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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는 결과를 예측하기 참 어렵다. 잘 맞은 공이 수비수 정면으로 향해 아웃이 되고, 반대로 빚맞은 공이 빈 곳에 떨어져서 안타가 되기도 한다. 소위 말해 운빨이 크게 작용한다는 것인데, 이걸 측정하기 위해서 야구 덕후들은 바빕(BABIP)이라는 개념을 쓴다.

 

바빕은 인플레이로 이어진 타구(그라운드 안으로 들어온 타구)가 안타가 될 확률을 계산한 것이다. 비슷한 타율을 기록한 타자라고 하더라도, 운의 도움을 많은 받은 타자는 바빕이 상대적으로 높고, 반대로 불운한 타자는 바빕이 훨씬 낮을 수 있다. 샘플(타석 수)가 적을 때는 특히 운빨의 큰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바빕은 평균치에 수렴해 간다. 10경기 정도는 바빕이 비정상적으로 높게 나올 수 있지만, 100경기 혹은 1000경기 동안 계속 운 좋게 유지하긴 힘들다는 얘기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타자의 타율을 결정하는 것은 실력(타구 질 , 속도, 발사각 등)이지, 운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계속해서 타석에 들어서서 좋은 타구를 날리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결과(안타)는 따라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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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은 무려 45.14%다 

 

이번 부산 총선결과를 보고 바빕 생각이 났다.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 힘은 18개 의석 중 무려 17석을 차지했다. 이 결과가 안타까운 것은,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전국에서 압승을 거두는 동안, 부산에서는 오히려 의석수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민주당 소속 부산 국회의원 수는 20대 5명, 21대 3명, 그리고 이번 22대에서 1명으로 줄고 있다.

 

선거는 결과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 윤석열은 고작 0.73% 차이로 당선됐지만, 어쨌든 이겼기 때문에 대통령이 되었다. 이번총선에서 국민의 힘은 전국에서 완패하고도, 부산을 싹쓸이한 덕에 탄핵 저지선(100석)을 지킬 수 있었다. 만약 민주당이 여론조사 때처럼 부산에서 절반만 차지했더라면, 범야권은 200석 이상을 확보할 수 있었을 것이다. 200석 이상과 미만은 그 차이가 너무나도 크기 때문에, 이번 부산 총선 결과가 너무나도 아쉬울 수 있다. 계속해서 국민의힘 의원들을 당선시켜 주는 부산 시민들에게 야속한 생각이 들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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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말하면 할 말은 없지만

딴지그룹 수장인 김어준 총수가

부산 금정구 청룡초 나왔다고 들었으니까 그냥 넘어가자.

(....무슨 논리..?!

 

이번 총선에서 부산 지역 민주당 후보들이 45.14%를 득표한 것 또한 사실이다. 민주당 후보들의 부산 지역 후보 득표율은 19대 34.6%, 20대 38.5%, 그리고 21대 총선 43.99%로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다. 이렇게 높아진 민주당 득표율은 고스란히 비례표에 반영되어,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각각 비례 14석, 12석을 얻는데 기여를 했다. 졌지만 잘 싸웠단 사실이 아무 의미 없는 게 결코 아니었단 얘기다.

 

무엇보다도, 선거는 단판 승부가 아니다. 22대 총선은 끝났지만, 국회의원 선거는 4년마다 열린다. 아직까지  높은 득표율이 지역구 의석수 증가로 이어지지 않은 것은 실망스럽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좋은 타구를 날린다고 무조건 안타가 되는 것이 아니듯, 절박하게 선거를 치른다고 꼭 당선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실력 있고 좋은 타구를 많이 생산하는 타자는 결국 안타를 많이 친다.

 

선거에서 정당의 실력을 나타내는 것은 득표율과 지지율이이다. 과거 민주당 후보들이 일부 지역구에서만 경쟁력을 가졌다면,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들은 부산 전체에서 막판까지 접전을 펼쳤다. 평균 득표율이 45%라는 것은, 정말 당선과 낙선이 한 끗 차이였다는 얘기다. 이번에는 막판 변수(위기감에 의한 막판 결집)가 민주당에게 불리하게 작용했지만, 다음 선거에서 유리한 변수가 작용한다면 부산 전체가 뒤집어질 수 있다.

 

또한 부산 내 민주당 지지율이 계속해서 오르는 것은, 그만큼 경쟁력 있는 후보들이 민주당으로 영입되고 있고, 또 절박한 마음을 가지고 선거에 임해주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부산 시민들도 여기에 긍정적인 영향을 받아왔고, 민주당에게 우호적으로 바뀌어 간고 있다. 이러한 추세가 계속된다면, 언젠가 부산의 모든 후보 득표율이 50%를 넘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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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6일,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낙선인사를 하는

더불어민주당의 22대 총선 출마 후보자들.

부산에서 고생 많으셨다...! 

 

 

따라서, 민주당이 앞으로 해야 할 것은 지금까지 해왔던 것을 계속해서 이어나가는 일이다. 좋은 타자는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오프시즌동안 연습한 수천번의 스윙과 웨이트트레이닝 결과가, 본 시즌에서 안타 10개쯤의 차이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이 차이가 3할 타자(잘 치는 타자)와 2할 8푼 타자(평범한 타자)의 차이를 만든다.

 

이기는 정당도 마찬가지다. 부산 시민들에게 더 많은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더욱더 노력해야 한다. 선거 막판 민주당 내 지지율이 상승하긴 했지만, 불과 2월까지만 하더라도 부산 지역 민심은 민주당에게 매우 냉랭했던 것이 사실이다. 민주당이 산업은행 부산 이전에 반대한다,라는 선동이 먹혔기 때문이다. 사실을 말하자면, 민주당 부산시당에서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부산시당 이전을 총선 1차 공약으로 발표했다.

 

다만, 서울 지역 민주당 의원들이 여기에 반대했을 뿐이다. 지역구민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국회의원들 간에 이해상충이 발생하는 것 자체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를 중앙당 차원에서 조율해야 하는데,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 부산 지역 후보들이 대거 낙선함에 따라 부산 지역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이 부산에서 해야할 일

 

부산 지역의 가장 큰 문제점은, 경제가 급속도로 낙후되어 간다는 것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지역소득 데이터에 따르면, 부산의 지역 내 총생산(GRDP)은 104조 원으로 인천에도 미치지 못했다. 1인당 GRDP 역시 3161만 원으로, 전국에서 대구 다음으로 낮았다. 우리나라 제 2의 도시로써 위상은 추락한 지 오래다.

 

부산 경제가 이렇게 낙후되어 가는 원인이, 결코 산업은행 하나가 이전하지 않았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그 근본적인 원인은, 80년대 경공업산업이 후퇴한 이후 아직까지 이를 대체할만한 산업을 육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부산경제에서 서비스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70%대로 매우 높지만, 대부분이 소매업, 음식점업 그리고 운수업 같은 생활형 서비스업에 편중되어 있다. 다시 말해 부산은 오래전부터 영세 자영업자들의 도시가 되어가고 있다. 청년세대들이 일자리를 찾아 경남 그리고 수도권으로 옮겨가는 탓에 인구노령화 또한 급속도로 진행되어 지역경제는 더욱 낙후되어가고 있다.

 

지금까지 언급한 부산의 문제들은, 대부분 대구광역시(경공업 후퇴, 일자리 부족, 고령화, 인구감소)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공교롭게도 두 지역은 보수의 텃밭으로, 그동안 가장 많은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을 배출한 지역이기도 하다. 이 지역들의 경제가 낙후되어 가는 것에 대한 1차적인 책임은, 이 지역 국회의원들에게 있다.

 

이 지역을 기반으로 한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은, 그동안 (공천을 받기 위해) 중앙정계에서 가장 강성 보수 지지자들의 입장을 대변해 왔다. 때문에 민생 문제를 등한시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산업은행 부산이전 문제만 하더라도, 부산 지역 국민의힘 의원들이 취했어야 하는 행동은, 다수당인 민주당에 산은 법개정을 위해 협조를 구하는 일이었다.

 

그런데, 안병길 의원(부산 서구동구)은 이재명 대표가 단식 농성을 할 때 텐트 옆에서 고등어/전복 먹방을 개최하려 하고, 박수영(부산 남구 갑)은 이재명 대표를 과거 사이코패스, 양아치라고 불렀다(언급하지 않은 김미애, 김도읍 등 다른 국민의힘 부산지역 국회의원들의 언행이 더 나았단 얘긴 아니다). 원내다수당 대표에게 기본적인 예의도 보이지조차 않는데, 대화조차 이뤄졌을 리 만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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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안병길은 22대 총선에서 컷오프된 현역 의원 중 하나다.

이제 안심하고 실컷 먹방하셔도 된다.

<출처-민중의 소리>

 

부산에서 국민의 힘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다. 2000년대 초반부터 부산 전역에서 주거정비산업을 진행한 덕에, 수많은 지역이 개발되었다. 부산 해운대에는 수많은 고층 아파트가 빼곡하게 들어섰고, 멋진 광안대교가 지어졌다. 덕분에 부산은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멋진 야경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멋진 야경과 아파트는 일자리 부족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부산에 부족했던 것은 지식기반 서비스업 산업 (소프트웨어)이지, 콘크리트 구조물(하드웨어)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민주당이 부산 지역에서 더욱더 노력해야 할 것도 이 지점이다. 어떻게 지식기반 서비스 산업을 육성할지에 대한 방안을 제시하고, 부산 지역이 갖고 있는 경제 문제를 해결할 정책을 연구해야 한다. 나는 그 점에서 매우 희망적이라고 본다. 지난 21대 그리고 22대 총선에서 민주당 부산지역 출마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매우 뛰어난 전문성을 가진 인사들이 영입되고 있는 것이 확인된다(대표적으로, 21대 총선에서 강서구에 분전했던 최지은 후보는 월드뱅크 이코노미스트 출신으로 당내 정책위원회, 국가경제 자문위원회에서 활발하게 활동해 온 전문가다). 좋은 인재들이 모여 부산을 위한 정책을 만들어나가다 보면 민주당의 득표율은 지금처럼 계속, 오른다. 

 

계속 득표율이 오르면, 다음 총선, 늦어도 다다음 총선에서는 민주당이 이긴다. 의석 한 두 개를 되찾아오는 정도가 아니라, 모든 지역구에서 이길 수도 있다. 이미 부산은 험지가 아니라 경합지다. 절망할 이유가 전혀 없다. 여기서 좀만 더하면, 부산은 미래의 민주당 텃밭이 될 수 있다. 우리 지지자들도, 부산 사는 지인들에게 전화 한 통화라도 더해서 미리 밭을 갈아놔야 한다. 최선을 다하자.

 

바람.Wish.2009.(황정음.정우).KOR.NoCut.DVDRip.XviD-IND.avi_20201012_034551.247.jpg

전화는 간절하게.

<출처 - 비공식 천만 영화, 바람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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