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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의 압승임에도 불구하고 뭔가 속이 헛헛하다. 200석의 고지가 눈앞에 있었다는 아쉬움 일 수도 있고, 마지막 여론조사나 출구 조사 결과가 좀 더 파격적일 것만 같은 기대를 하게 해서 일 수도 있다. 혹은 안철수, 나경원, 이준석 등의 얼굴을 국회에서 또 보게 되어서 일 수도 있겠다.

 

암튼, 야권은 압승을 거뒀다. 지난 기사(조국에 대한 가설1과 가설2 (링크))에서 간만에 신랄하게 깠던 전통 언론들은 여전히 하나 마나 한 소리로 총선 결과를 해석 중이다. 여전히 기우제 같은 논조의 칼럼으로 인터넷 화면을 낭비하고 있다. 내가 해석한다고 낭비가 아닐지는 단언할 수 없다. 하지만, 어쨌든 우리는 우리가 할 이야기를 해보자.

 

21대 국회와의 차이점 : '그들'의 부재

 

총선 결과 지도로 보니..수도권, 충청권에서 압승한 민주당 _ SBS _ 모아보는 뉴스 4-25 screenshot.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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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의 의석수는 21대 국회와 파격적으로 다르지는 않다. 의석수에서의 티핑포인트는 180석에 한 번, 200석에 한 번 있다. 그러다 보니 180석은 넘되 200석은 안 되는 상황은 비슷하다.

 

항간에는 ‘200석이 넘었다면 오히려 탄핵이나 개헌에 대한 부담이 너무 커지고, 다음 대선에 역 보상 심리를 유도할 우려가 있으니, 지금 정도가 적당하다’는 긍정론도 있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21대에서도 180석으로 별거 못 했는데, 22대라고 별거 있겠냐’는 비관론도 나온다.

 

어차피 역사에 가정이란 건 하나 마나 한 것이니, 긍정론은 그저 헛헛함을 달래 줄 연고 정도로 생각하고 넘어가자. 비관론에 대해서는 여당 지지층 입장에서 또 하나의 기우제 같은 바람일 것이다. 야권에는 일종의 트라우마 반응이기도 할 것이다. 다만, 여기서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22대 국회 야권 의석 중, 전에는 있었으나 이제는 없는 것. ‘그들’의 부재를 말이다.

 

이낙연 낙선 _광주시민 마음 얻지 못해_‥지역구 1석 건진 '새로운미래' (2024.04.11_뉴스데스크_MBC) 0-39 screenshot.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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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총선 당시 민주당 당대표부터 그 부재의 시작을 알린다. 당시 인기의 정점에 있던 그는, 다들 기억하겠지만, 21대 총선 개표방송에서 180석을 예상하는 출구 조사 결과를 보면서도 손뼉 치지 말고 자중하라는 제스처로 신망을 두터이 한 바 있다. 그랬던 그는, 여당이 180석을 얻었을 때도 어떻게 하면 그 영향력을 최소화할지 행동으로 몸소 보여주는 듯한 5년을 보냈다.

 

결국, 캠핑 붐에 힘입어 그는 아무도 찾지 않는 텐트를 치겠다며 떠났다. 정치인이 당을 우습게 여기면 어떤 말로를 맞이하는지 후대에 길이 남길 안내서를 남겼다.

 

한편 그가 차린 텐트에 동참한 인물들도 몇몇 있었으니… 그중 한 명은 외로이 당선되기도 했으나, 그 외로움을 야권 마당에서 해소할지, 여당 사랑방 문을 두드리며 해소할지는 별로 궁금하지 않은 처지에 이르렀다.

 

[당선자 인터뷰] 조정훈 _민주당 뿌리 깊은 마포갑서 승리…새로운 정치에 대한 갈망 컸을 것_ #2024우리의선택 _ JTBC News 0-28 screenshot.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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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놓고 여당으로 들어간 이들도 있다. 원래 어울리는 자리를 찾아간 그들은 더 이상 야권에 ‘내부 총질’할 수 없는 입장이 되었다. 따라서, 앞으로의 행보 역시 별로 궁금하지 않게 되었다.

 

툭하면 개기면서 막상 나가지는 않은 인물들도 있다. 하지만 이들은 이번 총선의 당내 경선 과정에서 자체 필터링되며 그 끝을 보여주었다. 결과적으로 22대 국회에는 발을 들이지 못해 마찬가지로 행보가 궁금하지 않은 대열에 올랐다.

 

물론 기성 언론은 그들에게 계속 마이크를 쥐여줄 것이다. 하지만 ‘마삼중’ 이준석마저 현역이 된 마당에 이리저리 흩어진 말썽꾸러기 중 극소수가 언론의 마이크를 얻는다고 해도, 큰 영향력이 있을 거라 기대하진 않는다.

 

조직이론에는 크게 두 가지 관점이 있다. 리더가 중요하다는 관점과 구성원이 중요하다는 관점. 22대 국회의 야권은 리더와 구성원 모두가 유의미한 차이를 지니고 있다. 그들이 21대와 비슷한 행보를 보일 거란 비관론은, 조직이론의 두 관점을 모두 거스르는 참신한 아이디어라 하겠다.

 

이재명이 지나온 터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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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는 임기상 딱 중간 지점에서 대선을 맞았다. 경선 결과 이재명이 과반의 지지를 얻기는 했으나, 앞서 언급한 인물의 저열한 공격에 맞서는 과정에서 적잖은 정치적 내상을 입어야 했던 것도 사실이다.

 

압수수색은 마치 친한 집 마실이라도 되는 듯 툭하면 들이닥치고, 총선 투표일 직전까지도 이재명은 법원을 찾아야 했다. 이러한 부조리는, 역시 앞서 언급한 인물의 내부 총질에 무한 리필 탄환이 되어주었다. 결국 이재명이라는 개인은 모든 것을 맞아내며 감당해야 했다.

 

심지어, 기억하고 싶지 않지만 잊어서도 안 될, 문자 그대로 칼에 찔려 목숨이 위태로웠던 충격적인 사건까지 겪었다.

 

이재명은 이 어둡고 험난한 터널을 지나 결국 압승을 거둔 야당의 당대표로서 다시 한번 국회에 입장한다. 박근혜 탄핵 국면 이후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도가 꽤 안정적인 상태에서, 대체로 긍정적인 이미지였던 국무총리가 당대표 자리에서 치른 21대 총선에 비해, 이재명은 모든 면에서 이를 뛰어넘는 결과를 끌어냈다. 아직도 비호감과 반감을 지닌 반대층이 다수라거나, 확장성이 부족하다거나, 리더로서 자질이 의심된다는 류의 의구심은 이 증거 앞에서 무력화된다.

 

그런 면에서 앞으로 그가 한 명의 국회의원이자 압도적 다수당의 당대표로서 하는 말과 행동은, 이전의 갖은 공격과 의구심 속에서 하던 말과 행동보다 더 큰 힘을 지닐 것으로 예상한다. 마치 박근혜 탄핵 국면에서 문재인이 두각을 드러낸 것과 같이, 이재명은 앞으로 벌어질 윤석열의 사상 최대 레임덕 속에서 존재감을 나타낼 것이다.

 

조국이 닦은 새로운 판국

 

[현장영상] 조국도 손뼉 치며 웃었다…'환호 자제'에도 터져 나온 '말' _ JTBC News 0-50 screenshot.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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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12석이라는 놀라운 의석수를 확보한 조국혁신당. 한국 현대 정치사에서 손에 꼽을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정치인 조국이 보여준 새로운 면모와 대중들이 그에게 느끼는 측은함은, 이제 전통 언론에서도 정론화하고 있으니 이쯤에서 생략하자. 그가 끌어낸 판국의 전환에 조금 더 집중해 보는 것이 좋겠다.

 

조국 역시 압수수색의 일상화, 법원의 옆집화로 가득한 3년을 보냈다. 심지어 가족의 삶이 송두리째 무너지는 과정을 겪어야만 했다. 그리고 그 과정은 현 권력이 지닌 자명한 모순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조국이 통과한 터널은 이재명이 통과한 터널과는 또 다른 특성을 보인다. 정경심 교수에 대한 권력의 횡포는 김건희에 대한 특혜와 1:1로 비교된다. 자녀에 대한 권력의 횡포는 한동훈의 자녀에 대한 특혜와 1:1로 비교된다. 그는 연설에서 이 점을 매우 노골적이면서 대중적인 언어로 지적했다. 누구도 부정할 수 없도록, 문제 인식을 대중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검찰 권력을 기반으로 하는 현 정권의 가장 익숙하고 강력한 무기를 무력화한다. 검찰, 대통령, 언론이 합심하여 두 당대표와 그 가족을 공격하면 할수록, 이 문제의식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이 무기가 다시 힘을 가지려면 김건희 특검과 한동훈 특검을 받는 수밖에 없다. 현 야권이 180석 이상을 확보하려 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즉, 자신의 무기를 사용하려면 상대의 목적을 달성해야 하고, 상대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게 하려면 더 이상 들지 않는 무기를 써야만 하는 아이러니에 놓인 것이다.

 

검찰 권력이 원래 하던 짓을 하지도 못하고, 안 할 수도 없는 상황. 조국은, 이런 판국을 만들어 냈다.

 

창당 한 달 만에 12석..4수만에 극적 당선, '反윤 최전선' 조국·이준석 국회입성, 선명성 경쟁_-[핫이슈PLAY] MBC뉴스 2024년 4월 11일 29-43 screenshot.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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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체하게 하는 얼굴들 : 이들은 변하지 않는다

 

안철수, 나경원, 김은혜, 윤상현, 이준석.

 

막판 여론조사나 출구 조사에서 22대 국회에 들어서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결국 당선되어 우리의 심기를 건드린다. 그들이 국회에서 보여줄 모습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소화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 보자. 이들은 이제 당내에서 기고만장해질 것이다. 앞으로 그들이 보여줄 모습은 우리가 오랫동안 보아온 그들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여전히 주어가 없을 것이고, 바이든은 날리면이 될 것이며, 친일적 행각을 보일 것이다.

 

극적 생환한 이준석의 저격…_입당한 지 얼마 안 된 대통령이 보수 삶 파괴_|지금 이 뉴스 0-26 screenshot.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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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의 경우 야권이라고 묶기는 애매하다. 하지만, 여당의 쓰린 속을 계속 후벼 파며 깐죽거릴 것을 기대해 볼 수 있다. 물론 동시에, 이재명과 조국을 공격하겠지만, 175:3, 12:3이라는 숫자는 극소수당의 당대표가 큰 당의 각 당대표에게 징징대는 구도,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이들이 앞으로 보여줄 모습은 구태의연할 것임이 자명하다. 대중에게 호응을 얻기보다 그 나물에 그 밥이 계속되고 있다는 인상을 남긴다. 기존 지지자를 제외한 대중에게는 더 이상 파고들지 못할 터. 오히려 이러한 구태의연함은, 이재명 체제가 본격적으로 작동하는 민주당과 정치인 조국이 펼칠 조국혁신당의 신선함을 더욱 돋보이게 할 것이다.

 

총선 압승을 기념하며, 오늘 한 번 야권 중심의 해석을 남겨본다. 기성 언론에서는 보지 못할 법한 관점일 것이다. 아전인수 아니냐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 일부 과잉 해석한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노골적인 글을 남기는 건 기성 언론이 인터넷 지면을 하나마나 한 이야기로 낭비하고 있을 때, 딴지 지면 한 편에 그에 반하는 관점을 텍스트로 남겨두는 것이 의미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재명과 조국. 기나긴 터널을 지나온 두 당대표를 앞으로 4년간 열렬히 응원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