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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윤석열 전 총장보다 그의 아내와 장모가 더 화제다. 윤씨의 장모 최은순 씨는 지난 2일, 요양급여를 부정수급한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 받고 법정구속되었고, 아내 김건희(김명신) 씨는 박사학위 논문과 학술지에 게재한 논문 표절 건이 문제가 되었다. 

 

김건희 씨는 남편 윤석열이 대선출마 기자선언을 하는 지난달 29일, 보수성향으로 분류되는 신생매체와 인터뷰에서 세간에 떠도는 '쥴리(김건희 씨가 강남 유흥주점 종업원이었고, 그 때 이 이름을 사용했다는 의혹에서 나온 이름)'에 대해 해명했다. 이 바람에 남편은 뉴스에서 밀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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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 씨의 슬기로운 학위과정

 

김건희 씨의 인터뷰 때문에 많은 이들이 쥴리라는 이름을 알게 되었고, 그가 쓴 논문까지도 들여다보게 되었다.

 

그 결과 김건희 씨가 쓴 박사학위 논문과 학술지에 게재한 논문이 표절이거나, 학위를 받기 어려울 정도로 수준이 떨어진다는 말이 나왔다. 

 

표절 혐의에 대해서는 표절여부를 가려내는 프로그램인 '카피킬러'를 통해 드러났으니 여기서 따로 논하지는 않겠다. 다만 ‘수준미달’, ‘조악한’, ‘거친’이라는 평가에 대해선 논문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봐야 하지 않겠는가. 해서, 직접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보고 검증해 보기로 했다. 

 

김건희 씨는 2007년 ‘아바타를 이용한 운세 콘텐츠 개발 연구 – ‘애니타’ 개발과 시장적용을 중심으로-’라는 논문으로 국민대학교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 디지털미디어디자인학과 컨텐츠디자인전공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리고 박사학위를 받기 전 학술지에 3편의 논문을 게재하였다. 국민대학교의 박사학위 논문 제출 요건인 '학술지 및 학술대회 발표 논문 3건'을 채우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2007년 한국기초조형학회가 발간하는 기초조형학 연구 제8권 제3호에 “애니타를 이용한 Wibro용 콘텐츠 개발에 관한 연구 – 관상‧궁합 아바타를 개발을 중심으로-”, 한국디자인트렌드 학회에서 발간하는 한국디자인 포럼 제16호에 “온라인 쇼핑몰 소비자들의 구매 시 e-Satisfaction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대한 연구”를 게재한다. 이어서 같은 학회지 제17호에 ‘멤버 유지(member Yuji)’로 익히 알려진 “온라인 운세 콘텐츠의 이용자들의 이용 만족과 불만족에 따른 회원 유지와 탈퇴에 대한 연구”를 지도교수인 전승규 국민대학교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 교수와 공동저자로 게재한다. 

 

 

2. 내용, 형식 모두 이렇게 엉망일 수 없다

 

위의 논문을 전부 읽어 보았다. 연구내용이 조금 못 미칠지라도 내용과 형식이 제대로 틀을 갖췄다면, 그리 비판받을 일도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런데 놀라운 상황이 펼쳐졌다. 형식적인 측면에서 부실함이 곧 내용적인 면의 조악함으로 직결됐던 것이다. 

 

① 제목부터 비문

 

잘못된 영작 일명 'Yuji'로 화제가 되고 있는 ‘온라인 운세 콘텐츠의 이용자들의 이용 만족과 불만족에 따른 회원 유지와 탈퇴에 대한 연구’ 논문. 무려 지도교수인 전승규 교수와 공동저자인데도 불구하고 제목부터가 비문이다. 

 

앞의 '의'를 빼든, 뒤의 '의'를 빼든, 조치를 취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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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논문의 첫 페이지다. 서론부터 조사, 접속사, 수식어가 엉터리다. 논문은커녕 단순한 작문 수준의 글쓰기 훈련조차 제대로 되어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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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는, 이, 가와 같은 조사가 빠진 것은 물론 의, 중과 같은 접속사 사용이 엉망진창이라 문장의 뜻을 제대로 헤아리기 어렵다. 맞지 않는 어휘사용도 수두룩이다. 

 

“덕분에 인터넷 ‘운세’ 콘텐츠는 ‘게임’ 다음으로 불티나게 팔린다”

 

“또한, 인터넷 포털 사이트나 휴대폰 모바일 콘텐츠로 제공되는 ‘운세’ 서비스가 안정적일 수익을 내는 알짜 서비스로 부상하고 있다”

 

어휘 사용, 틀렸다는 거 아니다. 다만, ‘불티나게 팔린다’, ‘알짜 서비스’와 같이 쉬운 기사나 대중의 이해를 구하는 뉴스에선 무리가 없겠으나, 논문에 쓰기엔 교수님께 욕먹을까봐 주저하게 되는 표현까지 걍 뚫고 나가는 대담함이 돋보인다(논문 2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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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기본도 안된 각주처리

 

주석(각주) 처리 또한 논문의 형식을 따르지 않았다. 출처를 알 수 없는 데이터를 나열하였거나(논문 전반에 걸쳐), 본문의 내용과 맞지 않는 주석을 달았다. 논문 270쪽 각주 5번을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본문의 내용은 시장 규모가 이미 놀라울 정도로 커졌다는 내용인데 주석은 전년도보다 성장률이 감소한 내용을 달았다. 그마저도 데이터 출처가 어딘지를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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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전혀 전문성 없는 데이터 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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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 결과 %, 오차를 표기할 때는 반드시 포인트(P)%를 표시해야 함에도 이를 단 한군데도 표기하지 않았다. (18.2% -> 18.2%p)

 

또 논문 도처에 ‘평가된다’, ‘나타난다’로 서술한 부분이 적지 않은데도, 평가의 근거가 무엇인지, 어디에서 ‘나타나고 있는지’에 대한 근거가 전혀 없다. 이를 전부 주석으로 달아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모두 누락되었다. 대담하다. 

 

이 논문은 또한 설문조사 데이터를 다루고 있는데, 설문조사의 정확한 연도만 있고 날짜가 없다. 설문조사 원본 데이터가 누락된 부분은 굳이 언급하지 않겠다. 백번 양보해 논문이 꼴랑 10쪽 조금 넘으니, 분량 상 전부 게재할 수 없었다고 이해하겠다. 

 

문제는 설문조사의 질문설계가 전혀 과학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이 논문은 어떤 가설을 세우고 있고, 어떤 가설에 대한 증명을 구하고자 함인지도 명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당연한 결과로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질문(하나마나한)으로 구성된 설문조사 결과였기 때문이다. 

 

 

④ 학문적 연구성과, 가치는 개나 주자

 

이 논문은 학문적으로 무슨 연구가치가 있는지, 연구성과는 무엇인지, 이 연구성과가 학문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지는 지를 도통 알 수 없다. 결론에는 

 

“디지털 운세 콘텐츠에 대한 다양한 연구를 통해 향후 지속성장가능한 문화 사업의 일환이 되기 위한 정부와 기업의 지원과 관심이 매우 필요한 시기”

 

라고 나와 있다. 그럼 왜 디지털 운세 콘텐츠에 대해서 정부와 기업이 특별히 관심과 지원까지 해가면서 지속성장 시켜야 하는지, 누구를 위한 정부지원과 관심이어야 하는지 설명했어야 하는데, 없다. 정부는 국민과 공익을 위하는 것이고, 국민 대다수의 안전보장과 복지향상을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 그에 기반한 투자와 관심은 당연한 의무다. 그런데 디지털 운세 콘텐츠 시장이 지속 성장이 국민 대다수의 안정보장과 공익이 무슨 관계가 있나? 대담한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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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학술지 논문 “애니타를 이용한 Wibro용 콘텐츠 개발에 관한 연구 –관상‧궁합 아바타를 개발을 중심으로-”도 마찬가지였다. 앞서 지적한 문제점이 그대로였고, 또 이 논문은 문단 시작하는 첫 문장은 한 칸 들여쓰기를 해야 하는 기본도 지키지 않았다. 대담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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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박사가 이렇게 쉽습니다?

 

양보해서 학술지 심사위원 이 논문을 꼼꼼히 심사를 하지 않았다 치자. 이때는 박사학위를 취득한 상태도 아니니, 이해해주기로 했다. 그렇다면 박사학위 논문은 어떨까? 

 

박사학위 논문은 총 5명의 심사위원(학교 내부 전공 박사학위를 지닌 심사위원 3명과 전공분야 박사학위를 가진 외부 심사위원 2인)으로부터 최소 3차례에 걸친 심사를 받아야만 한다. 그만큼 공신력이 크다. 심사의 엄정성 때문에라도 박사학위 논문은 ‘대학의 마지막 자존심’이라고 치부되기도 한다. 

 

⑤ 문제점이 총 망라된 박사학위 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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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학위 논문 “아바타를 이용한 운세 콘텐츠 개발 연구 –‘애니타’ 개발과 시장적용을 중심으로-”는 좀 다르겠지 싶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앞서 문제로 지적한 ①번부터 ④번까지의 총망라 압축판 되겠다. 

 

내용은 둘째 치고 논문으로서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편집도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 첫 문단의 첫 문장 들여쓰기가 안 된 것은 물론, 인터넷 기사 쓸 때만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편의상 사용하는 문단 중간중간 띄우기가 들어가 있다. 한 문장에 들어가는 따옴표조차 통일시키지 못해 들쭉날쭉이었다. 워드나 한글 등 문서 작성 프로그램이 손에 익긴했는지 의심스러운 수준이다. 

 

비문도 여전하고, ‘알짜 서비스’, ‘고객의 지갑을 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등 학위 논문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 표현이 거리낌 없이 나온다. 

 

영문초록에서는 자신의 영어 이름마저 오기하였다. 이전 학술지에 게재한 논문에서는 모두 ‘Kim Myungshin’으로 표기돼 있으나, 박사학위 논문에는 ‘Myoung-Shin, Kim’으로 표기돼 있다. 

 

형식 무시는 그렇다 치고 이름 표기마저 대담하다. 

 

 

⑥ 125쪽 논문에 주석이 꼴랑 30개? 북한에도 없는 논문

 

박사 논문은 참고문헌과 목차 빼고 본문만 126쪽에 달한다. 그런데 주석이 미흡하다 못해 빈약할 정도다. 주석이 30개 밖에 되지 않는다. 박사학위 논문임에도 이 정도로 주석이 없는 논문은 북한에서 나온 논문–오로지 김일성 찬양과 체제 깔대기로 귀결되는– 이후로 처음 접한다. 아니, 북한에서 나온 논문도 한 페이지당 주석 하나 정도는 있었다. 호연지기, 그 자체다. 

 

김건희 씨가 학문적 상상력이 그 누구보다 특출나서 그렇다고 한다면 할 말이 없겠으나, 그것도 아닌 것 같다. 논문 제2장 제1절 2번에서 ‘주역과 음양오행에 대한 이해’를 서술하고 있는데, 주역의 의미에 대해 마치 자신만의 이론인 양 각주 표기도 없이 설명을 해놓았다. 그런데 그마저도 완전히 틀린 이해에 바탕을 두고 있다. 

 

“주역은 언어에 대한 불신에서부터 시작되었다. ‘書不盡言 言不盡意’라고 하여 ‘글자는 말을 다 할 수 없고, 말은 뜻을 다할 수 없다’는 데에서 언어에 대한 불신을 엿볼 수 있다.” (논문 18쪽)

 

이는 완전한 오역이다. ‘書不盡言 言不盡意’은 언어에 대한 불신이 아닌, 말로 전해지는 것의 부정확함을 말하는 것이다. 말과 언어는 전혀 다른 소리,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이 장에는 주역과 음양오행에 대한 이해, 사주명리와 관상, 궁합에 대한 설명이 있다. 그런데 이 부분에 대해서도 단정적으로 설명해놓고 이게 전체 논문의 흐름에서 어떻게 연결되고, 아바타 운세 콘텐츠 개발에 내용적으로, 사상적으로 어떤 유기적 연관성을 가지고 개발되어야 하는지, 어떻게 토대를 이뤄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과 논증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물론, 대담하게, 주석도 없다.  

 

제2장에선 이론적 배경 및 선행 연구의 고찰 부분을 서술하였다. 그런데 선행 연구가 어디까지 이뤄졌고, 선행연구자는 누구이며, 그들이 이룬 연구 업적의 한계에 대한 부분이 이 논문에는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논문은 글로 논증하는 것임에도 말이다. 지도교수와 심사위원들은 어떤 부분에서 박사학위 논문으로 가치가 있다고 보고 학위를 수여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그냥 아무 말이나 써서 분량을 채우는 대담함을 평가한 것일까.  

 

마찬가지로 논문 도처에는 ‘평가된다’, ‘나타난다’, ‘보고된다’ 등등으로 끝나는 문장이 많다. 그런데 평가와 보고의 근거가 되는 게 무엇인지, 출처는 어디인지, 각주 처리가 하나도 되어 있지 않다. 수치와 데이터 표기를 해놓고 출처도 적시하지 않는다. 논문은 해당 주제에 관련해서 현재까지 나온 기존문헌을 충실히 연구하고 그에 의하여 논의를 이어나가야 하는데, 이에 대한 출처 표기가 하나도 없으니 논문이라 할 수 있는지도 의문스러울 지경이다. 

 

제3장에는 시장적용을 위한 설문조사 데이터를 사용하였다. 당연히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하기 위한 과학적이고 세분화된 질문 설계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하나마나한 질문, 하나마나한 분류가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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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51페이지 ‘1.4 관상에 대한 궁금 정도’를 묻는 항목에서 성별 차이 외에도 직업유무에 따른 구분이 있는데, 단순 직장인과 주부로만 분류하였다. 둘의 조사결과 차이는 직장인 65.8%와 주부 70.0%로 얼마 차이도 나지 않을뿐더러, 직장인 중에서도 전문직, 서비스직 등 직종별로 나눌 수 있고, 학력 차이에 따라 ‘관상’과 같은 역술에 대한 관심도를 다르게 나타낼 수 있는데, 항목의 세분화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거기다 대한민국에서 중/고등학생들에게 '대학입학'이 지상과제인 걸 누가 모르는지, “중/고생은 ‘진학’에 대한 관심이 높음을 알 수 있었다”는 굳이 설문조사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내용들로 구성돼 있다(56쪽).

 

거기다 57쪽 ‘2.5 선호어구 문항’에서는 ‘주변사람의 대화와 같이 일상적인 표현(38.3%)’, ‘일반신문기사와 같이 사실적이고 전문적인 표현(36.7%)’, ‘전문 무속인들과 같이 권위적이고 명령적인 표현(12.7%)’, ‘귀엽고 부드러우며 이모티콘 사용으로 감정이 풍부한 표현(12.3%)’와 같이 질문 예시 문항의 표현에서부터 결과를 유도할 수 있는 ‘선입견’이 다분한 표현을 사용했다. 

 

이는 여론조사나, 설문조사 문항으로 적합하지 않은 표현들이다. 정상적이고, 정밀한 결과를 기대하는 설문조사라면 이 문항은 탄핵시켜야 하는 조사문항이다. 그런데 이런 조사 문항이 한두 개가 아니고 조사결과를 다룬 이 장의 전반을 차지한다. 

 

이게 과연 박사학위를 줄 정도의 의미 있는 연구 및 조사 결과인지 의심스럽기 짝이 없다. 지도교수는 논문지도 과정에서 또 심사과정에서 어떻게 평가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14년 전의 논문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논문으로서 기본이 전혀 안 됐음은 물론, 질적인 측면에서도 한참 떨어진다. 오직 평가할 수 있는 건 호연지기뿐. 

 

 

4. 지도교수, 심사위원 모두 묵언수행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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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김건희 씨를 지도한 전승규 교수는 일부 언론에서 김씨의 논문이 당시 발표 때 가장 많은 박수를 받았고, 박사학위를 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관련 기사 링크)

 

학위논문은 카피킬러 검사 결과 40% 가까이 인터넷 블로그나, 전자신문 등 인터넷 기사를 그대로 베낀 것으로 드러났고, “온라인 쇼핑몰 소비자들의 구매 시 e-Satisfaction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대한 연구” 논문은 2002년에 발표된 타인의 석사학위 논문을 30% 이상 베낀 것으로 나타났다(영문초록의 경우 표절률이 94%에 달했다). 

 

그리고 박사학위 논문은 김건희 씨가 2004년 디지털콘텐츠 기획이사로 재직했던 ‘에이치컬쳐테크노롤지’라는 회사 대표의 사업계획서를 가져다 쓴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그리고 이미 김씨가 논문에 쓴 ‘애니타’는 개발된 콘텐츠였다는 것이다(열린민주당 김의겸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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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대학교 박사학위 논문 87페이지

 

황이 이런데도 전승규 교수는 김건희 씨의 논문이 박사학위를 받을 만한 가치가 충분한 논문이라고 생각할까. 이를 확인하고 싶어 국민대 전승규 교수 연구실로 전화를 걸어봤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고, 이메일로 구구절절 질문을 작성해 보냈으나 묵묵부답이다. 

 

다른 심사위원들도 마찬가지였다. 국민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인 이들에게 과연 이 논문이 박사학위를 받을 가치가 있는지, 어떤 연구성과가 있다고 학자적 양심으로 판단했는지, 논문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적인 형식적 요건(주석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든가, 문장표현이 학술논문에 맞지 않는다든가) 등의 질문을 적어 이메일로도 문의를 해봤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외부심사 위원으로 초빙된 교수에게도 이러한 질의서를 이메일로 보냈다. 한 심사위원은 한국예술종합학교에 교수로 재직하다 지금은 퇴직했고, 다른 한 심사위원은 여전히 한 대학의 시각디자인학과 교수이자 사회적으로도 많은 활동을 하고 있어 SNS까지 찾아 메신저로 문의하였으나 모두 답변을 받지 못했다. 

 

그리고 학위논문에 찍힌 심사위원들의 이름 필체와 도장 모양이, 다른 국민대학교 박사학위 논문에 찍힌 것들과 확연하게 차이가 나는 것에 대해서도 확인을 시도했으나 어떤 답변도 받지 못했다. 

 

 

5. 표창장은 형사처벌, 학위논문 표절은 대학의 자유?

 

- 논문 표절, 도용, 대필을 하여 학위를 받고, 그 학위로 어떤 직위나, 취업, 사업 등 기타 이익을 얻은 경우는 어떤 법에 저촉되는지

- 어떤 사업체에 근무하면서 다른 사람과 공동으로 투자해 마케팅용 연구용역 보고서를 제작하고, 그걸 공동제작한 사람에게 알리지도 않고 자신의 박사학위 논문으로 제출해 학위를 받은 경우에 저촉되는 법이 있는지

- 지도교수가 학생논문이 자신의 온전한 저작물이 아니고 표절이나 도용인 경우를 알면서도 묵인하고 학위를 수여한 경우 또는 다른 심사위원들을 설득해(공모해) 학위를 수여한 경우 

- 또는 이 과정에서 어떤 대가를 받고 학위를 수여한 경우 처벌할 근거가 있는지 

 

네 가지에 대해 법조실무 관계자와 여러 전문가들에게 문의해 보았다. 

 

물론 전직 검찰총장이자 30년 가까이 검사로 근무했던 김건희 씨의 남편 윤석열은 자신의 아내 학위 논문 표절 의혹에 대해 “대학의 자율적인 학술적 판단”의 문제라며 또 자신의 아내는 “새벽까지 공부한다”고 적극옹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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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의 입장은 지난 조국 교수의 아내인 정경심 교수의 딸 표창장 의혹에 대한 태도와 아주 상반된다. 조국 교수의 딸은 표창장을 통해 대학이나 대학원 진학 등에서 이익을 얻었다면서 사문서위조, 대학에 대한 업무방해 및 사기죄 등을 적용해 70여 군데를 압수수색하고 징역 7년을 구형하는 단호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를 ‘윤로남불’이라고 부른다.

 

어쨌든 전문가들은 표절로 학위를 받았더라도, 학위를 수여하는 것 자체는 학위논문 심사나 성적 부여 등과 같은 부분에 대해서는 교수들에게 행정재량이 있기 때문에 대학의 자율에 맡겨져야 하는 부분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그리고 학위 자체가 부정하게 수여됐다고 사후에 평가됐다 하더라도 학위 수여 당시에는 아무도 문제 삼지 않았을 경우, 개떡 같은 학위를 통해 이권을 취득했다 하더라도 이권을 준 사업체 측에 대한 업무방해, 사기죄 등의 범죄가 성립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공동저작권자는 저작물 전부를 자기의 권리로서 ‘행사(인용, 사용)’할 수 있고, 판권 배분, 이익 배분은 저작권자들이 합의해야 하지만, 학술적 활용은 저작권법상 누가 하더라도 처벌하기 애매하다. 때문에 교수에게 혹여라도 뇌물이나 어떤 대가를 주고 학위를 취득했다 하더라도 불법이나 처벌대상이 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였다.

 

결론은 조국 장관의 딸에게 부여한 표창장에 대한 검찰의 대대적인 압수수색에 이은 정경심 교수에 대한 징역 7년 구형도 전형적인 ‘윤로남불’ 사례라는 것이다.  

 

 

6. 석사학위 논문은 어떻게 작성했나?

 

김건희 씨의 학위 논문 표절 및 부적절한 학위 수여 문제에 대한 형사처벌은 못한다 치더라도 또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다. 현재 표절이거나 문제로 밝혀진 논문은 모두 박사과정 중에 학술지에 게재한 논문이거나 박사학위 논문이었다. 그렇다면 석사학위 논문은? 

 

그는 자신이 공동번역에 참여해 출판한 <디지털미디어 스토리텔링>이라는 책에서 저자 소개에 ‘숙명여자대학교 대학원 미술학과를 거쳤다’고 소개했다.

 

그런데 숙명여자대학교에는 미술학 석사과정이 없다. 숙대가 1906년 개교해 벌써 115년이 지났으니 그 사이 학제가 개편됐을 수 있고, 과의 명칭이 변경되었을 수도 있다. 도서관에서 김명신의 석사학위 논문을 검색해보니, 미술학 석사학위 논문은 없고 교육대학원의 미술교육 전공으로 김명신이라는 이름의 석사학위 논문이 세 편 있었다. 1999년에 제출된 “Paul Klee 회화의 특성에 관한 연구”, 2003년 제출된 “미술감상을 통한 미술치료의 연구 – 정신지체아의 집단미술치료 사례연구를 중심으로”, 2006년에 제출된 “창의적 미술교육과 영어 교과와의 통합교육 방안의 연구 : 영어전문유치원 미술교육을 중심으로”.

 

그런데 김건희 씨가 국민대에서 박사학위 논문을 제출한 게 2007년이다. 박사과정 수료까지는 최소 2년이 걸리므로 2006년 숙대에 제출된 석사학위 논문 “창의적 미술교육과 영어 교과와의 통합교육 방안의 연구: 영어전문유치원 미술교육을 중심으로”는 본인의 논문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1999년에 제출된 “Paul Klee 회화의 특성에 관한 연구”나 2003년 제출된 “미술감상을 통한 미술치료의 연구 – 정신지체아의 집단 미술치료 사례연구를 중심으로” 중 하나가 김건희 씨의 논문일 확률이 높다.

 

그래서 두 개의 논문은 어떤 수준인지 살펴보았다. 박사학위 논문을 살펴보면 도저히 석사학위를 취득할만한 수준이라고 볼 수 없었기 때문에 어떻게 석사학위를 취득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두 논문 다 박사학위 논문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논문의 형식을 훌륭하게 갖추었을 뿐만 아니라 연구의 목적과 가설, 연구성과가 무엇인지 뚜렷했다. 학위논문 쓰는 능력이 퇴보를 넘어서서 아예 사라지지 않는 이상 석사학위 논문을 이 정도로 구색을 갖춰 쓰고 박사학위 논문을 저 정도로 엉망으로 썼다고는 상식적으로 판단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아예 다른 사람이 썼다면 모를까. 

 

모든 걸 다방면으로 살펴본 결과 결론은 그거다. 김건희 씨 학위논문은 모든 게 더할 나위 없이 대담하고, 그의 남편인 윤석열의 옹호는 이보다 더 대담하기 힘들 지경이다. 

 

대학의 자율, 학문의 자유를 아주 원 없이 방만하게 누린 이 호연지기에 경의를 표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