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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념마케팅의 효시, 나꼼수

 

전문적인 마케팅 석·박사도 아닌 필자가, 하다못해 표절논문(?) 하나 없는 필자가, 새삼스레 마케팅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누가 봐도 한 사람이 이름을 쓰고, 막도장을 찍은, 해피캠퍼스의 리포트를 복붙한 박사 논문이 버젓이 통과되는 작금이라면, 경영학 석사(세부전공 경영전략)를 공부해 본 필자가 이념마케팅에 관해 한번 이야기해도 되겠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이념마케팅의 첫출발은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입니다. 전무후무한 다운로드 수를 기록한 나꼼수를 들으면서 착안했고, 그 이후 활발하게 펼쳐진 진보 유튜브 프로그램을 보며 확증이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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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의 아이콘을 꼬깔콘이라는, 김어준 총수의 비유는 이미 딴지일보 초기에도 이름을 날렸습니다. 기억나지 않는 수많은 비유 중에 이념마케팅과 연관 지어 이야기할 수 있는 비유의 최고봉은 아마도 서울시장 선거를 내팽개친 오세훈을 보고

 

"보수의 아이콘이 되려다, 꼬깔콘이 되었다"

 

는 멘트였습니다. 사람들은 듣는 내내 깔깔대고 웃었을 겁니다. 오세훈을 보고 꼬깔콘이라고 이야기하는 그 비유의 힘은 진지함과 사려 깊음을 강조하는 오세훈을 웃음거리로 만들어버렸습니다. 그 후, 꼬깔콘은 한동안 오세훈의 트레이드 마크같이 인식되었습니다. 나꼼수 콘서트를 하는데, 꼬깔콘 제조사가 협찬했다는 썰도 있었습니다.

 

광고 마케팅을 하시는 분들은 대번 공감하실만한 부분인데, 어느 순간 자사의 제품이 대중에게 오르내리기 시작하면서 발생하는 매출의 상승 커브가 예상되는 시점이었지요. 매출이 곧바로 오르지는 않았어도, 제품에 대한 인지도가 상승하는 것은 불 보듯 뻔하지요. 당장의 매출은 차치하더라도, 이후 광고 마케팅에 엄청난 도움이 될 거라는 점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꼬깔콘이란 제품이 이미 시장에서 인지도가 있었던 터라 대대적인 매출 상승이나 성장으로 이루어지지는 않았다고 봅니다만, 이념 마케팅의 효시라고 이야기할만한 이벤트이지 않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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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꼼수 콘서트에서 나눠준 꼬깔콘

 

2. 30%의 핵심 타깃과 20%의 서브 타깃

 

이념마케팅은 제품의 타깃(target, 표적)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기존의 마케팅 전략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념 마케팅을 하려는 담당 실무자·책임자가 어떤 정책적 방향만 선정한다면 큰 실무적 대응 없이 수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 대선에서 보듯이 한국의 정치 지형은 명확하게 50대 50으로 양분되어 있습니다. 고정적으로 양 진영에에 있는 사람들은 30대 30입니다. 나머지 40% 중 20% 이상의 중도층이 어디로 가느냐에 따라 정권이 바뀐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렇다면, 이념마케팅의 대상 타깃은 전체 한국 인구의 약 30% 정도이고, 정치 여건이나 이념 상황에 따라 15~20%가 유동적으로 변화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실제 마케팅에서 실무를 담당하는 사람이나 제조업에서 제품을 제조하는 회사에서 전체인구의 30%에게 각인할 수 있는 마케팅 방법이 있는지 한번 물어보시기 바랍니다. 있다 하더라도 비용이 얼마큼 드는지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이념 마케팅 활동이 30% 모두에게 각인된다는 확신은 들지 않더라도, 적어도 심정적으로 가까운 1,500만의 타깃에 제품을 홍보할 기회가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제품의 특·장점이나, 사야하는 이유 등 소위 고객을 유혹하기 위한 노력 없이 말입니다.

 

한국의 제조업 인프라가 워낙 골고루 발달하여 있다보니, 제품 간의 편차가 거의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마케팅 현업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타제품과 우리 제품을 차별화하고자 갖가지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제품의 생산자나 마케터가 우리 제품은 특정 정치지향을 가진 사람에게 판매한다는 마케팅 활동을 하게 된다면 제품의 인지도가 1차적으로 타깃에게 전달은 될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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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KBS1 화면캡쳐>

 

마케팅 활동의 가장 최고 목표는 '경쟁 제품과의 차별화'라고 여깁니다. 내 제품은 경쟁 제품과는 다르다는 인식이 들수록 제품의 가치는 올라갑니다. 이 차별화를 위해 가격(Price)·제품(Product)·유통경로(place)·판촉(Promotion)을 고민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가격 차별화는 수익성이 악화합니다. 제품 차별화는 제한적이고, 유통경로의 차별화는 진입장벽이 낮거나(online) 비용이 많이 소요되는(Offline) 문제들이 있습니다. 이념 마케팅은 이런 부분에 있어 장점이 존재합니다.

 

매주 금요일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서 김어준 총수는 광고 앞부분에 "이 업체는 딴지와 몇 년 동안 일했다"고 이야기합니다. 다스뵈이다를 시작할 때부터 지속해서 거래하며 광고하는 업체들이란 것입니다. 광고주들은 시장의 반응이나 판매의 증가보다는 단순히, 다스뵈이다의 대의에 동의하므로 광고를 시작했을 것입니다. 그러다가 제품이 판매되고 고객에게 검증받고 하면서 계속 광고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념 마케팅이란 거창한 이야기를 하지 않더라도 진보 유튜브에서 여러분들이 보는 광고의 기업들은 이미 이념마케팅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대부분이 파인프라 치약이나, 다모애 샴푸, 애플비데가 어떤 제품인지는 아실 겁니다. 물론 대다수 2짝들은 잘 모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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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링크>

 

3. 중소기업 최적화 마케팅

 

중소기업의 제품들을 시장에 판매하시는 분들이 실무에서 겪는 큰 문제는 제한된 자원(money)을 이용하여 마케팅 활동을 하다 보니, 제품이나 회사를 알리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제품의 인지도와 제조사의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다 보니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애초에 경쟁 자체가 안된다는 사실은 냉혹한 자본주의의 현실입니다. 그러나 이념 마케팅을 수행한다면 적어도 핵심 타깃에게는 제품이나 회사를 알릴 수 있습니다.

 

이념 마케팅은 대기업에서는 절대 수행할 수 없는 영역이기도 합니다. 한국 사회·문화적 특성상 특정 대기업이 정권에 맞서는, 이념에 대한 의제(agenda)를 내놓는다면 알게 모르게 들어올 정권의 탄압은 눈에 불 보듯 뻔합니다. 오히려 정권의 입맛에 맞게 행동해야 하겠지요. 지난 대선에서 신세계 정용진 회장의 행위를 보시면 좀 더 명확하게 아실 수 있습니다. 보수도 이럴진대 대기업이 진보적 의제를 기업의 홍보 채널을 통해 홍보할 수 있을까요? 실제 대기업이 공동체의 이익에 기여한다는 활동은 지극히 제한적입니다. 그것도 한국 시민들의 의식이 높아지니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이고, 자신들의 비사회적, 탈 공동체적 행동을 약간이라도 순화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하는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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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SBS>

 

상대적으로 중소기업은 생산하는 제품도 제한적이고, 판매하는 타깃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주변의 수많은 중소기업이 생각하는 타깃이 백만 단위가 넘는 중소기업은 그리 흔치 않습니다. 그럴 만큼 대규모의 제품을 생산하고 시장에서 마케팅하는 곳은 대기업 반열에 든 회사들뿐이지요. 어차피, 중소기업의 타깃은 백만 이하의 소규모 고객들 대상인데 대기업과 같이 마케팅하려니 애초에 경쟁이 안되는 터입니다.

 

대기업이 뛰어다니는 미디어 중심의 마케팅 방식에서 벗어나 좀 더 현실적으로 타깃과 접촉하는 면을 수정해야 한다고 봅니다. 고려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다양한 진보 유튜버들의 방송입니다. 적게는 몇백 명, 많게는 수십만 명의 진보적 타깃에 자신의 제품을 홍보하는 것이 좀 더 현실적이지 않을까요? 개인적으로 그런 진보 채널에 광고를 집행하고 진행하는 미디어 렙(Media Representative의 준말로서, 방송사 광고 시간을 광고주에게 배급하는 회사) 하나 차리면 좀 괜찮을 거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팟빵 같은 경우가 그런 미디어 렙 역할을 하려고 한다고 들었는데, 팟캐스트만으로는 한계가 좀 있다는 생각이 들구요. 진보적 의제와 내용을 공유하고, 그 의제와 내용에 공감하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미디어 렙이 있다면 좀 더 편하게 진보적 가치를 광고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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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링크>

 

4. 1찍과 2찍이 다른 점

 

정치적 혐오의 정도가 극도로 올라선 느낌입니다. 지난 대선 결과 직후와 최근에 벌어지고 있는 환율상승과 같은 경제적 무능을 생각해보면 그리 잘못된 것도 아닙니다. 밥 먹으러 간 식당에서 채널 A와 TV조선을 틀어 놓고 있다면, 일 때문에 탄 택시 기사가 2찍이라면, 좌석을 양보해준 할아버지가 앉아서 극우 유튜브 채널을 시청하고 있다면, 여러분의 기분은 어떨까요? 어떤 사람은 저들이 설득의 대상이 아니라, 사회적 압력을 행사해야 하는 대상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나의 돈이 2찍 자영업자의 호주머니로 들어가는 것이 너무 아깝다고 합니다. 실제로 필자는 몇몇 카페와 식당은 예전부터 사장님의 정치적 성향을 파악해두고 즐겨 애용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그러나 이것도 한두 번이지, 주변 자영업 사장님들의 정치적 신념을 파악하기는 어렵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장사가 안되었는데, 나의 정치적 신념까지 드러내면서 손님을 가려 받을 수는 없다는 생각이 먼저 드실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한번 생각해보시길 바랍니다. 여러분들이 사 먹는 밥과 서비스를 정치적 지향점이 비슷한 사장님에게 지불하는 게 나을까요? 아니면 극우 자영업자에게 지불하는 것이 나을까요? 답은 명확합니다. 이념 마케팅은 단순히 사업주에게만 해당하는 일이 아니라 내 돈을 지불하고 정당한 대가를 바라는 우리 편 사람들에게도 일종의 정신적 위안을 주는 마케팅 수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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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보수의 심장' 대구에 어느 자영업자가 '나는 윤석열이 싫어요' 란 팻말을 가게에 붙이고 장사를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처음에는 주변 지역에서 외면받거나 무시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다른 매장과 차별화를 불러일으킬 거고, 그 과정에서 대구 내에 있는 진보적 유권자들이 방문하기 시작할 거라고 보는 게 섣부른 억측일까요? 어쩌면 대구지역 진보 유권자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지 않을까요? 진보적 유권자들에게 돈으로 혼내준다는 돈꾸녕을 낼지도 모릅니다. 우린 선한 영향력을 행사한 많은 자영업자의 사례를 충분히 확인했습니다. 다른 경쟁 자영업자와 비교해서, 명확하게 사업주의 매장을 차별화하는 것은 덤입니다.

 

장담하건대 극우성향의 손님을 안 받으시면, 갑질은 현저하게 줄어들 거라고 확신합니다. 애초에 갑질이란 문화 자체가 공동체의 이익과는 무관한 순전히 개인적인 이익과 권위에 기댄 행태이기 때문입니다. 자영업자나 소상공인 앞에서 사익과 권위만을 앞세우는 자의 모습은 공동체를 생각하는 이의 그것과는 다릅니다. 공동체를 존중하는 사람들만 손님으로 받는다면 그 갑질의 강도와 횟수가 현저하게 줄어들 것입니다.

 

필자는 진보와 보수(극우)의 차이는 공동체 존중 유무라고 봅니다. 필자가 느낀 국민의힘 지지자들의 공통점은 공동체에 대한 존중이 없고 사익에만 관심을 두는 것입니다. 이념 마케팅의 핵심은 공동체 가치를 이해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에 대한 구별입니다. 공동체의 의미를 이해하는 사람들에게 그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왕 다운 왕에게 나의 제품을 판매하고 싶다는 의미 정도로 이해해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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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당제가 활성화되고, 다양한 사회적 가치가 논의되는 사회라면 정치적 신념이 제품 판매에 악영향을 미치리라 봅니다. 자영업자라면 정말 고객이 줄어드는 효과를 보여줄 수도 있을 터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한국 사회는 그럴만한 환경이 결코 아니지요.

 

전편에서도 언급하였듯이 <오늘의 출입금지자>의 저자 김성수 씨는 폭압적인 환경에서 외로운 자기 존재 증명을 1년 동안 수행한 사람입니다. 고등학생 시절 읽었을 때는 자기 존재 증명이란 말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는데 이제 와서 다시 읽어보니 그 뜻을 알 수 있을 듯합니다. 자기 존재 증명은 나의 이념과 사상을 표현할 때 내가 살아있고 온전히 존재함을 뜻한다고 생각합니다. 

 

중소기업의 제조사와 자영업을 하시는 분들에게 고객 만족은 매출과 더불어 일에 대한 동기를 부여받는 좋은 방법입니다. 서비스와 제품에 대한 만족감을, 비슷한 정치적 신념을 공유하는 사람에게 줄 수 있다면 비즈니스를 하는 데에 좀 더 효과적일 것입니다. 그것이 자기 존재 증명의 하나일 터입니다.

 

우연히 읽었던 한 권의 책으로 인해 지난 3월부터 생각했던 이야기를 쏟아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필자가 생각하는 이념 마케팅의 실천 방안 혹은 전제조건에 관해 한번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계속>

스타워즈 덕후, 농구 덕후, 애플 덕후.. 라고 생각만하고, 실제로는 잘 모르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