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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22대 총선에 등록된 정당 수는 59개입니다. 거대 정당인 민주당과 국민의힘을 비롯해서 수많은 정당이 정책과 공약을 내보이고 있습니다. 사실 정책과 공약의 중요성을 알지만 대부분의 선거에서 유권자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정당과 인물일 터이지요. 이것이 잘못되었거나 개선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다만, 정당이나 후보자들이 내보이는 정책과 공약은 그 정당과 후보가 선출되었을 때 최소한 비슷한 방향성을 갖고 활동하겠다는 지표이지요. 물론, 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처음부터 불가능한 약속을 지킬 의지도 없이 표를 위해 거짓말을 했는지, 노력하고 시도하고 최소한의 결과는 있었지만 아쉽게 지키지 못했던 것인지 정도는 구분해도 좋을 듯합니다. 이런 것들이 가능해지려면 정당과 후보들이 내보이는 약속, 즉 정책이 뭔지는 한 번 들여다볼 필요가 있지요.

 

정당별 정책과 공약은 분야별로 약 10종류가 있습니다. 이 중 주요 9개 정당의 노동정책을 비교해 보았습니다. 노동, 임금 관련 정책의 특징을 몇 가지로 구분하여 정리해 봤습니다. 그 외 전체 정책들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모두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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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대 총선 비례대표 후보 1차 토론회

출처-<연합뉴스>

 

굳이 제가 이런 일을 한 이유는 저 스스로가 노동 조합원이라 평소 노동정책에 관심이 많아서일 테지요. 사실 정당별 정책은 우리가 정당 색깔에 따라 짐작하는 대로 대략 담고 있습니다. 다만,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이번 기회에 한 번 구체적인 정책을 가볍게 훑어본다는 마음으로 봐주시면 좋을 듯합니다

 

1. 더불어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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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노동정책은 전반적으로 무난합니다. 진보 정당들이 추진하는 노동시간 단축과 노동안전 부분에서 부족하지 않은 내용들을 담고 있습니다. 특히 포괄임금제 금지 명문화는 윤석열 정부가 계속 추진하고자 하는 근로 시간 연장에 대항하는 목적도 있겠지만, 한국의 노동 상황에서는 꼭 필요한 정책 중 하나라고 봅니다. 다만 상대적으로 강력하고 조금 더 진보적인 정책들, 예를 들면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이나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으로 무산된 노란봉투법 관련 정책이 없는 것은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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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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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의 노동정책은 저출산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여당으로 69시간제를 추진하고 있기에 노동시간 단축과 관련된 정책도 없습니다. 이미 노란봉투법 거부, 중대재해처벌법에도 반대하는 모습이기에 관련된 정책이 없는 부분은 아쉬움으로 다가옵니다. 무엇보다 저출산 대책의 일환으로 내놓은 노동정책들도 강력한 정책을 추진하기보다 구색을 갖추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출산휴가나 육아휴직 때 지급하는 수당은 현재 세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어떻게 지급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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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조국혁신당

 

_출처 조국혁신당.png

 

비례정당 지지도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조국혁신당입니다. 다만 노동, 임금과 관련된 정책에서는 뚜렷하게 특징이 없는 터입니다. 정책도 구체적인 내용을 담지 않고 방향성만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쉽습니다. 다만 현실적으로 생각했을 때 비례정당 투표로 많은 의석수를 차지할 수 없을 것이며, 정당의 색깔이나 선거 전략적 측면에서도 노동자를 위한 진보정당보다는 현 정권 심판과 민주당 기존 지지 세력을 위한 대안의 성격이 강하기에 그 부분에 집중하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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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녹색정의당

 

_출처 녹색정의당.png

 

전통의 진보정당 정의당입니다. 가장 노동자와 관련된 정책이 많이 있지만, 반대로 포퓰리즘적인 정책도 가장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특징으로서 단순 노동자 개인보다는 산업 전반에 걸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차별철폐를 함께 추구하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과거에는 정의당의 진보적인 노동정책들을 다른 정당들이 많이 참고하기도 했습니다. 그 시절에 비해선 색깔과 영향력 면에서 약해진 게 사실이지요.

 

정책 중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한 적정 납품단가 개선은 언급했던 산업 전반에 걸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불합리함을 없애고, 이에 따라 중소기업 근무자들의 처우개선을 위해 필요하다고 봅니다.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과 연차휴가 5일 추가는 근로기준법 개정과 관련해서는 반드시 이루어 내야 하는 과업이라고 여깁니다. 여담이지만 5인 미만 사업장은 현재 연차휴가를 비롯해 근로기준법의 몇몇 조항들은 준수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는 영세한 소상공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지만, 실상 고용주가 사업장 쪼개기와 같은 꼼수로 이를 악용하여 영세사업장이 아닌 곳에서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노동자가 많습니다. 노동자들의 권익을 위해서는 앞으로 협의를 통해 반드시 이를 해결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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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새로운미래

 

_출처 새로운미래.png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새로운미래입니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조국혁신당에 밀려 생각보다 임팩트는 떨어지는 현실입니다. 대표인 이낙연 후보는 광주에서 출마하며 민주당의 대안을 자처하는데 결과는 그리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노동정책 쪽에서 특징적인 내용은 없습니다만 노란봉투법 개정 재추진과 연차휴가 확대가 눈에 띕니다. 아무래도 새로운미래 역시 윤 정권 심판을 기치로 걸고 있는 정당이기에 윤석열의 거부권으로 통과되지 못한 노란봉투법 재추진을 핵심 동력으로 삼은 게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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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개혁신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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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작년까지 나름 기대를 했었던 이준석의 개혁신당입니다. 혹여나 하는 마음에 저와 비슷한 나이대의 젊은 정치인들이 구시대적 정치를 타파하기를 응원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노동정책 뚜껑을 열어보니 국민의힘 2중대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나마 고용보험 확대 부분이 노동자들의 안전과 차별을 타파하기 위한 정책인 것 같지만, 고용보험 확대는 필연적으로 정부 지출의 증가를 가져오기에 실제로 정책 입안을 논하려면 예산에 관한 쟁점이 생길 터입니다. 개혁신당의 색깔 자체가 노동자 친화적인 정당이 아니고, 국민의힘 지지 세력들의 대안으로서 2030 청년 남성의 지지를 기반으로 하기에, 상대적으로 노동정책에는 집중하지 않은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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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새진보연합

 

_출처 새진보연합.png

 

용혜인 의원이 있는 기본소득당의 새로운 이름입니다. 생각보다 진보적이고 노동 친화적인 정책이 많았습니다. 흡사 과거 정의당의 모습을 보는 듯합니다. 다른 정당들이 노동시간 단축을 소극적으로 외칠 때 당당히 8시간을 줄인 32시간을 정책공약으로 삼았습니다. 연장근무도 12시간에서 6시간으로 단축하는 것을 공약으로 내놓았습니다. 이번 총선에서 가장 진보적인 노동정책 중 하나인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기준법 적용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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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산별교섭(산업별 노동교섭)의 범위 확대는 뛰어난 정책입니다. 산별교섭은 간략히 말해 기업별 노조가 사용자와 교섭하는 게 아니라, 산업별로 이루어진 노동조합이 사용자 단체와 교섭하는 방식입니다. 소규모 사업장 등에서는 노조를 만들기도, 또 만들어도 노동조합 경험을 쌓으며 교섭력을 갖추기도 어렵습니다. 이를 어느 정도 해결하는 것이 산업별 노동조합인데 우리나라 현행 노동조합법 때문에 산별교섭을 진행하기가 제한적인 터입니다. 새진보연합의 해당 정책은 이런 불합리함을 타개할 수 있으며, 노동조합 가입률이 낮은 다른 선진국들도 이런 방법으로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새진보연합의 정당정책이 이행되기는 어렵겠지만, 한국의 노동 상황에 적절한 주제를 던진 것으로 봅니다. 과거 정의당이 그랬던 것처럼 새진보연합의 정책들을 다른 정당들이 참고하게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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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별노조 교육영상 2편. 산별노동조합이란(2022년5월24일) 0-51 screenshot.png

출처-<유튜브 채널 '제주MBC NEWS' '금융노조'>

 

8. 더불어민주연합

 

_출처 더불어민주연합.png

 

더불어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입니다. 민주당에서 부족했던 노동차별과 노동안전 정책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사실 더불어민주당과는 한 몸이기에 두 정당의 정책을 합해서 생각해야 하겠지요. 특징으로서 차별과 관련된 단어가 유독 많이 눈에 띄는데, 민주당 지지층인 2030 여성을 위한 정책일 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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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국민의미래

 

_출처 국민의미래.png

 

국민의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입니다. 오히려 국민의힘보다 차별화된 노동정책을 내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중소기업에 재직 중인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한 재정지원, 세액공제, 정년 연장 등이 눈에 띕니다. 이는 아무래도 국민의힘의 주요 지지층인 중·장년층을 위해 만든 정책이라 봅니다. 그 중 가장 놀라운 정책은 5인 미만 사업장의 공휴일 적용입니다. 새로운 기준을 근로기준법에 추가하거나 개정하는 게 아니어서 많이 아쉽긴 하나, 국민의힘 측에서 이와 같은 정책이 나온 것이 조금이나마 고무적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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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중앙선건관리위원회 홈페이지 메인화면_출처 해당 홈페이지.jpg

출처-<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정책과 공약은 사실 지키지 않는다고 해서 법적인 처벌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가장 큰 벌이라면 다음 선거에서 불리할 수 있다는 정도이지만, 이마저도 사실 유효한 처벌인지 의심스럽지요. 다만, 그렇다고 마냥 정책과 공약을 보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실제로 2016년 브렉시트를 위한 국민투표 때 EU 잔류 측 공약과 EU 탈퇴 측 공약을 제대로 보지 않고 투표했다가 후회한 영국의 유권자가 상당하다고 합니다. 총선 이후에 마치 이번 대선에서처럼 뽑고 난 뒤 후회하지 않으려면 최소한 정책과 공약을 한 번쯤 살펴봐도 좋을 듯합니다. 아, 밭 갈기에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을 듯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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