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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적, 그러니까 이른바 호랑이가 담배 피우던 시절엔 ‘언론’이라는 게 있었다. 선뜻 믿기지 않겠지만 그 시절 ‘언론’들은 언론 ‘시늉’이라도 했다. ‘정론직필’이라는 둥 ‘불편부당’이라는 둥 간판을 내걸고 시민의 편에 서서 권력을 감시한다는 언론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는 ‘척’이라도 했다.

 

21세기에 접어든 지도 이십여 년이 흘렀다. 미디어 환경이 바뀌고 수익구조 자체가 변한 지금의 대한민국 언론엔 그런 ‘척’조차 없다. 예전에는 ‘밤의 대통령’이니 어쩌니 배후에서 훈수나 두고 떡고물에나 침을 흘렸다면, 요즘은 특정 정파에 노골적으로 줄을 서고 어르고 달래며 드러내놓고 실질적인 권력으로 행세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데일리안> 양창욱이의 칼럼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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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링크>

 

2012년 총선부터 국민의힘이 치른 각종 선거를 복기하다가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대승을 거두는 장면에 이르러 창욱이는 이렇게 고백한다.

 

“웃을 일이 없어도 사흘을 웃고 다니던 봄날이었다.”

 

일기장에 “오늘 자위하다가 엄마에게 걸렸다. 죽고 싶다.”고 고백하는 건 흉이 아니다. 충분히 그럴 수 있는 거다. 하지만 기자가 일기장이 아닌 신문 지면에 이런 글을 쓰는 건 경악할 노릇이다. 창욱이는 기자인가, 국힘 당직자인가. 기자가 특정 당파색을 드러낼 수 있다. 하지만 그건 대의명분에 입각한 가치에 따른 결과여야 한다.

 

일테면 환경 전문 기자가 근거와 논리로 환경문제의 중요성을 설파하며 친환경에 역행하는 특정 정부 또는 정당을 비판하고 환경문제에 천착하는 특정 정부 혹은 정당을 칭찬하거나 추켜세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밑도 끝도 없이 국민의힘이 지방선거에서 크게 이겼다는 이유로 약 먹은 개마냥 사흘 밤낮을 처웃고 돌아댕겼다는 사실을 신문 지면에 늘어놓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하지만 창욱이는 지면의 사유화를 멈출 생각이 없다.

 

“특히 제1야당의 수장은 그 숱한 범법 행위에도 인간이 만들어 놓은 사법 체계로는 여전히 단죄할 수 없다... (중략)... 지금 이대로 선거가 끝나면 과거 이회창보다 더 강력한 야당 대표가 돼 자신의 주술에 홀린 광기의 지지층과 손잡고 대통령까지 야금야금 먹어 들어갈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끌어내릴 것인가? 판사님만 믿어야 하나?”

 

“이런 이재명이니 심지어 조국도 그 옆에 세워 놓으면 선녀처럼 보인다... (중략)... 또 1, 2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조국이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전면에 등장하니 1심도 안 끝난 이재명은 아직 범죄자가 아닌가 하는 착시 효과마저 나타난다.”

 

창욱이는 참으로 독특한 세계관을 가졌다. 그 세계관 안에서 우리 창욱이는 사법부의 권능을 쥐고 있다. 저 혼자 기소도 하고 재판도 하고 탄핵도 한다. 이재명이 “주술에 홀린 광기의 지지층”과 함께 대통령의 자리를 차지하면 덮어놓고 “어떻게 끌어내릴 것인가?” 벌써부터 걱정이 태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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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망상에 빠져 있는 창욱이다 보니 “1심도 안 끝난 이재명은 아직 범죄자가 아닌가 하는 착시 효과”라는-제 말대로 아직 1심조차 안 끝났는데 이재명은 이미 범죄자여야 마땅한-제가 써놓은 한 문장 안에서조차 앞뒤가 맞지 않는 정신분열증적인 소리를 늘어놓고 있는 것이다.

 

국힘의 총선 패배가 손톱 밑에 가시가 박힌 듯 고통스러운 창욱이는 그래서

 

“대통령이 신문 1면에서 완전히 사라져야 한다”

“스스로 도망가 영부인과 함께 계속 잠수를 타야 한다”

 

라고 주문한다.

 

“3개의 비단 주머니”도 꺼내 든다.

 

“잡놈의 반열에 오른 운동권 청산은 분명 시대정신”이며

“승부는 그래도 서울에서 걸어야” 하고

“한동훈이 한강벨트 위에서 슬릭백 춤이라도” 추라고

 

주문한다.

 

세상 살다 살다 이토록 구구절절한 ‘정당 공천 신청장’은 처음 봤다. 내가 데스크라면 이런 칼럼은 사직서 또는 강한 이직의 의사표시쯤으로 받아들여도 무방하련만, <데일리안>은 창욱이의 이직을 묵인하다 못해 부추기는 듯한 모양새다. 빨리 나갔으면 좋겠다는 뜻일까.

 

<데일리안> 창욱이 뿐인가. 한동훈이 법무장관에 임명된 후부터 집요하리만치 지속된 언론의 ‘외모 찬가’는 또 어떠한가. 데이터로 드러난 총선 투표 표심에서 ‘2030 여성들에게 엄청난 인기’라던 한동훈 팬덤의 실체는 다 어디로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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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바닥의 탑티어는 명불허전 <조선일보>다. 하지만 굳이 <조선일보>가 이번 총선에서 시전한 주옥같은 기사들은 언급하지 않겠다. 왜냐하면, 나도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맨정신에 앉아서 읽고 있을 만한 성질의 것이 아니다. 일종의 ‘자해’다. 딴지일보 편집부는 내게 산재보험도 들어주지 않았고 기본 원고료에 위험수당도 얹어주지 않는다. 내가 내 발로 후쿠시마 원전에 뛰어들 순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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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면 찌른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