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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무기는 몇 개?

 

북한의 핵무기는 과연 몇 발 있을까? 6차례 핵실험을 한 북한이 가지고 있는 핵무기 수량은 초미의 관심사 중 하나다.

 

“핵 폭탄 있으면 끝 아닌가? 숫자가 그렇게 중요한가? 서울에 한 발 떨어지면 다 끝장 아닌가?”

 

라고 단순히 생각할 수 있는데, 그게 그렇게 간단치가 않다. 핵무기 숫자가 많아지면, 옵션이 늘어난다. 최근까지 나온 예상을 종합해 보면 북한은 현재 100여 발의 핵탄두를 보유한 걸로 추정하고 있다. 그리고 매년 적게는 12발, 많게는 18발씩 꾸준히 핵무기를 늘려가고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숫자가 적은 경우에는 서울과 수도권을 인질로 잡고 핵협박을 할 수 있다. 인구의 50%, 대한민국 경제력의 70%가 밀집돼 있는 수도권 타격은 한국에겐 절망적인 상황이다. 이게 아니라면, 대한민국 전역에 60~70발의 핵탄두를 떨어뜨려 전면전 양상으로 갈 수도 있다. 오키나와 같은 일본의 미군 기지를 타격할 수도 있다. 옵션은 다양하다.

 

여기서 생각해 봐야 할 게 북한이 내놓을 수밖에 없는 게 핵밖에 없다는 거다. 군사적으로 한국과 미국, 일본에 대응할 만한 카드가 없다. 기름이 부족해 전투기를 띄우지 못하는 게 북한이다. 경제제재 속에서 제대로 군대를 유지하는 것도 힘들어한다. 그런 그들에게 유일하게 믿을 건 핵무기뿐이다. 헌법에다 명시해 놓고, 핵으로 모든 걸 끝내겠다며 핵을 자랑하는 건, 역으로 말한다면 핵밖에 가진 게 없다는 걸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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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 개수는 왜 중요한가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기습적인 선제공격과 북한 체제를 무너뜨리기 위한 ‘참수작전’이다. 이 때문에 북한은 몇 번이나 자신들에 대한 기습공격이나 참수작전이 들어온다면, 전면적인 핵 선제공격을 하겠다고 대외적으로 몇 번이나 천명했었다.

 

“우리한테 기습을 걸거나, 우리 지도부에 대한 참수작전을 펼치면... 우리는 전면적인 핵 공격을 할 거다!!”

 

외무성 명의로 이런 성명을 발표했다는 건, 그들이 기습공격이나 참수작전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다. 또한 그들이 내놓을 수 없는 카드가 핵밖에 없다는 걸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기습 공격에 대한 대응으로,

 

“우리 건들면 핵무기를 발사할 거다!”

 

라고 말하는 게 정상적인 모습은 아니다. 재래식 전력에 의한 보복작전이나 외교적 협상 같은 건 아예 거론의 대상이 아니다. 북한은 핵 말고는 내놓을 무기가 없는 거였다. 여기서 생각해 봐야 하는 게 핵무기의 숫자이다. 핵무기의 숫자가 적다면, 어떻게 될까?

 

“미국이 작정하고, 핵무기를 제거한 다음에 전면적인 공격을 한다면?”

 

이라는 불안감이 들지 않을까? 수 천 발 단위의 전략 핵무기를 가지고 서로를 노려봤던 냉전시절에도 미국과 소련은 기습적으로 핵무기를 쏘아 올리면 적을 압살할 수 있을 거란 유혹과 끊임없이 싸워야 했다. 냉전 시절 인류를 지킨 건 MAD(Mutual Assured Destruction : 상호 확증 파괴)전략. 즉, 네가 쏘면 나도 쏘고, 그럼 같이 얼싸안고 죽는다는 미친 전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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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를 산처럼 쌓아놓고 있음에도 서로에 대한 기습을 걱정했던 시절. 하물며 북한이 느끼는 압박감은 어떠할까?

 

“핵무기 숫자가 손에 꼽을 정도면... 미국이 작정하고 밀고 들어올 수 있다!”

 

이런 불안감 속에서 북한은 미친 듯이 핵전력을 늘려나가고 있는 거다. 하긴, 다른 재래식 전력에 투자할 여력도 되지 않는다.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가성비 좋은 핵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수밖에 없다.

 

여기서 다시 등장하는 게 SLBM(Submarine Launched Ballistic Missile)이다.

 

핵무기에서 중요한 기술 

 

툭 까놓고 말해서 2015년 즈음, 북한이 SLBM을 만든다고 했을 때, 그 얼마 뒤 실전 배치를 한다고 할 당시, 코웃음을 쳤다. SLBM을 만들만한 기술력이 북한에겐 없을 거란 판단이었다. 노력한다 해도 최소한 몇 년은 걸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북한은 어찌어찌 북극성을 쏘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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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기술력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깔보는 경향이 있다. 당장 식량이 부족해 굶어죽는 사람이 속출하는 나라에서 세상을 위협하는 기술이 있겠냐는 거다. 이 부분은 달리 생각해야 하는 게 핵폭탄 기술은 70여 년 전 기술이고, 90% 이상이 공개돼 있는 기술이란 점이다.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2010년이 넘어가면서부터 기술 개발 단계란 게 무의미하게 됐다는 거다. 우리나라의 예를 들어보자. 한국이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로 선진국을 쫓아갈 수 있었던 건 선진국들의 기술을 들여와 빠르게 습득, 싼 가격으로 시장에 치고 들어갔기 때문이다.

 

CNC(computer numerical control) 가공 기술이란 게 있다. 컴퓨터 프로세서를 내장한 기계가 부품을 정밀하게 깎아내는 거라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거다(아마 흔히들 들어봤을 거다). 이 기술을 처음 개발한 건 미국이다(최첨단 기술의 모태가 되는 게 원래는 군사 분야인 경우가 많은 것처럼 CNC도 원래는 군사용으로 개발됐던 기술이다).

 

처음 CNC 머신을 개발한 건 미국 MIT 대학이다. 6.25 전쟁이 한참 진행 중이던 1952년에 미국에서는 수치제어 기계를 만들고 있었던 거다. 그 뒤를 쫓은 게 일본이고, 한국은 미국이 개발한 뒤 20년이 흐른 1977년이 돼서야 CNC에 대해 눈을 뜨게 된다.

 

이건 산업적으로도 중요하지만, 군사 분야에서도 엄청나게 중요하다. 컴퓨터로 수치제어를 한다는 건 부품을 정밀하게 깎아낸다는 의미이고, 이런 기술은 유체역학적 부품을 찍어내는 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기술이다(핵무기를 만들 때도 필요한 기술이다. 핵무기 위력을 증강시키기 위한 정밀가공을 위해서는 꼭 필요했다). 이 때문에 CNC 기술은 대(對) 공산권 수출통제위원회협정(COCOM)에 의해 공산권에 수출이 금지된 품목이었다.

 

소련은 기를 쓰고 이 CNC 기술을 확보하려 애썼다. 그렇게 해서 타켓이 된 게 일본의 ‘도시바’였다. 도시바는 알면서 팔았는지, 아니면 모르는 척하고 팔았는지 모르지만 냉전이 한창이던 1980년대 초반 CNC 공작기계를 소련에 팔아넘겼다(이걸 나중에 확인한 미국이 길길이 날뛰고, 도시바에 대한 제재법안을 만들고 난리도 아니었다).

 

정밀 군사 무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CNC 기술은 필수이다. 문제는 북한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엄혹한 경제 제재와 고립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게 북한이다. 이런 북한에서 CNC 기술이 있을까? 있다!

 

이 노래를 한 번 들어보기 바란다. 2009년 북한이 CNC 기술을 확보한 걸 기념해 만든 노래다.

 

https://youtu.be/NYus8yfBhCg

 

북한이 의외로 잘하는 것   

 

이게 그들의 노력으로 자체 개발했다고는 말 못 하겠다.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중요한 기술이긴 하지만, 2010년 대가 되면 이 기술은 흔한 기술이 됐다. 개발된 지 반세기가 훌쩍 넘어가는 기술이다. 마음만 먹는다면 기술을 도입하는 게 불가능하지 않다는 거다. 하다못해 중국 기술을 들여와도 된다. 80년대만 하더라도 엄청난 첩보전을 통해서야만 겨우 맛볼 수 있었던 기술인데 지금은 어쨌든 구할 수 있다는 거다. 워낙 오래된 기술이다 보니 관련 자료도 많다. 물론, 기술의 숙련도나 정교함은 둘째 문제이고, 우선 기술을 확보했다는데 의의를 둘 수 있다.

 

북한도 핵보유국이기에 CNC 기술에 대해선 절박했을 거다. 핵무기의 성능을 끌어올리려면 CNC 기술이 필수였다. 이 때문에 노래를 만들 정도로 좋아했던 거다.

 

북한의 기술력이 특이한 게, 필요하다면 여타의 제반 기술력이나 시설이 없음에도 미친 듯이 달려들어 일정 수준 이상의 능력을 확보한다는 거다. 대부분 핵이나 군사기술에 한정돼 있지만, 어쨌든 기술이 있다. 이미 다른 선진국들이 반세기 전에 개발했고, 다른 나라에서는 상용화를 넘어서 슬슬 대체기술이 나오는 상황인 기술이라도 북한에게는 아직 쓸만하다는 거다. 공개된 지 오래됐기에 자료 습득도 쉽고, 마음만 먹으면 어떻게든 확보가 가능하다는 말이다. 이러다 보니 중간단계를 생략하고 기술을 가져와 어쨌든 우격다짐으로 기술을 확보하는 경우가 많다. 거기다 인터넷의 발달도 한몫 거들고 있다.

 

이렇게 장황하게 북한의 기술력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북한의 기술력을 무시할 수만은 없다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다.

 

북한은 자신들 체제 유지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핵무기 개발에 있어서는 물불 안 가리고 덤벼들었다는 거다. 그 결과가 지금 그들의 핵전력이고 말이다.

 

다음편에선 북한의 SLBM과 함께 계속 이야기를 이어나가 보겠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