생각이 안들수가 없지않냐...

 

 

 

 

 

 지금까지의 S.E.S

 

 

그 와중에서 현재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는 S.E.S가 일본에서의 두 번째 앨범 <Be Ever Wonderful>을 발표했다 (앨범챠트 최고 93위). 98년 일본에서 일본어로 된 곡으로 데뷔한지도 2년이 흐른것이다. 3월엔 베스트앨범까지 발매됐다

 

 

사실 일본에서 외국인 가수들이 일본어로 곡을 발표하는것도 흔치않은 일 이고, 그 곡이 히트하는 것은 더더욱 찾아보기 힘든일이긴 하다.

 

 

하지만 S.E.S가 어떤 애들인가? SM기획이라는 막강한 지원세력을 등에 업고 데뷰앨범 100만장이상의 히트를 기록한 가요계의 엘리트 공주들이 아닌가 말이다. 그런만큼 반반한 얼굴과 경쾌한 율동으로 일본에서도 돈푼께나 벌겠구나 생각했을거고 울나라 국민들도 그런줄 알고 있겠지만 사실은 전혀 딴판이다.

 

 

결론적으로 대부분의 일본인이 S.E.S의 존재자체를 모르며, 안다해도 어떤 곡을 불렀는지도 모른다. 여기 사는 한국인인 나도 모른다. 이건 챠트에 제대로 이름한번 올려놓지 못했다는 것을 뜻하며, 그나마 드물게 출연하는 TV에서도 자신들의 노래가 아닌 일본의 히트곡을 부르기 위해 출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수만종의 잡지가 판을 치는 일본에서 이건 대단한 의미가 아니란 말이다...

 

 

 

 

 

 

 

발표한 싱글 거의 다가 챠트 60위권과 100권사이에 랭크된 수준일 뿐이다. 물론 라디오에서는 S.E.S의 노래가 전파를 타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이런 그룹이 있다 는 소개의 차원이었을뿐 청취자들의 리퀘스트가 아니었다.

 

 

이렇게 한국의 울트라 슈퍼그룹이 일본에서 죽쑤는 이유는 머냐? 무엇보다도 이들이 발표한 곡들 자체가 일본에서 어필하기 힘든 수준이라게 핵심적인 이유다. 

 

 

노래의 히트는 가사보다는 멜로디가 중요하다. 노래중 몇곡의 가사는 일본에서도 한때 날렸던 초인기 그룹 "체커스"출신의 슈퍼스타 후지이 후미야가 써 줬다고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끝날 문제가 아니다. 

 

 

RATM 가사에 주영흥이 곡쓴다고 그게 미국에서 뜰 리 없는 것 아닌가...

 

 

한국에서는 SM기획의 막강한 지원아래 신문, 방송등에 거의 매일 얼굴을 내밀며 미모와 경쾌한 곡을 무기로 단숨에 정상을 차지했지만, 그건 사실 똑같은 환경에서라면 바다, 슈, 유진이 굳이 아니더라도 미모와 가창력만 있으면 누구나 1위를 차지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하는것이기도 하다. 즉, 음악이 아닌 뮤직 비지니스의 승리인 것이다.

 

 

한국식 비지니스를 통한 한국에서의 성공이 새롭고 다른 시장이자 한국보다 여러모로 한참 앞서있는 일본에서까지 그대로 통할리 만무하다. 명색이 밀리언 셀러를 기록한 그룹으로써 이 반응을 인정하기 싫겠지만, 현재까지의 활동은 거의 성과가 없다고 할 수 있다. 

 

 

 

 

 

 현실적 대안을 제시해주마!

 

 

김연자란 이름을 아는가들?

 

 

우리는 김연자가 일본의 밤무대에서 중년 아저씨들에게나 인기있는 가수인줄 알고 있지만, 이 사람의 인기는 그정도가 아니다. 

 

 

 

 

 

 

 

 

 

 

SoundScan Japan 챠트 6월 둘째 주 8위에 빛나는 김연자

 

 

 

 

 

 

 

올해 <히와노보루(해는 뜬다)> 라는 노래로 Sound Scan Japan 챠트 8위를 기록하였는데, 이건 고속도로 휴게소 테이프 판매 집계가 아니라 전국 1300여 CD숍의 컴퓨터 관리시스템 판매량을 근거로 한 정식 챠트다. 

 

 

물론 방송 횟수, 카라오케 챠트등을 종합하면 좀 뒤지지만, 당시 김연자는 Bz, 하마자키 아유미 등의 슈퍼스타와 상위권 경쟁을 했다.

 

 

뭔 이상한 챠트 예를 들면서 헛소리한다고 생각할지 모르는 독자들을 위해 예를 하나 더 들겠다. 

 

 

울나라에서 크게 히트친 <렛츠고 이나중 탁구부> 라는 코믹만화는 니들도 익히 알고 있을거다. 본 기자역시 상당한 팬으로 대사를 외울 정도로 탐독한바 있다. 일본에서도 젊은이들사이에선 이름만 대도 알 정도로 히트한 만화임은 물론이다.

 

 

이런 이나중 탁구부 8권 제83화를 펼쳐보자. 주인공인 마에노,이자와,다나카가 여자 탁구부실에 잠입하는 장면이다. 여기서 세명은 일종의 신호로 한 사람의 이름을 댄다.

 

 

한국어판에 나오는 그 이름은 "설 운 도!"다.

 

 

자, 그럼 원본 일본판 그 대사엔 뭐라고 쓰여있을까? 그렇다. 바로 김연자다...

 

 

 

 

 

 

 

 

 

 

김! 욘! 자! <이나중 탁구부 8권 83화 17P>

 

 

 

 

 

 

 

이제 김연자의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갈거다. 

 

 

이나중 탁구부 같은 만화에 이름이 나온다는 건 누구든지 보면 안다는 이야기다. 봐도 모르는 이름이면 그걸 보고 웃을 수 없는 일이니 말이다. 

 

 

음악의 쟝르를 떠나서 이 정도 위상은 돼야 일본에서 인기있다는 말을 쓸수 있을거다. 

 

 

S.E.S !! 아직 늦지 않았다. 엔카로 돌아라. 바다는 창까지 했다던데?

 

 


 

 

 

울나라에서는 서태지와 아이들이 선례를 남긴 레게 파마나 염색 등 방송출연금지 문제 때문에 자제 하다가 일본에서는 금발, 백발로 변하곤 하는 S.E.S를 보면 그 성공을 위한 처절 한 몸부림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이런식으로 가다간 일본인들에게 10여년전 한국의 전국 노래자랑 에 단골 초대가수로 등장하던, 이제는 전설이 되어버린 미소녀 3인조 휘파람새 같은 이미지로 굳어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기억하는가, 미니스커트 입고 트럼본, 트럼펫을 불며 립싱크로 노래하던 엽기적인 그들의 모습을...

 

 

김연자같은 환골탈태의 대책이 없는 한, 본 기자로서는 그저 조속한 영구 귀국을 종용하고 싶은 맘 뿐이다. 고국의 명예와 일본과의 관계 악화를 우려하는 재일본 한국인의 이 소박한 충정을 새겨들어 줬으면 한다.

 

 

내게도 아직 애국심은 남아있나 보다. 붉은산이 보고 싶다...

 

 

 

 

 

 

딴따라딴지 온라인 수습기자
더티핸드
(
dirtyhan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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