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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과 이스라엘이 현재 전쟁 직전까지 몰린(?!) 상황이다. 현재 중동 분위기는 관련 지수를 보면 확인할 수 있다. 3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3.5%, 전월 대비 0.4% 상승했다. 6개월 만에 최고 상승치다.

 

우리나라 주가를 봐도 ‘눈치 빠른’ 기관이나 투자가들은,

 

“씨바, 이란이랑 이스라엘 전쟁 분위긴데?”

 

라면서 정유주, 조선주(유조선 만들어야 하니까)가 슬슬 움직이기 시작하고 있다. 우리가 총선에 잠시 눈이 팔린 순간에 전 세계는 이란-이스라엘이 전쟁을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었던 거다.

 

복습 시간

 

복습부터 하고 진도 따라가자.

 

우선 머릿속에 때려 박고 있어야 하는 게,

 

① 이란과 이스라엘은 40여 년째 <그림자 전쟁>이라고 비공식적인 전쟁을 해왔다.

② 미국은 중동에서 발 빼기 위해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로 대표되는 수니파 벨트 간의 화해를 주선했다.

③ 미국은 이스라엘+사우디아라비아와 기타 등등을 묶어서 중동 지역에 親 미국 블록을 만들고 발을 빼려고 했다.

④ 이스라엘은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서 몇몇 중동 국가(아랍에미리트, 바레인 등등)와 수교를 맺고(그 유명한 ‘아브라함 협정’이다), 이제 곧 사우디아라비아와 악수할 거 같은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다.

⑤ 이때 팔레스타인의 하마스가 발끈한다. 이대로 가다간 팔레스타인은 낙동강 오리알이 될 거 같아서 ‘깽판’을 친다.

⑥ 하마스의 배후에는 이란이 있다는 건 이 동네에선 상식이다.

⑦ 이란의 꼬붕들이었던 하마스, 헤즈볼라 등등이 날뛰면서 분위기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다.

 

대충 이런 내용들이었다. 일전에 썼던 <국제정치로 본 이스라엘-하마스 전쟁>(링크) 이란 기사에 자세히 썰을 풀어놨다. 이거 슬쩍 보고 오면 도움 될 거다.

 

우리가 디올백과 한동훈, 대파 가격 때문에 정신 팔린 상황에서 이란과 이스라엘, 그리고 하마스는 미친 듯이 싸우고 있었다. 소위 말하는 ‘에스컬레이션(Escalation)’이 진행된 거다. 이제 본격적으로 진도 나가 보자.

 

이스라엘, 이란 영사관을 때리다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한 시점에서 20일 뒤에 이스라엘 지상군이 가자 지구에 쳐들어갔다. 그 사이 이란의 꼬붕(!)인 헤즈볼라랑 예멘 후티 반군이 여기저기서 난동을 피웠다. 그중 후티 반군이 인상적이었는데, 후티 반군이 요르단에 주둔 중인 미군을 죽인 거다(미군 기지를 공격해서 미군이 사망했다). 바로 미국의 반격이 이어졌는데(이라크와 시리아를 때리고, 예멘 두들기고 이때 난리도 아니었다), 그러다가 이스라엘 구호 트럭을 하마스가 공격하고, 서로 네가 잘못했네, 네가 죽일 놈이네 하며 여론전 펼치고... 이런 X밥 싸움이 얼마간 이어지다가 덜컥 본게임이 시작됐다. 일진이 몸을 움직인 거다.

 

4월 1일, 이수정이 한참 대파 격파 영상 올렸다 내렸다 할 때 <시리아 다마스쿠스 주재 이란 영사관 폭격 사건>이 터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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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링크>

 

이스라엘은 ‘공식적’으로 영사관을 폭격했다는 걸 말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척하면 척이라고, ‘씨바, 이스라엘 놈들이 또 사람 때려잡았다!’라고 다 인정하는 분위기다. 그리고 이스라엘 당국자들도 슬쩍슬쩍 인정하는 인터뷰를 흘리고 있다. 즉,

 

“알지? 뭐 그렇게 됐다.”

 

이런 분위기다. 뭐 이스라엘군 대변인도 거의 인정하는 분위기의 뉘앙스를 풍기는 걸 보면...여튼 대놓고 말하긴 뭐 한 분위기다. 하긴, 타국의 외교 시설을 때린 건데 그걸 인정하는 것부터가 바보짓이다. 미국도 이 사건 터지자마자 ‘갑분싸’ 분위기였으니 말 다 했다.

 

이스라엘 입장에서 이 영사관은 예전부터 ‘목표’로 분류돼 있었던 것 같다. 폭격 직후에 이스라엘 측에서 솔솔 흘러나오는 이야기는,

 

“야, 지금 시리아가 나라냐? 내전 때문에 지랄 난 게 10년도 넘어! 여기 있는 이란 영사관? 이게 말이 좋아 외교 시설이지, 꾸드스군 기지야!”

 

이게 또 그렇게 틀린 말은 아닌 게, 이미 미국은 이라크와 시리아를 때렸다. 후티 반군 때려잡겠다고 예멘도 때리고, 이라크도 때리고, 시리아도 때렸는데... 그럼 이스라엘은? 미국도 때리는데, 이스라엘은 때리지 말란 법은 어디 있겠는가? 시리아가 동네북인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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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구글>

 

이게 또 슬픈 게, 시리아가 먹을 건 없는데 지정학적으로 보면 정말 절묘한 위치다. 아랍의 봄 이후로 개판 난 수많은 중동 국가 중 유독 ‘시리아’만 혹독하게 망가지고 있는 이유는 모두 다 이 지정학적 위치 때문이다. 툭 까놓고 시리아란 나라가 진짜 먹을 건 없다. 그나마 좀 나오던 기름도 어느새 고갈되고 진짜 먹을 거 없다.

 

그런데 이게 정말 위치가 절묘하다. 위로 튀르키예, 옆으로 이라크, 그 옆에 이란, 밑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이집트 등등이 붙어 있다. 지중해를 통해 유럽으로 가는 루트이고, 중동의 석유를 유럽으로 보내는 송유관 건설의 중간 기착지 지역이 또 시리아다. 지금도 ‘이란-이라크-시리아 송유관’ 루트나 ‘카타르-사우디-튀르키예 송유관’ 루트의 중간 기착지로 시리아로 루트를 지목하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서 중동에 있는 나라들이 유럽으로 빠져나가는 길목이 되는 위치가 된다는 거다.

 

이러니 유럽이나 중동에 있는 힘 좀 있는 나라들이 너 나 할 거 없이 덤벼드는 거다. 미국, 프랑스, 러시아, 튀르키예,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이스라엘, 영국, 이란, 이라크 등등이 너 나 할 거 없이 덤벼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러니 내전이 안 끝나는 거다. 시리아에 한 발 걸쳐 놓으면, 중동 지역에서 나름 행세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죽어나는 건 시리아 국민들뿐이다.  

 

여기서 주목해 봐야 하는 게 꾸드스군이란 단어다. 이란 혁명수비대에 대한 옛날 기사, <솔레이마니의 죽음>(링크)을 보면, 알 꾸드스 여단에 대해 잘 설명해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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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넘은 이스라엘

 

4월 1일 공습으로 이 영사관에 있던 혁명수비대 장교 7명이 사망했다. 당시 이란혁명수비대에서는,

 

“시리아 주재 군사 고문인 레자 자헤디 준장과 모하메디 하디 하지 라히미 준장 그리고 이들을 보좌하던 5명의 장교들이 순교했다.”

 

라고 발표했다. 명분상으로 보자면, 이스라엘은 빼도 박도 못하고 ‘사고’를 친 거다. 일반인들도 외교관이나 외교공관의 ‘특별한 지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을 거다. 이는 1951년 빈에서 체결한 <외교관계에 관한 빈 협약>이라는 조약으로 성문화됐는데, 여기서 외교공관의 지위에 대해서 규정해 놓은 게 있다. 바로 22조인데,

 

“공관 지역은 불가침이다. 접수국의 관헌은 공관장의 동의 없이는 공관 지역에 들어가지 못한다.”

 

22조 1항의 내용이다. 2항의 경우를 보면, 접수국이 공관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나와 있다. 그냥 보면 알겠지만, 외교공관은 ‘불가침 지역’이다. 이건... 전 세계 200개국에서 보편타당하게 인정하고, 거의 모든 국가가 이 조약에 가입하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우는 외교관의 ‘면책특권’이란 게 나오게 됐고, 이걸 기반으로 세상에 돌아가는 거였다. 그런데, 이스라엘이 이 외교 시설을 폭격해 버린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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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습으로 숨진 드스군 고위 간부

무함마드 레자 자헤디

 

이스라엘의 주장을 받아들여서, 이게 외교공관의 탈을 쓴 혁명수비대의 ‘베이스캠프’라고 해도 어쨌든 외교 시설이다. 이건 이스라엘의 100% 잘못이다. 당연히 이란은 방방 뛰고 난리도 아니었다.

 

“이번 공격은 외교관의 보호를 규정한 빈 협약을 명백히 위반했다. (중략) 이란은 이번 공격에 대한 대응 조치를 취할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

 

- 나세르 칸아니(Nasser Kanaani) 이란 외무부 대변인

 

딱 보면, 답이 나온다. 칸아니 대변인의 말을 보면, 틀린 말이 아무것도 없다. 이스라엘이 폭격을 했다면(명시적으로 말을 안 했다 뿐이지), 그 자체로 이스라엘은 국제사회의 기본 룰을 어긴 파렴치한 국가가 되는 거다.

 

미국의 속내는?

 

4월 1일 사건이 터지자마자 이란은 외교부장관을 시리아 현장에 급파해서 이란이 얼마나 ‘빡쳤는지’를 보여줬다. 솔직히 안빡치면 그게 더 이상한 거겠지만... 그렇다면 미국은 어떤 반응이었을까?

 

사건 발발 당시 미국 분위기부터가,

 

“이게 뭐야??”

 

란 분위기였는데, 이걸 두고 이란은

 

“야, 지금 연기해? 어디서 발연기질이야! 너네들 이스라엘이랑 짝자쿵 돼서 우리 공격한 거잖아! 이스라엘 놈들이 폭격할 때 동원한 게 F-35 같은데... 그거 너네가 판 거잖아? 그리고, 이번 하마스 전쟁 때 미국 네들이 이스라엘 지원하지 않았어? 다 떠나서, 네들도 얼마 전에 시리아 때렸잖아! 어디서 연기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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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링크>

 

이런 분위기였다. 뭐, 미국이 연기를 했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어차피 미국과 이스라엘은 세트메뉴로 분류되고 있다. 문제는 미국은 지금 ‘전쟁’을 안 하고 싶어 한다는 거다. 지금 한참 대선을 준비하는 바이든 입장으로서도, 그리고 중동에서 발을 빼야 하는 ‘국제정치적인 입장’만 봐도 미국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더 나아가 중동에서 이스라엘-이란 전쟁이 발발하는 걸 두고 볼 수는 없는 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이스라엘의 ‘관계’가 있다. 지난 기사에도 언급했지만, 이스라엘과 미국의 관계 그리고 미국 내 로비단체가 끼치는 영향력은 상상 이상이다. 결국 바이든이 입을 열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말한 것처럼 이란과 그 대리 세력의 위협에 맞서 이스라엘을 지키겠다는 미국의 약속은 굳건하고 철통같다.”

 

4월 10일 일본 기시다 총리와의 백악관 공동 기자회견 중에 나온 발언이다. ‘원론적인’ 답변이지만, 어쨌든 미국은 이스라엘을 지키겠다고 천명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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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이 직간접적으로 이란과 이스라엘에 대해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자, 여기서 궁금한 게 두 가지다.

 

이스라엘은 왜 하필 지금 공격을 한 걸까. 이란과 이스라엘은 과연 전면전을 벌일 건가.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