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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커지는 자동차 내부 모니터  

 

자동차의 소프트웨어화는 점차 빠르게 진행 중이다. 자동차에 모니터(디스플레이)가 달린 것만으로도 신기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자동차에 필수로 들어가는 기능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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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모델S 내부

 

그런데 이 모니터, 언제부턴가 점점 커지고 있다고 느껴지진 않는가. 맞다. 커지고 있다. 화면이 커지기 시작한 데에는 테슬라의 영향이 컸다. 2012년 모델S가 등장하며 17인치 모니터를 도입했고, 각종 컨트롤 버튼을 모두 모니터 패널에 담았다. 이로 인해, 테슬라는 파격은 물론 모니터 사이즈 자체만으로 첨단 제품이라는 이미지를 획득했다. 

 

테슬라 이후, 다른 자동차 회사들도 모니터를 더욱 중요시하며 사이즈를 키우기 시작했다. 그 결과, 메르세데스-벤츠의 하이퍼스크린은 대시보드 전체가 모니터고, 최근 우리나라에 들어온 링컨 노틸러스도 운전자의 시야 전반을 뒤덮는 커브드 모니터를 장착했다. 현대차와 기아도 화면이 커지고 있는 건 마찬가지다. BYD, 니오, 리샹, 샤오펑 등 급성장 중인 중국 전기차 브랜드들의 경우에는 최신 모델들을 보면 과하다 싶을 정도로 모니터 화면이 자동차의 실내를 꽉 채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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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벤츠의 하이퍼스크린

출처-<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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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 노틸러스 내부

출처-<링컨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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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펑 내부

 

 

애플과 구글 이전의 자동차 

 

이런저런 자동차 내부 모니터 이야기를 한 이유는, 모니터만 보아도 알 수 있듯 자동차 시장에서 소프트웨어 패권 싸움이 치열하게 시작되었음 말하기 위함이다. 즉, 자동차 업계와 IT업계의 샅바 싸움, 이른바 차량용 OS 기술 확보를 위한 전쟁의 서막이 오른 것이다. 

 

현재 소프트웨어, 그러니까 차량용 운영체제 시장에서 힘 좀 쓰고 있는 건 애플과 구글이다. 애플과 구글 이전에는 자동차 회사의 자체 OS가 있었다. GM의 온스타 플랫폼과 BMW의 iDrive가 대표적이다. 

 

온스타는 1996년 자동차와 통신 기술을 결합한 세계 최초의 커넥티드카 서비스다. 위성과 휴대폰 통신을 기반으로 실시간 내비게이션과 위치추적, 긴급구조 요청 등의 서비스를 제공받고, BMW도 2001년 이와 유사한 기능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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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 온스타

 

이는 커넥티드카 시대가 도래하기 전, 소비자들이 관련 기능에 관심이 없을 때부터 등장한 기술이다. 그래서 신기했고, 많은 자동차 회사가 연달아 ‘나도…나도 할 거야!!!’를 외쳤다. 포드가 마이크로소프트와 합작해 만든 싱크, 현대차가 위성 DMB를 기반으로 개발한 모젠 등이 대표적인 후발주자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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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모젠

출처-<뉴스와이어>

 

 

스마트폰의 등장, 자동차 업계 판도를 바꾸다 

 

그런데 2000년대 후반,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이 시장의 판도가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세계 최초로 구글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상하이자동차의 로위 350이 등장했을 때만 해도 시장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했다. 프로그램이 깔려있는 DVD를 구동시키면 구글 인터페이스가 짠하고 등장하는 아주 낮은 단계의 시스템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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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자동차 로위 350 내부(2010년 출시)

출처-<링크>

 

당시 안드로이드의 시장 점유율이 낮아 소비자들은 “뭐야 이게” 하는 반응이었고, 지금처럼 다양한 기능을 제공한 것도 아니었기에 큰 반향을 일으키진 못했다. 단지 구글 운영체제가 자동차로 들어간 최초의 사례 정도로만 기록할 수 있다. 

 

눈에 보이게 판이 뒤집히기 시작한 건 2013년부터다. 케이블로 스마트폰을 연결하기만 하면 자동차 화면에 스마트폰 OS가 구현되는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가 등장한 것이다.

 

두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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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아우디에 장착된 애플 카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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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현대기아차에 장착된 안드로이트 오토

출처-<탑라이더>

 

아마 이 기능, 지금 많이들 쓰고 있을 테다. 스마트폰 화면이 자동차 내비게이션 화면에 최적화된 모양으로 송출되는 일종의 미러링 기술 말이다. 스마트폰 기능을 자동차 모니터로도 사용하면서 스마트폰 충전까지 겸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일 수밖에 없었다. 전화 통화, 문자메시지, 팟캐스트 같은 기본적인 기능에 더해 각종 애플리케이션도 그대로 이용할 수 있고, 시리나 구글플러스 같은 자체 시스템까지 구현됐다. 

 

한국에서는 2015년 쉐보레 스파크에 처음 애플 카플레이가 도입됐다. 같은 해 현대차가 쏘나타에 안드로이드 오토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이후에는 사실상 거의 모든 시판 차량에 관련 기능이 지원되고 있다. 자체 OS를 탑재하고 있는 테슬라만 빼고. 

 

구글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2017년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를 내놓는다. 기존의 안드로이드 오토가 스마트폰 OS를 미러링하는 방식이었다면,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는 차량의 인포테인먼트(정보+오락)를 직접 통제하는 OS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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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BMW에 장착된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

출처-<링크>

 

구글이 만든 시스템을 그대로 들여와서 구글 지도, 구글 플러스, 구글 나우 등 다양한 서비스를 그대로 활용할 수도 있고, 특유의 확장성을 바탕으로 각 제조사에 특화된 OS를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일례로 미국의 루시드모터스는 구글의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 OS를 그대로 쓰고 있는 브랜드다. 내비게이션도 구글 지도를 기반으로 안내되고, 음성인식을 포함한 각종 서비스도 모두 구글을 기반으로 제공되고 있다. 

 

루시드 에어 앞좌석.PNG

루시드 에어 앞좌석

 

루시드 에어 뒷자석.PNG

루시드 에어 뒷좌석

출처-<링크>

 

커스터마이즈(개인이나 기업 환경에 맞도록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기능을 수정하는 것)를 한 사례는 볼보와 현대차가 대표적이다. 현재 볼보자동차코리아가 우리나라에서 SKT와 함께 개발한 티맵 인포테인먼트는 티맵, 플로, 누구 등 SKT의 다양한 기능들을 적용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자체 인포테인먼트는 카카오의 자연어 기반 음성인식 시스템과 LG유플러스의 모바일 TV 기능을 구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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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자동차코리아와 SKT가

함께 개발한 티맵 인포테인먼트

출처-<볼보자동차코리아>

 

이 외에도 스텔란티스, 혼다, 르노닛산 등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들이 자체 OS 공급 및 개발에서 협력하고 있는 중이다.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의 성장세는 아주 가파르다. 출시 직후 마이크로소프트의 점유율을 추월한 데 이어, 2021년 블랙베리의 QNX를 제쳤고, 점유율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리눅스도 위협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가 위기를 느낀 이유

 

그러던 중 2022년, 세계 자동차 업계가 지레 겁먹을만한 사건이 발생했다. 애플이 2022 세계 개발자회의에서 차세대 애플 카플레이를 공개한 것이다. 기존의 애플 카플레이와는 많이 달랐다. 차량과 iOS(iPhone 전용으로 탑재되는 애플의 독자 운영체제)가 더 긴밀해져 있었다(즉, 아이폰으로 자동차의 더 많은 부분을 컨트롤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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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애플 카플레이

출처-<애플>

 

기존 애플 카플레이는 센터 디스플레이. 그러니까 내비게이션 화면에만 국한됐다. 그런데 차세대 카플레이는 아이폰의 iOS가 계기판까지 접근할 수 있었다. 

 

기존엔 내비게이션이나 음원 스트리밍을 위해 GPS값이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만 접근했었지만, 차세대 카플레이는 자동차의 속도, 연료 잔량, 엔진 온도의 정보까지 아이폰과 연결되었고, 라디오, 공조 장치 등 자동차 고유의 기능들까지 아이폰을 통해 제어할 수 있게 됐다. 

 

그럴 수 있다. 

 

“좋은 거 아닌가? 아이폰 편하잖아. 얼른 애플의 운영체제를 우리 자동차와 접목하자!”

 

하지만 자동차 업계 반응은 이렇지 않다. 아무리 자기들이 자동차를 하드웨어적으로 열심히 만들어도 스마트폰 연결 한 번만으로 그 자동차가 ’애플카‘ 그 자체가 될 수 있으니까 말이다. 많은 자동차 업계들이 ‘이대론 안 된다‘ 라고 생각한 것도 이때부터다. 

 

자체 소프트웨어를 갖지 못한다면, IT 기업에서 기술을 사 올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자동차 회사가 IT 회사 디바이스의 껍데기를 만드는 '하청'으로 전락할지 모른다는 공포가 드리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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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 주도권이 애플이나 구글에 넘어갈 경우, 앱 정책이나 요구에 따라 OS를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업데이트해야 하는 등 차량 제어에 대한 권한마저 잃어버릴 수 있게 된다. 

 

그래서일까. 이 분야에서도 애플과 구글이 아닌, 제3지대를 구축하겠다는 회사들도 등장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 제3지대 구축 시도와 어려움

 

GM은 최근 미국 내에서 출시되는 신차에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를 제외시키겠다고 발표했다. 대신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더욱 발전된 개념의 자체 OS ‘온스타’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이는 우리나라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폭스바겐그룹 산하의 소프트웨어 전담 조직 카리아드는 조금 더 구체적인 방향을 내놓았다. 작년 MWC(모바일 월드 콩그레스)에서 자체 OS 기반의 통합 앱스토어를 공개한 것. 마치 스마트폰에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듯 다양한 기능들을 차량에서 구현할 수 있는 게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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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아드가 내놓은

폭스바겐 자체 OS 기반 앱 스토어

출처-<autodaily>

 

이를 통해 틱톡을 비롯해 스포티파이 같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폭스바겐, 아우디, 포르쉐, 벤틀리, 람보르기니 등 그룹 산하 브랜드에 탑재된 주요 기능들은 자체 통합 앱을 통해 제공하겠다고 선언했다.

 

또한 개발자들이 폭스바겐그룹 차량들을 위한 앱을 개발할 수 있도록, 자동차 앱 세트를 제공하는 등 폭스바겐그룹 중심의 플랫폼을 만들기 위한 노력도 이어가고 있다. 이런 방향이 잘 이어진다면, 폭스바겐그룹 내 플랫폼하에서 제조사가 만든 기능을 일방적으로 제공받는 게 아닌, 소비자가 원하는 기능을 선택적 다운 받아 쓸 수 있어 개인맞춤형 자동차로서 한 발 더 다가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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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앱 스토어

출처-<autodaily>

 

물론 고민에 빠진 곳들도 있다. 폭스바겐그룹이야 워낙 크고, 고객층이 탄탄한 만큼 뭔가 시도를 하고 있지만, 그러지 못한 곳들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애플과 구글의 양당제를 깨고 제3지대로 가자니 애플과 구글에 대한 지지도가 어마어마하기 때문. 다들 스마트폰을 쓰고 있다 보니 당장 이렇게 쓰기 편한 소프트웨어를 찾기도 쉽지 않고 말이다. 

 

애플이 2022년 연례 개발자 회의에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애플 카플레이 대응이 되지 않는 자동차는 구매 고려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라고 응답한 미국 소비자가 79%에 달했다. 무시할 수 없는 수치다.

 

이렇다 보니 포드는 일찌감치 자체 소프트웨어가 아닌 애플과 구글의 시스템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잔류 선언’을 했다. 탈당 안 하고 현재의 구도에서 살길을 찾아보겠다는 거다. 포드는 잔류 선언 외엔 방법이 마땅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GM의 탈당… 아니 ‘탈애플 선언’에 대해 포드 CEO 제임스 D. 팔리가 한 비판적 발언을 보면, 현재 포드의 입장을 더욱 확실히 알 수 있다. 

 

"고객 중심적이지 않습니다, 자동차 업계는 이미 (애플, 구글과의) 전쟁에서 패배했습니다. (GM은) 현실을 직시하는 게 좋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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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 CEO 제임스 D. 팔리

출처-<연합뉴스>

 

나아가 테슬라의 OS를 들여오는 부분에 대해서도 진지한 검토가 이어지고 있다는 일부 외신 보도가 있다. 

 

 

자체 OS의 유혹

 

그럼에도 자체 OS 포기 못 하는 중요 이유는 '구독'이다. 자체 OS에 다양한 기능을 더할 수 있는 '구독 서비스' 모델을 도입한다면 안정적인 수익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구독 옵션 채택률이 30%일 경우 제조사들이 여기에서 얻는 영업이익만 1,180억 달러(한화 153조 원)에 달할 전망이라고 한다. 게다가 구독 서비스는 어마어마한 이윤율이 굉장히 크다. 자동차 업계의 연간 영업이익률은 통상 4~8% 내외인 반면, 구독경제의 아이콘인 넷플릭스의 연간 이익률은 18~20%대다.

 

자동차 회사들은 성수기나 신차출시 여부에 따라 실적이 갈리지만, 구독 플랫폼들은 안정적인 수익 확보가 가능하니, 전기차에 자율주행에 돈 쓸 데 많은 자동차 업체 입장에서는 군침이 싹 돌 수밖에 없다. 

 

기아가 EV9을 통해 유료 앱스토어 ‘기아 커넥트 스토어’를 도입한 게 대표적이다. 이를 통해 OTT와 음원 감상을 지원하는 ‘스트리밍 플러스’ 기능을 선보였고, 차량의 조명 패턴까지 바꿀 수 있는, 다시 말해 소프트웨어 외 차량의 기능까지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서비스를 도입했다. 

 

기아가 EV9을 통해 유료 앱스토어 ‘기아 커넥트 스토어.jpg

출처-<기아 커넥트 스토어 홈페이지>

 

신차를 구입할 때 많은 옵션값을 주고 사는 대신 원하는 시점에 원하는 기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게 장점이지만, 하드웨어를 갖춘 상태에서 소프트웨어만 업데이트만 하면 관련 기능이 제공되기 때문에, 이미 있는 기능을 돈을 내고 풀어주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여론의 뭇매를 맞고 철회했지만, BMW가 애플 카플레이를 구독제로 도입하려 시도했고, GM이 미국에서 열선 시트까지 구독제로 운영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어찌됐건 앞으로의 자동차 시장은 세 부류의 회사들로 나뉠 것으로 보인다.

 

1. 자체 OS를 구축하기 위한 제3지대 회사들

2. 구글과 연합 전선을 펼칠 일부 회사들

3. 애플과 구글의 양강 체제를 그대로 받아들일 회사들

 

정치와 마찬가지로 제3지대가 제일 어려울 것임은 자명하다. 소비자들에게서 애플과 구글을 어떻게 떼어낼 것인지 그리고 애플과 구글은 막대한 시장 영향력을 어떻게 방어해 나갈 것인지, 이것이 과제로 남겠다. 

 

<끝>

 

 

 

지난 기사 AS

 

지난 기사에 독자분들이 보내주신 질책, 무겁게 받아들인다. 자동차 분야에 IT 기술 접목 비중이 많아지며 끊임없이 공부하고 있지만, 아직 딴지 독자들의 수준을 충족하기 위해선 더 많은 노력과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걸 느꼈다. 더 꼼꼼하게 살펴보고 검증, 또 검증하겠다고 약속한다.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 드린다. 

 

다만, 현대차가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잘하고 있다고 평가하기 위해서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스트리밍 서비스나 OTA는 경쟁사들에서도 이미 제공되고 있다. 더욱이 현대차 내에서 소프트웨어 조직을 이끄는 분이 이전에 어떤 결과물들을 보여줬는지도 잘 모르겠다. 이 부분은 취재 중인 바. 조금 더 구체화되면 다뤄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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