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일본의 새 총리 기시다가 소신표명 연설을 했다. 경제대책에 관해서 '성장과 분배'라는 아주 그럴듯한 말을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성장과 분배가 선순환하는 '새로운 자본주의' 실현을 지향한다"
'새로운 자본주의'라니, 지금까지 없었던 자본주의인가? '성장과 분배가 선순환'하는 것도 참 좋은 말이지만, 실현 가능한 구체적인 내용이 없으면 그저 말장난이나 뜬구름 잡는 것이나 다름 없다.
다양성은 어디갔나
일본 언론은 계속 기시다 총리와 그 내각에 대한 뉴스를 보도하고 있다. 칭찬하는 기사가 있는가 하면 기가 막히는 내용도 있다.
우선 기시다 총리를 '프린스'라고 칭한다. 아베 총리에게도 '프린스'라고 하지 않았는데 기시다는 '프린스'라고 부른다. 일본 사회가 초고령화이기에 비교적 젊은 기시다 총리를 '프린스'라고 부를 수 있는 걸까. 그렇다면 '킹'이 있어야 하는데, '킹'이 아베는 아니고, 아소라는 말이 들려온다. 아베는 '상왕'과 같은 느낌이지만 '킹'이라고는 불리지는 않는다. 어떻게 집안 세력구조로 '킹'이 정해지는 모양이다. 홍길동도 아니고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부르지 못하나?
기시다 내각
따끈따끈한 기시다 내각에 "뇌물 수수와 정치'에 관련한 의혹이 있는 인물이 9명이나 있다. 젊은 여성을 장관으로 발탁했다고 해서 화제였던 디지털 담당상이 된 마키시마는 과거 NTT로부터 호화 식사를 2번 접대받은 의혹이 있다. 젊거나 나이를 먹었거나 상관없이 자민당 체질이라는 걸 알겠다.
기시다 총리는 3명의 여성 각료를 기용했다고 해서 '다양성'이라는 말을 했다. 내각 각료를 보면 그런 말을 할 수가 없다. 여성은 1/7로 단지 3명의 각료가 있을 뿐이다. 일본 정부는 젠더 밸런스를 의식해서 기업에 대해서도 관리직에 여성 30%를 고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건 유엔의 30년 전에 목표이기도 하다. 일본 정부의 목표 자체가 국제적으로는 30년이나 늦었지만, 그 목표도 달성할 리 없다. 아니, 목표 달성에 관심도 없을 것이다. 그러니 기시다 정권에서는 '다양성'이라는 말을 써가면서 자랑한 것이 이 정도일 수밖에.
고위직에는 여성이 적어도 그 밑에는 더 많지 않을까? 아니다. 내각 부장관과 정무관이 모여서 찍은 사진을 보면 총 31명 중 여성은 딱 1명, 외무 부장관 뿐이다. 이게 '혼네(진짜 속내)'다. 기시다 내각에서 젠더 밸런스를 의식할 리 없다. 그가 스승처럼 받들고 있는 아소나 아베, 아마리도 '마초' 성향이 대단히 강하다. 자민당이 그렇고 일본 사회가 그런 성향이기에 당연한 건지도 모른다.
돈 뿌리기 정책?
기시다 내각에서는 다른 정권처럼 발족을 축하하는 의미의 지지율이 보이지 않는다. 아사히신문의 지지율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년 간 지지율이 가장 낮았던 건 아소 내각(48%)인데, 기시다 내각은 그보다 더 낮은 45%였다. NHK의 여론조사에서는 기시다 내각에 대한 지지율이 49%이었다.
여기에는 자민당의 흑막, 3A(아베, 아소, 아마리)의 영향력이 너무 노골적이라는 문제가 있다. 자민당은 예상보다 낮은 지지율에 파랗게 질려있다. 선거가 코앞이기 때문이다. 너무나 당연하지 않을까? 당원들에게 가장 지지를 많이 받았던 고노는 보복을 위해 창고 구석에 밀어 넣었다. 당원과 국민을 의식하면 그렇게 하면 안 됐다. 일반적으로 화제성이 높은 이슈와 여론조사를 통해서 보이는 건 다르다. 이번 중의원 선거에 많은 사람들이 투표하러 나가서 소신 있게 투표하길 바란다.
선거를 앞둔 자민당은 급한지 '돈을 뿌린다'는 말을 막 한다. 기시다 총리도 '여성, 비정규직, 학생'에게 현금을 지급한다고 언급했다. 문제는 이런 말이 급해서 막 던지는 걸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명당도 중의원 선거 공약으로 18세 이하에게 10만 엔 지급을 내세웠다.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현금이나 포인트를 주며, 신 Go To 캠페인도 만든다고 한다. 여기에 마이넘버 카드를 가진 사람에게 포인트를 몇 만 엔 준다는 얘기도 있다. 민간회사의 카드 끼워 팔기 캠페인인가? 이런 식으로 해서 마이넘버 카드 발급을 늘려서 좋은 일이 뭘까?
이에 대해 재무성 사무차관이 '돈 뿌리기 경쟁'을 비판하는 글을 기고했다.
야노 사무차관이 문예춘추 11월호에 중의원 선거와 자민당 총재선에 관련한 정책 논쟁을 '선심성 경쟁 같다'라고 비판하며 재정재건이 긴급과제라고 호소했다. 현직 차관이 이런 의견을 내는 건 이례적이다.
사고가 속출하는 일본
요새 일본에서는 각종 사고가 많이 나고 있다. 지진 같은 자연재해로 인한 것도 있지만 인프라의 노후로 사고가 나는 경우도 있다. 와카야마에서 송수관이 연결된 다리가 붕괴돼서 해당 지역이 단수가 되었다가 일주일 만에 물이 공급되었다. 붕괴한 다리를 보수하는 건 내년이 될 예정이다.
10일 오후 1시엔 JR 와라비 변전소에 화재가 발생해서 정전이 되었다. 그 영향으로 운행을 정지하거나, 지연이 속출하는 등 차질이 많았다. 사실 동경에서 전철에서 자살사고를 비롯한 각종 사고로 전철 운행이 지연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상이다. 일상적이라 기사가 되는 일도 거의 없다. 요즘은 코로나 감염 방지 대책에 협력하지 않는 사람 때문에 운행이 지연되는 사태도 벌어지고 있는 모양이다. 출근하거나 학교에 가는 동안 그런 사고가 생기지 않고 무사하길 바라면서 가야 한다.
같은 날인 10일, 효고현 유원지에선 5층 입체 미로 시설의 3층 바닥이 빠져서 2층으로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중경상을 입은 사람은 6명으로, 같은 시설에서 95년에도 대형 유구에서 아이가 떨어져서 사망한 사고가 있었다. 같은 곳은 아니지만 일본에선 유명 유원지 사고도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요새 일본 여기저기서 연일 지진이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언론을 보면 지진 피해에 대한 것을 잘 볼 수가 없다. 7일에는 5.9라는 큰 지진이 있었다. 그러나 지진이 끝나고 밤늦게 본 기사는 '지진 피해가 거의 없다'는 식이었다. 이상했다. 그 때는 일이 느린 일본에서 아직 피해상황을 파악할 수 없는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다음날 피해 상황을 파악 중이며, 지진으로 전철이나 신칸센이 멈추고 난리가 아니었다고 전한다. 실제로 내가 사는 곳이 진도 4강이었는데 바로 밑에서 강하게 흔들리는 느낌을 받았다. 진원지에 가까운 지역에서는 적지 않은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지진으로 도네리 라이너라는 전철이 탈선하는 사고가 있었다고 한다. 탈선한 전철을 철거하는 등 작업에 시간이 걸려서 출근으로 붐비는 시간에는 운행하는 전철이 1할 정도 줄어들 예정이다. 같은 회사 전철이어도 같은 노선이 아니면 영향이 없는 건가? 동경은 같은 전철이라도 구간에 따라 부르는 이름이 다르기도 해서 복잡하다.
이 5.9 지진으로 수도권 여기저기에서 노후 수도관이 파열되는 일이 일어났다. JR야마노테선이 운행정지되어 13만 명에게 영향을 미쳤다. 밤늦은 시간에 전철이 멈춰서 집에 가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았던 모양이다. 시나가와역은 밤 12시 넘어까지 정전이었다고 한다. 수도권 일부 역에서는 역에 사람들이 몰려 입장 제한을 했고, 사람들이 몇 백 미터나 줄을 서있었다.
그런데 왜 지진이 나서 얼마 되지 않아 피해가 거의 없다고 뉴스가 나왔을까? 정말 이상하다. 자연재해 피해나 좋지 않은 뉴스를 피하고 싶은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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