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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다니는 골목가에 흰 벽이 칠해지더니 빨간 간판도 조그맣게 달렸다.

 

힙함이 살아있는 와중에 이유가 명확치 않은 맛집의 향기가 났다.

 

두 감각은 상관관계가 존재하지 않는 개별의 개념인데, 시작하지 않은 가게의 무엇에서 그 느낌을 받았는지 확신하기는 조금 애매하다.1)

 

호기심에 기웃대다 보니 라멘집이라는 사실은 알아냈는데, 도통 문을 열질 않았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어느 날, 살짝 열린 문틈으로 내부를 정리 중인 사람들이 보였고, 민폐 끼치지 않음이 미덕이라 생각하면서도 시나브로 가게 안으로 들어서 버렸다.

 

"죄송한데, 혹시 오픈일이 언제일까요?"

 

공사를 마무리하느라 바쁜 와중이었을 사장님은 상황 설명도, 개점 예정일도 친절히 설명해 주셨다. 의심이 확신으로 변했다. 와보아야 할 집이다!2)

 

한 라멘집을 리뷰하고 싶은 마음에, 며칠에 걸쳐 인근에 애정하는 라멘집 순례를 벌인 결과를 소개한다.

 

@@ 별점의 세계에 맛의 모든 감성을 꾸겨 넣는 대신 다음을 기준으로 삼으려 한다.

0 별 -> 소개 : 맛있다. 굳이 까지는 아니지만 주변에 있고 다른 갈 데가 없다면 가볼 만하다.

1 별 -> 추천 : 이 가게가 있는 동네에 온다면 한 번쯤 버킷리스트에 넣어 볼만 하다.

2 별 -> 강력추천 : 이 가게를 가보기 위해 이 동네를 방문해 보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3 별 -> !!!미친!!! : 이 가게에선 천상의 맛을 느꼈다(다만 이 인간의 취향을 고려해 보아야 한다).3)

 

1. 가마메루이, ★☆(=1.5별)

주소: 서울 서대문구 성산로22길 4 창천빌딩

 

15년 단골. 명실공히 가장 많이 먹어온 라멘집. 주 활동반경에서 가까웠던 탓도 있으나 진한 정통 돈코츠 국물의 감칠맛이 훌륭해서 그렇다. 일본식(?) 마파두부와 함께 공깃밥을 무한 제공하여 맛뿐만 아니라 양도 가득 채울 수 있어 오랜 시간 사랑해 왔다. 일본을 오가며 라면을 개발하신 1대 사장님 가신 이후에 많은 부침을 겪기도 했다. 육식을 거의 끊었던 3년 중에도 빼놓지 않고 2달에 한 번은 먹은 라멘집. 최근에 다시 안정적으로 맛을 내고 있지만 맛의 밸런스는 조금 바뀌었다. 긴 세월에 변한 건 내 입맛인 건지, 확신은 없지만 지금은 지금대로 좋아 간간이 찾아간다.5) 특색인 마파두부와 단무지 무침, 생강의 조합은 여전한 맛을 유지하고, 몹시 좋다.

 

2. 히루마라멘, (0별)

먹은 거: 파이탄

주소: 서울특별시 마포구 동교동 148-4

 

분명 사진을 찍어 둔 줄 알았는데 찾아보니 없다. 두 가지의 차슈가 올라간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맛보기도 좋았다. 깔끔한 맛을 좋아하는 다른 이들은 더 높은 점수를 줄 것도 같은데, 진한 국물에 대한 선호와 편견이 가득한지라,,, 다양한 라멘종류가 있어 기회 되면 또 방문 하고 싶은 라멘집.

 

3. 하나라멘, ★(2별

먹은 거: 사바쇼유, 토리파이탄

주소: 서울 마포구 동교로38길 27-4 1층

 

시바쇼유.png

사진1. 사바쇼유라멘

 

지인의 추천으로 방문했던 하나라멘. 그 맛을 잊지 못하고 타국에 출장 간 이에게 이름을 다시 물어 찾아갔다... '복합적이고 중층적인'이라는 라멘요리왕에서 읽었던 수식어가 떠오르게 만드는, 깊고 진한데도 섬세함이 살아있는 맛. 닭고기 살이 두툼한 차슈 또한 일품인데 국물의 맛과도 잘 어우러진다. 이 집에서 맘에 드는 서브 요소 두 가지는 다음과 같다.

 

(1) 리필 밥(or 면).

리필 밥 위에도 닭고기 차슈를 얹어주는 넉넉함은 감동을 준다. 또 하나라멘을 찾아가자고 다짐하게 만드는 포인트!

 

(2) 취향 저격 밑반찬.

간단히 곁들여지는 밑반찬에 대해 나는 디테일한 선호도를 가지고 있는데 순서는 아래와 같다.

 

초절임생강,단무지김치 > 깍두기 > 치킨무, 죽순무침 > 말린 노란 단무지> 단무지.

 

그중 1, 2티어의 두 가지를 한 번에 내놓는 집은 사랑이다.
 

4. 삼미당, ★★☆(2.5별)

먹은 거: 클래식 쇼유라멘, 특제 시오라멘

주소: 서울 서대문구 연세로7길 40 1층 삼미당

 

라멘 순례를 마치고 드디어 도착. 빌드업을 과하게 해놓고 간 터라 실망하면 어쩌지... 하는 마음이 한 켠에 있었음을 고백한다. 맛집의 예감이란 게 100퍼센트가 될 수 없는 경험과 미신의 예측인 데다, 스스로 찾은 것을 맛있다고 착각하는 심리덕에 편견을 배제하려 해도 '맛있네!' 하는 자기합리화가 발생하기 쉬운 행위 아니던가. 사람마다 취향도 갈리고.

 

두근두근하며 물만 삼키다 단무지를 발견. 한 입 하고 보니 레몬의 향이 단무지의 단맛과 짠맛을 적절히 감싸안는다. 곁들임 밑반찬 1티어에 함께 넣어도 될 것 같은 맛. 처음 라멘의 강렬한 맛을 경험했던 때도 새로운 밑반찬에 감동했었는데, 하는 데자뷔가 느껴졌다.

 

그때 뒤 테이블에 앉아있던 남학생 무리가 나가며 사장님께 한마디 한다.

 

"사장님, 내일 또 올게요! 곧 너무 맛집 돼서 나중엔 웨이팅 잔뜩 해야 될 것 같아요, 지금 많이 먹어 둬야지!"

 

요시! 역시!... 정신을 놓으면 먹기도 전에 자기 확신의 상태에 들까 봐 최대 중량으로 벤치프레스 하듯 긴장의 끈을 조였다.

 

클래식쇼유.png

사진2. 클래식 쇼유라멘

 

라멘이 나왔고, 비주얼도 좋고, 맛은.... 와.....  

 

허겁지겁 먹어버려서,, 한 발 떨어져 맛의 '결'과 '풍'을 적어놔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이게 나라지! 이게 라멘이지! 하는 생각을 하다 보니 면은 사라져 있었다.

 

아마... 클래식 쇼유라멘의 맛에 대한 감상은 다시 쇼유를 먹어보고 나서 써야할 듯하다.

 

두 번째 방문에서는 시오라멘을 특제로 시켰다. 

 

특제시오.png

사진3. 특제 시오라멘

 

닭을 먹다 보면, 맛있는 순간들이 있다.

 

잘 고와진 닭백숙의 진한 맛을 느낄 때라던가, 닭 가슴뼈(날개뼈 같은) 살의 뒤쪽에 붙은 회색빛 살에 적절히 기름기가 베어 튀겨졌을 때의 깊은 닭진액 맛이라던가, 기름기가 있는 닭 껍질을 맑은 육수(나 기름기)에 같이 씹었을 때의 기름진 맛 같은 것 말이다.

 

이 라멘에서는 세 가지 맛이 동시에 폭발했다.4) 좋은 맛을 가진 닭국물의 베이스에 나머지 두 가지 맛이 여러 고명들의 변화에 따라 나타났다가 어우러졌다를 반복했다.

 

맑은 육수의 느낌과 진한 풍미가 같이 느껴지는 맛은 어떻게 연출되는 것일까? 진한 맛만을 사랑하는 입맛에도 강렬하게 내리꽂히는 훌륭함을 해석해 내지 못했다.

<끝>

 

1) 힙함은 미적인 요소들을 트렌드에 맞춰(혹은 반 발짝 빠르게) 설계함에서 느끼는 것 같은데, 맛집을 판별하는 방법은 스스로도 다양한 통계를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바람에 아직 공식처럼 규명하지 못했다. 이 경우에는, 외적인 것만을 신경 쓴 느낌보다 맛의 극을 추구하다 보니 자연스레 공간적 분위기까지도 신경 쓴 듯한 장인정신의 파편(혹은 가능성)을 느꼈던 것 같다.

 

2) 응대에 신경 쓰는 집중력의 크기는 음식에 신경 쓰는 집중력의 크기와 비례하는 경향이 있다. 욕쟁이 할머니 집이나, 급격히 성장한 맛집들을 예외로 둔다면.

 

3) 음식점 리뷰 글을 다시 손에 잡은 것이 몇 년 만이라 기준을 잡아야 했다. 이전에 몇 번 리뷰 해보기로는, 이 정보의 대홍수 시대에 굳이 맛없었던 집을 소개하는 건 보는 사람의 시간을 훔치는 일이요, 그 음식점에 대해 비난하는 꼴이라 마음도 좋지 않으며, 쓸 것이 가득 남은 내 입장에서도 불행한 일이었다. 모두의 불행을 막기 위해 굳이 쓰지 않은 곳들이 있으니 여러분들이 헤아려 이놈이 먹어 봤을 거 같은 집들을 지레짐작 해주시길 바란다.

 

4) 그 이상인데 내가 3개밖에 캐치하지 못했을 수 있다.

 

5) 어차피 맛 평가를 섬세히 할 능력이 부족한 문외한의 글일 뿐이다.

 

※ 편집자 주: 필자가 내돈내산 재미삼아 하는 서울 범 신촌 일대 라멘집 리뷰이니, 이 점 굽어살펴 재미로 봐주시기를 바랍니다.

풍덩, 툭.

보던 유튜브에 대한 미련에 화장실까지 끌고간 노트북 모니터로 물방울이 하나 떨어졌다.

아닐꺼야.

하지만 두 효과음의 시차가 너무 미묘하다.

아닐꺼야.

르네상스 시대의 미적 기준이던 풍만한 엉덩이 보다도 꽉찬 나의 둔부가 분명 거의 모든 곳을 봉쇄하고 있고.(아닐꺼야..)
살짝 다리를 벌리긴 했지만, 내 랩탑(무릎컴퓨터)를 내 무릎에 잘 얹혀 놓았는걸.
물리적으로, 노트북의 아래에 튀었다면 또 모를까 절대,, 모니터 위로.. 떨어 질수는 없는 것이야...

그래 아닐꺼야.

. . . .
나, 더워서 땀 흘리고 있었.. 던거 맞.. 나?
아니 당황해서 지금 흘리고 있는 건가?
아냐...
그러니까 지금 땀 량이... 아 이마만 촉촉한데 그..
아.... 냐.. 아냐 아냐 아냐....

0.3초쯤 만에 나는 새파랗게 변했다.
터치 모니터라 터치모니터 터치 모니터라 아마 더더욱.

감정이 또 이성을 목비틀어 죽여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