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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집중해서 한 번 상상의 나래를 펴보자. 성인인 당신이 중요한 모임이 있어 급하게 약속 장소로 가는 중이라고 가정해 보자. 

 

좁은 골목길을 급하게 걸어가다가 길에서 놀고 있던 어린아이와 부딪히고 말았다. 그러자 한 다섯 살 정도 돼 보이는 어린 남자아이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싸우는 자세를 취하며 말한다.  

 

“감히 나를 건드리다니... 나는 이곳을 지키는 파워레인져다. 나에게 용서를 빌지 않으면 이곳을 지나갈 수 없다. 아니면 덤벼라!!!”

 

어린 녀석의 얼굴이 제법 진지하다. 그때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다섯 살 정도밖에 안 된 그 어린 녀석과 진짜로 한 판 붙어 무찌를 것인가? 

 

절대 그러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의 보통 성인이라면 그 귀여운 녀석에게 성의 있게(?) 사과하고 얼른 약속 장소를 향해 다시 발걸음을 재촉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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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정인영

 

당신의 상상은 계속된다. 이번에는 그 골목길에서 모퉁이를 돌아 나가다가 어떤 남자와 부딪혔다. 

 

이번 상대는 키가 180cm도 훨씬 넘고 체중도 100kg 정도의 거구의 사나이다. 거기다가 온몸은 용(龍)문신으로 가득한 누가 봐도 조폭으로 보이는 무시무시한 사나이다. 그가 소리친다. 

 

“감히 나랑 부딪히다니... 나에게 사과하고 이곳을 지나가라!”

 

이때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보통의 성인이라면 이런 엄청난 상대와 싸울 엄두가 나질 않을 것이다. 그래서 더 험한 꼴 당하기 전에 얼른 사과하고 그곳을 빨리 빠져나가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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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정인영

 

앞의 상황과 뒤의 상황에 둘 다 똑같이 사과를 했지만 당신의 마음속은 완전히 다를 것이다. 전자에서는 나와는 상대도 되지 않는 약한 어린아이에게 너그러운 여유를 가지고 관용을 베풀 수 있었다.

 

그러나 후자에서는 내가 더 약하기에 강한 상대에게 두려움에 떨면서 마지못해 사과를 했을 것이다. 그리고 상당히 기분 나쁘고 열 받았을 수도 있다. 거기다가 그 사나이의 행동이나 말투가 거칠었다면 비참한 기분마저 들었을 수도 있다.  

 

그래서 자신이 강하면 여유가 생기고 너그러워질 수 있지만 약한 사람은 비겁해지고 비굴해지기 쉽다. 

 

문(文)에 대비되어 무(武)라는 것이 있다. 무는 보통 전쟁에 관한 일 또는 무술과 병법을 이르는 말로 쓰이나, 분석해보면 ‘굳셀 무(武)’는 ‘창 과(戈)’와 ‘멈출 지(止)’가 어우러진 글자다. 창을 멈추게 한다는 것이니 다시 말해서 싸움을 그만하게 한다는 뜻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무술과 병법을 뜻하는 ‘무(武)’라는 단어가 싸움을 잘하라는 것이 아니라 싸움을 멈춘다는 것이다.  

 

무술을 수련하여 무력(武力)이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오히려 싸움이 잘 일어나지 않는다. 싸움이나 전쟁이란 것은 주로 상대가 허약하거나 만만해 보일 때 잘 일어나며 상대가 자신보다 엄청 강하다고 느끼면 웬만해선 덤벼볼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강한 자는 일반적으로 시비가 잘 붙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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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슬링 역사상 최고 선수 중 한명이자 러시아 레슬링의 전설, 알렉산더 카렐린

 

그렇기에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으면 오히려 싸움을 멈출 수 있다. 

 

필자의 삶은 비교적 평탄한 편이어서 누구와 주먹다짐을 할 만큼 심각한 상황을 접할 일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도 가끔 시비가 붙을 수 있는 일은 운전을 할 때이다. 필자가 실수를 할 때도 있지만 분명 상대방이 잘못한 것 같은데도 다짜고짜 상대가 먼저 필자에게 화를 내는 경우가 여러 번 있었다. 

 

그런데 필자는 내 실수이건, 상대방의 잘못이건 상관없이 시비가 붙으면 그때마다 자동차 창문을 내리고 손을 들어 정중히 사과했다. 손을 들거나 고개를 숙이면서 큰 소리로 ‘죄송합니다.’라고 사과하면 더 이상 다툼이 이어지지 않고 상황이 종료된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필자가 먼저 고개 숙여 사과했는데 계속 싸워보자고 한 사람은 단 한 번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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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정인영

 

무예 이야기 연재 4편의 ‘잘 싸우는 법’에서 나오는 고수의 싸움법을 사소하지만 적용한 셈이다.

 

사과하고 다시 운전을 하는 필자의 마음은 비참하거나 슬프지 않다. 어떤 때는 솔직히 좀 억울하고 약 오를 때도 있지만, 그저 액땜했거니 생각하며 다시 편안하게 운전할 수 있다.  

 

평생 무예를 수련해 온 필자가 조그마한 일에 무력을 행사하면 어떤 이유로도 용서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자위한다. 물론 상대 차의 운전자가 절정 고수여서 괜히 덤볐다가 필자가 더 혼쭐이 날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무예를 수련하여 제법 강자가 된 필자의 마음은 상대를 용서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 

 

내가 약하고 힘이 없으면 상대방의 조그마한 시비에도 자존심이 상하고 두려움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내가 강하면 어쭙잖은 녀석들의 도전에 웃으면서 넘어갈 수 있다.  

 

약한 자는 남에게 무시당하기 쉽고 작은 일에도 상처를 받는다. 강한 자가 되면 대접받을 수 있고 사소한 일은 웃어넘길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다. 

 

당신도 강자가 되어 남에게 무시당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는가? 그리고 별 볼일 없는 상대의 사소한 시비에 너그러운 마음으로 여유를 누리고 싶지 않으신가? 그렇다면 오늘부터 열심히 무예를 수련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다음 편, 예고   

 

정의로운 힘을 갖고 너그러운 여유를 지니기 위해서 무예를 수련하라고 필자는 권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무예를 수련하는 것이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