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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년 10월 21일. 3차 중동전쟁 당시의 일이었다. 60톤 남짓의 코마급 고속정이 이스라엘의 구축함 에일라트 호로 접근했다. 이집트 고속정은 당시로서는 최신이었던 소련제 스틱스 대함미사일을 날렸다. 그리고 이 미사일은 에일라트 호의 보일러식에 꽂혔다. 이 전투로 인해 이스라엘의 구축함 에일라트는 격침됐고, 승조원 202명 중 47명이 사망하고, 28명이 실종, 91명이 부상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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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군의 완벽한 승리였다. 해전 역사상 ‘스틱스 쇼크’ 혹은 ‘에일라트 쇼크’라 불리는 사건이다. 고작 60톤 밖에 안 되는 함정이 1730톤짜리 구축함을 격침했다는 건 해전의 상식으로는 거의 이해할 수 없는...코페르니쿠스적인 대 변혁이었다.

 

이전까지의 해전은 배의 ‘덩치’가 곧 그 배의 전투력이었다. 배가 커야지만 더 큰 대포를 실을 수 있었고, 이 큰 대포를 발사할 때 안정적으로 반동을 흡수할 수 있기에 보다 더 정확하게 포탄을 날릴 수 있었다. 즉, 배수량이 전투력으로 이어졌다. 아울러 커다란 덩치에 맞게 장갑도 증설할 수 있게 돼 공격력과 방어력 모두 우위에 설 수 있게 됐다. 그런데, 대함미사일의 등장은 이 모든 ‘법칙’을 일거에 뒤집어 놓았다.

 

스틱스 미사일은 길이 6미터에 지름은 1미터도 되지 않는다(길이 6.55미터에 지름이 0.76미터에 불과하다). 탄두 무게가 무려 500킬로그램이지만, 시스템 무게는 통틀어 3톤이 나가지 않는다. 게다가 발사반동도 거의 없다.

 

2차 대전 최대의 전함이라 할 수 있는 일본의 야마토에 달려 있는 주포가 46센티미터였는데, 여기서 발사되는 91식 철갑탄의 탄두 무게가 1,460킬로그램이다. 단순한 산수 계산으로 봐도 스틱스 탄두 무게만한 포탄을 발사하려면 야마토의 1/3 크기는 돼야 한다는 추측이 나온다. 야마토의 기준 배수량은 6만 4천 톤이다(만재 배수량은 72,800톤). 즉, 최소한 2만 톤 이상의 배수량이 있어야지만 이 만 한 탄두를 쏠 수 있다는 소리다. 그런데 불과 60톤짜리 고속정에서 500킬로그램의 탄두를 날린 거였다.

 

이제 해전은 ‘덩치’가 기준이 되는 상황이 아니게 됐다. 이 덕분에 이스라엘은 황급히 스틱스 미사실의 약점을 찾아냈고, 동시에 자신들의 대함미사일 가브리엘을 개발하게 된다. 더불어서 자신들의 해군력을 대형함이 아닌 고속정 위주로 재편하게 된다. 이제 덩치가 별 소용이 없다고 판단한 거다.

 

스틱스 쇼크 자체만 보자면, 개인적으론 이집트 해군의 편이다. 이 당시 이스라엘은 툭하면 이집트 영해로 침범해 이집트 해군을 괴롭히고, 심지어 이집트 해군의 함정을 나포해 이걸 자신들의 배로 사용하기도 했다. 이건...해적이나 마찬가지였다. 우리나라로 치면 일본 해상자위대가 부산항 앞에서 우리 해군을 공격해 우리 구축함을 빼앗아 간 거다. 스틱스 미사일로 에일라트를 격침했다는 소식을 들은 이집해 국민들이 항구로 나와 축제를 벌였다는 것만 봐도 당시 상황을 이해할 수 있을 거다.

 

스틱스 미사일은 소련이 만든 거였다. 러시아는 전통적으로 대륙국가였다. 언제나 부동항을 찾기 위해 목매달아야 했던 러시아는 다른 열강들에 비해 해군력은 한 수 접어둬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인류 역사상 최강의 해군력”

 

을 보유한 미국과 싸워야 했다. 냉전 시기 미 해군의 세력이 극강이었을 당시... 그러니까 레이건 대통령이 ‘600척 함대’를 운용할 때였다.

 

레이건은 소련을 박살 내기 위해 600척의 함대를 구성했다. 이때 미 해군은 15척의 항공모함을 포함해 600척의 함대를 운용했다.

 

(도널드 트럼프 시절의 미 해군은 그래도 엄청난 게 11척의 항공모함을 포함해 거의 300척에 가까운... 274척의 함정을 보유 운영하고 있다. 이게 얼마나 대단한 수치인지 언뜻 이해가 가지 않을 거 같은데, 우리나라가 보유한 이지스 구축함의 숫자가 고작 3척이다. 그런데 우리 세종대왕급 이지스함의 원형이 돼주는 미 해군의 알레이버크급 이지스 구축함은...무려 67척이나 된다. 그나마 원래 계획은 82척인데, 그걸 줄인 거다. 우리나라도 고작 3척 밖에 운용하지 못하는 이지스구축함을 무려 20배 이상이나 많이 운용하는 게 미 해군이다. 미국은 대두되는 중국의 위협에 맞서기 위해 2030년경까지 보유 함정을 355척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이런 미 해군을 소련이 이길 수 있을까? 힘대 힘 배수량 대 배수량으로 붙으면 100% 밀릴 수밖에 없다. 아니, 확실히 진다. 해전에서는 정면승부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미 해군이 십여 척의 항공모함. 그것도 원자력 항공모함을 돌릴 때 소련 해군은 키예프급 중순양함에 10기 내외의 YAK-38 수직이착륙기를 운용하는 게 고작이었다. 그나마 이 녀석은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 2발 정도 운용하면 다행일 정도로 성능이 형편없었고... 툭하면 추락하던 실패작이었다. 구 소련이 미 해군을 상대하기 위한 정규항모를 건조한 것이 1980년대였고, 이때 만들어진 게 얼마 전에 불탔던 어드미럴 쿠즈네초프였다. 1번함은 불탔고, 2번함이었던 바랴그는 우크라이나 해군을 거쳐 중국에 팔려나가 랴오닝이 됐다)

 

그렇다고 맥놓고 앉아있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소련해군이 생각해 낸 게 ‘대함미사일’이었다.

 

“수십 대의 폭격기를 동원해서 일제히 수백 발의 대함미사일을 발사하면 어떨까?”

 

뱁새가 황새를 쫓아가다보면 가랑이가 찢어질 수밖에 없다. 애초에 미국의 항공모함을 상대할 수상함대 세력을 만들 엄두를 내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설사 흉내를 냈다손 치더라도 이걸로 미 해군을 ‘유의미하게’ 압박할 수도 없다.

 

(그 이전엔 핵어뢰를 쏘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거기에 비해선 훨씬 ‘건전’하다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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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소련 해군은 생각을 달리했던 거다. 소련 해군 항공대 소속의 Tu-22M 폭격기... 냉전시절 서방을 벌벌 떨게 만들었던 백파이어 폭격기가 바로 이 녀석이었다. 초음속으로 날아다니며 대함미사일을 뻥뻥 쏴 제끼면 미 해군 항공모함은 어떻게 해야 할까?

 

“아음속의 대함미사일 몇 발 정도는 함대방공으로 막아낼 수 있을 거다.”

 

“그래? 우리가 서너발 날리고 공격 끝낼 거 같아? 폭격기만 수백 대 동원해서 수천 발 단위로 쏘면 몇 발은 날아가 꽂히지 않겠어?”

 

“......”

 

소련은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존재들이었고, 실제로 그런 전략을 준비했다. 심지어 오스카급 원자력 잠수함이라고, 1만 8천 톤 급 잠수함에 24발의 대함미사일을 장착해서 배치했다. 이 녀석 역시 항공모함 함대를 견제하려고 만든 거였다.

 

이 당시 미 해군은 소련 연안에 착 달라붙어 항공모함 전단을 운용했고, 소련은 이 항공모함 전단이 눈엣가시처럼 꼴보기가 싫었던 거다.

 

“우리가 항공모함은 없지만, 미사일은 많다. 미사일의 소나기로 항공모함을 박살 내 버리자!”

 

상황이 이렇게 되자 미 해군은 비상이 걸리게 된다. 한 두발의 대함미사일은 어떻게 상대하겠는데, 수백 발의 대함미사일을 어떻게 받아내야 한단 말인가?

 

이렇게 해서 부랴부랴 만들어진 두 가지 무기체계가 있었으니,

 

하나가 톰 크루즈 형님이 타고 다녔던 F-14 톰캣 전투기였고, 나머지 하나가 지금 우리나라에도 배치된 이지스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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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씩 설명하겠다. 우선 F-14 톰캣이다. 이 녀석의 최우선 목표는 소련의 폭격기들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대함미사일을 주렁주렁 달고 날아오는 폭격기들을 원거리에서 포착해 격추하는 거였다. 이 때문에 톰캣은 사거리 150킬로미터짜리 AIM-54 피닉스 미사일 6발을 달고 날아오르게 된다(초기형은 6발을 다 못 달았다. 엔진을 개량한 후에야 6발을 다 달 수 있었다. 그 이전에는 4발씩 달고 날았다). 톰캣은 강력한 AWG-9 레이더를 활용해 200킬로미터 밖에서 적기 6개를 포착해 동시에 6발의 피닉스 미사일을 발사해 처리하는 게 최우선 목표였다.

 

(‘탑건’처럼 조그만 F-5를 상대하는 게 주 임무가 아니었다. 물론, 상대해야 한다면 상대해야겠지만 톰캣은 원거리의 폭격기를 잡아야 하는 게 가장 큰 임무였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200킬로미터 밖의 표적을 잡아서 150킬로 사거리의 피닉스를 다 발사해서 잡을 수 있냐면 그건 또 아니다. 언제나 카탈로그 스펙을 믿어선 안된다.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건 그걸 목적으로 만들어졌다는 거다. 소련의 폭격기들이 대함미사일을 발사하기 전에 발견해서 먼저 미사일을 날린다.

 

그게 미 해군이 내놓은 방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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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내놓은 해답이 이지스함이다. 톰캣이 1차로 적 폭격기들을 격추시킨다 하더라도 여기에서 빠져나와 대함미사일을 발사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놓친 미사일을 상대하는 게 이지스 시스템이다. 최초의 이지스함인 타이콘데로가 순양함의 경우(급하게 만든다고 함교도 가분수다. 기존의 스프루언스급의 선체를 재활용해서 만들었다) 동시에 24개의 표적과 상대할 수 있다. 여기에 CIWS(팰렁스)가 1, 2기를 맡아주면 대충 25~26발의 대함미사일을 상대할 수 있다는 거다(이론적으로 말이다). 미 해군 항공모함 전단을 보면 이지스 함이 2~3척 따라붙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대함미사일의 소나기를 막아내기 위해서였던 거다. 여기서 생각해 봐야 하는 게,

 

“대함미사일 수백 발을 퍼부어 버리면 어떻게 될까?”

 

라는 거다. 이론적으로 보자면 미 해군 항모전단이 이걸 다 막아낼 수 있을 것 같지만, 이건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아니,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보는 게 맞다고 본다. 이지스 구축함인 알레이버크급의 VLS를 SM-2로만 가득 채워도 100발이 되지 않는다. 3척의 이지스 구축함이 미사일을 다 쏴서 막는다 해도 그다음 미사일은 뭘로 막아야 할까?

 

다 떠나서 가격만 생각해 보자. 사거리 1천밀로가 넘어가는 토마호크 미사일(대함용도 있다) 이 토마호크 미사일의 발당 가격이 11억 원 내외다. 이걸 500발을 발사한다고 치자 돈이 얼마나 들까? 5,500억이다. 최근에 건조된 미 해군의 최신예 원자력 항공모함 제덜드 포드 호의 가격이 16조 원을 살짝 넘어간다. 거기에 탑재된 항공기와 기자재, 무기, 연료 등을 제외한 순 제작비만 따진 거다.

 

어떤 게 이득인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