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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프랑스, 화가 풀린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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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커스 사태(?!)가 터지고 프랑스는 외교 관례상 쉽게 쓸 수 없는 날선 단어들을 쏟아냈다. '등 뒤에 칼을 꽂았다(정확하게는 “동맹 등에 칼을 꽂는 행위이다.”라고 말했다)'는 말이 난무했다.

 

미국 주재 프랑스 대사가 소환되면서 미국과 프랑스 관계가 경색 국면까지 간 걸로 보였으나, 바이든이 마크롱한테 전화를 걸면서 분위기는 진정되었다.

 

“야, 지금 우리끼리 이러면 내 모양새가 뭐가 되냐? 좀 봐줘, 응?”

 

본국으로 소환됐던 프랑스 대사가 다시 미국으로 돌아갔다. 자, 여기서 프랑스의 손익계산을 확인해야 한다. 당연히 프랑스가 손해를 봤다. 실질적으로도, 명분으로도 말이다. 당장 77조 잠수함 사업이 날아갔으니 말이다.

 

(사실 날아갈 조짐은 예전부터 있었다. 계약하기로 양국이 합의한 게 2016년이었는데, 호주에게 납품할 잠수함 시안이 나온 게 2018년, 본 계약이 체결된 게 2019년이다. 5천톤급 디젤 잠수함을 뽑느니 핵잠수함 뽑는 게 더 낫다는 소리가 계속해서 나왔고, 미국은 본 계약 체결 전부터 “호주야 잘 생각해 봐. 프랑스 물건 사서 잘 된 애들 못 봤다.”면서 분위기를 솔솔 몰아갔다)

 

프랑스가 이 사업을 위해 때려 박은 돈이 약 8억 4천만 유로 정도 되는데, 여기에 위약금까지 더하면 1조 넘는 돈을 받아 챙길 거 같다. 77조를 생각하면 작으면 작다 하겠지만, 어쩌겠는가? 이미 엎질러진 물인데...

 

문제는 지금부터다. 이번 오커스 사태(?!)로 유럽 안의 분위기도 흉흉해지기 시작했다.

 

트럼프 시절 미국은 유럽을 거의 개쓰레기 취급했다.

 

“네들 진짜 너무 하는 거 아니냐? 돈도 많은 것들이 안보 무임승차하구 말야. 있는 것들이 더하다고 하더니만... 더러워서 못하겠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는 NATO에 부정적인 시선을 보냈다. 여기에 영국이 EU를 탈퇴하면서 유럽은 독일과 프랑스가 손을 잡고 이끌어 가게 됐다. 경제는 독일을 주축으로 움직이고, 국방은 ‘유일한’ 핵보유국인 프랑스가 맡는 모양새였다.

 

“영국이 떠난 유럽에서 핵을 가진 나라는 프랑스뿐이다. 우린 핵 항공모함도 있다구! 우리 한 번 믿어봐!”

 

이런 상황에서 프랑스를 미덥잖은 눈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많았다. 특히나 동유럽은 그 정도가 심했다.

 

“아니, 푸틴이랑 맞짱 뜰라면 양키 정도 돼야 하는 거 아냐? 프랑스 애들이 아무리 날고 기어도 푸틴이랑 어떻게 붙어?”

“저번에 보니까 푸틴한테 무기 팔아 먹을라 하더라.”

“프랑스 놈들 무기 팔아먹을 데가 없어도 글치, 러시아한테 무기를 팔려고 해? 미친 거 아냐?”

“다시 생각해도 어이가 없네. 전쟁 나면 치고 받고 싸울 상대한테 무기를 팔려고 했다고? 그것도 항공모함을? 이 미친놈들!”

 

러시아가 2010년 2월 프랑스로부터 강습상륙함 2척(미스트랄급)을 사기로 계약을 맺었다. 헬기를 싣는 상륙함인데, 나름 쓸만 해보이는 녀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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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트랄급

 

그런데, 우크라이나 사태가 터지고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러시아한테 무기를 팔면 우리 모양새가 좀 글치?”

“좀 그런 게 아니라 아주 많이 그렇지...”

“러시아 놈들 뭐가 그리 급해서...”

“일 더 커지기 전에 이거 수습하자.”

 

이렇게 프랑스는 러시아에게 환불을 했다(10억 달러 상당).

 

“공급자 사정으로 헬기 탑재 강습상륙함을 보낼 수 없게 됐습니다.”

“아니, 결제 했다니까!”

“이게 공급에 차질이 있어서...”

“배 있는 거 다 알아! 내놔!”

“주문이 취소됐습니다. 결제계좌로 물품대금은 환불했으니까...”

“아니, 내 배 내놓으라고!!!”

 

러시아에게 팔려던 배는 이집트가 냉큼 사갔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프랑스를 바라보는 동유럽 쪽 국가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그런데 바이든이 외치기 시작했다.

 

“미국이 돌아왔다! 우리의 동맹 관계가 다시 회복될 거다!”

 

트럼프 시절에 치고 올라왔던 프랑스의 위치가 흔들리기 시작했고, 여기에 오커스까지 터졌다.

 

 

1. 중국, 프랑스에게로

 

중국은 유럽에 목을 매달아야 했다. 트럼프 집권 4년의 암흑기(?!) 동안 자유세계의 지도자라는 아이콘으로 부각된 이가 독일의 메르켈이었다.

 

“지도자의 품격, 리더쉽, 상징성을 트럼프에게 기대하긴 좀 그렇지?”

 

메르켈은 중국에 대해 우호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문제는 그 메르켈이 조만간 총리 자리에서 물러날(쫓겨나게) 거란 거다. 16년 간 장기집권한 총리였지만, 이번 선거에서(9월 26일 독일 연방하원 선거) 대패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유럽의 새 파트너를 찾아야 했고, 때마침 프랑스가 미국의 뒤통수를 맞았다.

 

중국이 프랑스에게 러브콜을 보내기 시작했다.

 

“오커스는 우리 중국을 겨냥한 ‘엿 같은’ 짓이다. 네들 말로는 핵확산 금지 어쩌고 하면서 멋있는 척 다하드만, 뒤에서 핵추진 잠수함 기술 이전하고... 아니, 뒤도 아니지. 이건 아예 대놓고 기술 준다고 하는 거잖아? NPT 다 뭐냐? 이런 상황에서는 중국과 프랑스가 손잡고 미국의 독주를 막는 게 세계를 위하는 길이야. 안 그래, 프랑스?”

 

중국은 오커스 사태(?!)가 터지자마자 프랑스에 적극적인 애정공세를 보지만, 프랑스 입장에서 중국에 섣불리 붙을 순 없을 거다.

 

이런 표현이 맞을지 모르겠지만, 미국에게 프랑스는 ‘계륵’과도 같은 존재다. 먹기도 애매하고, 그렇다고 버리자니 애매하다(이건 어디까지나 수사적인 표현이다. 미국이 프랑스를 버린다는 의미가 아니다!).

 

미국이 바라보는 프랑스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 하나 있었다. 바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파이브 아이즈(Five Eyes)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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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브 아이즈에 대해서는 음모론적 시각도 많고,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 이후에는 부정적인 시선도 많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영국, 미국, 캐나다, 뉴질랜드, 호주의 정보동맹이다. 혹자들은,

 

“앵글로색슨들이 다해 먹는 것”

“영어 쓰는 영국 출신들끼리 해 먹는 것.”

“기독교 애들끼리 뭉쳐서 노는 곳.”

 

등등의 이야기를 하는데(파이브 아이즈에 대해서는 언제 한 번 제대로 다뤄보겠다), 핵심은 2차대전 때부터 시작된 정보동맹이다. 이들 다섯 나라가 합심해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고 공유하고 있다. 물론, 다섯 나라가 다 똘똘 뭉쳐서 한마음 한 뜻으로 도감청을 하는 건 아니다(에셜론을 가지고 전 세계를 다 감청한다고 하지만, 다섯 나라가 다 똑같은 마음은 아니다). 언제나 뉴질랜드가 문제다. 뉴질랜드는 은근히 미국에게 야지를 놓고, 미국은 이 뉴질랜드를 대체하거나 뉴질랜드의 역할을 보완해 줄 파트너를 고민하고 있다.

 

“쟤네 군사력도 별로 안 되는데...”

“호주랑 1+1으로 붙어 있어서 같이 껴줬더니만, 애들이 은근히 삐딱선이야.”

“그러게, 이것들 너무 지멋대론데?”

 

미국은 뉴질랜드를 대체할 새로운 파트너에 목 말라 있다. 특히나 태평양 지역에서 활약할 만한 국가로 말이다.

 

(미국의 1급 동맹, 혈맹이라고 믿는 게 이 파이브 아이즈의 국가들인데, 이들의 생각은 미묘하게 다르다. 뉴질랜드가 돌출행동을 해서 그렇지 각각 저마다의 생각이 있다. 이번 오커스 결성만 봐도 캐나다는 결성 소식을 언론을 통해서 알 정도였다. 미국은 파이브 아이즈를 정보동맹으로 만들고 이 안에 있는 국가들을 모아서 군사동맹까지 만들어 중국과 제대로 한 판 붙으려고 하는 건지, 아니면 파이브 아이즈와 별개로 오커스를 만들어 행동대장들은 따로 구성하려 하는 건지 아직 알 수는 없다. 그럼에도 파이브 아이즈와 오커스를 따로 떼놓고 이야기 할 수는 없다는 건 확실하다)

 

각설하고, 이 파이브 아이즈의 새로운 멤버 영입을 위해 미국이 움직인 적이 있다. 2009년 오바마 대통령이 프랑스의 사르코지에게 전화를 한 통 넣었다.

 

“사르코지, 너 우리랑 같이 파이브 아이즈 할래?”

“그거 앵글로 색슨족들만 들어갈 수 있는 거 아니었어?”

“에이, 난 앵글로 색슨 족도 아닌데 미국 대통령 하잖아. 이게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거고, 너도 들어와. 너니까 특별히 영입 제안 하는 거야. 그래도 유럽에서는 너네가 먹어주잖아.”

“그렇긴 하지.”

 

미국이 프랑스에 영입제안을 넣은 거다. 만약 프랑스가 들어갔다면, 파이브 아이즈는 ‘여섯 눈’이 됐을 거다.

 

(유럽의 정보 연합체는 따로 있다. 기존의 파이브 아이즈에 9개 나라, 그러니까 프랑스, 덴마크, 네덜란드, 노르웨이, 독일, 벨기에, 이탈리아, 스웨덴, 스페인 등등을 묶어서 ‘14개의 눈’이라는 정보동맹을 운영하고 있다. 이 ‘14개의 눈’에서 일진을 먹고 있는 프랑스에게 미국이 영입제안을 넣은 거다)

 

다만 사르코지가 너무 세게 불렀다.

 

“영입제안 해준 거 고마운데, 나도 조건 하나 걸자.”

“조건?”

“FA 영입하려면, 연봉부터 맞춰봐야 할 거 아냐.”

“그래서 조건이 뭔데?”

“너네 다섯 나라들이 누리는 권리를 나도 누리게 해줘. 정보에 대한 접근이나, 기존 정보를 열람하거나...”

“꺼져”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미국이 프랑스를 바라보는 시선을 말하기 위해서다. 프랑스는 미국에 있어서 준1급 동맹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랑스를 거절했다.

 

(이 이야기의 핵심은 파이브 아이즈에 한국, 일본, 인도, 독일을 넣어서 ‘아홉눈’을 만들어 보겠다는 계획을 고민하는 미국이 새로 들어올 수 있는 네 나라를 어떻게 대우할지를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는 거다. 이건 영입제안도 아니고, ‘그러면 어떨까?’를 미국 의회에서 검토하는 거다. 괜히 설레발치고 그러지 말자)

 

프랑스로서는 짜증이 났을 테고, 중국은 화를 삭혀야 하는 상황이다. 그 전에는 그래도 안 보이는 척, 가리는 척이라도 했는데 이제는 정말 대놓고 ‘對중국 포위망’을 만들고 있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