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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러분에게

 

삼라만상의 만 가지 지혜를 알려주기 위해

 

부득이하게 면벽 수련을 깨고

 

세상에 내려온 만공 스승이노라.

 

 

부디 여러분들이

 

나의 세상을 꿰뚫어 보는 명철로 가득한

 

강의를 들으며

 

만공이 전해주는 조물주의 무한한 이치를

 

함께 깨닫기를 바라노라.

 

 

4강을 들어야 하는 중생은 각별히 이런 중생입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께서 하시는

금과옥조 같은 말씀을 깊이 이해하여

그 깊은 뜻을 읽어내고

 

국민의 힘의 선거전략을 파악,

그 의도를 사전에 분쇄하여

국민의 힘이 이번 총선에서 참패하고

민주당이 개헌저지선을 돌파하게 만들고 싶은

정의롭고 현명한 시주

 

바로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 같은 시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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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비대위원장께서 4월 1일 부산 해운대 지원유세를 가서 한 말이 화제가 됐습니다. 이 연설 참 기묘합니다. 먼저 전문을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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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링크>

 

우리 정부가 여러분의 눈높이에 부족한 것 있을 겁니다. 그렇죠. 제가 100일도 안됐습니다. 그렇지만 그 책임 저한테 있지는 않지 않습니까? 여러분 제가 여러분이 부족하다고 말씀하시면 이 97일 동안 어떻게든 바꾸지 않았습니까? 저는 너무 억울합니다. 저한테는 한 번도 기회를 준 적이 없습니다. 저는 이 선거나 정치에서 뭘 얻고 싶거나 되고 싶은 것이 없다. 제게 아직까지 기회를 한 번도 안 주셨지 않습니까. 제가 이렇게 사라지게 두실 겁니까. 저를 일하게 해주십시오.

 

한동훈 위원장은 굳이 생닭 포포먼쓰를 예로 들지 않더라도 그간 기이한 행보를 보인 적이 많습니다만 해운대 연설은 그중에서도 압권입니다.

 

이 연설 왜 압권인지 나 만공스승이 설명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리 정부가 여러분의 눈높이에 부족한 것 있을 겁니다.]

 

자기들이 잘못하는지 한 위원장님도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은 단 한 번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선거에서 질 거 같아 다급해지니 갑자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합니다. 타이슨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듯이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이 있습니다. 처맞기 전까지는. 한동훈 위원장님도 대통령 로드맵을 머리카락이 아닌 머릿속으로 그리고 계셨을 것입니다. 지지율 나오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하지만 지지율이 나오고 처맞을 것이 유력해지자 갑자기 혀가 길어집니다. 저 짧은 연설에서 여러분을 대체 몇 번을 외치는 겁니까? 여러분이라뇨. 동료 시민이라고 부르셔야죠. 왜 그동안은 안 부족한척하셨습니까. 왜 잘생긴 척하셨습니까? 왜 조국 대표가 정계 입문하자마자 잘생김 기사 사라진 겁니까? 설명하십쇼.

 

[제가 100일도 안 됐습니다. 그렇지만 그 책임 저한테 있지는 않지 않습니까?]

 

한 위원장은 자타 공인 윤석열 정부의 이인자이자 황태자였습니다. 그 지위가 선거 끝나고도 유지될지는 모르겠지만 여태까지는 그랬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자기 책임이 없다며 발뺌을 시작했습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초기로 시계를 되돌려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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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링크>

 

이유는 도무지 알 수 없지만 그간 청와대에서 하던 인사 검증을 갑자기 법무부에서 하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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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링크>

 

한 위원장은 법무부 장관에 이어 민정수석 역할까지 맡게 됐습니다. 한 위원장에게 권력이 과도하게 집중되었다는 비판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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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링크>

 

이때 한 위원장은 인사 검증이 권한이 아니라 책임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가장 큰 실패는 인사 참사입니다. 그 한가운데 한 위원장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책임이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나 만공스승은 가소로워 웃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 위원장은 동료 시민들이 전부 바보로 보이나 봅니다. 이걸 모두 잊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 제가 여러분이 부족하다고 말씀하시면 이 97일 동안 어떻게든 바꾸지 않았습니까?]

 

머리숱이 부족하다고 말했습니다. 가발을 바꾸셨나 봅니다. 대체 한 위원장님이 뭘 바꿨는지 모르겠습니다. 한 위원장의 말은 늘 이렇습니다. 주장은 있고 근거와 내용은 없습니다. 바꿨다는데 뭘 바꾼 건지 알 수 없고 했다는데 뭘 했다는 건지 알 수 없습니다. 사직에서 야구를 봤다더니 사직구장에서 본건 아니라고 하고, 부동산 투기를 했냐고 물어보면 내가 한 적 없다고 했으니 하지 않은 거다. 알렉스 한 봉사 시간과 논문에 대해서도 의혹을 제기하면 근거를 대지 않은 채 내가 하지 않았다고 하지 않았느냐 그럼 하지 않은거다 라고 합니다. 근거를 대는 법이 없습니다. 검사가 피의자를 대할 때 태도와 동일합니다. 상대에게 증명을 하라고 하고 상대가 증명을 하면 딴소리를 하면서 상대를 윽박지릅니다. 검사 때는 잘 통했을 겁니다. 피의자는 절대적인 약자였으니까요. 국민들에게도 그런 식으로 해서 통할 거라고 생각한 거 같습니다. 누가 한동훈 장관이 똑똑하다고 했습니까? 어리석습니다. 누가 한동훈 장관이 잘 생겼다고 했습니까? 누가 한동훈 장관이 머리숱.... 나 만공스승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저는 너무 억울합니다.]

 

억울할 거 하나도 없다. 나 만공스승은 그렇게 생각합니다. 자업자득입니다. 무량수불.

 

[저한테는 한 번도 기회를 준 적이 없습니다. 저는 이 선거나 정치에서 뭘 얻고 싶거나 되고 싶은 것이 없다. 제게 아직까지 기회를 한 번도 안 주셨지 않습니까.]

 

이 발언이 정말 기이한 발언입니다. 기회를 준 적이 없다고 합니다. 대체 무슨 말일까요? 법무부 장관에, 사실상 민정수석에, 여당 대표 역할인 비대위원장까지 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 중에 선출직은 단 하나도 없습니다. 누군가가 수많은 기회를 주었습니다. 이 하나하나의 기회는 전부 누군가는 평생 꿈꾸지도 못하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게다가 수많은 언론들이 잘생겼다. 형광펜이 광선검 같다. 키가 180이다라며 지원사격을 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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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링크>

 

이건 누구나 꿈꾸는 기회가 아닌가요? 그런데도 한동훈 위원장은 기회를 주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대체 한동훈 위원장이 말하는 기회란 뭘까요? 기회는 자신을 증명하는 자에게만 계속 주어집니다. 한동훈 위원장은 단 한 번도 자신을 증명한 적이 없음에도 계속 기회를 부여받았습니다. 혹은 우리가 모르는 다른 방식으로 자신을 증명했기 때문에 기회를 얻은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이렇게 사라지게 두실 겁니까. 저를 일하게 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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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설을 할 당시를 동영상으로 보면 한 위원장 옆에 주진우, 김미애 두 후보가 있습니다. 한 위원장은 이 두 사람을 지지해달라는 호소를 하러 갔지, 자신의 억울함을 토로하러 간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연설의 초점은 자신의 억울함과 구명을 호소하는데 맞춰져 있습니다. 시간 장소 목적 어느 것에도 맞지 않습니다. 옆에 있던 주진우, 김미애 두 후보의 표정을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두 사람 다 황당해하고 있습니다. 한 위원장은 두 후보에게, 국민의 힘에게 표를 달라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을 살려달라고. 자신에게 기회를 달라고 말합니다. 그 끝에 ‘제가 이렇게 사라지게 두실 겁니까? 저를 일하게 해주십시오’라고 말합니다. 말로만 보면 정확히 전달되지 않기 때문에 직접 영상을 봐야 전달되는 뉘앙스가 있습니다. 이 부분이 한 위원장 연설의 가장 기이한 지점입니다.

 

 

한 위원장은 자신의 앞에 있는 부산 유권자들이나 이 연설을 볼 다른 국민들을 위해 연설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자신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누군가에게 호소하고 있습니다. 영화나 만화에서 보면 실수를 저지른 중간 보스가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며 두목에게 호소하는 바로 그 내용 그대로입니다. 이 연설은 절대로 대중을 상대로 한 연설이 아닙니다. 누군지 알 수 없는 권력자를 향한 절절한 구명 호소입니다. 한 위원장 비대위원장이 아닌 구명 호소인으로 저 연설을 했다고 나 만공스승은 보고 있습니다.

 

그 보스가 누구인지는 현재로서는 알기 어렵습니다. 무속과 관련된 누군가인지 아니면 다른 누군가인지. 하지만 저 연설의 내용으로 미루어 짐작할 때 윤석열 대통령이 아닌 건 분명합니다. 한 위원장은 저 연설에서 지금 상황은 윤석열 대통령의 잘못이지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걸 자신은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며 (윤석열 대통령처럼) 기회를 받은 적이 없고 그래서 이대로 사라지기는 억울하다는 걸 호소하고 있습니다. 대체 누구에게 하는 말일까요?

 

사실 한동훈 위원장이 억울하든 말든 알 바는 아닙니다. 누가 칼 들고 비대위원장하라고 협박한 적 없습니다.

 

이번 선거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속마음은 이렇다고 생각합니다 - 날아오는 혜성을 바라보는 공룡 다큐를 보는 인간들의 심정. 시원하구만. 나무아미타불 관셈보살.

 

 

글을 쓴 이후에 이런 말을 했다. 아마 그 누군가에게 혼났나보다. 참 촐싹맞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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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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