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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대 총선이 막바지로 향하고 있다. 공식 선거운동은 지난 3월 28일 시작되었으나, 이번 선거는 언론을 통해 2024년 1월 1일부터 시작되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약 100일 동안 수많은 기사가 쏟아졌고, 지금 이 순간에도 그러고 있다. 이 시점에 필자는 이번 22대 국회의원 선거의 3가지 관전 포인트를 제시하고자 한다. 이 3가지 관전 포인트는 미시적인 접근보다는 전체를 조망하는 맥락의 거시적인 관점이다.

 

먼저 4월 5일 사전투표 이전에 방송된 100분 토론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보수의 민낯과 실제 4월 10일 투표의 승부처를 각각 제시하고자 한다. 그리고 마지막은 기울어진 언론 환경 속에서 <여론조사꽃>을 신뢰했을 진보적 유권자를 고려한 흥미로운 관점을 주장하고자 한다.

 

1. 왜 이번 선거에서 보수가 밀려야 하는가

 

지난 4월 2일, 윤석열과 한동훈 주연의 총선 드라마에 갑자기 ‘김진’이라는 조연이 감초 역할로 등장했다. 정치 고관여층이 아니라면, 김진이라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잘 모를 것이다. 심지어 그가 지난 2017년 대선에서 자유한국당(現 국민의힘)에 입당해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던 정치인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당시 그는 ‘보수를 개혁해 좌파 정권을 막고 대한민국을 재건’하겠다며 출마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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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분 토론에서 발언 중인 김진 위원

(출처-<MBC 100분 토론>)

 

그런 거물급 정치인(?)이 지난 2일 MBC 100분 토론에 유승민 전 의원을 대신해 보수논객으로 출연했다. 결론적으로 그의 출연은 왜 이번 선거에서 보수가 져야 하는지를 증명하는 시간이었다. 그의 출연 이후 대부분의 언론은 그의 발언, "젊은이들이 어지럽힌 나라 노인이 구한다"는 망언에만 치중하는 경향을 보였다. 혹은 그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언급한 부분을 몇몇 언론이 보도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부분은 그가 토론 내내 견지한 관점이었다. 그는 윤석열 정부가 여러 측면에서 ‘억울하게 오해를 받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얼마 전 윤 대통령의 의료개혁 관련 50분 담화가 ‘매우 설득력이 있고, 감동적’이라고 평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 윤 정부가 야기한 아주 핵심적인 문제들(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혐의 문제, 양평 고속도로 문제, 이종섭 호주 대사 문제, 채상병 문제, 이태원참사 특별법 문제)을 하나하나 열거하며, 충분히 윤 대통령이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즉, 이 문제들은 별문제가 아니며, 오히려 이 모든 것들은 ‘대통령을 공격하는 세력의 선동’에 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김진 논설위원의 발언을 보면서 왜 이렇게 윤 정부가 지난 2년 동안 변함이 없었는지 그리고 이번 선거에서 보수가 폭망하지 않는 이상 앞으로 3년 동안 윤 정부가 어떤 스탠스를 보일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김진 위원은 중앙일보 기자 출신으로 중앙일보 정치부와 국제부 차장을 거쳐, 2006년부터 약 10년 동안 중앙일보의 대표적인 논설위원이었다. 그리고 2017년에는 자유한국당에 입당해 대통령 후보로 출마했으며, 이후 자유한국당 서울 강남갑 당협위원장과 서울 중성동갑 예비후보(21대 선거) 이력이 있다. 이를 통해 이번 토론에서 김진 위원이 보인 인식과 사고는 단순히 그 개인의 관점이라기보다는 조·중·동을 비롯한 대통령 주변 인사들의 사고와 관점이라고 봐도 크게 다르지 않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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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JTBC 뉴스화면>

 

지난 2년 동안 경험했듯이 윤 대통령과 보수는 절대 변하지 않을 것이다. 김진 위원이 지적했듯이 그들은 오히려 자신들의 정책을 비판하는 국민들을 향해 ‘분별력과 기억력’이 부족하다며 가르치려고 할 테다. 그런 의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김진 위원은 "젊은이들이 어지럽힌 나라 노인이 구한다"는 망언을 그것도 방송에서 스스럼없이 한다. 결국, 김진 위원은 100분 토론을 통해 왜 보수가 이번 총선에서 져야 하는지를 의도치 않게 그러나 명확하게 보여준 것이다. 보수라 지칭하는 자들은 국민을 가르쳐야 하는 대상으로 볼 뿐 국민들의 의견에 귀 기울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선거를 통해 오히려 국민들이 그들을 가르쳐줘야 한다.

 

2. 조국의 등장, 승부처는 부··경이다

 

지난 2월 13일, 부산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정치참여를 공식화했다. 과연 이번 선거에서 조국이라는 개인이 조국혁신당이라는 비례정당을 창당한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22대 총선에서 조국혁신당의 등장을 시간이 지나 역사적 맥락에서 재해석한다면, 이는 1990년 1월 당시 민주정의당, 통일민주당, 신민주공화당의 정치적 야합이었던 ‘3당 합당’만큼이나 한국 정치사에 중요한 변곡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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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3일,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부산 중구 민주공원을 방문해 신당 창당을 선언했다(출처-<서울신문>)

 

현재 시점에서 이번 총선에 조국의 등장이 가지는 가장 중요한 점은 ‘프레임 전환’이다.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의 이번 총선 전략은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최대한 숨기고, 한동훈이라는 새로운 인물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으로 보였다. 그러면서 총선의 구도를 한동훈과 이재명의 대결로 끌고 가길 원했던 것 같다. 조국이 등장하기 전까지 기울어진 한국 언론의 지형 때문에 이 전략은 어느 정도 효과적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조국 전 장관이 ‘윤석열 정권의 조기종식’이라는 아주 분명하고 날카로운 주장으로 정치참여를 선언했다. 이 순간부터 총선의 성격이 명확하게 ‘정권심판이냐, 아니냐’로 급변했다. 이는 자연스럽게 국민의힘과 보수가 원하지 않았던 윤 대통령이 선거의 핵심 변수로 등장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이러한 배경하에, 이번 총선의 승부처와 관전 포인트를 지난 21대 총선 결과와 비교해 제시하고자 한다. 아래 표는 지역별 의석수를 21대와 22대를 비교하며, 지난 21대 총선 결과를 지역별로 분석해 정리한 것이다. 일단 지역별 의석수에서 이번 22대는 지난 21대 대비 1석이 늘어나 총 254개다. 21대 총선 대비 22대에서 서울지역에서 1석이 줄고, 경기지역에서 1석이 늘어나는 정도로 큰 차이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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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표를 통해 지난 21대 총선의 특징(지역구)을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하나는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이다. 총 253개의 지역구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163석(64.4%)을 국민의힘(당시 미래통합당)이 84석(33.2%)을 차지했다. 약 2배 가까운 차이를 보일 정도로 유례없는 더불어민주당의 승리였다. 이 승리의 핵심적인 요인은 격전지로 불리는 수도권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압승했기 때문이다. 21대 기준, 서울·경기·인천의 총의석수는 121개였다. 이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무려 103석을 차지하며 약 85%의 의석을 가져갔다. 수도권 지역은 대구·경북 또는 광주·전라 지역과 달리 지역세보다는 이슈나 인물에 보다 민감할 뿐만 아니라 의석수도 가장 많은 지역이기 때문에 각 정당은 이 지역을 핵심 승부처로 볼 수밖에 없다. 이런 승부처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약 85%의 의석수를 차지했기 때문에 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전체적으로 압승할 수 있었다.

 

다른 하나는 더불어민주당의 부산·울산·경남(부·울·경) 지역에서의 약세다. 지난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전체적으로 압승하면서 소위 부·울·경에서의 아쉬움이 가려진 측면이 있다. 그러나 위 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부·울·경 지역은 다른 지역들에 비해 의석수가 상당히 많은 지역이다. 대구·경북이 총 25석, 광주·전남·전북이 총 28석인데 비해 부·울·경은 총 40석에 달한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은 7석(17.5%)을 얻는 데 그쳤다. 그에 반해 국민의힘은 32석(80%)을 가져갔다. 물론 이 지역이 1990년 3당합당 이후로 보수세가 강한 지역으로 변한 것은 사실이지만, 지난 총선에서는 다소 득세할 가능성이 있었음에도 소위 유동 투표층(swing voter) 지역으로 불리는 대전·충청 또는 보수세가 강한 강원지역에 비해 더불어민주당이 약세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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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1대 ‘총선지도’

출처-<경향신문>

 

이런 맥락에서 이번 총선에서의 실제 승부처는 부·울·경 지역이다. 물론 많은 전문가와 언론이 말하는 것처럼 이번 총선에서도 수도권에 122석이 달려있기 때문에 수도권이 매우 중요한 지역인 것은 명백하다. 그러나 조국의 등장이 야기한 부·울·경 지역에서의 민심 변화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위에서 분석한 것처럼, 조국의 등장으로 이슈와 인물에 민감한 수도권 지역에 정권심판론으로의 프레임 전환을 야기했다. 이에 더해, 지역적으로는 부산을 중심으로 한 부·울·경 지역을 유심히 지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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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8일,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부산 해운대구 동백섬에서 총선 출정식에서 발언하고 있다(출처-<연합뉴스>)

 

부산 출신인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2월 13일 정치참여 선언을, 3월 28일 공식 선거운동 출정식을, 3월 31일 첫 주말 선거운동을 모두 부산에서 하였다. 부산을 중심으로 한 부·울·경 지역의 변화가 이번 선거의 승부처라고 판단했고, 실제 그 변화의 조짐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일 터이다. 이를 뒷받침해 주는 사례가 윤 대통령이 4월 5일 사전투표를 이례적으로 부산 명지1동 행정복지센터에서 한 것이다. 그러자 곧바로 조국 당 대표가 오후에 동일한 장소에서 사전투표를 하며 맞불을 놓았다. 정리하면, 산술적으로 더불어민주당은 수도권에서 총 121석 중에서 103석을 얻었던 21대 총선보다 더 좋은 결과를 얻기는 쉽지 않다. 이에 반해 부··경 지역은 총 40석 중에서 불과 7석을 얻었던 21대 총선보다 좋은 결과를 얻기가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여기에 부산 출신인 조국의 등장으로 1979년 부마항쟁 등 3당 합당 이전에 부산지역에 흐르고 있던 민주화 정신을 깨운 것과 같은 효과를 낳고 있기 때문에 이번 총선에서 주목해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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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경남도민일보>

 

3. 총선 후, 김어준의 사업은 새롭게 확장될 것인가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문제를 내고자 한다.

 

"문제: 다음 단어 뒤에 오는 문구는 무엇일까요?"

"답: 비싼 게 ____."

 

이 문제의 답을 알고 있는 독자라면, 이번 총선의 세 번째 관전포인트에 대해 공감할 테다. 이번 총선의 마지막 관전 포인트는 과연 ‘총선 이후, 김어준의 사업은 어떻게 확장될 것인가’이다. 선거철이 오면 가장 중요한 뉴스는 여론조사 관련 보도다. 시민들은 여론조사의 기법, 표본오차, 샘플링 등과 같은 아주 작은 글씨로 기록된 내용보다는 후보들의 수치만 보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악마는 디테일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유권자가 여론조사에 현혹되기가 매우 쉽다. 여기에 더해, 언론사들은 수많은 여론조사 결과 중에서 자사가 원하는 결과를 보도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선거 기간에 유권자들에게 가장 민감한 여론조사 관련 보도는 여론조사의 세부 방식과 언론의 자의적 선택이 합쳐져 선거를 혼란하게 만들 수 있다.

 

구체적으로 지난 2월과 3월 초까지 한국의 대표적인 여론조사 기관들에서 이전과 사뭇 다른 대통령 지지율과 정당 지지율을 발표했다. 그리고 그 지표를 전문가들이 ‘비명횡사(비이재명계 의원에 대한 공천 불이익)’라는 식으로 자의적으로 해석하며 여론이 혼탁해졌다. 그러한 가운데 언론에 보도는 되지 않았지만, 시민들의 구독으로 꾸준히 여론조사를 이어간 기관이 있었다. 그 기관이 바로 김어준이 창립한 여론조사 기관으로 불리는 ‘여론조사꽃’이다. 이 기관에서 발표하는 결과가 아닌 이 기관을 창립한 사람이 김어준이라는 이유로 한국의 언론들은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하며 의도적으로 외면했다. 그러나 현재 대다수의 여론조사 결과는 지난 몇 달간 여론조사꽃이 발표한 결과를 따라가는 추세를 보여주고 있다. 이에 이제는 정치권은 물론 언론들도 여론조사꽃의 여론조사를 보도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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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 기관 꽃 홈페이지에서 구독하기를 클릭하면 나오는 화면이다. 이에 따르면, 이 기관은 "일체의 외부 의존 없이, 완전한 독립 조사로, 전문가 심층분석, 정기적 생산 발제 배포하는, 최초의 멤버쉽 여론조사기관"이라고 밝히고 있다(출처-<여론조사꽃 홈페이지>)

 

이런 현실을 국민의힘 또는 보수의 관점에서 생각해 보면 매우 언짢을 것이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언론인도 아닌, 사업가도 아닌, 그저 ‘음모론자’로 낙인찍고 싶은 김어준이라는 사람이 정말 보기 싫을 것이다. 조선일보가 막강한 힘을 지니고 있을 20세기, 공개적으로 조선일보를 저격하며 시작한 딴지일보. 그리고 시대의 흐름에 맞춰 나꼼수라는 팟캐스트로 여론에 큰 영향을 끼치기 시작한 김어준.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이제 대다수의 시민이 레거시 미디어가 아닌 유튜브를 통해 정보를 취합하는 터에 ‘다스뵈이다’라는 매체로 레거시 미디어를 흔들고 있다. 그리고 중간중간 그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예가 2017년 개봉했던 ‘더 플랜’이다.

 

어느덧 시민들은 그를 한국 사회에서 영향력이 아주 큰 언론인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단순히 언론사의 기능을 넘어 여론조사를 직접 하는 여론조사 기관을 만들기에 이른 것이다. 그것도 시민들과 함께. 만약, 이번 총선 결과가 다른 여론조사 기관들보다 여론조사꽃이 더 정확했다는 것을 입증한다면, 그의 사업은 또 한 번 새로운 확장을 보여줄 것이다. 이것은 조선일보도, 중앙일보도, 동아일보도 하지 못한 일이다. 그들은 그저 선거 때마다 여론조사 기관에 ‘저렴하게’ 외주를 주고 보도를 했을 뿐이다. 그러나 김어준은 직접 여론조사를 할 수 있는 기관을 만들어 시민들에게 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그것도 ‘비싸게’. 결국, 이번 총선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이번 선거의 결과에 따라 과연 김어준의 사업이 새롭게 확장될 것인가이다.

Profile
이름은 박민중입니다.
생일은 3.1절입니다.
정치학을 전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