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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와 잉글랜드는 1337년부터 1453년까지 복합적인 이유로 전쟁을 했는데 훗날 역사가들이 백년전쟁이라고 부르고 있어. 이 기간에 수많은 영웅과 모략자, 패배자가 등장했지만, 최고의 스타는 누가 뭐라고 해도 프랑스의 10대 소녀 잔 다르크 아니겠어? 그녀에 대한 심층 분석 이전에 백년전쟁에 대해서 간략하게 짚고 넘어가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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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시발점을 잉글랜드의 에드워드 3세가 프랑스 왕위를 요구하면서라고 말하지만, 대부분의 전쟁이 그렇듯이 권력욕과 물욕이 합쳐진 결과였어. 양국의 기득권들에게 큰돈이 되는 포도주와 양모에서 나오는 돈 또한 주된 이유 중 하나였어. 참고로, 백 년 내내 전쟁을 했던 건 물론 아니야. 전쟁의 주요 격전지는 프랑스였다가 보니 이곳 백성들의 피해가 훨씬 더 컸고, 백년전쟁이 끝나면서 현대 개념의 잉글랜드와 프랑스라는 국가 개념이 공고히 자리를 잡게 되었어.

 

아무튼 약 4배나 많은 인구를 가진 프랑스가 영국과 100년 넘게 전쟁을 하게 될 줄을 아무도 몰랐어. 그리고 전쟁이 끝나기 40여 년 전, 프랑스의 시골 마을 동레미에서 천사의 계시를 받게 되는 한 소녀가 태어났어.

 

잔 다르크는 또래보다 독실한 신자라는 것 외에는 특이한 점이 없는 평범한 소녀였어. 그러나 그녀는 13살 때부터 신의 음성이 들리기 시작했다고 해. 급기야 16살이 되던 해에는 천사 미카엘, 성 카테리나 등으로부터 구체적인 지시사항을 하달 받기에 이르렀어.

 

“잔 다르크여! 프랑스의 도팽(왕세자)을 도와 잉글랜드를 이 땅에서 몰아내거라. 그리고 빌빌거리고 있는 그를 프랑스의 왕으로 즉위시키도록 해라.”

 

“제…. 제가요? 저같이 비천한 소녀의 말을 누가 믿어 주기나 할까요? 그리고 제가 정말 그런 위대한 일을 해낼 수 있을까요?”

 

“너! 감히 지금 신의 계시를 무시하는 것이냐? 우리도 바쁘다. 아무에게나 계시를 내리지 않는다.”

 

“아… 알겠습니다.”

 

신의 계시를 받긴 했지만, 잔 다르크는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의 말을 믿어 줄 것 같지 않았어. 그래서 삼촌과 함께 가까운 군부대를 찾아서 자초지종을 설명했어.

 

“그래요? 그러니 한마디로 말해 당신의 조카가 우리 프랑스를 구하고 세자를 왕위에 앉혀줄 국민 영웅이 될 거라는 신의 계시를 받았다는 말이죠?”

 

“네. 맞습니다. 우리 잔 다르크는 사실 어릴 때부터…”

 

“여봐라! 당장 이것들을 끌어내라. 안 그래도 지금 전략적 요충지인 오를레앙이 영국 놈들한테 포위당해서 초비상 상태인데 어디서 이런 거지 같은 것들을 데려와서”

 

프랑스 왕세자를 만나기 전에 거쳐야 할 관문이 너무나 많았어. 하지만 잔 다크르는 끈질기고 일관된 주장을 펼쳤고 마침내 왕세자를 만날 기회를 얻게 되었어.

 

한편 이 소식을 들은 프랑스 왕세자는

 

“내일 그 신비한 소녀가 여기 시농성으로 나를 만나러 온 단말이지? 내가 그 아이를 테스트를 좀 해봐야겠다. 거기 너! 내일 나랑 옷을 바꿔 입자. 그리고 네가 왕세자인 척해라. 나는 네놈의 옷을 입고 이쪽에 사람들과 섞여 있겠다. 나도 알아보지 못하는 아이가 어찌 나를 왕위에 앉히겠느냐?”

 

한 나라의 왕세자가 시골 소녀의 황당할 수도 있는 말을 듣고 면담을 승인한 것은 -훗날 샤를 7세로 등극하게 되는- 그도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야.

 

먼저 그는 잉글랜드에 프랑스 북쪽 지역을 빼앗기고 시농성에서 은둔 중이었어. 또한 그녀의 어머니가 시동생과의 불륜으로 그를 낳았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정통성에 강한 스크래치가 난 상태였어. 거기다 프랑스 왕들이 대대로 대관식을 치렀던 랭스도 적의 손에 있으니 우울증이 올 지경이야.

 

이런 상황 때문이었을까? 그는 점성술과 예언을 상당히 신봉했다고 해. 어쩌면 그에게 잔 다르크의 재림은 마지막 동아줄일 수도 있었어.

 

드디어 둘의 첫 만남이 이루어지던 날. 남루한 남자 옷을 입은 잔 다르크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변장한 왕세자 앞으로 다가갔어.

 

“내가! 내가 오를레앙의 포위를 풀고 랭스를 되찾아 왕세자님의 즉위를 돕겠습니다. 아니 어쩌면 그건 내가 아니라 내 몸을 빌린 신일지도 모릅니다. 저를 전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

 

신하들의 찬반이 있었지만, 왕세자는 잔 다르크에게 4천 명의 병력을 지원했어.

 

잔 다르크가 오를레앙에 도착하기 전, 잉글랜드군에 그녀의 편지가 먼저 도착했어.

 

“신께서 너희들을 프랑스에서 몰아내라고 나 잔 다르크를 선택하셨다. 지금이 너희가 잉글랜드로 무사히 돌아갈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다. 내가 오를레앙에 도착하기 전에 포위를 풀고 조용히 물러나거라.”

 

“으하하! 프랑스 왕세자가 이제 완전히 미쳤구나. 무슨 수를 써도 우리를 이길 수 없으니 별 해괴한 짓거리를 다 하는구나. 어디서 감히 천한 계집이 남자들 하는 일에 끼어들어!”

 

프랑스군도 잔 다르크에 대해서 반신반의했지만 전투 도중 그녀가 치명적인 부상을 입고도 복귀하자 정말 신의 계시를 받은 소녀라는 믿음이 싹트기 시작했어. 현대 전쟁에서는 고려 요소가 아니지만, 이 시대에는 전쟁 시 군의 기세와 사기는 중요한 요소였어. 프랑스군은 신을 등에 업고 싸운다고 생각했고 영국군은 신이 자신들을 버렸다고 생각했어. 기세가 역전되자 전력의 차이는 무의미해졌고 잔 다르크는 오를레앙, 파테에 이어서 마침내 랭스까지 되찾게 되었어.

 

“정…정말이냐? 잔 다르크 장군이 랭스를 수복했다고? 그럼 나의 대관식도 곧 치를 수 있게 되겠구나! 으하하”

 

1429년 실의에 빠져있던 프랑스 왕세자는 잔 다르크 덕분에 랭스에서 화려한 대관식을 치르게 되었어. “샤를 7세 대관식의 잔 다르크’라는 그림을 보면 그녀는 멋진 갑옷과 깃발을 들고 서 있는데 그 모습은 슈퍼 히어로 그 자체야!

 

오늘날에도 프랑스 사람들에게 국민 영웅으로 추앙받는 그녀의 인기는 당대에는 엄청났겠지? 잔 덕에 위기를 넘기고도 왕과 기득권들은 문맹에 신분도 비천한 어린 소녀의 위상이 높아지는 것이 몹시 거슬렸어.

 

‘잉글랜드에 지는 것도 싫지만 저 어린 것이 백성들의 지지를 받는 것이 더 거슬린다.’

 

그래도 그 들은 잔 다르크가 필요했고, 그녀는 헐벗고 굶주린 백성을 위해 다시 콩피에뉴 전투에 나섰고, 잉글랜드에 포로로 잡히고 말았어. 잉글랜드 입장에서는 다시 전세를 역전 시킬 수 있는 상징적인 존재를 손안에 넣었고, 프랑스 측이 얼마나 당황하고 있는지 궁금했기에 서신을 보냈어.

 

“너희들의 위대한 잔 다르크가 우리 손에 있다는 것은 알고 있겠지? 납득할만한 전쟁 배상금을 약속한다면 그녀의 석방도 고려해보겠다. 하지만 잔 다르크의 귀환을 바란다면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하지만 샤를 7세는 잔 다르크를 구하기 위해서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어. 이 소식은 투옥된 여전사 잔 다르크에게도 전해졌어.

 

“네가 목숨 걸고 지킨 조국과 네 손으로 즉위시킨 왕이 너를 버렸다. 너 혼자 고고한 척, 깨끗한 척할 필요가 없다 이 말이다. 이제 선택은 너의 몫이다. 우리를 위해 신의 계시를 받아오던지 마녀로 몰려 화형을 당하던지 선택해야 할 것이야. 만일 후자를 택한다면 그 고통은 네가 상상도 하기 힘들 것이야.”

 

그녀 나이 불과 19살이었어. 인간적인 번뇌와 원초적인 두려움이 있었지만, 그녀는 굴복하지 않았어.

 

1431년 잔 다르크에 대한 형식상의 재판이 신속하게 마무리되었어.

 

“신의 계시는 오직 사제만이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사제도 아닌 미천한 신분의 잔 다르크는 거짓으로 민심을 호도하였다. 또한, 여자가 남성의 옷을 입는 등 미풍양속을 해친 죄 또한 크다. 잔 다르크는 이단이며 마녀이다. 그동안의 판례에 따라 잔 다르크를 화형에 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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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에 신의 계시를 듣고 3년 동안 불꽃같은 삶을 살다간 잔 다르크!

 

그녀는 뜨거운 불길이 그녀의 몸을 휘감을 때도 결코 목숨을 구걸하지 않았다고 해. 잔 다르크가 100년 전쟁을 종식 시키지는 못했지만, 프랑스가 최후의 승자가 될 수 있도록 승리의 물고를 튼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야.

 

그녀 사후 26년이 지나서야 샤를 7세는 -자신의 왕권 강화를 위해- 마녀 혐의를 풀어주었어. 그리고 1920년 교황 베네딕트 15세는 잔 다르크를 성인으로 시성 하였어.

 


 

 

편집부 주

 

 필자의 책 "찌라시 한국사"에 이어

드디어 "찌라시 세계사"도 출간됐다.

 

필자의 본업과 사연에 대해선

아래의 기사를 참고하시라.

 

 43년 차 좌천된 추심원과 4년 차 작가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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