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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도시’ 부천의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서 주최한 제23회 전국학생만화공모전에서 <윤석열차>란 제목의 카툰이 금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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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해보자. “해당 작품의 수상에 대해 어떤 입장이십니까?”라는 기자의 질문에 윤석열 대통령 본인이나 대통령실 또는 문체부에서 “수상을 축하합니다.”라고 짧고 굵게 답했다면?

 

그 주변은 삽시간에 쿨내가 진동하며 이를 지켜보던 많은 이들이 “이 남자... 갖고 싶다.”라고 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아쉽게도 문화체육관광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행사 취지에 어긋난 작품을 선정해 전시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엄중히 경고하며 신속히 관련 조처를 하겠다”고 두 눈에 쌍심지를 켜고 나섰다.

 

문체부 장관은 정무직 공무원으로서 정무적 판단을 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 판단이란 게 쿨내는커녕 헌법에서 보장한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행사 취지라는 옹색한 말로 부정하고 심지어 정부 예산 102억 원 운운하며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재미없을 것이란 뉘앙스를 팍팍 풍기며 한껏 논란을 키웠다.

 

그러자 집권여당에서 질세라 표절과 패러디도 구분 못하는 낮은 수준의 주장들로 화답했고 급기야 작품을 제출한 학생의 거주지를 들어 저쪽 진영 24%들이 ‘전라도’ 운운하는 더러운 꼴까지 보게 됐다. 

 

대통령 심기는 살폈는지 모르나 가뜩이나 어려운 용산의 처지를 더욱 곤궁하게 만들었다.

 

짜장면 때리는 상남자 

 

비속어 논란도 매한가지다. 

 

솔직히 이 새끼 저 새끼는 욕도 아니다. 물론 해외 외교 현장 한복판에서 부지불식간에 내뱉기에 권장할 말은 아니다만, 바이든이라 했든, 날리면이라 했든 간에 덮어놓고 “아이고 이런... 민망하고 면목 없습니다. 앞으로 조심하겠습니다.”라고 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이 쉬운 걸 안 한다. 그냥 안 하는 것도 아니고 절대 안 한다.

 

대체 왜? 이 의문의 해답을 찾아보자.

 

수해 당시 발달장애 가족 참극의 현장에 가서 “어떻게 미리 대피가 안 됐나 모르겠네.”라고 한다거나 어린이집에 가서 “두 살 안 된 애들은 집에만 있는 줄”이라고 한다거나 국군의날 행사에서 ‘부대 열중쉬어’를 빼먹는다거나 하는 사실들이 가리키고 있는 건 단 하나. 참모들이 써주는 시시콜콜한 사전 보고를 전혀 귀담아듣거나 읽지 않는다는 것이다.

 

왜? 천성이 게을러서? 매사가 심드렁해서? 물론 어느 정도 그럴 수도 있겠지만 내가 주목하고 자빠진 단어는 바로 ‘시시콜콜’이다. 사내대장부가 그런 사소하고 시시콜콜한 것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그건 사내답지 못한 거다. 윤석열, 그가 꿈꾸는 이상형은 ‘상남자’다.

 

검사 시절부터 그랬다. 재벌을 잡아넣었고 수틀리면 상관도 들이박으며 몸값을 키웠다. “나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 이 얼마나 싸나이다운 말인가. ‘의리’는 또 어떠한가. 대윤, 소윤 소릴 듣던 측근 윤대진과의 끈끈한 우정, 심복 한동훈을 위시한 이른바 윤석열 사단. 여기에 화룡점정을 찍는 건 “수사권으로 보복을 하면 그게 깡패지, 검삽니까?”라는 화끈함. 윤석열은 천상 칼잡이, ‘무골(武骨)’ 그 자체다. 

 

오죽하면 검사를 그만두고 나와 변호사를 하다가 다시금 찾은 대검에서 맡은 짜장면 냄새에 눈물이 핑 돌았다고 하지 않았던가. 

 

백설공주의 후예들

 

이 타이밍에서 몇몇 장면들을 되새김질해 보자.

 

 

안태근 당시 검찰국장의 답변 태도를 주목해 보라. 이죽거리는 표정으로 내뱉는 말에 유념해야 한다. “기억이 없다‘는 처벌할 수 없다. 이는 검사의 직업 노하우 중 하나다. ’법꾸라지‘란 말이 괜히 생긴 게 아니다. 그리고 그들 눈에 정치인, 그것도 진보 찌끄래기 소수 야당 국회의원은 발밑으로 보이는 게다. 현직 대머리의 국회 답변 태도는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유별난 태도가 아니다. 나름 유구한 족보가 있는 태도인 거다.

 

이건 또 어떤가.

 

 

7년의 인생을 날린 피해자에게 사과하라는 요구에 대해 “대법 판결을 존중하고 업무에 유념하겠다”는 것이 검사 이두봉의 답변이었다.

 

우리는 위의 동영상을 통해 대한민국 검사는 임관 순간부터 “사과를 하면 장파열이나 뇌출혈로 즉사한다”는 세뇌를 받는다는 걸 알 수 있다. 전생에 백설공주였나? 왜들 그렇게 사과를 무서워하지?

 

‘무오류’의 존재. 사냥감이 지은 죄를 이실직고하지 않으면 ‘별건 수사’라는 신묘한 주머니를 꺼내 사돈의 팔촌까지 탈탈 털거나 다른 죄수들을 훈련시켜 위증을 시켜서라도 죄를 만들면 된다. 취직해서 지금껏 어깨너머로, 아니면 쪼인트 까이고 룸싸롱에서 구두에 술 받아 마시며 배운 게 저런 것들뿐인데 우리보고 뭘 어쩌라는 걸까. 대한민국 검사들, 할 말이 많을 게다.

 

이 모든 ‘대한민국 검사 스타일’을 집대성한 최종판이 현직 대한민국 대통령인 것이다.

 

죄.송.하.다.

 

이 네 글자를 함부로 입 밖에 내면 그 자리에서 부랄이 터져 죽는 줄 안다. 윤석열은. 그래서 사과를 하고 싶어도 못 한다. 알겠냐.

 

개방형 최순실

 

문제가 이것뿐이면 이렇게까지 폭망하진 않았다. 진짜 비극은 따로 있다. 그를 에워싸고 있는 참모진과 이른바 집권여당이라는 국민의힘은 대통령의 성공과 대한민국의 성공에 아무 관심이 없다. 당장 일신의 영달과 잿밥에만 눈이 뒤집힌 세력이다. 그러니 온통 대통령의 ‘심기 경호’에만 여념이 없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 일이 매번 반복되는 건 그래서다. 

 

누굴 탓하랴.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데 이 빌어먹을 나무는 두어 번 찍으면 버럭지랄을 하고 귀를 귀울여 말을 들어 처먹는 유일한 상대는 무당뿐이니, 제갈량이 박스째 돌아온다 한들 뭘 어찌할 수 있을까. 

 

그리고 대망의 클라이막스.

 

검사 스타일 윤석열과 잿밥에 눈이 뒤집힌 참모진과 집권여당. 이 모든 아수라장의 최정점에 있는 그분.

 

자, 두 눈 똑똑히 뜨고 보라. 현 정권의 실체가 아래 영상 3분 16초~3분 22초 사이에 오롯이 담겨 있다.

 

 

유치원 학예회에 간혹 보이는 극성스러운 엄마의 교과서적인 전형으로 보이는 건 나만의 착각일까. 난 저 영상을 보자마자 머릿속에 어느 영화의 엔딩크레딧이 떠올랐다.

 

감독-김건희

극본-김건희

촬영-김건희

조명-김건희

의상-김건희

미술-김건희

분장-김건희

소품-김건희

편집-김건희

제작-김건희

투자-김건희

배급-김건희

출연-윤석열

Special thanks to 천  공

 

동작 하나, 손짓 하나, 시선 하나하나가 최순실의 그것이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2012년 대한민국 유권자들은 최순실의 존재 자체를 몰랐지만 2022년 대한민국 유권자들은 이럴 줄 뻔히 알고도 뽑았다는 점, 단 하나다. 그리하여 영화제목은

 

<DAEHANMINKUK ZOTTET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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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링크

 

<윤석열차>를 찬찬히 살펴보자. 열차는 철마라고도 불리며 ‘폭주 기관차’라는 이미지도 갖고 있다. 강골 상남자 윤석열에 더할 나위 없이 찰떡 이미지인 것이다. 앞에서 놀라 뛰어가는 인물들은 왼쪽부터 순서대로 노인, 청소년, 군인, 여성이다. 윤석열 정부의 대대적인 예산 삭감에 직격탄을 맞은 대상들이다. 그리고 그 열차를 운전하는 기관사는 김건희이고 뒤를 받치고 있는 무리는 검사들이다. 즉, <윤석열차>는 아주 정교한 구성이 돋보이는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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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면 찌른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