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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자

2010-05-26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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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25.수요일

 

메리메리

 

 

 

 

 

 

 

 

 

 

 

1.

 

 

 

 

 

친구가 또 떠나갔다.

 

 

 

 

 

아 이런 시발;;

 

 

 

 

 

유시민 경선 선거인단 신청에 관심있냐 그랬더니

 

 

있다 그래서

 

 

이렇게 이렇게 하는 거라고 이메일 보내고

 

 

확인하려고 문자 쏘고 메신저 말 걸고 했더니

 

 

그 날부터 날 쌩깐다 -_-

 

 

 

 

 

나쁜년.. 하기 싫으면 말을 말지..

 

 

 

 

 

다시 말문을 트려면

 

 

반 년 정도... 선거가 끝나고 한참 지난 때가 돼야 할 것 같다;;;

 

 

 

 

 

 

 

 

2.

 

 

 

 

 

딴지에 선거 안 할 사람이 사실 뭐 몇이나 되겠나.

 

 

...육두인 중 몇이 밤에 너무 힘을 쓰고 지쳐서

 

 

다음 날 여섯시에 일어나 선거 시간을 놓칠 수 있을 지는 모르겠으나

 

 

그 외엔 선거 안 할 사람,

 

 

별루 없을 것 같다.

 

 

 

 

 

고민은

 

 

투표하지 않는 주변 인구를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3.

 

 

 

 

 

기독교인 친구가 교회 다니자고 할 때

 

 

내가 몇 번 사양을 했더니

 

 

좀 슬픈 듯이, 답답한 듯이, 억울한 듯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내가 니 눈에 어떻게 보이는지 알아.

 

 

이런 소리 하는 게 나 혼자 뿐도 아니겠지.

 

 

근데 메리야, 진짜, 메리야

 

 

내가 해보고 오죽이나 좋으면 너한테 이렇게까지 말하겠냐.

 

 

 

 

 

주님을 만나는 건 좋은 일이다.

 

 

끝없이 앵겨서 사랑해달라구 징징댈 수 있는 절대자가 생기는데 더해

 

 

말만 잘 들으면 미래(천국)도 보장해주는데

 

 

이건 사장보다, 애인보다, 보스보다 좋은 거다.

 

 

로또도 이만한 로또가 없다.

 

 

 

 

 

문제는 기독교를 지저분하게 이용해먹는 놈들이 만든 못된 고정관념이다.

 

 

'누가 시키면 좋은 일도 안 하려고 하는' 청개구리 심보다.

 

 

선택의 여지를 막아버리는 (교회 안 오면 죄다 지옥. 이순신도 지옥. 세종대왕도 지옥) '협박'이다.

 

 

 

 

 

 

 

 

4.

 

 

 

 

 

투표하라고 권유받는 일의 문제도 비슷하지 않을까 한다.

 

 

 

 

 

정치를 지저분하게 이용해먹는 놈들이 만든 못된 고정관념이 투표의 의미를 시궁창에 처박았다.

 

 

'누가 시키면 이명박 4대강 반대도 하기 싫어지는' 청개구리 심보다.

 

 

선택의 여지를 막아버리는 (투표 안 하면 넌 양심도 없는 개새끼, 역사의 반역자) '협박'이다.

 

 

 

 

 

 

 

 

5.

 

 

 

 

 

정치가 좋은 것, 필요한 것이라고 우겨봤자

 

 

선거 기간 내에 정치에 대한 상대의 생각을 바꾸는 건 불가능하다.

 

 

 

 

 

남이 시키면 괜히 짜증내고

 

 

'나도 알만큼 알아' 하며 자신의 지적 판단력을 의심하기 싫은 상대에게

 

 

'누구를 찍어, 꼭 투표해'하고 요구하는 건 반발심만 키우기 쉽다.

 

 

 

 

 

이번 선거가 역사적으로 얼마나 중요한지 떠들며

 

 

동참하지 않는 게 민족과 조국과 역사에 죄를 짓는 일이라고 주장하는 건

 

 

'나 착하게 사는데 멀 잘못했다구 지랄이야 시발'같은 거부감만 산다.

 

 

게다가 앞에 나서는 일은 누구에게나 두려운 일이다.

 

 

나선 자는 그 용기를 칭찬해주어야 마땅하지만

 

 

나서지 못한 자를 비난하는 것은 가혹하다.

 

 

이런 식의 주장은 당사자를 '앞에 나선 사람'처럼 느끼게 해

 

 

투표하는 일에 대한 거부감을 키울 수 있다.

 

 

 

 

 

 

 

 

6.

 

 

 

 

 

정치도, 선거도 게임이지만

 

 

선거하라고 누굴 꼬시는 일도 게임일 것 같다.

 

 

 

 

 

널 너무 좋아한다고 (니 표가 너무 탐이 난다고) 대놓고 침 질질 흘리면서 덤비면

 

 

일이 더 어려워지 않을까 걱정한다.

 

 

자연스럽고 매력적으로 다가가야 할텐데, 하고 고민한다.

 

 

 

 

 

꼬시는 티도 최대한 내지 말아야 할 것 같다.

 

 

나랑 같이 있는다는 (함께 투표를 한다는) 일 자체가

 

 

상대방에도 '재밌는'일이라고

 

 

말로, 행동으로 증명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7.

 

 

 

 

 

그러려면 친절하되, 연애 밝히는 놈(정치에 환장한 놈)이란 흔적을 최대한 감춰야 하지 않을까 한다.

 

 

 

 

 

...여기 왔다 갔다 하는 사람 중에 이제와서 그게 가능한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지만 -_-

 

 

아직 '그 지경'이 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나만해도 주변 사람들한테 선거나 정치인 얘기를 꺼내면

 

 

정치에 보통 정도 관심을 가진 (뉴스에 난 큰 기사만 보는) 사람들이 서로 그러듯

 

 

'가십으로' 담소를 나누려는 게 아니라는 걸 눈치채고

 

 

약간 긴장을 하며 나를 보게 돼서

 

 

정작 내가 해보고 싶은 이야기는 꺼내지도 못하고 물러서게 되는데

 

 

 

 

 

....이렇게 되기 전에 당신들의 정체성을 좀 숨기는 게 어떨까 한다 -_-;

 

 

 

 

 

정치에 관심없는 상대에게

 

 

'진보당원이 아닌 놈인데, 정치엔 평소 관심도 없던 놈인데

 

 

저런 말을 하는 걸 보면

 

 

뭔가 있나 보다' 식의 심리를 끌어내는 것이다.

 

 

 

 

 

정치인 후원은 남모르게 할 수 있다.

 

 

(내 통장에서 내 돈 나가는 걸 사람들이 죄다 감시하진 않을 거 아닌가 -,.-)

 

 

집회는 당원들이랑 가던가 시민운동모임 번개같은 데 낑기는 식으로 동참하자.

 

 

 

 

 

허나 사실 이건 좀, 힘들다.

 

 

민영화 반대니 어쩌니 인터넷 서명들이 많이 필요한 일들이 자주 일어나는데

 

 

이런 걸 주변에 권유하는 일상에서

 

 

내 정체성을 철저히 감추긴 힘든 것이다.

 

 

 

 

 

 

 

 

8.

 

 

 

 

 

이왕 들켰으면 '미친놈' 소리는 면해봐야하지 않겠는가.

 

 

'조선일보'를 벤치마킹해보길 추천한다.

 

 

 

 

 

보수세력에 도움되는 논조가 주를 이루지만

 

 

진보 세력에 도움이 되는 말도 해서 (말을 하는 척 해서)

 

 

(사실은 아닌데) 공정한 놈인 척 자처하는 것이다.

 

 

(사실 존나 편파적인데 낄낄)

 

 

 

 

 

그러니까, 내가 좋아하는 당과 후보를 까자는 -_-; 것이다.

 

 

 

 

 

한명숙은 여잔데 옷을 왜 저렇게 입고 나와.

 

 

민주당은 야당인데 뭐 하는 것도 없고.

 

 

참여당은 뭐야? 정당이 저렇게 불쑥 불쑥 만들어졌다 없어지는 게 어디 한 두 군데야.

 

 

 

 

 

그런 소릴 한 뒤에 딱 한 마디 흘리는 것이다.

 

 

 

 

 

'한나라당만 아니었어도.'

 

 

 

 

 

'다 똑같은 놈들'이라는 상대방의 의식에 공감해주면서

 

 

'그래도 절대악은 절대악'이라는 점을 은근히 흘려서

 

 

결국 내가 하고 싶은 요점을 전달하는 방식이다.

 

 

 

 

 

설득하고 대화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사실

 

 

상대와 다른 의견을 관철하는 나의 대화 스킬보다는

 

 

상대방의 마음에 공감해주는, 동의해주는, 편들어주는 자세가 아닌가 한다.

 

 

 

 

 

'정치는 개같다. 뽑을 놈이 없다.'

 

 

 

 

 

공감을 실컷 해 준 다음에

 

 

아주 살짝,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이 쪽 밖에는 선택이...' 흘려주자.

 

 

 

 

 

'4대강은 안 하겠지.'

 

 

'의료보험료는 안 오르겠지.'

 

 

'가난한 애들 줄세워 밥주는 지랄은 안 하겠지.'

 

 

'전쟁은 안 날 거 아냐.'

 

 

 

 

 

 

 

 

9.

 

 

 

 

 

역사와 미래와 어쩌구 하는 식의 너무 거창한 얘기를 통해 하는 설득은 재미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난 자주 가십을 이용한다.

 

 

그러니까, 후보가 입은 옷, 말, 연애 같은 것을 화제로 삼는 것이다.

 

 

요즘엔 정치기사들을 사람들이 많이 봐서

 

 

사실 가십으로 씹을 거리는 이런 종류 외에도 많다.

 

 

김문수가 일본한테 통치받은 게 우리나라한테 득이 됐다고 말한 일이나

 

 

이명박의 유명한 드립 '지금은 곤란하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

 

 

그 유명한 한나라당의 사과상자 드립 등

 

 

사소한 트집, 가볍게 씹을 거리는 얼마든지 있다.

 

 

 

 

 

상대방 후보를 폄하하는 방법으로 이런 가십을 이용하면

 

 

괜히 어깨 힘들어가 보이거나 정치에 미친 놈-_-;의 강요-_-;;라는 걸 숨기거나

 

 

무려 '정치' 얘기하면서 각을 잡지 않을 확률이 높아지지 않나 싶다.

 

 

 

 

 

'저 후보, 일본한테 통치받은 게 우리 나라 복이라더니 애비가 쪽바린가 봐. 니뽄필 간지 난다.'

 

 

'쟤, 전에 검사할 때 연애인 00 스폰 받았대.'

 

 

'와 저 후보 메이크업 너무 이쁘다. 옷 상표 00 아냐? 코디한테 한 달에 천 만원씩 준다더니 돈 많은 게 좋긴 좋다.'

 

 

'버스비가 20원이라고 했던 후보 보좌하던 애 아니었어?'

 

 

식으로 비웃어;;줘 보자.

 

 

 

 

 

이런 구체적인 정보가 없다면 바지가 먹었다거나

 

 

시장에서 떡볶이 먹는 입이 너무 닭똥집같다며 눈살을 찌푸리고 깔깔대주는 것도 방법이겠다;;

 

 

(...점점 유치해진다.)

 

 

 

 

 

이런 조롱 뒤에는

 

 

'바지 먹는 놈이 돈도 잘 먹는다더라.'

 

 

'내 전 남친 입이 저랬는데 참 말하는 게 똥같았어.'식으로

 

 

근거없는 비난;;을 덧붙여주는 것도 방법이겠다.

 

 

 

 

 

논리적으로 까는 것보다 이런 것들이 상대방에게 어떤 이미지를 심는데 더 도움이 되는 수가 있는데

 

 

뭐 이것도 역시 조선일보 스타일.

 

 

음? 우린 그런 놈이 아니니깐 하면 안 돼?

 

 

.... (외면)

 

 

 

 

 

아, 여기서 중요한 게 두 가지 있는데

 

 

 

 

 

첫째는 말투가 절대 비장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누가 하리수 장미성형 가십을 얘기하는데 엄숙하게 군단 말인가.

 

 

누가 서우 써클렌즈 돌아간 눈 얘기를 하는데 각을 잡는단 말인가.

 

 

 

 

 

둘째는, 저렇게 한 쪽만 까는 건

 

 

위에서 말했다 시피 내가 누구를 일부러 밀어주고 있다는 게 티가 나니까

 

 

'(내가 지지하는 쪽) 후보 할아버지도 친일사전 명단에 있더라. 사돈의 팔촌이라던가?'

 

 

'쟤도 너무 멸치같이 생겼어.'

 

 

'저 당은 깃발 색깔은 이쁜데, 모르겠어.'

 

 

'쟤 보좌관 이쁘더라. 여자 밝히나?'

 

 

식으로 까는 척;;해주는 말을 첨가해주면 좋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대신 한나라당 후보를 까는 것만큼 심하지 않은 정도의 내용으로.

 

 

 

 

 

 

 

 

10.

 

 

 

 

 

말이 자연스럽게 나와 설득을 시작하면

 

 

상대방이 관심이 크게 없을 땐 오래 끌지 않는 게 좋은 것 같다.

 

 

가십으로 시작하면 몇 마디 오갈 순 있지만

 

 

너무 계속 같은 말만 하면 정치에 미쳐서;; 자기한테 멀 시키려고 한다는 걸 눈치 까고

 

 

나를 외판원;;취급하면서 이제까지 들으며 한나라당을 은근히 같이 깠던 일을 싹 팽개쳐 버리더란 말이다 ㅠㅠ

 

 

그냥 분위기가 엄하면 이런 말 한마디로도 사실 충분한 것이다.

 

 

 

 

 

'시발 어뢰에 파란 매직 1번 봤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나라당을 찍기로 결심한 사람을 붙들고 발버둥치는 것도 별 소용 없다 싶다.

 

 

마음을 돌릴 수 있는 사람에게 집중하는 게 더 좋았던 것 같다. (선택과 집중)

 

 

그런 사람 붙잡고 늘어졌다간 괜히 쌈만 나고

 

 

정치에 미친 빨갱이로 찍혀서;; 앞으론 아무도 내 말을 안 들을지 모른다. (그렇게 여럿이 날 떠나갔다 -_-...)

 

 

말도 안 되는 논리에도 너무 싸우느라 힘빼지 말자.

 

 

평생 한나라당 찍어 온 우리 엄마 마음을 돌릴 수 없어서

 

 

나는 그냥 엄마 여권이랑 신분증을 다 갈아버렸지만

 

 

설득은 아예 안 했다..

 

 

 

 

 

 

 

 

11.

 

 

 

 

 

마지막으로 투표를 안 하러 갈지도 모르는 사람들...

 

 

 

 

 

여러분 조카가 경기도에서 가난해서 줄 서서 밥 먹을 무상급식 대상자라고 하면서 좀 울어보는 게 어떨까 -_-;

 

 

여러분 할머니가 낙동강변에서 사과농사를 짓는데 공사 하면 길바닥에 나앉는다고 좀 울어보는 게 어떨까 -_-;

 

 

 

 

 

'그것만 아니면 투표 안 하고 그냥 놀러가는 건데.'

 

 

한숨을 가볍게 쉬면서 상냥하게 웃어줘라.

 

 

그러면서 이렇게 말 하는 거다.

 

 

 

 

 

너 이번 투표 안 하냐?

 

 

다른 땐 몰라도 이번에 안 해서 우리 할무니 길바닥에 나 앉으면 너 때문이다? (쿨한 미소)

 

 

 

 

 

....이게 먹힐 리가 -_- (썅)

 

 

게다가 내가 너한테 강요하는 게 아니라는 느낌 따윈 이 정도 되면 안드로메다로 -_-;;

 

 

 

 

 

아... 아직 연구를 더 해야 한다;;

 

 

 

 

 

 

 

 

12.

 

 

 

 

 

이렇게 한다고 상대방이 설득되리란 보장, 없다.

 

 

그냥 어떻게 설득해보려다가 땅바닥 긁은 내 초라한 경험을 갖고 몇 자 적었을 뿐이다.

 

 

 

 

 

정치 관심 두자고, 투표 같이 하자고 애쓰는 사람들은

 

 

좋은 나라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좀 예민한 보통 사람들이다.

 

 

우리도 그냥 평범한 유권자일 뿐인 것이다.

 

 

하지만 그런 마음이 있는 한, 이런 식의 '외판원 취급' 혹은

 

 

'정치를 좋아하다니 정치인 같은 놈' 식 취급을 계속 받을 수 밖에 없는데

 

 

좀, 잘, 해봤으면 싶어서 고민하고 있다.

 

 

딴지 독자들한테, 더 절절한 좋은 방법들이 있을 것 같다.

 

 

 

 

 

같이 공유하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팔자니깐. (썅 ㅠㅠ)

 

 

 

 

 

 

 

 

이러고 있을 팔자가 아니잖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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