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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의 질적인 저하와 재정적 실패는 공연 기획자만의 책임?

위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실제로 울나라에서 재정적으로나 예술적, 양쪽으로 모두 성공하는 공연을 만드는 일이란 머리 뚜껑이 열릴 정도로 어려운 일이다. 


공연이라는 것이 문화사업이니 만큼, 예술적인 면을 부각시켜 질적으로 좋은 공연을 만들고 그 수준을 관객들에게 인정 받는 것은 모든 공연 기획자들의 꿈이라 할 수 있겠다. 그리고 나름대로의 음악적인 취향이 있는 공연 기획자라면, 그 취향에 따라 주로 기획하는 공연의 성격이 정해지거나 한번쯤 경제적인 면에 많이 치중하지 않는 멋진 공연을 기획해보고 싶은 꿈을 가져보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문화에 대한 관심이 구매로 바로 연결될 만큼의 경제적, 정신적 성장이 아직 무르익지 않은 것이 울니라 대중들의 수준이자 현실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구매능력이 있는 이들은 취향이 없고, 취향이 다양하거나 매니아 수준인 일부 대중들을 타겟으로 삼기에는 수지를 맞추기 어려우므로 공연 유치 자체가 되지 않는거다.

고로 일반적으로 누구나 좋아하는 소프트 팝 가수 내지는, 10대 아이들이 열광하는 붕어들의 공연이 여러 번 이어질 뿐, 문화를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환경은 요원한 것이 울나라 공연계의 현실이다. 다양하지 못한 대중들의 음악적 취향과 기획하려는 의도와는 벗어난 재정적인 현실의 결과, 여지껏 놀랄만한 멋진 공연 하나 안 나와주는 답답한 상황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기획과 아티스트 섭외면에서는 성공했으나 시기적,재정적인 문제로 지속되지 못한 무주 국제 재즈 페스티벌


 돈 있는 넘들, 단번에 본전 뽑을 생각 말고 지속적인 투자를 해라!


공연 기획자들이 재정적인 것에 급급해 홍보비를 줄이거나 싼 장치업체와 작업하지 않을 수 있으려면, 시간을 넉넉히 두고 아티스트와 계약해 대중들의 취향을 높여주는 프로모션을 공연과 함께 병행하여 공연의 질적 수준을 높이고 흥행에도 성공할 수 있으려면, 관객들이 조금 저렴하거나 시즌별로 균일화 된 가격으로 완성도 높은 공연을 맘 편히 감상함으로서 자신들의 문화적인 취향을 높을 수 있게 되려면... 


일단은 무엇보다도 재정적인 뒷받침이 필요한거다.

해외에서는 많은 대기업들이 지속적으로 문화행사를 이용한 홍보를 하고 있다. 모든 회사들이 자신들이 홍보하고자 브랜드의 이미지를 만들어 그 이미지와 가장 잘 맞아떨어질 수 있는 음악장르나 한 아티스트를 선정해 거의 무조건적이면서도지속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코카 콜라, 펩시 콜라로 대표되는 음료 업체들을 포함, 수많은 대기업들이 자신들의 브랜드가 한 아티스트 혹은 한 음악장르로 인해 대중들에게 무의식적으로 각인되게 하기위해 오늘도 투자를 멈추지 않고 있다. 음악이 대중들의 머리 속에 가장 잘 흘러 들어가는 추상적이고도 막강한 힘을 가진 도구라는 것을 잘 알고있기 때문이다.

국내 대기업들도 음악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가 몇몇은 살아남고 몇몇은 한두번의 실패로 완전히 접은 상태다. 음악이라는 가장 대중화된 마약을 이용해 기업 이미지를 변화시키거나 다른 면으로의 수익사업을 기대하고 뛰어들었던 것일텐데, 그 진행과정이나 결과는 실망스럽다 못해 화가 날 지경이다. 

일단 울나라 대기업들의 음악방면 투자에서 틀려먹은 점은 기업 이미지나 장기적인 홍보를 계획하고 전문적인 전략을 세워 아낌없는 투자를 하는 것이 아닌, 그때그때의 수익 사업에 치중하고 있다는 점이다.공연 기획사나 기획능력을 갖춘 인력들에게 투자하기 보다는 음반사를 만들어 신인들을 키워내거나 이미 인기를 얻고 있는 아이돌 스타에게 집중적으로 투자해 그들을 저절로 따라오는 10대의 소비집단을 끌어당기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있다는 점이다.

얼마나 많은 돈없는 공연기획사가 개런티 내고 공연장 대여료 내고 세금 내고 나서 예산이 없어서 만만한 홍보비 줄이고, 장치업체 싼데로 컨택하고 나중에 급하면 개런티도 아티스트 들어와서야 어찌어찌 급전으로 해다 주기도 하는등의 파행을 거듭하는지 아는가들. 

홍보비 15%에 예비비10%책정,티켓판매 60%일 때 손익분기점 떨어진다... 는 식의 이론적이고 산술적인 계산은 현재 울나라 공연 기획자들에게는 정말 꿈 같은 소리일 뿐이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전반적인 수준이나 어떤 방향성을 정립 하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게 마련이고,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음악계의 흐름을 따라가고 앞서 볼 수 있는 혜안을 가질 수 있도록 훈련하고, 그것을 수익과 연관시켜 성공을 거둘 수 있으려면 적어도 몇 년동안의 지속적인 투자는 필수적인 것이다.

하지만 일단 한번 해보고 안되면 접는다는 식의 정책은 그 기업의 이미지뿐 아니라 국가 전체의 문화적인 수준상승에도 전혀 도움이 안되고 오히려 경기만 위축되게 만든다. 기업의 이미지를 문화사업을 통해 바꾸고 싶다고? 생각을 좀 해봐라... 그게 어떻게 한판으로 가능하냔 말이다. 한 사람에 대한 고정관념도 바꾸어지려면 시간이 걸리는 거 아니냐.







공연에 대한 투자는 대기업만하는 것이 아니다.영국 국립오폐라단 팜플렛에 있는 cafe광고

그러므로 더 이상 애들 코 묻은 돈이나 뺏을 생각 하지 말고, 문화적으로 앞서 볼 수 있는 인력과 머리를 섭외해 멀리 보고 아낌없는 투자를 지속적으로 해야만 한다.

좋은 공연문화가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이 외에도 올바른 기획을 받쳐 줄만한 다양한 형태와 인원수를 소화할 수 있는 공연장의 부재, 일괄 관리가 어려운 복잡한 티켓관리 시스템, 다양한 홍보를 저해하는 기존 언론사들의 문제점 등 수많은 문제점들이 이제 수면에 드러나야 하고, 그에 따른 효과적인 개선책이 연구되어야 할 것이다.


 공연은 생활이다


언젠가 일본의 한 야외 음악당에서의 공연을 관람 할 기회가 있었다.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길게 한 줄로 늘어서서 기다려 카메라를 포함한 소지품을 맡기고 입장한 후 자리가 앞이고 뒤고 간에 상관없이 자연스럽게 도시락을 먹고 맥주를 마시며 공연을 기다리는 사람들, 공연이 계속되는 동안 무대 위의 아티스트에게 보내는 박수와 호응, 관객들의 매너는 상상 이상의 것이었다. 


무대 위의 아티스트는 불혹의 나이였지만, 관객들은 20대는 물론 아티스트와 같은 연배인 관객들과 그들의 자녀, 그리고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로 가득 들어차 있었다. 신나는 곡이 나오면 일어나서 호응을 보내주고, 박수를 아끼지 않으며 즐거워하고, 저녁나절의 여가를 편안하게 즐기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부러워 그 날 공연이 내용이 거의 기억되지 않을 정도이다. 








그 후에 그 기분을 런던에서 보았던 국립 오페라단의 공연에서도 마찬가지로 느낄 수 있었다. 정장에 엄숙한 사람들이 아닌 오페라 자체의 내용을 즐기고 쉬는 시간 복도에서 아이스크림을 나눠먹는 런던의 보통 사람들. 그들에게 그 공연은 어려운 클래식 공연이 아닌 저녁나절의 즐거운 외출이었을 뿐이다.







좀 재미있고 신나게 편하게 즐겨보자구


공연은 어느 누구만의 전유물이 아닌 우리 모두의 생활이다.

외국의 경우를 보며 그냥 부러워만 하고 살 수는 없다. 물론 지금 경제가 어렵고 위에서 언급한 모든 문제들을 개선에 나가려면 절라 힘들고 시간도 많이 걸릴 것이다.


하지만 숨쉬듯이 해야하는 생활이므로 누군가는 해야만 한다. 사람들은 힘들고 지치고 위안을 얻고 싶을 때 위안 받을 권리가 있다. 음악을 좋아하는 모든 이들도 제대로 된 공연, 즐거운 공연, 보고 나서 힘을 얻을 수 있는 공연을 볼 권리가 있다. 이제 우리사회도 제대로 된 공연문화를 정착시켜야 할 때가 된거다. 


바로 이런게,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삶의 질 이란거다. 특별한건줄 아냐...




딴따라딴지 concert planner
손녀딸(cplanner@ddanz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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