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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러분에게

 

삼라만상의 만 가지 지혜를 알려주기 위해

 

부득이하게 면벽 수련을 깨고

 

세상에 내려온 만공 스승이노라.

 

 

부디 여러분들이

 

나의 세상을 꿰뚫어 보는 명철로 가득한

 

강의를 들으며

 

만공이 전해주는 조물주의 무한한 이치를

 

함께 깨닫기를 바라노라.

 

 

이번 강의를 들어야 하는 중생은 각별히 이런 중생입니다.

 

이번 총선 결과에 대해 이해함으로써

차후에 대한민국에 벌어질 일들을 알고

 

2027년 대선에 만반의 대비를 해서

민주당이 국민의 힘을 꺾고 반드시 승리하기를 원하는

정의롭고 현명한 시주

 

바로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 같은 시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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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총선이 끝났습니다. 민주당의 압승입니다. 제갈량의 적벽대전 승리에 버금가는 이 대승에도 불구하고 아쉽다고 말하는 민주당 지지 시주들이 제법 눈에 띕니다. 자신이 맘에 들지 않는 공천이나 결과가 나온 지역구에 확대경과 현미경을 들이대고 이래서 망했다 저래서 망했다며 비난하기 바쁩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흠이 없는 일이란 없습니다. 만사가 그렇습니다. 크게 보면 189 대 108이라는 결과는 대단한 승리입니다. 여기에 굳이 꼬투리를 잡을 필요가 없습니다. 만족할 줄 알아야 욕됨을 당하지 않는 법입니다.

 

이 만공스승 단언합니다. 시간이 조금만 지나서 선거의 열기가 가라앉고 나면 이 승리가 얼마나 대단한 전과인지를 깨달을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본 스승의 이 강의를 통해 결과의 필연성도 알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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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아쉬움을 표하는 시주들이 많을까요?

 

간단합니다. 출구 조사 결과 때문입니다. 불과 한두 달 전까지만 해도 민주당이 패배할 거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여조 불 밝힘(lighting)과 기사 불 밝힘(lighting), 여론 불 밝힘(lighting) 등 다양한 기법을 활용해 검찰 정권과 검찰 정권의 여의도 출장소인 국민의힘 그리고 그들에게 복무하는 수구 언론들은 민주당이 패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국민의 힘이 과반을 넘어서서 180석 이상을 차지할 거 같다고 말하는 시주들이 주변에 많았습니다. 이 만공스승은 오랜 면벽 수련을 통해 그런 잡스런 수작에 미혹되지 않았으나 많은 이들의 눈이 흐려진 걸 보며 탄식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조국 대표의 정계 입문으로 판이 바뀌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조 대표가 무언가를 바꾼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판은 단 한 번도 바뀐 적도 흔들린 적도 없습니다. 바뀌거나 흔들린 것은 판을 바라보는 중생들의 시선뿐입니다.

 

메워버린 조국의 강

 

먼저 조 대표의 창당이 뭘 바꿨는지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조 대표의 등장이 바꾼 것은 이 선거를 바라보는 틀입니다. 여기서 틀은 구라파의 시주들이 일반적으로 말하는 프레임입니다.

 

조 대표의 등장 전에는 대립의 구도가 민주당을 포위하는 형국처럼 보였습니다. 국민의 힘이 여당임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힘을 중심으로 이준석 당선인(어색합니다)의 개혁신당과 이낙연 낙선인(친숙합니다)의 새로운 미래 등이 민주당을 포위하고 있는 형국이었습니다.

 

민주당만 빼고 나머지 끼리는 협상도 타협도 가능해 보였지만 민주당과는 합종연횡이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또한 어떤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 조국의 강이 존재하는 듯 보였습니다. 조자룡이 헌 칼 쓰듯 ‘그래서 조국의 강 건넜어?’ 혹은 ‘조국은 왜 사과 안 해?’만 무한 반복을 하며 민주당을 공격하고 조국 대표를 공격했습니다.

 

조국 대표가 사과를 했는지, 몇 번이나 사과를 했는지 사실 여부는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그 말을 입에 담는 사람들이 원하는 건 조국의 강이라는 레떼르를 붙여 민주당을 공격하면 타격감이 상당하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다 모르겠고 왜 조국은 사과를 안 하는데?

왜 니들은 조국의 강 안 건너는데?

 

조국의 강은 대체 어디 있는 강인지 어떻게 건너면 되는지는 알려주지 않은 채 조국의 강 카드만 무한 반복을 했습니다.

 

민주당을 지지하는 시주들 중에도 조국 대표가 SNS에 쓰는 글만 가지고도 ‘아저씨 억울한 건 알겠는데 지금은 눈치 좀 챙기고 입 좀 싸 물어요’라고 말하는 시주들이 드물지 않았습니다. 많은 시주들이 수구세력의 매연 불 밝힘(gaslighting)에 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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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대표의 정계 입문은 이런 판을 완벽하게 뒤집어 놓았습니다. 더 이상 조국의 강을 말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조국의 강을 목 놓아 외치던 시주들도 애초에 조국의 강이란 게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행동을 합니다.

 

강가에 안개가 걷히고

 

조 대표가 창당을 선언했을 때 이번 총선 참패의 최대 책임자 모발거사 한동훈 시주는 말했습니다.

 

‘조국 씨가 (굳이 조국 씨라고 말합니다. 참 치졸합니다) 병립형에서 어떻게 3%를 얻어요?’

 

병립형이건 뭐건 얻을 수 있는 표 퍼센티지가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은 차치하고 이번 총선에서 조국혁신당이 얻은 비례표를 생각하면 모발거사 한동훈 시주가 얼마나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인지 잘 알 수 있습니다.

 

조 대표의 창당으로 22대 총선 판에 자욱하던 안개가 걷히고 판이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국민의 힘 대 민주당과 조국신당 대결 구도가 확립되었습니다. 나머지는 전부 곁다리에 불과합니다.

 

조 대표의 등장 이후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 하나 있습니다. 모발거사 한동훈 시주의 외모에 대한 칭찬 기사입니다. 본 스승은 사실 정치인의 외모에 별 관심이 없습니다. 정치인은 그 사람이 무엇을 하려는가에 의해 가치가 결정되지 외양에 의해 결정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단언할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역사에서 모발거사 한동훈 시주처럼 외모와 관련된 기사가 많이 나온 정치인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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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발거사 한동훈 시주의 외모에 대한 칭찬 기사는 참으로 가소롭습니다. 눈 코 입 하나하나 뜯어봐도 어디 하나 잘 생겼다고 볼 구석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외모를 칭찬하는 기사가 쏟아졌기 때문입니다.

 

허나 과공비례요, 지족불욕인 법입니다. 자꾸 외모를 강조함으로써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니 잘 생기지 않았음을 깨닫는 시주들이 조금씩 늘어났습니다.

 

그 와중에 조국 대표가 등장하자 난파선에서 쥐들이 사라지듯 모발거사의 외모 칭찬 기사가 싹 사라졌습니다. 이 또한 조 대표의 등장이 걷어낸 안개라고 하겠습니다.

 

귤화위지

 

총선이 끝났습니다. 민주당 쪽은 190석에 달하는 기록적인 승리를 거뒀고 국힘당은 지난번 총선 때보다는 몇 자리 많지만 여당 프리미엄을 감안하면 더 큰 패배라고 말할 수 있는 기록적인 참패를 하게 됩니다. 감성팔이를 싫어하고 여성을 혐오하는 이준석 대표는 여성인 엄마와 함께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여주며 작은 승리를 거둡니다.

 

이준석 대표를 올려치기 좋아하는 이들은 무슨 대단한 승리라도 거둔 양 이준석 대표 찬양에 여념이 없지만 그들의 모습이 토악질이 나오는 이유는 3석을 얻은 이준석은 찬양하지만 12석을 얻은 조국은 애써 없는 사람 취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공정과 상식을 입에 담습니다. 가히 웃음이 나오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번 총선 결과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해설이 나오고 있습니다.

 

몽둥이가 어떻다 회초리가 어떻다.

이준석의 승리다.

한동훈의 패배다.

재명이 공천을 잘못해서 200석을 얻지 못했다.

윤석열이 민생토론회라는 명목으로 관건 선거를 했다.

김건희는 어디 있느냐.

 

다양한 말들이 나옵니다. 중구난방이니 이런 말들을 막을 수도 없고, 막아서도 안 됩니다. 하지만 해설과 해석은 다 맞는 말이고, 다 틀린 말입니다. 이미 나온 결과에 대해 원인을 얘기하면 어떤 원인을 얘기해도 틀릴 수가 없습니다. 결과에 끼워 맞춘 말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전부 틀린 말일 수밖에 없습니다.

 

나 만공스승은 그래서 해설과 해석을 싫어합니다. 죽은 이후에 약처방-사후약방문-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나 만공스승에게 해설을 바라는 시주들이 많아 불가피하게 해설을 해드리려고 합니다.

 

이번 선거 결과를 해설하는 말뭉치(keyword)는 단 두 개입니다. 이 두 개의 키워드로 모든 결과가 해설이 됩니다.

 

10억 그리고 대통령 지지율입니다.

 

이번 선거 결과에서 국민의힘이 서울에서 약진했습니다. 5석+1~2석이 될 거 같다는 전망과는 달리 11석을 차지했습니다. 의외입니다. 서울에서 이런 성적을 거뒀지만 전체로 볼 때는 참패라는 점도 의아함을 느끼게 합니다.

 

10억이 이 의아함을 해결해 드릴 수 있습니다.

 

10억을 넘어가는 아파트가 다수 존재하는 지역구에서 국민의힘이 약진했습니다. 강남서초송파는 말할 것도 없고 조정훈 당선자가 이지은 후보를 꺾은 마포갑, 김재섭 당선자가 안귀령 후보를 꺾은 도봉갑 그리고 이준석의 화성을, 안철수와 김은혜를 당선시킨 분당갑,을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혹자는 이지은 후보나 안귀령 후보 공천이 잘못됐다 혹은 후보 본인이 선거운동을 말아먹었다는 이야기를 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길에서 159명이 깔려 죽은 용산구에서 국민의힘 권영세 후보가 당선된 걸 아파트값을 제외하고 해석이 가능할까요?

 

확대경이나 현미경을 들이대지 않는 편이 좋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이준석 대표의 예를 봐도 마포갑이나 도봉갑과 마찬가지입니다. 이준석 대표가 당선된 화성을은 ‘동탄맘’이란 밈이 존재합니다. 경제적으로 여유 있고 외모도 세련된 기혼 여성을 가리키는 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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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화성 동탄신도시

 

마포갑, 도봉갑, 화성을 전부 21대 총선 이후 10억 이상 신축 아파트들이 많이 늘어난 지역구입니다. 양천갑처럼 이기긴 했으나 지지율 격차가 줄어든 지역구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10억이 넘는 아파트가 늘어난 지역은 그만큼 지지율 격차가 줄어들었습니다. 왜 원래 민주당이 이기던 지역구에서 졌느냐는 비판이 무의미한 이유입니다.

 

남쪽의 귤이 북쪽에선 탱자가 됩니다. 온난화로 인해 기후가 바뀌듯 신축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지역 주민들의 재산 구성이 바뀌었습니다. 본 스승도 주변에서 제법 보았습니다. 민주당 지지자였던 사람이 돈 좀 벌었다고 국민의힘 지지자로 바뀌었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지역구 내 10억이 넘는 아파트 증가율과 국민의힘 당선 사이에는 인과 관계가 존재합니다.

 

그렇게 될 일은 그렇게 된다

 

두 번째로 대통령 지지율이 이번 선거 결과를 설명해 줍니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은 189석 국민의힘은 108석을 거뒀습니다. 108 번뇌가 김건희 시주의 머릿속에 가득할 것 같습니다.

 

189 대 108는 63%대 36%입니다. 많이 본 숫자입니다. 대통령의 긍/부정 평가와 거의 일치하는 숫자입니다. 수많은 시주들이 이런저런 얘기를 했지만 결국 이번 선거의 결과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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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과 대통령 지지율이라는 말뭉치를 합쳐보면 알 수 있는 사실이 하나 더 있습니다. 대통령을 지지하는 36%의 시주들 중에는 자신의 아파트 가격을 기준으로 정치적 지향을 결정짓는 시주들이 제법 있다는 사실입니다. 국정운영이 이 모양 이 꼴임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이 35%나 나오는 이유 중 하나가 윤석열이 내 집값을 올려주겠지라는 믿음 때문입니다. 눈밝은 이가 보기엔 헛된 믿음이자 미망입니다만 그들은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지인지조입니다. 무량수불.

 

이렇게 볼 때 22대 총선의 결과는 필연적입니다. 이런저런 해석과 해설이 있겠지만 이 두 말뭉치로 선거를 바라보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고 나 만공스승은 단언합니다.

 

두 개의 말뭉치가 보여주는 해석과 별개로 조국혁신당이 12석을 얻은 일도 필연적이자 상징적으로 느껴집니다. 조국 대표가 법무부 장관 후보 시절에 서해맹산의 정신으로 검찰개혁을 하겠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서해맹산은 바다에 맹세하고 산에 다짐한다는 뜻으로 이순신 장군이 진중음이라는 한시에서 언급한 말입니다.

 

조국 대표가 서해맹산의 정신으로 검찰개혁을 하다가 마치 이순신 장군이 선조에게 불려 가 모진 고문을 당한 것처럼 멸문지화에 가까운 고통을 당했습니다.

 

다들 조국은 끝났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조 대표는 그 뜻을 거두지 않았습니다. 이순신 장군이 칠천량 해전 이후 삼도수군 통제사로 돌아왔듯 당당하게 돌아와서 시주들 앞에 섰습니다.

 

나 만공스승은 조국 대표가 이렇게 말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아신전선 상유십이.

 

신에게 아직 12척의 배가 있습니다.

 

나무관셈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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