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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현실은 불리하다 

안철수가 철수했다. 지난 2월 27일 울산 유세에서 “주술에 씐 듯 정권교체만 되면 다 될 거라 착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그렇지 않다”, “최소한 어떤 머리를 빌릴 것인지는 아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 “정말 답답한 일은, 윤 후보가 자격이 없다는 걸 다 아는데도, 상대방은 떨어뜨려야 한다는 것 때문에, 무능한 걸 알면서도 그를 뽑는다는 것”이라 핏대를 올렸던 그 안철수가 윤석열과 손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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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도는 명확하다. 그리고 이재명에게 주어진 현실은 불리하다. 

 

첫째, 정권교체 여론이 과반을 넘는다.

둘째, 서울과 충청에서 밀리고 있다.

셋째, 2030 여성보다 2030 남성의 결집도가 강하다.

 

여기에 단일화까지 됐으니, ‘해보나 마나’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무리가 아니겠다.

 

이쯤에서 우리, 팬티에 손을 넣어 엉덩이를 긁으면서 차분히 생각해 보자.

 

우리는 과연 이재명의 당선을 바라는가. 그렇다면, 왜 이재명의 당선을 바라는가. 단순히 김대중-노무현-문재인을 잇는, 민주당이 내세운 후보라서인가. 우리는 대체 왜, 누구를 위해, 어느 후보를 지지하는가.

 

당신이 아침에 일어나 화장실 변기에 앉아 똥을 싼다. 이 단순하고 별 것 아닌 행위에도 정치적 함의가 가득 담겨 있다. 우선 당신이 자고 일어난 그 방, 그 집은 정부의 주거정책에 좌우된다. 당신이 먹은 음식은 생산부터 유통, 그리고 물가와 품질까지 모두 정책 결정의 산물이다. 자고 일어나 똥을 싸고 나서 내리는 물과 쓰는 두루마리 휴지는 환경정책이 관여한다. 당신이 먹고, 싸고, 자고, 입고, 쓰는 삶의 모든 것에 정치가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지금 당장 바뀌어야 할 것도 있고, 좀 더 여론이 무르익어야 할 것도 있다. 일테면, 80년대까지는 버스나 지하철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이 당연하고 자연스러웠다. 아이를 때리는 것은 부모가 가진 훈육이라는 이름의 정당한 권리였고, 아내를 때리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 집안일로 치부됐다. 아직도 많이 바뀌어야 하지만 조금씩 사회는 진일보하고 있다. 서구 선진국 뉴스를 보면서 우리는 언제 저런 합리적이고 수준 높은 사회가 될까 부러웠다. 그런데 자고 일어나 보니 선진국이란다. 선도국가란다. 해외에서 드라마가 흥행하고 배우가 상을 탄다. 코리아를 바라보는 세계의 눈이 달라졌음을 확연히 느낀다.

 

헌데 내 삶은 그렇지 못하다. 내 통장은 늘상 휑하니 비어있고 노후를 생각하면 한숨이 나오다 못해 아찔하다. 일을 하고 싶어도 하루 12시간 택배나 배달, 건설 막노동 같은 일자리밖에 없다. 아니면 흔한 게 보험이나 텔레마케터다. 고용이 불안하니 생활이 흔들린다. 선진국이 뭐 이래. 이걸 단박에 해결할 순 없어도 반발자욱이라도 앞으로 나아가고 변해야 하는데 그걸 해야 할 정치는 맨날 지들끼리 멱살드잡이 하느라 바쁘다. 왜인지 안다. 너도 알고 나도 알고 하늘이 알고 땅이 안다. 다 알고 있다. 낡은 87체제를 깨고 대화와 타협을 가로막는 승자독식의 구조를 바꾸고 개혁을 이뤄야 한다. 하지만 중이 제 머리를 또 못깎더라.

 

장애인들이 아침 출근길 지하철 점거 시위를 하자 온갖 쌍욕이 날아든다. 공동체 의식 없이 각자도생하는 사회는 지속하지 못한다. ‘나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은 결국 더 큰 손해로 내게 날아든다. 이건 필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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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한겨레>

2. 단일화는 국민이 한다 

이 모든 걸 끊어내야 한다. 바뀌어야 한다. 나라가 선진국인 걸 넘어서서 국민 개개인이 그에 걸맞게 성장하고 누려야 한다. 어떡하면 될까.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면 되나? 정말 쉽다. 그치?

 

문재인 정권에서 법무부장관의 검찰총장 수사권 지휘는 세 번 있었다. 추미애는 ‘채널A 검언유착 의혹’ 수사에서 검찰총장을 배제하는 수사지휘권, ‘라임자산운용의 로비 의혹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가족 의혹에 대한 수사지휘권’, 이렇게 두 번이다. 후임 박범계 법무장관은 ‘한명숙 총리 사건 위증모해 의혹’에 대해 수사지휘권을 발동한다. 모두 현정부 권력비리나 직권남용과는 하등 상관 없는, 아니 외려 수사를 방해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수사권을 보장하는 차원이었다.

 

자신들을 향해 날아오는 칼 끝을 피하기 위해 수사팀을 날렸다고? 야당이랑 배꼽 맞춰 고발을 사주하고 자빠진 것들을 날리지 않으면 대체 누구를 날려야 하는가. 조국의 목을 잘라 광화문 앞에 효수하면 분이 좀 풀리겠는가. 정경심은 감옥에 있지 않고 어디 괌이나 발리로 여행 갔는가. ‘내로남불’이 그렇게도 죽을 죄라면 차라리 헌법에 ‘내로남불 금지’라고 새겨넣자.

 

남의 피눈물 쏟고 자살하게 만드는 주가조작보다도, 시민들 노동의욕을 한방에 날려버리는 땅투기와 시민들 한푼두푼 모은 건강보험 뜯어간 편취행위보다도, 그 잘난 ‘내로남불’이 더욱 비난받아 마땅한 행위라면, 하다못해 형법에라도 박아넣어야 하지 않겠나. 사촌이 땅을 사도 배가 아프면 안된다는 법이라도 만들지 그러냐. 이재명이 치가 떨리게 싫다는 사람들이 있다. 문재인을 지키기 위해 윤석열을 찍어야 한단다. 전과4범을 외친다. 형수에게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지거리를 했단다. 끔찍한 살인을 저지른 조카를 변호한 사실도 흔들어댄다. 대장동을 통해 악취나는 막대한 이익을 뜯어냈단다. 귀 있는자 들어라! 눈 있는 자 보아라! 이재명은 개쓰레기다! 이런 인물이 대통령이 되면 문재인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문재인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나는 윤석열을 찍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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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이치 모터스 주가 

출처 - <뉴스타파 화면캡쳐>

 

일단,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 물어봐야 한다. 전과의 태반이 성남시민을 위해 싸우다 얻은 전과인 걸 알면서도 저런다. 형과 형수가 어머니에게 내뱉은 욕설임을 알면서도 저런다. 변호사라는 직업이 뭐하는 직업인지 알면서도 저런다. 이재명과 법조카르텔과 국힘세력이 대장동 이익을 공유했다는 저들의 세계관에서는 배트맨과 조커가 한패다. 이건 뭘 어찌할 도리가 없는 거다.이재명이 티끌 하나 없이 마더테레사와 같은 삶을 살았겠는가. 그도 나처럼 죄 많은 인생일테다. 하지만 최소한 당신들이 씹어돌리는 사건들은 실제로 벌어진 사건의 진실과 엄청난 차이가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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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성남의료원 심의보류 직후 

눈물 흘리는 이재명

 

후보 모두 변화와 개혁을 말한다. 심지어 성인지예산이 뭔지도 모르면서 덮어놓고 삭감하겠다는 후보조차도 변화와 개혁을 말한다. 그리고 이재명은 개헌을 말한다. 뿐만이랴. 이를 관철시킬 능력이 있는 유일한 후보다. 내 삶이 바뀔 수 있는 모멘텀을 틀어쥔 후보다. 일의 순서를 알고, 안되는 이유를 파악하고, 결국 해낸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정치인 이재명의 삶 자체가 이걸 증명해 온 길이었다.그럼에도 솔직히, 그에게 주어진 현실구도는 매우 비관적이다. 하지만 윤석열과 안철수가 단일화를 알린 아침, 이재명이 한 말이 모든 것을 이야기해주고 있다. “단일화는 국민이 하는 것”이란 그의 정의(定義) 말이다.

 

정치는 정치인들이 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국민이 해_출처 YTN 영상캡처.jpg

 

 

3. 됐고, 단일화는 내가 결정한다     

우린 흔히 ‘효능감’이란 말을 한다. 지금까지 발표된 여론조사를 보면 이재명-윤석열 후보 간의 차이는 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박빙이다.

 

오차범위 내의 차이는 수학적으로 통계상 아무 의미가 없다. 그냥 “아무도 모른다”는 뜻이다. 그런데 막판 단일화가 됐다. 그리고 직전 여론조사들에서 나타난 표심을 볼 때 안철수 지지표는 이재명과 윤석열에게 반반씩 갈린단다. 그러니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단일화를 했음에도 이재명과 윤석열 간의 차이는 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초박빙이란 말이다.

 

날이면 날마다 오는 찬스가 아니다. 내 한표가 가진 무게를 말하는 거다. 그런데 이 한표라는 게 참 단순해서 내가 도장을 찍고 투표함에 넣어야 비로소 완성된다. 그냥 머릿속으로 아, 난 이렇게 됐으면 좋겠어,라고 백날 생각해봤자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이번 대선 사전투표일은 4일(금요일)~5일(토요일)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다. 자신의 관할주소지와 상관 없이 설치되어 있는 아무 사전투표소에서 투표할 수 있다.

 

아침에 일어난다. 어젯밤 늦게까지 넷플릭스를 봐서, 또는 친구랑 애인이랑 술 진탕 마시는 바람에 눈을 뜨기가 녹록치 않다. 주방에 기어가서 냉수 한잔 먹는 것도 귀찮을 지경이다. 그런데 투표라니. 우리 동네 사전투표장이 어디 있는지 검색을 하고, 세수를 하고, 옷을 걸치고, 모자를 눌러쓰고, 마스크를 챙기고, 신분증을 들고 쓰레빠를 신고 털레털레 걸어갔다가 걸어와야 한다.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그렇다면 이렇게 생각해 보자. 꿈에 조상님이 나타나셨다. 너에게 로또 번호 6자리를 알려주셨다. 까먹을까 봐 벌떡 일어나 손에 잡히는대로 그 숫자를 적어놨다. 그렇다면 우리 동네 복권방이 어디 있는지 검색을 하고, 세수를 하고, 옷을 걸치고, 모자를 눌러쓰고, 마스크를 챙기고, 신분증을 들고 쓰레빠를 신고 털레털레 걸어갔다가 걸어와야 한다. 상상만 해도 끔찍한가? 몰라, 씨바, 로또 안되고 말지. 그런 생각이 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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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이재명 페이스북>

 

너나 나나 인생 빤하다. 우리가 언제 또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어 보겠는가. 물론 난 2002년에 한번 되어봤다. 그 짜릿한 손맛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투표란, 그 맛에 하는 거다. 됐고, 단일화는 내가 결정하겠다.

 

내 삶이 바뀌는 건 로또뿐이 아니다. 짜릿한 역전의 드라마는 넷플릭스 안에만 있지 않다. 친구야. 우리, 사전투표장에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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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면 찌른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