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사우스 스트림(South Stream) 계획을 접고, 새롭게 터키 스트림(Turk Stream)를 건설하겠다고 나선 푸틴. 그에게 에르도안은 너무도 매력적인 파트너였다.

 

“저색희... 저거 나랑 닮은 구석이 많아. 저거 맘에 들어.”

 

비록 NATO 가입국이지만, NATO 하자는 거에 딴지 거는 걸 종종 볼 수 있었고, 쿠르드 족 때려잡는 거 보면 완전 상남자였다.

 

“인권? 자유 민주주의? 씨바 나라가 쪼개지게 생겼는데 일단 때려잡고 봐야지!”

 

이런 에르도안의 모습, 그리고 경제적인 필요성 등등 때문에 터키와 러시아는 급속도로 가까워졌고, 터키 스트림(Turk Stream) 이야기가 구체화되던 시기 덜컥 사건이 터졌다.

 

“러시아 전투기가 우리 영공에 들어왔습니다.”

 

“그래서?”

 

“그래서 그냥 미사일 발사했습니다.”

 

“... 그래서?”

 

“아, 일발필추! 러시아 전투기를 격추시켰습니다.”

 

“야 이 미친색희야!”

 

2015년 11월 24일 러시아의 SU-24를 격추해버린 거다. 러시아와 터키 외교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생각해 봐야 하는 게 터키가 왜 러시아 전투기를 격추시켰냐 하는 거다.

 

20151124180217599679.jpg

출처 - 가디언

 

누가 전투기를 쏘았나

 

영공을 치고 들어왔으니 격추하는 게 맞지 않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거 같은데, 그렇게 따지면 모든 나라가 지금 전쟁해야 한다. 침범의 의도 없이 단순한 항법 장치의 고장이나 기기 고장으로 우발적으로 영공을 침범하는 경우도 있지 않을까? 설사 영공을 침범했다 해도 이걸 무조건 격추했다간... 그것도 문제다. 외교적으로 이걸 어떻게 해결할 방법이 보이지 않는 거다. 원칙적으론 ‘영공 침범’을 해서 쏴 죽였다 하면... 뭐 명분을 가져간 거 같지만... 이거 복잡하다.

 

당시 터키의 입장은 간단했다.

 

“너네 시리아 공습하겠다고 심심하면 NATO 회원국 영공이랑 터키 영공 침범했잖아. 이번에도 넘어왔지? 우리가 딱 봤어. 너네 우리 영공 넘어왔을 때 우리가 상당히 인내심을 가지고... 그래 한 5분? 그래, 우리 애들이 5분 동안 10번이나 경고 방송했어. 너네 선 넘었다. 선도 아주 씨게 넘었다. 그러니까 어여 나가라 그렇게 말로 타일렀는데, 너네 뭐랬어? 끝까지 버텼잖아. 그래서... 사이드와인더 미사일 한 방 먹여줬어. 너네 그냥 박살 나더라?”

 

이에 대한 러시아의 입장은 어땠을까?

 

“아니, 씨바 우리는 너네 영공을 침범한 적이 없다니까!! 그리고 설사 영공을 침범했다 치자 그게 몇 초나 될 거 같냐? 너네가 주장하는 비행 궤적을 그대로 적용해 봐도, 우리가 너네 영공 침범한 게... 아무리 길게 잡아도 10킬로미터도 안 돼! 근데 그것 때문에 미사일을 쐈다고? 니네들 미친 거 아냐?”

 

그렇다. 이때 터키가 내놓은 주장을 그대로 믿는다 해도 러시아의 영공 침범은 잘 해봐야 10킬로미터. SU-24의 속도로는 불과 2~3초 안에 지나갈 거리다. 터키가 말하는 5분간 10차례 경고는 할 수 없는 상황이다.

 

bbc559d500775024a5cbdd68de0c8a0c85c4764024c429f9128e16fb9997787492754a9c5d542b12cb1becc677a66aeef400299e96ee8e1b4089b72ee00f84812a0d231ce2b80acc083e657f7bf457238d91355dab2d3e5ee54cc2979ebcc0f8df0a06b8c6811a1f7.jpg

격추된 러시아 전투기 이동경로와 격추 장소

출처 - 링크

 

터키가 방공식별 구역 안으로 들어왔기에 경고를 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방공식별구역은 국제법상 보호받는 영공의 권리를 무시하는 거다. 당장 터키에 붙어있는 시리아 영공인데, 시리아 상공에 있는 상황에서 터키가 경고를 했다? 물론, 시리아의 상황이 개판 5분 전이니 그럴 수 있다고 하지만, 국제법상은 아니란 거다.

 

cms_temp_article_25142534635519.png

 

이 사건이 있기 전부터 러시아와 터키는 서로 전투기에 미사일 조준하고 별 생쑈를 했던 건 사실이다. 자, 그런데 이렇게 미사일까지 쏘고 할 정도의 문제는 아니라는 거다. 여기서 음모론이 하나 나온다.

 

“이건 터키 공군이 에르도안을 엿 먹이고, 러시아와 가까워지려는 걸 막기 위한 술책이다.”

 

라는 거다. 여기에 대해선 지금도 많은 의견이 튀어나오고 있다. 실제로 2016년 터키 쿠데타 당시 주역으로(?) 떠오른 것이 터키 공군과 러시아였다.

 

혼돈의 활주로 : 터키 공군 쿠데타 미수 사건

 

일반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2016년 터키 쿠데타 이후 터키가 한국 정부에 요청한 사안이 하나 있다.

 

“야, 우리 조종사 좀 보낼 테니까 너네가 좀 위탁 교육 좀 시켜주면 안 돼?”

 

“응? 왜? 너네 전투기 조종사들 많잖아. F-16은 우리보다 더 많잖아? 미국 다음으로 많은 245대나 굴리면서 조종사가 부족해? 뭘 위탁 교육을 해... 우리 애들 가르치기도 빡세!”

 

“아니, 그게... 이 잡것들이 쿠데타 일으키는 데 모두 붙어서.”

 

“......”

 

언제나 그렇지만, 쿠데타의 핵심은 병력을 얼마나 많이 동원했냐가 아니라 주요 포스트를 얼마나 빨리 장악하느냐이다. 이 당시 에르도안은 마리마리스의 휴양지에서 휴가를 즐기고 있었는데, 쿠데타가 발생한 거였다. 쿠데타 소식을 듣자마자 비행기를 타고 자리를 떴고, 터키 공군의 F-16이 에르도안이 탑승한 비행기를 쫓아가 락온을 했다. 물론, 호위기도 2대 있었지만, 마리마리스에서 이스탄불로 날아가는 동안 수많은 위협을 했었다. 만약 이때 반군이 미사일을 발사했다면 쿠데타는 완전히 달라졌을 텐데, 대통령을 죽이는 것에 대해서 이들은 주저했다.

 

쿠데타의 성패는 이 마리마리스의 휴양지에서 결판이 났다. 당시 쿠데타군은 휴양지에 있는 에르도안을 잡기 위해 25명의 완전무장 병력을 헬기에 태워 날렸는데, 이때 에르도안은 쿠데타 정보를 듣고 도망을 친 거였다. 그렇게 비즈니스 제트기를 타고 탈출에 성공한 거다. 이걸 F-16이 날아와서 위협을 했던 거다. 만약 쿠데타 군이 끝까지 갈 걸 생각하고, 격추를 했다면... 에르도안은 저세상 사람이 됐을 거다. 이러다 보니 공군을 확 갈아엎어 버린 거다.

 

qwefqweq.JPG

쿠데타 주동 혐의로 체포된 아킨 외즈튀르크 전 터키 공군사령관

출처 - 링크

 

이 쿠데타를 통해서 공식적으로 사망자는 250명, 부상자는 2천 명 이상, 체포돼서 종신형을 선고받은 인원만 3천 명이다. 그리고 이 대숙청 명단에는 터키 공군의 조종사들도 있었다.

 

“이색희들 다 빨갱이 물이 들었어. 아주 그냥 박살을 내야 해!”

 

이렇게 해서 300여 명의 터키 조종사들이 숙청당했고, 이걸 대체하기 위해 민항으로 이직한 전직 전투기 조종사들을 강제로 끌고 왔다.

 

“너네, 공군으로 복귀하지 않으면 너희들 조종사 면허 다 박탈한다.”

 

“... 아니 씨바, 민항 들어가서 열심히 돈 벌고 있는데 왜 또 전투기를 몰라고 그래? 지금이 전시라면 이해라도 하겠는데... 니네들이 멀쩡한 애들 다 숙청했잖아!”

 

“멀쩡한 애들? 죄 빨갱이 물이 든 색희들이잖아! 몰라! 여튼 복귀 안 하면 너네들 면허 다 취소시킨다!”

 

미국 다음으로 많은 F-16을 운영하는 터키가 전투기 조종사가 부족해서 민간에 있는 민항기 조종사들을 끌고 온 거였다. 그럼에도 숫자가 부족한 건 어쩔 수 없었다.

 

여기서 음모론이 스물스물 기어 나온 거였다.

 

“원래 이번 쿠데타는 미국이 기획한 거였다. 2015년에 있었던 러시아 전투기 격추 사건도 사실은 터키 공군이 에르도안을 엿 먹이기 위해 기획한 거다.”

 

란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실제로 터키 내에서는 2016년 쿠데타 미수 사건의 배후에 미국이 있다는 말이 상당히 퍼져 있다. 이와 반대로 이 쿠데타를 미연에 예방할 수 있게 도와준 이들이 있었으니... 바로 ‘러시아’다.

 

내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과 그걸 지켜보는 너

 

러시아는 첩보 장비를 통해 터키의 쿠데타를 사전에 인지하고 이를 터키 측에 통보했던 거다. 이 덕분에 에르도안은 목숨을 건졌다. 물론, 러시아는 이에 대해서 공식 부인했지만, 쿠데타를 수습한 뒤 터키 외무부 장관이 했던 말을 들어보면... 러시아가 확실히 ‘뭔가’를 해주긴 했다.

 

“많은 나라가 터키 민주주의를 지지한다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이들 중 터키에게 가장 힘이 된 메시지는 러시아에서 보내온 서한이다. 러시아는 우리는 가장 많이 도운 나라 가운데 하나이다.”

 

- 터키 외무부 장관 메블류트 차부쇼울루의 발언 中 발췌

 

터키 쿠데타 미수 사건이 있은 지 8일 뒤인 2016년 7월 23일, 터키 외무부 장관의 발언이다. 이 발언이 정말 ‘드라마틱’하다고 느낀 이유가 있다. 불과 8개월 전만 하더라도 터키 외무부 장관은 세르비아로 날아가 러시아 외무부 장관인 세르게이 라브로프와 ‘쇼부’를 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러-우 전쟁 때문에 라브로프 외무장관에 대해서 많이들 알 것이다)

 

“야, 씨바 우리 언제까지 이럴 거야? 상황 풀어야 할 거 아냐!”

 

“알지. 그런데 군바리 색희들이 미쳐 날뛰어서 미사일 쏜 걸 어떻게 하냐고?”

 

“좋게 좋게 끝내자 응? 우리는 애들도 죽었어.”

 

“그건 우리도 미안하지. 근데 우리도 가오가 있고, 주변 시선도 있잖아.”

 

“하, 씨바 군바리색희들...”

 

러시아 전투기 격추 사건은 단순히 전투기 한 대가 떨어졌다는 의미를 넘어섰다. 이걸 시점으로 푸틴이 터키에 대한 공세 수위를 계속 높여 갔던 거였다.

 

“터키 저 쌍노무시키들이 IS가 파는 석유를 사들였다니까! 싸다고 테러리스트 석유까지 사서 쓰는 터키는... 진짜 인간 말종 아니냐? 전 세계가 IS랑 싸우는 마당에, 뒤에서 테러리스트 석유를 사서 쓰는 터키는... 아 진짜 내 입으로 말하기도 더럽네.”

 

일국의 수장. 그것도 러시아라는 거대한 나라의 수장이 언론에 나와서 대놓고 터키의 ‘비위’ 사실을 말한 거였다. 이 말을 들은 에르도안은 길길이 날뛰었다.

 

“야, 너네들 선 씨게 넘는다? 지금 IS 석유 샀다고 말하는 건 우리 보고 테러단체 지원했다고 말하는 거잖아! 우리 그런 적 없거든? 야, 증거 내놔! 우리가 석유 샀다는 증거 내놔! 만약에 털어서... 우리가 IS 석유 샀다는 게 사실이면... 나 대통령직 관둘게! 자 쫄리면 뒈지시던가!”

 

에르도안도 강경하게 나선 거다. 이렇게 되자 러시아도 위성사진을 내놓겠다면서 한바탕 난리를 쳤었다. 결국 동영상이 공개됐고, 한바탕 태풍이 지나갔다. 이런 상황에서 둘 다 짱구를 굴리며 출구를 찾아야 했다. 

 

“... 둘 다 끝까지 가서 좋을 거 없다.”

 

란 공감대 덕분이다. 당장 터키만 하더라도 천연가스의 50%와 석유의 30%를 러시아로부터 수입한다. 여기에 러시아 관광객이 터키 전체 관광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2%나 된다. 수출입 자체에 큰 타격을 입는 거다. 여기에 러시아 내에 체류 중인(외국인 노동자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거다) 터키인들 20만 명을 쫓아내겠다고 하니 터키로서는 움찔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마냥 러시아가 강경책만을 내놓을 수만은 없는 게, 터키의 지정학적 위치가 있다. 게다가 NATO의 한 축을 맡고 있는 나라가 아닌가? 결국 에르도안이 사과하는 모양새로 사태는 수습됐다. 이게 2016년 6월 27일의 일이다.

 

201610120422_11140923628061_1.jpg

출처 - 링크

 

물론 그사이 양국 사이에 교감이 오고 갔고, 분위기도 한결 누그러진 상태였다. 물론, 에르도안이 보낸 친서의 ‘해석’ 문제 때문에 설왕설래가 있긴 했지만, 어쨌든 에르도안이 터키 대통령 명의로 러시아 푸틴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냈다.

 

“야, 너네 조종사 유족들한테 안부 좀 부탁할 게 그리고 뭐... 미안해.”

 

대충 이렇게 사건이 종결됐는데, 그러고 나서 채 한 달도 안 돼서 푸틴이 에르도안을 ‘화끈하게’ 도와준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