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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선거 결과

 

제22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은 175석을, 국민의힘은 108석을 얻었다.

 

대통령 탄핵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1. 복기

 

헌정사상 대통령이 국회에 의해 탄핵당한 것은 두 번이다. 2004년의 노무현 대통령 탄핵과 12년 뒤인 2016년의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이다. 전자는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됐고 후자는 인용됐다.

 

대통령을 탄핵하려면 우선 국회가 재적 의원 2/3 이상의 찬성을 얻어 탄핵을 소추해야 하고, 헌법재판소가 이를 인용해야 한다. 이번에 국민의힘은 108석을 차지했기에 사실상 탄핵을 방어해 낼 권한을 얻은 셈이라고들 한다. 과연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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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경향신문>

 

심지어 동아일보도 인정했듯, 22대 총선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극에 달했다는 것을 보여준 선거다. 총선에 맞춰 국민투표로 대통령에 대한 재신임을 묻고 과반이 반대하면 대통령이 탄핵당하는 국민투표형 탄핵제도였다면 윤 대통령이 올해 여름에도 대통령이었을 가능성은 별로 없다. 그것이 불가능하니 유권자들은 총선으로 정권을 심판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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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동아일보 김순덕 칼럼(링크)>

 

2. 국민의힘

 

이쯤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을 되돌아보자.

 

 

이 영상에서 우병우 증인을 몰아붙인 김경진 의원, 김성태 위원장은 모두 현재 국민의힘 소속이다.

 

 

다른 영상도 한 번 찾아보시길 권한다. 인간의 기억이란 참 신기해서, 탄핵 정국 이후의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극한 대립이 너무나도 강렬했기 때문에 정치에 꽤 관심이 있는 사람들과 대화할 때도 마치 민주당 혼자서 박근혜 탄핵을 이뤄낸 것처럼 잘못 기억하는 분들을 만나는 경우가 자주 있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과는 거리가 멀다.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는 현 국민의힘 당시 새누리당의 유능한(비아냥이 아니다) 일부 의원들의 활약이 없었다면 결코 이만큼의 성과는 내지 못했을 것이고,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으로 이어지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소추 인용은, 결과적으로 보면 청문회와 인류 민주주의의 역사에 길이 남을 촛불시위 등을 통해 형성된 민심의 완전한 이반을 절차상으로 추인해 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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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박영석(연합뉴스)>

 

헌법재판소 재판관 9명의 노고를 폄하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9명의 현인이 인구 5천만이 넘는 국가의 장래를 온전히 판단한다는 것도 지나친 비약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 소추의 공이 헌법재판소로 넘어갈 때쯤에는 이미 대통령으로서 국정을 이끌 기반을 다 잃은 상태였고, 그 상황의 시작을 만들어 낸 것은 다름 아닌 언론과 국회였다.

 

3. 노무현의 탄핵

 

이에 명백히 대비되는 것이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이다. 정봉주 의원으로 유명해진, 이른바 탄돌이라는 단어를 기억하시는가. 제17대 국회의원 선거는 국회의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소추 가결로 노무현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된 상태에서 치러졌다. 그리고 이 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은 152석이라는, 당시로선 상상하기 어려운 압승을 거둔다.

 

타임라인을 정리하면,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은 2004년 3월 12일에 국회에 의해 청구됐고 한 달 뒤인 4월 15일에 총선이 치러져 열우당이 152석을 차지했다. 다시 한 달 뒤인 5월 14일 선고일에, 헌법재판소가 노무현 대통령 탄핵을 인용할 수 있는 가능성은 얼마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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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살린 노무현 VS 국민이 버린 박근혜

출처-<YTN>

 

결국 민심이 정한 것이다. 2016년에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이끌었던 촛불은 노무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선 탄핵 반대를 상징하며 타올랐다. 헌법재판소의 법리가 국민의 뜻보다 위에 있을 수는 없었다.

 

4. 윤석열 정권과 22대 국회

 

다시 현 정권을 돌아보자.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당할 사유가 분명한지 묻는다면, 대답은 ‘아직 모른다’이다. 각종 의혹은 차고 넘치지만 정확히 밝혀진 바는 여전히 너무나도 적다. 달리 말하면 지금 성급하게 무조건 탄핵부터 하고 보자는 식으로 주장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 정말로 정보가 너무나도 부족하니까. 나는 우선 이 상태가 바뀌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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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조국혁신당 선거 공보물>

 

특검과 청문회가 필요하다. 이태원에서 왜 그 많은 사람이 희생돼야 했는지, 해병대 채 상병의 죽음에 책임져야 할 자들의 책임을 가볍게 해서 대체 누가 무슨 이익을 얻었는지, 그리고 김건희 여사는 그 디올백은 도대체 왜 받았는지 나는 알고 싶다.

 

그 과정에서 특검도 역할을 해야겠지만, 역시 민의의 전당인 국회가 제 역할을 해 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국민의힘의 도움이 필요하다.

 

나는 22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201석을 확보했을 경우에 윤석열 정권의 임기 단축·탄핵 가능성이 오히려 더 적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민주당이 단독으로 탄핵 소추를 할 수 있는 상황이면 민의가 탄핵으로 향하는 그 순간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고 결국 실기할 수 있다. 201석의 힘으로 야당이 단독으로 탄핵을 하면, 헌법재판소가 이를 기각하는 것은 너무나도 쉬운 일이다. 야당이 함부로 대통령을 끌어내리라고 만든 탄핵 제도가 아니라는 그럴듯한 꾸중을 받는 모양새로 끝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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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변희슬(경향신문)>

 

현재의 국회 구성으로 대통령의 과오를 바로 잡으려면 국민의힘의 도움이 필요하다. 달리 말하면, 특검과 청문회 등을 통해 국민의힘도 윤 정권의 조기 종식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된다면, 헌법재판소 재판관 중 누가 보수적인지 진보적인지는 매우 부차적인 문제다. 헌법재판소로 넘어가기 전에 민심이 결단을 내려놓아야 한다.

 

여담. 이준석 당선인은 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다들 이 이야기를 왜 이렇게 적게 하는지 모르겠는데, 그는 윤 대통령의 여당 당무 개입을 직접 증언할 수 있는 사람이고 현재의 정치 지형으로 따지면 무려 야당 의원이다. 나는 평소 그가 내뱉는 대부분 말에 동의하지 않지만, 윤석열 정권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필요한 소임을 다 한다면 적어도 그 기간 동안은 그에 대해 중립적으로 발언해 줄 용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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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JTBC NEWS>

 

그 결과가 꼭 내가 생각하는 결론이 아닐 수도 있다. 앞으로 1년간 특검과 청문회가 몇 번이고 이어지고 현 정권의 많은 문제점이 밝혀지지만 그 모든 일들이 헌법이 정한 대통령 임기를 도중에 끝내게 할 정도가 아니라는 사회적 합의에 도달한다면, 그땐 그 결론이 옳은 것이다. 다음 대선을 준비하면 된다.

 

그러나 적어도 그 과정은 민주적이고 합당해야 한다. 나는 22대 국회가 바로 이 역사적 사명을 다해 주길 바란다. 이를 위해 때로 국민의힘에서 이탈표를 던질 의원들과 협력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민주주의고, 타협과 토론을 통해 더 좋은 사회적 결단을 내리기 위해 당연히 요구되는 자세다. 22대 국회의 성공을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