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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가 또 철수했다. 안철수와 윤석열의 단일화 이슈는 이번 선거 레이스 내내 큰 화두였지만, 결렬 수순을 밟고 있었다. 누가 봐도 그랬다. 그러나 안철수는 역시 달랐다. 다시 한번 판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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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국으로 치닫던 윤석열과 안철수가 무엇을 주고받고 극적 합의를 이뤄냈는지, 지금 이 시점에서 정확히 알 수 없다. 사실 그건 중요하지 않다. 진짜 중요한 것은, 어째서 이토록 최악의 타이밍에서라도 결합을 할 수밖에 없었느냐는 질문이다.

 

디벼보자.

 

가채점의 함정

 

재외국민 투표에서 이미 안철수를 향한 사표가 발생했고, 사전투표를 하루 앞두고 있었으며,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된 첫날에 단일화에 합의했다. 그 많던 좋은 찬스를 다 놔두고. 기대효과가 가장 낮은 시점에 거행된 다급한 단일화. 둘 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절실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여론조사에서 줄곧 우위를 점해왔던 윤석열 후보 입장에서, 누군가와 밥그릇을 나눌 이유는 없었다. 두 사람은 단일화 발표 직전까지 서로를 조롱하고 힐난했던 관계였다. '더 좋은 정권교체를 위해' 뜻을 모았다는 두 사람의 공동 선언은 "명분은 1도 없습니다."와 같은 뜻이다. 이유도 명분도 없는 단일화. 둘이 밥그릇을 나눠야만 했던 이유가, 선거 막바지에 발생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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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3일을 기준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여론조사 기관은 89곳. 지난 19대 대선에 비해 3배 증가했다. 조사 횟수와 방식에 따라 여러 번 출렁였던 여론조사들은 대체로 윤 후보에게 유리하게 분석되었고, 특히 그러한 결과치들은 포털에 지속적으로 상위 노출되어 왔다.

 

이러한 지표들은 윤석열 캠프가 선거를 끌어가는데 훌륭한 동력이 되었다. 부인 김건희 씨의 학력 이력 위조, 부정 취업, 주가조작, 장모의 부동산 투기, 후보 본인의 역사 인식, 공중도덕, 병역 문제, 무속 논란 등등 무수한 의혹과 정황에도 불구하고 윤석열의 지지율은 굳건히 유지되었다.

 

이는 여러 착시를 양산했다. 저 모든 것들이 근거 없는 네거티브인 것으로, 설령 다 사실 이더라도 정권교체의 열망이 그만큼 거세다는 증거로. 마치 오세훈이 페라가모를 신고 생태탕을 먹든가 말든가, 박형준 일가가 부산 엘시티 1703호와 1803호에서 오손도손 살든가 말든가 그들이 보궐 선거에서 승리했던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예측치였다. 늘 그렇듯 통계에는 함정이 많다. 수능 당일날 찍은 것도 맞았다고 치고 기억 안 나는 것도 맞았다고 쳐서 희망적인 가채점 점수를 만든 고3처럼, 윤석열에게 선거기간은 용돈 받아 당구 치고 술 먹고 노래방 다니던 신나는 겨울방학이었다. 이제 얄짤없는 수능 성적표를 받아들 시간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1점 차가 당락을 가르는 입시에서 엉터리 가채점 점수로 배치표를 들여다보고 있다는 것은, 재수학원 선행학습반에 등록하고 싶다는 강렬한 의지 표명. 파티가 끝나고, 이제야 비로소 여론조사 결과를 냉정하게 들여다보기 시작한 거다.

 

이 시점에서 윤석열에게, 안철수를 안는다는 선택은 크나큰 모험이다. 일단 공중분해된 안철수 표를 백퍼 흡수한다는 보장이 없다. 더구나 이전에는 받아들일 수 없었던 안철수의 요구 조건을 수용해야 한다. 좀처럼 손해 보는 일이 없는 그가 요구한 광값은 꽤 비쌌을 것이다. 그렇게 큰 비용을 치르고서라도 얻어내야 했던 것은 당선 보장이 아니라 베팅 기회였다. 이게 중요하다. 단일화로 판을 흔드는 게 단독 완주라는 옵션보다 차라리 낫다는 의미. 투표를 앞두고 냉정하게 채점해 본 결과가 꽤나 처참했음의 방증이다.

 

그러므로, 여기서 확실한 사실 하나를 도출할 수 있다.

 

"적어도 3월 2일까지, 윤석열은 이재명에게 지고 있었다."

 

조커가 되고 싶었던 사나이

 

안철수는 이번 대선에서 광을 팔 생각이 없었다. 그에 관한 크나큰 오해다. 그는 이번 선거만큼은 정말로 대통령이 되고 싶어 했다. 수없이 피력했던 완주 의지는 진심이었다.

 

그의 광값이 최고점이었을 때로 돌아가 보자.

 

지난 1월 초. 윤석열 후보 부인 김건희 씨 허위 경력, 장모 부동산 불법대출 등의 가족 리스크가 터져 나오고 후보 본인은 각종 막말 퍼레이드를 롯데월드 고적대마냥 시전하면서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떡상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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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지지율이 두 자릿수를 돌파한 지점. 안철수에 대해 철저히 무시 전략을 취하던 국민의힘 내부에서 미묘한 기류 변화가 생겼다. 승승장구하던 캠프에 처음으로, 모두가 느낄 수 있는 균열이 감지되기 시작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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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과 안철수의 '더 좋은 정권교체를 위한' 단일화는 이때가 최적기였다. 이유도 명분도 있었다.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안철수가 그 익절 포인트를 몰랐을 리가 없다. 하지만 '선거뽕'이라는게 그렇게 무섭다지 않은가. 떡상하고 있는 지지율을 쥐고 가즈아를 외치지 않을 자, 없다.

 

이때 안철수의 판단이 꼭 뽕에 취해서 묻고 따블로 간 거로만은 볼 수 없다. 그에게도 나름 치열한 계산법이 있었다. 그때 윤석열 호의 균열은 가족리스크 뿐만이 아니었다. 땜질 가능한 수준이 아니었던 것이다. 당시 국민의힘에서는 이준석 당대표와의 주도권 갈등, 윤핵관 논란 등 숟가락 부딪히며 밥그릇 깨지는 소리가 났다. 급기야 선대위가 해산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고 홍준표로의 후보 교체 카드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선거를 앞두고 당을 장악하지 못하는 후보의 모습이 노출되는 것은 그 어느 리스크보다 치명적이다. 이 광경을, 두 주먹을 꽉 쥐고 지켜보고 있었던 안철수에게 감정을 이입해보자. 심박수가 막 치솟고 코에서 더운 김이 새어 나오지 않느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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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는 여기서 이번 대선 판에서 자신의 포지션을 조커로 확정한다. 최종 패를 조합할 때 어느 카드든 될 수 있는 와일드카드. 속절없이 흔들리는 윤석열의 부실한 기반을 보고, 진심으로 자신에게 기회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범 야권의 정권교체의 열망을 오롯이 흡수할 순간을 기다린 거다.

 

안철수가 선거기간 동안 윤석열을 극딜했던 장면을 보면, 그가 후보 교체의 공략지점을 어디로 선택했는지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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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은 머리가 나쁘다는 것. 그리고 본인은 똑똑하다는 것. 이것을 드러내는 것이 그의 전략이었다. 그의 이러한 야심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건 후보 토론. 안철수는 윤석열에게 다음과 같은 구조의 질문을 집요하게 던졌다.

 

1) 모를만한 내용을 먼저 묻고,

 

2) 답변 내용과 상관없이 본인이 준비해온 관련된 지식을 나열.

 

이 진영 안에서 누가 봐도 자신이 나은 후보라는 것을 어필하기 위한 전략. 합리적인 보수 지지자들에게 윤석열의 최대 결격사유는 무지성이며, 그 완벽한 대안은 바로 나, 안철수라는 것을 강하게 어필하고 싶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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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그렇게 되지 않았지만, 이번 대선에서 안철수의 행보는 다분히 합리적이었다. 자신의 지성과 윤석열의 무지성을 강조하면서 '정권교체+기술강국'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밀고가는 조합은 무척 선명한 비전이었다. 시간이 갈수록 허점을 무섭게 드러내는 윤석열의 지지율을 차분하게 따먹으면서, 야권의 강력한 와일드카드로 부상한다. 그의 말대로 사업가의 면모가 빛나는, 쩌는 전략이었다.

 

대통령 파면으로 궤멸 직전까지 갔던 야권 세력에게, 청와대를 수복할 수 있다면 안철수 아니라 안철수 할아버지라도 얼마든지 모셔올 수 있는 일이다. 의석수 3인의 국민의당과 합당을 한들, 결국 국민의힘이다. 정말로 정권교체가 제1의 대의였다면, 안철수가 범 야권의 후보가 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선택지다. 하지만 왜 안철수는 휘청이는 윤석열을 대신할 조커가 되지 못한 것일까. 그의 명석한 계산은 어디에서 틀렸던 것일까.

 

검산 해보자.

 

신진 수구세력의 탄생

 

국민의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윤석열은 불과 몇 년 전, 자신들의 진영을 박살 냈던 검사다. 그런데, 갑자기 정국 환기에 절호의 찬스가 되어 돌아왔다. 조깠지만 절실한 카드였다.

 

평생 검찰밥을 먹은 윤석열은 정치판에 뿌리가 없다. 검사로서의 행보도 갈지 자여서, 솔직히 어느 초식을 쓰는 인물인지 모두가 미지수인 상태였다. 하지만 당시 국민의힘은 윤석열이 높게, 높게, 라이징 할수록 무조건 땡큐인 상황이었다. 일단 모르겠고 윤석열을 띄워야 했다. 공동운명체인 보수 일간지들도 그 점에 있어선 마찬가지였다.

 

아마도 그 당시 국민의힘 대선 잠룡들은 윤석열이 이렇게 오래갈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서초동과 여의도는 다르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전에 반기문처럼, 분위기만 띄워주고 나가리 될 거라고 생각했던, 혹은 그러길 바랐던 윤석열은, 그러나 변수를 만들었다. 존버에 성공한 것이다.

 

적절한 타이밍에 나가리 될 줄 알았던 윤석열이 높은 지지율로 버티는 바람에, 서울시장 재당선의 여세를 몰아 추대 형식으로 대선판에 들어오려 했던 오세훈이 나가리 되었다. 윤석열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빼앗긴 홍준표도, 김무성, 유승민 등 이전 당내 주류세력들도 몸을 만들 타이밍을 놓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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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캠프의 시작은 이 변수가 만들어낸 거대한 눈덩이였다. 후보 개인도, 주변에 몰린 사람들도 이렇게 될지 몰랐던 이들이 우글우글 모여 각자의 욕망에 군불을 때기 시작한 거다. 오직 반 문재인 정서로 시작되어 정신없이 몸집을 불린 이 집단에게 구심점이 될 수 있는 메시지가 필요했다.

 

그 지점에서 등장한 윤석열의 의미심장한 발언.

 

전두환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잘못한 그런 부분이 있지만, 그야말로 정치는 잘했다고 얘기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호남 분들도 그런 얘기 하시는 분들이 꽤 있어요. 군에 있으면서 조직 관리를 해봤기 때문에 맡긴 겁니다. 경제는 돌아가신 김재익에게, 국회 일은 더 잘하는 너희(정치인)가 해라. 웬만한 것 다 넘기고. 그 분야의 최고 고수들, 사심 없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을 내세워야 국민에게 제대로 도움을 드리는 겁니다. 저는 좀 시스템 관리나 하면서…. 대통령으로서 국민과 소통하며 챙겨야 할 어젠다만 챙길 생각입니다.

 

2021.10.19 국민의힘 부산 해운대갑 당원협의회 방문 중

 

이 발언은, 윤석열의 해맑은 말실수들과는 결이 다르다. 전두환 정부의 경제수석 이름을 정확히 언급하면서, 대선후보로서 롤 모델을 전두환으로 확정하고 있다. 어떤 집단들과 충분히 논의되고 합의된 메시지다.

 

이 발언에서 가장 의미심장한 부분은 대통령으로서 본인의 역할을 ‘시스템 관리나 좀 하는 것'으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대통령이라는 직책을 동네 PC방 주인쯤으로 생각하는 이 대목에서 윤석열의 국정운영 철학이 드러난다.

 

"난 잘 모르겠고, 도장만 찍을게. 해먹고 싶은 사람은 모여라."

 

수구세력의 새로운 플랫폼이 되겠다는 선언. 이때 윤캠프의 캐치프레이즈도 분명해졌다.

 

‘AGAIN 쌍팔년도’

 

결국, 이 세력은 당을 장악했다. 백전노장 홍준표를 무너뜨리고 국민의힘 대선후보 윤석열을 만들어 낸 거다. 공식 선거운동 첫날, 공약 발표장에서 세력은 비로소 형체를 드러났다.

 

법무 검찰은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안전사회를 실현할 수 있도록 개혁하겠습니다. 검찰의 독립과 정치적 중립성을 더욱 강화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법무부장관의 구체적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겠습니다. 또한 검찰 총장에게 독자적인 예산 편성권을 부여하겠습니다.

 

검찰은 절대 정의이며, 검찰 권력에 그나마 걸려 있는 안전장치마저 해제하겠다는 선언. 전에 없이 유려한 스피치로 읽어내린 이 발언의 배경에는 이들이 있었다.

 

판사 주호영 조직총괄본부장

판사 김기현 원내대표

검사 권선동 당무지원본부장

검사 권영세 총괄특보단장

검사 원희룡 정책총괄본부장

검사 김재원 선거전략본부장

검사 정점식 네거티브검증단장

검사 박형수 네거티브부단장

검사 유상범 법률지원단장

검사 김경진 대외협력특보

검사 김용남 공보특보

검사 김도읍 공동선대위원장

검사 김진태 비리검증단장

검사 주광덕 23기 동기,법률지원

검사 석동현 특보단장

검사 박민식 기획실장

검사 주진우 법률지원참모

검사 이원모 법률팀장

검사 손경식 법률대리인

검사 이완규 법률대리인

검사 정미경 최고위원,선대부위원장

검사 김홍일 정치공작특별위원장

검사 안대희 자문

검사 정상명 자문

검사 김종빈 자문

검사 박주선 자문

검사 홍준표 고문

검사 황교안 고문

 

완전체로 탄생한 이 세력에 간판이 내걸렸다.

 

"대검찰시대"

 

시작과 끝, 두 단어를 합쳐보자. 윤석열 정부의 시대정신이 도출된다.

 

"쌍팔년도 대검찰시대"

 

이들에게 윤석열은 대체 불가능한 훌륭한 플랫폼이다. 설계도 자체가 윤석열인 이 신진수구세력에게 안철수는 절대 대안이 될 수 없었던 것이다. 논리로 사고하고 합리로 판단하는 안철수의 명석함은 이들에게 호환 불가능한 알고리즘이다. 이들에게 필요한 건 해맑고 영혼없는 플랫폼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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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구도

 

역전의 조커를 꿈꾸었지만, 안철수에게 이번 대선은 결국 화투패 흥정으로 마무리되었다. 어쨌든 안철수는 이번 선거에서도 결정적인 변수를 마련했다. 투표 직전 '이재명 VS 윤석열' 1 대 1의 선명한 구도를 완성시켜주었기 때문이다. 이제 정말 까봐야 아는 게임이 되었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이번 선거를 두고 많은 언론들은 '역대급 비호감 선거'라는 구도를 열심히 설파했다. 과연 그런가. 이전 선거는 고고한 인물 대결이었고 정책의 경쟁이었나. 유독 이번 선거에 출마한 후보 모두가, 도대체 누굴 뽑아야 할지 답이 없는 엉망진창인 인물들인 건가.

 

호감과 비호감의 기준은 주관의 영역이므로 일단 미뤄두고, 두 후보의 호감도 추이를 함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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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정국에서 윤석열은 민주진영의 슈퍼스타였다. 권력에 굴하지 않는 정의의 검사. 그래서 한직으로 뺑뺑이 돌던 아웃사이더. 하지만 세상이 그를 알아보게 되고, 결국 검찰총장 자리에 오른 입지적 인물. 윤석열의 최초 대중 인식의 시작점은 그런 만화적 영웅 캐릭터였다. 풀게이지 호감도로 시작한 거다.

 

이재명이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건, 여배우와의 스캔들이다. 일 잘하는 지자체장, 촛불정국에서의 사이다 발언 등 그도 대중에게 호감으로 다가갈 기회는 많이 있었지만, '이재명과 여배우'라는 키워드로 송고된 수많은 기사들은 그것을 덮기에 충분했다. 그의 이미지에 덕지덕지 붙어있는 욕설, 막말, 조폭, 슈킹 같은 것들도 마찬가지의 단어들이다. 학습능력, 정책 역량, 추진력 같은 그의 어려운 장점들보다 훨씬 이해하기에도, 이미지를 각인하기에도 쉬운 단어들이다. 이재명은 호감도 바닥에서 선거를 시작했다.

 

지금의 언론 지형에서 만약 저 의혹의 단어들을 사실로 입증할 수 있는 무언가가 한 터럭이라도 있었다면, 투표용지 1번에 이재명의 이름은 인쇄될 수 없었다. 이재명은 지금 그걸 뚫고 우리 앞에 서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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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탓은 집어치우자. 하루 이틀도 아니고 뭐. 

 

호감으로 시작된 윤석열은 선거기간 내내 비호감의 면모를 드러냈다. 그중 몇몇은 일반 대중의 상식과 정서에 무참히 괴리되어 있는 것들이었다. 만약 이재명이 그 정도의 결격사유를 드러냈다면, 선거는 그날로 끝났다. 조선일보의 영향력이 예전만 못하더라도 그 정도의 역량은 아직 건재하다. 문제를 문제 삼을 수 있는 힘은 그렇게 무서운 거다.

 

반면 이재명은 비호감으로 시작해 호감의 방향으로 나아가는 선거를 치렀다. 윤석열의 수많은 약점을 공략하는 것보다 개인의 역량을 드러내는 데에 집중하는 전략을 택했다. 때론 그 방향성이 지지자들에게 답답한 느낌을 주기도 했을 것이다.

 

이점은 선거 레이스가 마무리되는 토론장에서 극명히 드러났다. 윤석열 후보는 끝까지 대장동을 물었고, 이재명 후보는 끝까지 정책을 물었다.

 

이 추세에서 본선을 앞두고 단행된 윤-안의 단일화는 다음과 같은 구도를 만들어 냈다. 

 

"볼수록 도저히 안되겠는 인물 vs 볼수록 생각보다 괜찮아 보이는 인물"

 

안철수의 철수가 만든 이번 대선의 최종 구도다.

 

골든크로스

 

이재명의 우상향 호감도와 윤석열의 우하향 호감도. 두 그래프가 교차되느냐 마느냐에서 이번 대선은 결정될 것이다.

 

까봐야 알 일이다. 탈모방지약 열혈 구독자로서 골든크로스가 일어나길 모근을 붙잡는 두피의 심정으로, 마 기대를 걸어본다.

 

그건 그렇고, 언론들은 대체 왜 어느 순간부터 '역대급 비호감 선거'라는 말을 줄창 밀었을까? 이재명의 비호감을 드러내는 데에 윤석열까지 덩달아 내려칠 필요가 있었을까? 어쩌면, 물타기를 해야 할 만큼 윤석열의 우하향 기울기가 급격했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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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언론사 편집회의에서 "차라리 두 그래프를 모두 짓눌러 하향평준으로 보정하는 게 낫겠다"라는 결론으로 '역대급 비호감 선거'라는 구호를 만들었다면, 그 회의는 이 말로 시작되었을 것이다.

 

"이재명이 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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