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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의과대학(도쿄 신주쿠 소재 사립대학)이 2006년부터 12년간 여성 지원자들의 점수를 조작했다. 2018년 8월 요미우리 신문이 이를 보도했다. 기사를 접한 일본 시민들의 분노는 말할 것도 없다.

 

요미우리 신문은 대학 관계자들 사이에 여성 입학자 수를 줄이자는 '암묵적인 이해'가 있었다고 보도했다. 신문의 소식통은 "여학생들은 졸업 후 출산과 육아 등으로 실제 의료 현장에서 떠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점수 조작이 있기 전 도쿄의과대학의 여학생 합격 비율이 40%다. 하지만 2018년 여학생 합격 비율은 17.5%로 줄었다. 2018년 초 의학과 입시 2차 시험에 남학생 합격자는 141명이지만, 여학생 합격자는 30명에 그쳤다.

 

일부 의대의 점수 조작은 2018년 당시 문부과학성(한국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교육부·문화체육관광부에 해당하는 행정조직) 과학기술·학술정책국장 아들 A씨의 도쿄의과대학 부정 입학 사건으로 세상에 드러났다(도쿄의과대학은 정부의 지원 혜택을 받고자 국장의 아들을 입학시켰다). 사건에 따른 도쿄지검 조사 과정에서 도쿄의과대학이 여학생들 점수를 임의로 감점해서 떨어뜨려 온 사실이 발각됐다. 일본 정부는 전국 의대 81곳을 전수 조사했다. 9곳이 여성 감점 등 부적절한 점수 조작을 감행한 사실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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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8월 도쿄의과대학 앞에서 성차별에 

항의하는 시민들

출처-<링크>

 

1. 서울대 41% vs 도쿄대 21%

 

도쿄대는 일본 사회 정점에 있다. 역대 가장 많은 총리를 배출했다. 대법관 절반 이상이 도쿄대를 나왔고, 역대 노벨상 수상자도 가장 많다. 도쿄대에 가고자 n수를 하는 일본인도 많다. 도쿄대는 전술한 사건에 연루되지 않았다. 다만 한가지, 도쿄대를 떠올리게 하는 연고가 있었다. 도쿄대 입학생 중 여성 비율이다.

 

도쿄대 입학생 여성 비율은 2021년 최초로 20%를 넘어 21.2%를 기록했다. 서울대가 41%다. 2020년 학부 신입생 기준 예일·스탠퍼드·프린스턴·옥스퍼드 등은 입학생 중 여학생 비율이 50%를 넘는다. 하버드·MIT·케임브리지도 50%에 가깝다. 이를 고려했을 때 도쿄대 여성 비율은 낮은 수치이다. 전체 일본 대학의 여자 입학생 비율인 45%에 비해서도 현저히 낮다.

 

도쿄대에서는 왜 여학생 비율이 낮을까? 애초에 도쿄대에 지원하는 여성이 적다. 지원자 성비 자체가 남자 8 대 여자 2다. 지원자 성비가 입학률에 고스란히 이어지는 터이다. 

 

왜 일본 여성들은 도쿄대에 지원하지 않을까? 이는 일본이 오랫동안 빚은 젠더 이미지의 산물이다. 도쿄대 남녀공동참가실장이었던 마츠키 노리오(松木則夫) 교수는 "성별에 따른 역할 분담 의식이 강한 사회 분위기"를 언급했다.

 

"일본에서 남자는 좋은 대학에 진학하고 좋은 직장을 다니며 가정을 부양하고, 여자는 가정을 지키고 남편을 지원한다는 분담 의식이 여전히 뿌리 깊다"

 

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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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대 입시에서 합격한 학생이 축하 헹가래를 받는 모습

출처-<위키피디아>

 

일본 여성들은 재수를 기피하기 때문에 자신이 얻은 점수에 비해 하향 지원하는 경향이 있다. 도쿄대에 들어간 20%는 상당히 우수한 점수를 받아서 도쿄대에 떨어질 가능성이 적은 이들일 터이다. 동일한 점수를 얻은 남성들이 도쿄대에 지원할 때 여성들은 도쿄대보다 입학 점수 조건이 낮은 곳에 지원하는 풍토가 있다. 도쿄대에 진학하려는 여학생들은 거북한 경험을 하곤 한다. 가족으로부터

 

"여자가 굳이 뭐 하러 도쿄대에 가냐"

"다른 대학들도 충분히 좋다"

 

는 등의 잔소리를 듣는다. 도쿄대 재학생들은 도쿄대를 방문한 여고생들로부터

 

"도쿄대에 가면 나중에 결혼할 수 있느냐"

 

와 같은 질문을 받기도 한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도쿄대학의 기형적 성비는 일본 사회에 뿌리 깊은 성 불평등의 부산물"

 

이라고 일컬었다. 4년제 전체 대학 진학률에도 성비 차이가 있다. 2016년도 학교 기본조사에 따르면 4년제 대학 진학률은 남자 55.6%, 여자 48.2%로 차이가 7%다. 이 차이는 성적(成績) 차이가 아니다. '아들은 대학까지, 딸은 단기대학(2년제)까지' 가면 된다는 인식의 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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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대를 상징하는 야스다 강당

출처-<위키피디아>

 

2019년 4월 한국에도 알려진 사회학자이자 도쿄대 명예교수인 우에노 치즈코는 도쿄대 입학식 축사를 했다. 아래는 축사의 한 대목이다.

 

도쿄대학에 진학한 남녀 학생에게 어떤 환경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타 대학과의 미팅에서 도쿄대학 남학생은 인기가 있습니다. 도쿄대학 여학생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너 학교 어디 다녀?"라는 질문을 받으면 '도쿄, 에 있는, 대학···'이라고 답한답니다. 왜인지 물어보니 '도쿄대학'이라고 하면 기피하기 때문이랍니다.

 

남학생은 도쿄대 학생인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데에 반해 왜 여학생은 대답을 주저할까요? 남성의 가치와 높은 성적은 일치하는 반면, 여성의 가치와 높은 성적 간에는 괴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여자는 어릴 때부터 "귀여울" 것을 요구받습니다. "귀엽다"는 것은 어떤 가치일까요? 사랑받고 선택받고 보호받는 가치에는, 상대방을 절대로 위협하지 않는다는 확신이 포함됩니다. 그렇기에 여자는 자기 성적이 우수한 것과 도쿄대생인 것을 숨기고자 합니다.

 

참고로 일본 여의사 비율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낮다. 2018년 일본 보건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본에서 여의사 비율은 전체 중 21.9%였다. 2015년 OECD 자료에 따르면 스페인 여의사 비율은 51.6%, 스웨덴 48%, 영국이 45.6%, 미국이 34.1%이다. 2017년 기준 한국은 23.9%이다. 한국은 최근 의과대학 신입생 여성 비중이 40%를 넘는 추세다. 여의사 비율이 증가세다. 일본 여성들이 직업으로서의 의사 활동을 하기 힘든 것은 사회 구조의 이유가 있지 않을까.

 

2. 일본에는 메르켈과 엘리자베스가 없다

 

2006년 9월 6일 일본에 특별한 남아가 태어났다. 이 아이는 출생 신고도 하지 않고 호적도 가지지 않는다. '일본인' 인구 통계에 포함되지 않을 터이다. 신문은 태어나면서부터 'OO님'이라는 경칭이 붙는 이 아이의 탄생을 호외로 보도했다. 현재의 황실전범(皇室典範, 1947년 일본에서 황위 계승과 황족의 범위 따위의 황실과 관계된 사항을 정한 법률)에 따라 황위 계승 제3위에 해당하는 아이(秋篠宮悠仁親王, 아키노노미야 히사히토신노)의 탄생이었다. 이 아이는 앞으로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하며 프라이버시 없는 일생을 보낼 터이다. 

 

일본의 전통 연극인 가부키는 남성만 출연한다. 스모에서 여성의 출전은 금기다. 남성만 할 수 있는 게 또 있다. 천황(일본의 왕을 일컫는 단어는 일왕·천황·덴노 등이 있다. 본 글에서는 천황이란 단어가 다양하게 변주됨에 따라, 가독성을 위해 천황이라 칭한다)이다. 일본 황실전범에 따라 남자만 천황이 될 수 있다. 일본에서는 2006년 9월 6일 히사히토가 태어나기 이전까지 40년 이상 남성 황족이 태어나지 않자 여성도 천황이 될 수 있게 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의견이 있었다. 여성의 천황 계승이 승인될 경우 나루히토(2019년 5월 1일부터 재위 중인 126대 일본 천황)의 장녀인 도시노미야 아이코 내친왕이 서열 2순위였다. 그러나 현 천황 남동생 후미히토의 장남 히사히토 탄생 이후 그 의견은 흐지부지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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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천황의 남동생인 후미히토 가족.

후미히토 부부와 두 딸과 히사히토(왼쪽에서 2번째)

출처-<위키피디아>

 

기존 황실전범대로라면, 히사히토는 큰아버지인 나루히토 이후 나루히토의 양자가 되어 일본 제127대 천황에 즉위할 수 있다. 히사히토가 태어났을 때, 일본 궁내청(일본 황실에 관계된 사무나 일본 천황의 국사 행위 중 외국 대사의 접수나 의례에 관한 사무 및 옥새와 국새의 보관을 담당)은 "끊어질 뻔했던 일본 황실이 히사히토의 탄생으로 황실 가문을 이을 수 있게 되었다."라는 점을 강조하였다.

 

메이지유신(1868년) 이후 일본은 천황부터 총리까지 여성이 전무하다. 도쿄도지사(서울시장 격)까지는 나왔으나 일본의 유리천장은 여전히 두텁다. 일본 여성의원 비율은 2022년 기준 9.7%다. 스웨덴이 46.1%, 독일이 34.9%, 미국이 27.7%이다. 유리천장이 두텁다는 대한민국은 18.6%이다. 이는 정계에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도쿄대 준교수(조교수)의 여성 비율은 11.0%이며 교수직은 7.8%다. 유리 천장은 다른 분야에도 만연한다. 

 

포춘코리아에서 세계 여성 리더 50인 목록(MPW : Most Powerful Women)을 본 적이 있다. 네이버의 전 CEO인 한성숙 씨가 실려 있었다. 그녀는 취임 첫해인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 연속 선정되었다. 숙명여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언론인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여 네이버 대표이사 자리까지 올랐다. 전형적인 IT 기업인들의 발자취가 아니라서 필자의 기억에 남았다. 2022년 그녀가 유럽사업개발 대표로 발령받은 뒤에 그녀에 이어 네이버 CEO가 된 사람 또한 여성인 최수연 씨다. 

 

일본은 인구가 1억 2천만, 경제 규모가 한국의 약 3배에 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MPW 목록에 일본인은 최근 5년간 한 명이 있거나 없는 해도 있었다. 일본에서 여성 리더는 찾기 어렵다. 

 

3. 미투 운동하기가 벅찬 나라

 

영국 BBC는 <일본의 숨겨진 수치>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방영했다. 이는 일본 미투 운동의 선구자인 이토 시오리(伊藤詩織) 이야기다. 

 

이토 시오리는 2015년 4월 3일 방송국 인턴이던 때 성폭행을 당했다. 언론인이었던 피의자와 저녁을 먹던 자리에서 그녀는 정신을 잃었다. 눈을 떴을 때는 호텔 침대 위에서 성폭행을 당하고 있었다. 공포와 불안에 떨다 5일 만에 경찰서를 찾았다. 남성 수사관은 "자주 있는 일이라 사건으로 수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2016년 7월 일본 검찰은 증거 불충분으로 피의자에게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피의자 야마구치 노리유키(山口敬之)는 도쿄방송(TBS) 워싱턴 지국장이었다. 그는 언론계 영향력 있는 인물로 아베 신조 총리와 가까웠다. 책 <총리>를 발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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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구치 노리유키

출처-<링크>

 

2017년 5월 이토 시오리는 공개적으로 법적 소송에 나서기로 결심했다. 신원 공개에 따른 2차 가해와 정신적 스트레스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기자회견을 하였다. 일본 미투 운동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이토 시오리는 소송 과정에서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2차 가해에 시달렸다. 인권 단체의 도움을 받아 영국으로 피신하기도 했었다. 재판에서 이겼지만 판결 후에도 집단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영국 BBC 인터뷰에서 언급한 

 

"일본 사회에서 여성은 누구나 성추행을 겪을 수 있다"

 

는 발언 때문이었다. 2020년 6월 그녀는 자신을 조롱하는 트위터를 올린 만화가 등 2차 가해자에게 770만 엔(약 8500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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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 시오리

출처-<SBS 스페셜>

 

영국 BBC가 이토 시오리에 관해 다큐멘터리를 방영하고, 2020년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이 이토 시오리를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했다. 가만 생각해 보자. 미투 운동은 전 세계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유독 이토 시오리에 관해 다큐멘터리가 만들어지고 타임이 주목했다는 것은, 일본 사회와 미투 운동 간에 긴장이 크다는 방증이 아닐까. 실제 일본의 여권(女權)이 주요 선진국 중에 가장 약하다. 미투 운동은 외신의 주목과 달리 일본 국내적으로 미약했다.

 

일본에는 잘 정비된 남녀고용기회균등법·다양한 상담 창구·개인 프라이버시 보장·높은 수준의 여성 취업률·표현의 자유와 언론 감시 등 성적 불평등을 억제할 요소가 잘 갖춰져 있다. 2016년 소수자나 외국인에 대한 혐오 발언을 막고자 제정된 헤이트스피치(Hate Speech) 대책법도 있다. 그런데도 일본은 왜 미투 운동 등 여권 운동이 잘 안될까? 

 

미투운동은 미국 내 영화산업 제작자와 여배우 간 갑을 관계에서 시작했다. 한국도 연극·영화계에서 미투 선언이 많이 나왔다. 그러나 일본 연예계에서는 좀처럼 미투운동이 일어나지 않았다. 미투 운동이 연쇄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일본 연예계가 유달리 상하 관계가 강하고 집단주의적 폭력성이 존재한다는 지적이 있다. 이토 시오리가 공개적인 미투 선언을 한 것도 그나마 프리랜서로서 소속이 없었기 때문도 있을 터이다. 일본 정보기술(IT) 회사에 다니던 여직원은 직장 상사의 성희롱을 호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오히려 따돌림을 당해 회사를 그만뒀다.

 

집단주의가 강한 일본에서 피해자는 2차 가해를 두려워한다. 이토 시오리는 2018년 3월 유엔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성적 피해를 고발한 여성에게 일본 사회가 가혹한 집단 린치를 서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토 시오리의 고발 이후 인기 블로거가 직장 상사의 성추행을 고발했으나 오히려 자신이 업계에서 퇴출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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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1심이 있었던 도쿄지방재판소 앞 이토 시오리.

그녀는 1·2심에 이어 2022년 7월 도쿄최고재판소(대법원)까지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승소하였다

출처-<한겨레>

 

일본에서는 여전히 여성이 피해를 호소하기에 형편이 마땅하지 않다. 2013년 유엔 마약 범죄 사무국(United Nations Office on Drugs and Crime, UNODC)이 발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2003~2004년 한국의 인구 10만 명당 강간 범죄율은 약 13명이다. 2003~2008년 일본은 1.2~1.9명으로 나타난다. 일본이 성범죄가 더 적은 것일까? 그리 단정 짓기 어렵다. 같은 기간 인구 10만 명당 강간 피해자 수는 카타르가 1.5~1.6명, 터키 1.4~2.5명, 요르단 1.4~1.9명, 아랍에미리트(UAE) 1.2~1.7명, 이집트 0.0~0.1명이다. 이 국가들이 한국·일본보다 성 의식이 진보적이며 여성 인권이 높다고 보기 어렵다. 일본 같이 여성 인권이 억압된 곳에서는 여성들이 피해를 보아도 신고하기가 어렵다.

 

여성 인권이 보장된 소위 선진국일수록 피해자 보호 제도가 잘 갖춰져 있어서 신고율이 높다. 스웨덴은 2008년 기준 53.2명 기록했다. 같은 해 영국(잉글랜드와 웨일스)은 24.1명, 독일 8.9명, 프랑스 16.6명이다.

 

언어를 살펴봐도 일본 사회의 젠더 인식을 알 수 있다. 일본에는 베개영업(枕営業[まくらえいぎょう]), 여자력(女子力[じょしりょく])이란 단어가 있다. 베개영업은 성관계를 전제로 하는 영업활동이다. 여자력은 '여성스러운 외모와 태도를 연출하는 능력' 또는 '여성 특유의 능력이나 감각을 살릴 수 있는 정도'를 뜻한다. 이런 단어를 버젓이 현시대에 수용하여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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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tvN>

 

여자력은 2009년 무렵 처음 등장했다. 사실상 전 세계 중 일본에서만 발견되는 단어다. 구직활동이나 결혼 상대를 찾을 때 여자력을 높이는 것이 유리해 이에 관한 서적이나 강좌도 쉽게 눈에 띈다. 중학교·대학교 같은 공식 교육기관의 팸플릿에 이 단어가 등장한다. 심지어 여성력을 높여준다는 게임들도 발매한다. 여자력은 일본 여성들에게 순종하고 순응하는 역할을 암묵적으로 조장한다.

 

일본어 단어 치한(chikan)은 위키피디아에 등재되어 있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일본 단어 중에 하나다. '치한' 또한 일본 젠더의식을 보여주는 편린(片鱗)이다. 1912년부터 일본 전철에는 치한 퇴치를 위한 여성전용칸이 있었다. OECD 자살 1위 한국이 지하철에 스크린도어를 설치하듯, 일본은 그들의 사회 현상을 이렇게 대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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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의 여성전용칸

출처-<링크>

 

4. 성인 기득권 남성을 위한 갈라파고스

 

2018년 3월 요코하마역에 갔다. 오랜만에 만난 일본인 친구와 함께 이자카야에 들어갔다. 이자카야 안의 광경이 생경했다. 술상에 앉아 있는 이들이 연기가 모락모락 올라가는 담배를 손에 꽂은 채 담소하고 술 마시는 풍경이 생경했다. 2018년에서 2020년 필자가 있던 당시만 해도 일본에서는 여전히 카페와 술집에서 담배를 피웠다. 길거리 곳곳에 담배 자판기가 있는 걸 보며 흡연에 관대한 나라로 인식했다.

 

술집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 등 일본인들의 행동 양식에 눈이 갔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그들 문화 하나하나가 결국 특정 집단을 위한 것이라는 생각에 미쳤다. 잘 아는 일본의 여러 풍습이 기득권 남성을 위한 것들이라 여겼다. 그들이 편하기 때문이다. 요소 하나하나 따져보면 그들만 수혜를 입는 것은 아니지만 언제나 성인 기득권 남성은 수혜를 보는 쪽에서 빠지지 않는다. 수혜층을 조금 더 좁혀 말하자면 중년 기득권 남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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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고독한 미식가>

 

AV(adult video) 등 성인물이 활성화되는 것, 성진국 문화도 마찬가지다. 일본에서는 편의점의 잘 보이는 진열대에 성인잡지가 버젓이 놓인다. 남녀노소가 이용하는 서점에서도 버젓이 성인잡지와 성인 소설 등 성인물 코너가 잘 보이는 곳에 놓여 있다. 모든 것은 정해진 자리가 있다고 가르치는 전통 신앙인 신도(神道, shinto)와 천황제도 그렇다. 이 모든 것이 성인 기득권 남성들의 편리로 존속하는 제도들이다.

 

일본 여성들은 짧은 치마를 편히 입지 못한다. 이거를 눈여겨본 연유가 있다. 대학생 시절 한국에 놀러 온 외국 친구들과 대학 캠퍼스에 거닐다 이런 잡담을 한 적이 있다.

 

"근데 한국 여자 대학생들은 복장이 정말 화려하다. 파티나 클럽에 온 거 같아"

 

지하철 탄 사람들이 무표정이라는 말과 함께 기억에 남은 의견이었다. 외국에서 지내봤던 필자의 의견으로도 일리가 있는 관찰이라 여겼다. 필자 또한 그런 인상을 지니고 있었다. 캠퍼스 남학생들 패션이 대개 일률적인 데 반해, 여학생들 패션은 화려하다고 느꼈었다.

 

그런 차에 일본에 갔다 보니, 패션도 눈에 들어왔다. 일본에서는 짧은 치마를 입은 여성을 상대적으로 잘 찾을 수 없었다. 습도 높기로 유명한 나라에서 여름에도 긴팔, 긴바지 또는 긴치마 옷을 입은 풍경을 도쿄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었다.

 

현상의 배경이 궁금해서 일본인 여성 친구에게 물었다. 답은 이랬다.

 

"그게 일본에서는 남을 의식해서 그래. 너무 옷을 화려하게 입으면 다른 사람들 눈총을 받거든. 쟤는 튀려고 저렇게 옷을 입었구나 하고 생각하거든. 특히 짧은 치마 같은 거 말이야. 그래서 옷을 차분해 보이게 입는 편이야"

 

타인에 의한 검열과 더불어 거의 자기검열까지 일어나는 수준이다. 이외에도 여성에게만 안경 착용을 금지한다던가 구두 착용을 의무화하는 사내 규정들이 존재하여 논란이 일기도 했다. 구두를 뜻하는 일본어 '쿠쯔(靴)'와 고통을 의미하는 '쿠쯔(苦痛)'를 '미투(#MeToo)' 운동과 합쳐 '#쿠투 운동(#KuToo)'이 일기도 했다. 특정 의상들을 강요하는 것과 외모로 여성의 사회 활동을 평가하는 것은 남성들에 의해 여성들을 대상화하는 것의 일환이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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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힐을 강제하는 비즈니스 매너를 철폐하자"

 출처-<링크>

 

결혼한 여자는 성을 남편의 것으로 바꾼다. 여성들은 신원 정보를 고친다. 커리어 중간에 이름을 갈아야 한다. 일본은 특히 서류 작업이 많아서 수십 개의 공문서에서 성을 바꿔야 한다. 자기 정체성을 위해 혼인신고를 하지 않기로 선택한 이들도 더러 있다. 이는 또 다른 위험부담을 감수하는 것이다. 가령 합법적으로 결혼한 배우자만 서로를 대신해 내릴 수 있는 병원 수술과 같은 결정을 포기해야 한다.

 

일본은 오랫동안 일본 남성이 외국 여성과 결혼하면 아이의 일본 국적을 인정했다. 반면에 일본 여성이 외국 남성과 결혼하면 아이의 일본 국적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 법은 1985년이 되어서야 개정됐다. 그러나 여전히 황실전범은 바뀌지 않았다. 황족 여성은 일반인과 결혼하면 황적을 이탈한다. 그러나 같은 경우에 황족 남성은 황적이 유지된다. 여성 차별을 금지하는 국제 조약 위반이며 남녀평등을 제창하는 일본국 헌법 위반임에도 이것을 문제 삼는 이는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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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대학 동기(왼쪽 사진 속 남자)와 결혼하면서 

일본 왕실을 떠나 뉴욕에 사는 마코 전 공주

출처-<연합뉴스>

 

이혼한 일본 여성은 6개월간 재혼하지 못한다는 법이 오랫동안 있었다. 재혼 후 태어난 아이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알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법은 1898년 메이지 민법 시행 이후 100년 넘게 이어진 법률 조항이다. UN 여성 차별 철폐 위원회의 양성차별 지적과 일본 여성의 위헌 소송 후인 2016년에 와서야 법 개정이 있었다. 그때도 폐지한 것은 아니다. 100일로 그 기간이 줄었을 뿐이다. 참고로 한국 민법에도 여자만 6개월간 재혼 금지 기간이 있었다. 2005년에 성차별의 소지가 있다고 여겨 관련 조항을 폐지했다.

 

책임지는 자가 없는 정치 형태도 마찬가지다. 메이지 유신 전에는 쇼군(장군[將軍], 1603년부터 1868년까지 일본 도쿠가와 막부[德川幕府]의 우두머리)과 천황이 공존했다. 메이지 헌법 후부터 2차 세계대전 전에 그들에게 천황과 수상이 있었다. 현재도 천황과 내각의 수반인 총리가 공존한다. 총리 또한 언제나 사퇴하기가 쉽다. 국민이 직접 뽑는다기보다 간접 투표 방식으로 당선된다. 1인 책임정치라기보다 1당 책임정치다. 책임을 분산한다.

 

본인이 일본 성인 기득권 남성이라고 해 보자. 명예·부·권력을 쥐고 있다. 대부분 선대부터 가지고 태어난다. 사회 틀을 바꾸고 싶을까? 굳이 바꾸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 듯하다. 미국은 재미없는 천국, 한국은 재미있는 지옥이라는 농담을 하곤 하는데, 일본은 기득권 남성에게 성인지 감수성이 그리 높게 요구되지 않는 천국인 듯하다.

 

현재 일본은 정치조직·사상·도덕·법률 모든 것이 남자의 세계다. 여자는 남자의 편리에 의해 관습과 신조(信條)가 강제된다. 남자의 편리대로 법률을 제정하고 교육을 강조한다. 여성의 생각과 기능(技能)은 도외시된다. 또는 남자의 방편이 되어왔다.

 

5. 메이지 유신부터 2차 세계대전까지 여성의 쓰임

 

메이지유신(1868년) 무렵부터 일본에선 근대성(modernity)을 보여주고자 여성의 도구화가 있었다. 서구의 일부일처제 근대적 젠더관의 영향 속에서 일본은 자신들만의 독특한 젠더관을 형성해 갔다.

 

최초의 여성 유학생이 미국으로 건너간 이듬해인 1872년 9월에 일본은 '학제'(學制)를 공포했다. 서구에 비해서도 획기적일 만큼 이른 시기에 여성 교육을 제도화했다. 그러나 이는 결코 여성의 의식 자각과 지위 향상을 목적으로 하지 않았다. 표면적인 남녀평등의 찬양과는 반대로 철저하게 양처현모(良妻賢母, 착한 아내이면서 어진 어머니) 교육에 중점을 두었다. 다음 세대를 짊어질 '자녀를 생산'하기 위한 '여성 교육'을 촉진한다는, 어디까지나 남성중심주의 국가정책을 의도한 것이다. 유학 제도를 도입한 이듬해에 여성의 유학은 금지됐다.

 

서양 문화를 접했을 때 기존 일본과 다른 젠더 인식에 여성의 의식이 각성할까 염려했다. 서양의 남녀동권적 젠더관을 일본에 도입하는 것을 남성 지도자들은 원치 않았다. 남성 지식인들이 젠더 이데올로기 재편성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주도권을 쥐려고 했다. 여성 교육에 기득권 남성의 관심이 컸던 것은 그들의 위기의식이 얼마나 컸는지를 여실히 드러내는 반증인 셈이다.

 

일본 여성은 서양 문화와 접촉하며 일본적인 남녀관계에 위화감을 느꼈다. 그러나 그 위화감을 극복하려는 시행착오를 시작하기에는 곤란했다. 일본 근대의 젠더 이데올로기는 남녀 간 권력관계의 압도적인 불균형 속에서 여성의 위화감이 남성주도 사회 체계에 뒤덮이면서 묵살되었다.

 

태평양 전쟁 당시 모성(母性)은 여성을 국가 총동원 체제에 동원하기 위한 중심 관념으로 활용되었다. 1930년대부터 어머니의 날을 제정하고 대일본 연합 부인회를 만들어 가정을 지키는 존재로서 여성을 강조했다. 전쟁이 격화되면서 '군국의 어머니', '야스쿠니의 어머니'를 고취하고 전쟁 협력에 동원했다. 모성을 일본 여성의 율법처럼 선전했다(이를 보면 일본 군국주의 남성들의 문화 통치는 식민지만을 향하지 않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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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스쿠니 신사에 세워진 전쟁 과부와 아이들 동상

출처-<위키피디아>

 

군국의 어머니 이미지는 출정하는 병사들에 대한 모성애 발현과 후방의 가정을 지키는 모성·건강한 병사를 많이 출산하는 모성·전쟁의 격화에 따른 노동력 부족을 메우는 근로 여성 등 다양한 속성을 품고 있었다(파시즘 이데올로기를 침투시키는 데 고향·어머니·향토와 같이 병사들에게 친근한 단어와 감성을 통해 국민을 동원하는 것은 나치가 이용한 방식이기도 했다).

 

당시 일본에서는 여성 지식인들조차 국가주의 이데올로기에 고취되어 동조하였다. 일제가 일으킨 전쟁을 성전(聖戰)이라 하며 지식인 여성들조차 국가 논리에 따라 일본 여성들에게 사상을 주입했다. 당시 여성으로서는 특별하게 서구 여행 체험을 한 지식인이었던 요사노조차 국가 체제에 가담하여 아래와 같이 단가를 지었다.

 

"강하고 부드럽게 자식을 키워 전쟁터에 보내는 일본의 어머니. 젊은이여 당신의 목숨을 아름다운 일본의 미래를 위하여 맡겨라. 모든 것을 불태우며 용사들이 중국의 남북을 달린다."

 

국가신도(state shinto, 일본 제국 정부가 천황 중심의 국가주의적인 관점에서 성립한 종교 혹은 사상)를 바탕으로 한 당시 일본의 내셔널리즘 이데올로기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얼마나 치밀하고 강력했는지를 보여주는 방증이다.

 

6. 사회(society)가 없는 나라

 

일본에서는 역설적으로 젠더 갈등이 심하지 않다. 성차별이 심하지만 이에 따른 갈등이 잘 표출되지 않는다. 기존 분위기에 동조하라는 무언의 압력이 만연(蔓延)한다. '튀어나온 말뚝은 얻어맞는다(出る杭は打たれる)'는 일본을 잘 표현해 주는 속담이다. 

 

일본은 동조 압력이 강하다는 지적은 새롭지 않다. 무엇에 동조하도록 강요받는 것일까? 적대성(敵對性) 또는 갈등의 부인이다. 이는 메이지 유신 이후 근대화에서 시작하여 패전을 계기로 민주화가 이루어졌어도 엄연히 일본이 아직도 완연한 계약국가(사회계약에 기초한 국가)가 아니라는 점과 관련이 있다. 계약은 서로 대등하고 잠재적으로 적대적인 관계에 놓인 사람끼리 맺는 것이다. 즉, 잠재적인 적대성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계약은 필요하지 않다.

 

요컨대 일본에는 '사회'가 없다. 사회에서는 본래 구성원 사이에 잠재적이거나 명시적인 이해(利害)나 가치관의 대립 관계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러나 일본인의 사회관에는 이러한 전제가 없다. '사회(社會)'와 '회사(會社)'라는 말은 19세기 메이지 시기에 만들어진 단어들이다. 한자를 앞뒤만 바꾼 두 단어는 일본에서 동의어인 듯하다. 일본에서 흡사 '사회인'은 '회사인'을 암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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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리(權利)'도 암시하는 바가 있다. 갈등의 소지가 있는 사람끼리 서로 납득할 수 있는 공정한 타협점을 찾아내고자 권리 개념이 있다고 해보자. 적대성이 없는 사회에서는 애초부터 권리가 필요하지 않다. 사회 내재적인 적대성을 부인하는 일본에서는 정당한 권리에 관한 개념 이해가 없다. 침해된 권리의 회복을 주장하는 사람이나 단체는 부당한 특권을 주장하는 무리로 여긴다. 그럴 때 모든 권리는 이권(利權)에 불과하다. 회사는 있지만 사회는 없고, 이권은 있지만 권리는 없다.

 

7. 일본 적폐의 원인, 천황제

 

제1조 : 천황은 일본국의 상징이며 일본 국민 통합의 상징으로서, 그 지위는 주권을 가진 일본 국민의 총의로부터 나온다.

제2조 : 황위는 세습되며, 국회가 의결한 황실전범이 규정한 대로 계승된다.

- 일본국 헌법 中

 

일본의 주춧돌 중의 하나가 천황제다. 전술했듯이 황실전범에 따라 일본에서 천황은 남성만 될 수 있다. 여성이 천황이 될 수 있게 황실전범이 바뀐다면 젠더 인식이 나아질까? 개선책일 수는 있겠다. 그러나 문제해결의 본질이 아니다. 남성만 천황이 될 수 있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21세기 현시대에 부족하다.

 

문제의 핵심은 '남성 천황'보다도 '천황제' 그 자체에 있다. 일본은 만세일계(万世一系, 일본 황실의 혈통이 단 한 번도 단절된 적이 없다고 주장하는 견해)로 2,600년 넘게 황실이 유지되어 왔다고 이야기한다. 1940년에는 황기(皇紀) 2600년이라 하여 대대적인 기념식을 열었다.

 

2600년 존속한 천황 그 자체로 인해 일본인들은 각자 타고난 신분이 있다고 상기한다. 일본은 기존 사회 규범을 깨뜨리는 자는 질서와 규칙과 전통을 어기는 자가 되는 곳이다. 그 기조를 중심에서 단단히 붙잡고 있는 게 천황의 역할이다. 일본 전통 신앙인 신도와 천황제 속에서 일본인들은 언제나 '각자가 정해진 자리가 있다'고 보는 일본 전통 가치에 묶인 채 살아간다.

 

오늘날 천황가도 안타깝다. 천황가 남자는 평생을 보호받으며 살아야 한다. 자신이 원하는 바를 날 것 그대로 추구하며 살기 어렵다. 그는 피를 전달하기 위한 정자 소지자로서 존재감을 드러내며 일생을 살아야 한다. 여성 황족이라 하여 처지는 다르지 않다.

 

필자는 오늘날 일본을 만든 원인 2가지를 자연환경과 천황제라고 본다. 처음에 일본에 관해 탐구할 때는 지리와 기후의 영향에 관해 설명하는 책 <총 균 쇠>와 실제 살아본 경험 때문에 자연환경의 영향이 크다고 여겼다. 2년 가까이 틈날 때 일본에 관해 자료를 찾아보며 궁리해보니 천황제도 오랜 시간(적어도 메이지유신 이래) 일본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생각이 자주 떠오른다. 천황제는 일본 전통 신앙 신도(神道, shinto)와 맞물리는 면이 있기에 신도라 해도 틀리지 않을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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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천황가와 시민들

출처-<링크>

 

신도와 천황제는 자연환경 못지않게 일본인들의 정신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거기에서 질서 의식을 강조한 집단주의가 나왔고, 전체주의(군국주의)가 나왔다. 거기에서 제조업 강국 일본이 나왔고 경어·높임말·존칭어가 발달한 일본어가 나왔다. 군주제 아래 유사 민주주의가 뿌리내리게 하는 토양이 되었다.

 

2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뒤 일본에서 천황제는 사라질뻔했다. 그러나 중국에 공산주의가 대두되자 미국은 일본 천황제를 존속하게 하고 반공(反共) 세력인 기존 기득권을 다시 불러들인다. 기득권은 가슴을 쓸어내렸을 테다.

 

이들은 메이지 유신을 주도했고,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키고 지휘했다. 오늘날 일본의 권력층이다. 그들에게 천황이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천황제 시스템이 존속하여 기존 일본 질서가 유지되면 그뿐이다. 물론 선진국이라는 지위는 그들 권력의 명분이 되어줄 테다. 그러나 그들의 사고가 통했던 것은 19~20세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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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가(家)의 가족 사진. 가운데에 있는 아이가 아베 신조다.

꼬마 아베를 무릎에 앉힌 사람이 외조부이자

A급 전범인 기시 노부스케 전 일본 총리,

맨 오른쪽이 부친인 아베 신타로 전 외상이다.

출처-<일본 총리관저>

 

시대가 달라지고 세상이 달라졌지만 동아시아의 갈라파고스는 너무 느리다. 2019년 일본에 살던 시절 한국 친구가 놀러 왔을 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했던 말이 있다. 

 

"야, 일본에서는 샤기컷이 핫해. 번화가에서 쉽게 볼 수 있어."

 

단순하게 말해 한국의 스타일 유행이 A → B → C 형태라면 일본의 스타일 변화는 A → AB → ABC 형태다. 젠더의식이 한국에서 성인지 감수성이란 개념과 함께 여러 논쟁을 낳으며 핵심 이슈 중에 하나지만 일본은 평화롭다. 시대가 바뀌면 재정립해야 할 건 재정립해야 한다. 그러나 갈라파고스의 중년 기득권 남성들은 관심이 없는 듯하다. 그들이 불편하지 않으니까.

 

일본은 고대에 중국 문물을 수용하여 발전을 이루었다(和魂漢才, 화혼한재). 근대에 서양 문물을 수용하여 세계 3대 강국이 되었던 나라다(和魂洋才, 화혼양재). 과거와 달리 지금은 복잡성이 너무 높아서 어느 한 나라를 모델링하기가 어렵다. 지금은 그 문물을 담는 그릇인 정신 그 자체(화혼[和魂])를 되돌아봐야 할 때다.

 

20세기까지는 시민들에게 정보가 제한된 시기였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손안에 모든 정보가 있다. 중국이나 북한처럼 정보를 통제하지 않는 선진국이라면 시민들을 속이기 쉽지 않다. BBC가 한국 정론지가 되는 시대이지 않은가. 과거와 같은 정신을 남겨둔 채, 해외의 문물을 받아들여 발달하는 것은 이제 한계가 있다. 전통 중에서도 의미와 매력이 있는 것은 이어가되, 그들이 선진국으로서 지위를 이어가고자 한다면 낡은 것들은 버려야 할 터이다.

 

제3의 성과 여성의 권리에 관해 저변에 흐르는 인식이 바뀐 날, 일본도 다시 한번 흐름을 탈 수 있으리라 본다. 그날은 젠더 인식과 함께 많은 것들이 바뀌어 있을 것이다. 

(끝)

 

 

사족. 독일과 일본 기득권의 차이. 독일은 모든 책임을 나치에 돌리고 독일 국민에게 면죄부를 주는 방식으로 전쟁사를 극복했다. 일본은 가해자를 오히려 영웅으로 신격화함으로써 전후 70년을 왔다. 독일이 허구를 만들었다면 일본은 신화를 만들었다. 책임을 국내 일부에게 돌리는 것과 책임을 내부에서 외부로 전가하고 회피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일본은 자신들이 침공했던 미국에게 입은 원자폭탄 피해 등만을 주로 언급한다). 전자는 어른의 행동으로 볼 수 있지만 후자는 철없는 이의 사고방식이다.  

 

※ '6. 사회(society)가 없는 나라' 일부는 책 <반지성주의를 말하다>에서 시라이 사토시(白井聡) 씨가 쓰고 김경원 씨가 옮긴 '반지성주의, 그 세계적 문맥과 일본적 특징' 내용을 발췌했습니다. 이 글의 맥락과 가독성을 고려하여 문장을 다듬고, 내용 일부를 추가하는 식으로 수정하였습니다. 아이디어의 공은 책 <반지성주의를 말하다>에 있되, 수정한 내용의 책임은 온전히 제게 있음을 글을 올리며 말씀드립니다. 이 글의 다른 대목 또한 참고문헌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을 옮긴 부분들이 있으나, 특히 '6. 사회(society)가 없는 나라'는 사실보다도 사유를 통한 아이디어가 주요 내용이라고 여기는 까닭에 밝혀둡니다.

 


 

참고문헌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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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국의 흥망> | 폴 케네디 (지은이) | 한국경제신문 | 1997년 6월

<일본어 저널 2022.5> | 일본어저널 편집부 (지은이) | 다락원(잡지) | 2022년 4월

<근대 일본의 젠더 이데올로기> | 오고시 아이코 (지은이), 전성곤 (옮긴이) | 소명출판 | 2009년 10월

<히라쓰카 라이초> | 정애영 (지은이) | 살림 | 2019년 8월

<가면의 고백> | 미시마 유키오 (지은이), 양윤옥 (옮긴이)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표류사회> | 이소정 (지은이) | 아이필드 | 2021년 10월

<성은 환상이다> | 기시다 슈 (지은이), 박규태 (옮긴이) | 이학사 | 2000년 11월

<아내를 사랑한 여자> | 히가시노 게이고 (지은이), 이선희 (옮긴이) | 창해 | 2006년 5월

<바꾸어나가는 용기> | 가미카와 아야 (지은이), 우윤식 (옮긴이)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16년 10월

<여자는 무엇을 욕망하는가> | 우치다 타츠루 (지은이), 김석중 (옮긴이) | 서커스(서커스출판상회) | 2020년 8월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 | 우에노 지즈코 (지은이), 나일등 (옮긴이) | 은행나무 | 2022년 6월

<반지성주의를 말하다> | 우치다 타츠루 (엮은이), 김경원 (옮긴이) | 이마 | 2016년 6월

<블랙박스> | 이토 시오리 (지은이), 김수현 (옮긴이) | 미메시스 | 2018년 5월

<전후 동아시아 여성서사는 어떻게 만날까> | 손지연 (엮은이) | 소명출판 | 2022년 5월

<그 여자애는 머리가 나쁘니까> | 히메노 가오루코 (지은이), 정수란 (옮긴이) | 연우출판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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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적 차별' 2018년 일본 도쿄의대가 女수험생 점수를 조작한 사실 발각 후, 처음으로 일본 내 의대 진학 시험에서 여성의 점수가 남성을 앞섰다

우에노 치즈코의 역사적인 도쿄대 입학식 연설(전문+영상)

[우리가 몰랐던 일본·일본인(12)] 일본인의 '끝없는' 색탐(色貪)의 기원

2015년 OECD 자료기준 스페인이 51.6%, 스웨덴 48%, 미국이 34.1%이다.

건설업은 '남성들의 업종'이 아니에요

[특파원리포트] "공무원 아들 대학 부정입학은 '뇌물'"

 

그 밖의 자료

위키피디아: 세계 경제 포럼

위키피디아: LGBT

위키피디아: 히즈라 (젠더)

일본의 독특한 성문화 엿보기

한국인들은 모두 입이 쩍, 일본에만 존재하는 충격적인 흡연 문화

왜 '남자'대학은 없나요?

[번역본] 주목받은 도쿄대학 입학식 축사

[책] [DP지식인] 혹시 일본 여성인권 관련으로 제대로 된 논문이나 책?

2019년도 사회부문 개요: OECD 사회지표

l LGBT ( he 2018 OECD Risks That Matter Survey)

일본의 숨겨진 수치(Japan's secret shame)

위키피디아: 제3의 성

동성애는 정신질환 아니다 - WHO 위원회 결론

위키피디아: 논바이너리 젠더의 법적 인정

아르헨티나의 트랜스젠더 권리

위키피디아: 젠더플루이드

위키피디아: 교정강간

성평등 관련 일본입법동향 및 - 지원체계에 관한 법제분석

일본의 위장 동성 결혼 제도 – 부부가 될 수 없다면 양부모·자식으로

위키피디아: 게이바

위키피디아: 일본의 성소수자 영화

위키피디아: 上川あや(가미카와 아야)

위키피디아: 東郷健(도고켄)

위키피디아:일본국 헌법 제24조

삿포로지방재판소의 동성혼의 입법부작위에 대한 위헌 판단 | 고베대학교 법학정치학 박사과정 서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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