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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앞으로 5년을 결정할 제20대 대통령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미 많은 유권자가 사전투표를 통해 자신의 의사를 표시했습니다만, 아직도 지지 후보를 정하지 못해 투표장에 갈지조차 망설이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사전투표를 하려던 저희 엄마도, 도저히 누구를 찍을지 모르겠다며 3월 9일에 투표하는 걸로 마음을 바꾸셨습니다.

 

이 글은 그런 부동층, 여야 어느 정당에도 특별한 편견 없이 중립적인 입장에서, 인물과 정책을 기준으로 판단하려는 스윙보터 여러분을 위한 글이며, 꼭 누구를 지지해 달라기보다는 판단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적어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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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묻지마 정권교체, 그 후엔?

 

정권교체를 말씀하시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대통령에게 실망했다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이러한 분위기 자체를 부정하진 않겠습니다. 어떤 정부든 5년 정도 지나면 피로감이 생기게 마련이니까요. 특히 코로나 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 속에 숨죽여 살아야 했던 지난 2년의 시간은 많은 분들께 생존을 위협하는 고통이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런 외적인 변수 외에도, 부동산 정책과 검찰총장 인선 두 가지는 문재인 정부의 실책이었음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현 집권 세력의 책임을 묻기 위해 정권교체를 하자는 여론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이명박/박근혜 등 과거 정권에 대한 수사에 불만을 가진 분들은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현 정부 인사들에 대해서도 똑같이 수사하여 처벌하고 싶어 하시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보수 세력을 궤멸하다시피 한 윤석열 씨가 보수 세력의 대권 주자가 된 것도 이런 분들의 열망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분들의 소원대로 정권교체가 되었다 치고, 현 정부 핵심세력들을 사법처리까지 했다고 칩시다. 그러면 그다음은? 문재인을 구속한다 해서 집값이 잡힐까요? 일자리 문제가 해결될까요? 저출산 고령화는? 그리고 남북관계는?

 

대통령 임기는 5년이고 그 직무의 범위는 정치·경제·사회·문화를 총괄하는 국정 전반입니다. 정권교체나 과거 정권에 대한 심판과는 별개로 우리의 삶은 계속되어야 하고, 대통령은 국가발전과 민생안정의 컨트롤 타워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이러한 고민을 안고 계셨던 분들이라면, 아마도 5차례에 걸쳐 진행된 TV토론도 한 두 번 정도는 시청하시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저도 다 보지는 않았지만 절반 정도는 본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는 지식의 해박함이나 언변의 유창함보다는 후보들의 답변하는 태도나 자세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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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후보들에 비해 정치경력이 짧은 윤석열 후보가, 여러 현안들에 대해 모두 잘 알고 있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다른 후보의 질문에 모른다고 대답할 수 있습니다만, '모르니까 알려주시죠'처럼 준비 없이 나와서 모르는 걸 부끄러워하지 않는 태도는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27년 동안 남에게 질문만 하고 답변은 해보지 않았던 사람이라 그런 걸까요. 심지어 다른 후보들이 발언할 때 메모를 하는 등 경청하는 자세 또한 현저히 부족해 보여, 국정운영의 책임자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더 커졌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아는 일 또는 익숙한 일을 하는 걸 좋아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그런 경향은 더 심해지지요. 이제 환갑을 지난 윤석열 후보 또한 정치인이 되었지만 27년간 몸에 밴 검사의 태도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대통령이 되어서도 한동안 검사 정신으로 국정을 운영할 수밖에 없겠지요. 과거 정권 청산이야 문재인 구속으로 해결한다 치고, 다른 문제는 어떻게 하면 할까요? 부동산 가격은 투기꾼들을 구속수사하고, 일자리 문제는 채용하지 않는 기업들을 압수수색하고, 저출산 고령화는 솔로들을 소환 조사하면 해결할 수 있을까요? 외교·안보 문제는 더 심각합니다. 예컨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 핵시설을 압수 수색을 하거나 우크라이나 전쟁 종결을 위해 푸틴을 구속해 수사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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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김용민 의원 페이스북>

 

2. AGAIN 새누리당, 무엇이 달라졌는가?

 

물론 대통령이 혼자서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아닙니다. 주변 사람의 도움을 받고, 전문가의 힘을 빌리기도 하지요. 그러므로 소속 정당을 비롯한 팀의 역량도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살펴본 윤석열 후보의 소속 정당은 '국민의힘'. 여러 번 포장을 바꾸었지만 차례로 거슬러 올라가면 미래통합당, 자유한국당, 그리고 우리가 잘 아는 바로 그 새누리당(이번 선거에 출마한 기호 8번 옥은호 후보의 새누리당과는 다릅니다)과 같은 당이지요.

 

2016년 박근혜 탄핵을 둘러싼 갈등으로 유승민계 인사들이 새누리당을 탈당, 바른정당을 만들기도 했습니다만 우여곡절 끝에 미래통합당에 합류했고, 2020년 총선 공천탈락에 불복한 홍준표 등의 일부 중진들이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하기도 했으나 현재는 모두 복당한 상태입니다. 결국 지금의 국민의힘은, 옷만 갈아입은 새누리당과 다름없다는 것이지요.

 

이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소위 '윤핵관'이라 불리는 윤석열 후보의 최측근 3인방입니다. 언론에서 윤핵관으로 지칭되는 권성동·장제원·윤한홍 의원 모두 2016년 당시 새누리당 국회의원이었죠. 결국 당명을 세 번 바꾸고, 얼굴마담 격이던 박근혜를 쫓아낸 뒤 윤석열을 영입한 걸 제외하면, 그 주변 세력들은 여전히 그대로라고 할 수 있는데요. 5년 사이 획기적인 대오각성이나 환골탈태, 하다못해 뼈아픈 자기반성조차 있었는지 의문인 사람들에게 다시 정권을 맡긴다면 결과는 5년 전보다 나아질 것이 없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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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과 장제원

출처 - <오마이뉴스>

 

3. 흙수저 VS 모범생, 당신의 선택은?

 

선거를 1주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새로운물결 김동연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 각각 단일화를 선언했습니다. 묘하게도 소년공 출신으로 검정고시를 거쳐 도지사가 된 이재명과 판잣집 출신으로 상고와 야간대학을 거쳐 부총리까지 오른 김동연이, 반대쪽에서는 교수 또는 의사 출신 부모 밑에서 상대적으로 큰 어려움 없이 자란 윤석열과 안철수가 각각 한 팀을 이뤘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개천에서 용이 나는 시대는 지났다며, '찢어지게 가난했던 어린 시절' 같은 흙수저팔이 서사도 지겨우니 이제 그만 좀 하라고 말합니다. 사실 지난날 개천에서 용이 된 많은 정치인(ex, 이명박)들이 올챙이 시절을 까먹고 개인의 부귀영화만을 좇다가 사라져간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이제는 결핍 없이 유복하게 자란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다고도 얘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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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과거 SNS

 

그런데 말입니다. 그래도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대한민국이 평등을 지향하는 나라라는 것입니다.

 

물론 2022년 현재 우리가 사는 세상은 절대 평등하지 않습니다. 법대 위에서 근엄하게 피고인을 꾸짖는 판사와 그의 말 한 마디에 구치소로 끌려가는 피고인이 평등할 수 없습니다. 병상에 누워있는 재벌 회장과 그의 수발을 드는 병간호노동자가 평등하기 어렵습니다. 공전의 히트를 친 '펜트하우스'나 'SKY 캐슬' 등의 드라마에서 보듯 이른바 '상류사회'는 분명 존재하고, 이미 가진 사람들마저 더 높은 곳을 향한 신분 상승의 욕구를 놓지 않는 게 현실입니다.

 

다만 그래도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리라는 헌법전문과, '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롭게'라던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를 떠올리며 적어도 우리의 자녀 세대 만큼은 부모의 계급이나 재산 때문에 기회를 부여받지 못하고 좌절하는 일이 없길 바랍니다.

 

그런 점에서 이재명과 김동연, 흙수저 연대의 승리는 대한민국이 아직은 본인의 능력과 노력만으로 대통령이 될 수 있는, 기회의 땅이라는 것을 우리는 물론 다음 세대에게도 보여주는 역사적 사건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묻지마 정권교체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있다고 믿으신다면, 김동연 후보가 내건 캐치프레이즈에 공감하신다면, 우리의 다음 세대에게 평등하고 공정한 대한민국을 물려주고 싶다면, 이재명-김동연의 흙수저 연대에 한 표를 행사하시는 게 어떨까요?

 

"기득권 공화국에서 기회의 나라로!"

 

당신의 한 표가, 5년 뒤에도 후회하지 않을 멋진 선택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