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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많아야 판검사 한다?!

 

윤석열 대통령의 핵심 참모라 할 수 있는 주진우 법률비서관과 이원모 인사비서관이 각각 해운대구 갑과 용인시 갑 선거구에 출마했다. 

 

주진우.jpg

출처-<부산일보>

 

이원모와 배우자.jpg

출처-<용인신문>

 

대통령실에 사표를 내던 지난 1월 초만 하더라도 언론은, 이들이 어디 선거구에 나올지에 관심을 기울였지만, 

 

“설마 국회의원 못 되겠어? 살아올 곳에 공천받겠지.”

 

란 관측이 대다수였다. 지금과 같은 선거 구도를 누가 예상했을까? 

 

해운대구 갑.png

민주당 홍순헌 vs 국민의힘 주진우

3월 31일 – 4월 1일에 조사한

해운대구 갑 여론조사 결과

 

용인시갑 조사결과.jpg

민주당 이상식 vs 국민의힘 이원모

3월 26일 – 3월 27일에 조사한

용인시 갑 여론조사 결과 

 

주진우 같은 경우는 하태경 의원이 닦아 놓았던 ‘해운대구 갑’을 물려받은 것이기에 쉽게 갈 수 있을 거라 예상했고, 이원모 같은 경우는 무려 용인갑이다. 무엇보다 반도체 클러스터에 이은 시스템 반도체 국가산단 결정 등 현재 윤석열 대통령이 밀어주는 정말 ‘핫’한 동네다. 

 

이 두 곳에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을 한 명씩 꽂아 넣은 거다.

 

(주진우 법률비서관은 무려, 윤석열 정부 초대 법률비서관이다. 요즘은 많이 잊혀진 이름이지만 ‘우병우’랑 같이 청와대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이원모는 윤 정부 초대 인사비서관이다. 이원모는 윤석열 대통령이 다리를 놔 줘서 결혼까지 했고, 그 결과 이원모의 아내가 김건희의 해외 순방 때 수행을 하는 사이가 될 정도다)

 

국민일보.PNG

2022년 7월 기사

출처-<국민일보>

 

이런저런 이야기가 있지만, 세간의 관심 중 하나는 그들의 ‘재산’이다. 대통령 비서실에 들어갈 때도 그랬고, 이번에 선거 나올 때도 그렇지만 그들의 재산에 대한 말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주진우 선거 공보물.PNG

출처-<주진우 후보 선거 공보물>

 

주진우 후보의 경우는 선관위에 신고한 재산이 70억이 넘어간다(정확히는 7,060,429,000원). 재산을 보면 토지 소유가 10건(경남 사천, 경남 진주, 울산 남구 등등)과 본인이 소유한 주식이 10억 원 정도에, 부부의 예금 신탁이 23억, 압구정에 전세로 들어간 돈이 14억이 있다. 

 

이원모 후보의 경우는 스케일이 더 크다. 385억이 넘어간다.

 

 이원모 선거 공보물.PNG

출처-<이원모 후보 선거 공보물>

 

도곡동 타워 팰리스가 21억에, 용산구 아파트가 10억, 예금이 55억이나 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연결해 준 아내는 장인어른이 물려준 비상장 주식이 250억이나 되고, 배우자가 가지고 있는 오피스텔 상가만 65건이나 된다. 

 

이를 말하는 이유는, 재산이 많다 하여 그들을 탓하거나 욕하려는 것이 아니다. 재산 많은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전혀 문제 될 사항이 아니다. 또한 그들이 일군 부가 합법적 방법을 통해서라든가 불법적 방법을 통해서라든가, 합법과 불법 사이를 오갔다거나, 이도 저도 아니라면 그저 ‘운’이 좋아 돈 많은 부모를 만나 수월하게 부를 일군 것이라는 등을 밝히기 위함도 아니다. 

 

그들이 ‘왜’ 검사가 됐는지를 그 재산을 보고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1. 생활형 검사

 

국민의힘에 검사 출신 국회의원 중 김웅이란 인물이 있다. 정치 좀 안다 하는 분 중에는 고발사주 의혹 당시 김웅 의원에 대한 신뢰가 깨져서, 그에 대해 이야기가 나오는 것 자체를 싫어하는 분들이 꽤 있을 거다. 

 

김웅 엠비씨.jpg

출처-<MBC>

 

그러나 잠시만 분노를 뒤로 하고, 그가 검사 시절 썼던 <검사내전>이란 책을 잠깐 이야기해 보자. 어쨌든 대중에게 ‘생활형 검사’들의 삶을 처음으로 영향력 있게 알린 책이기 때문이다.  

  

검사가 책을 쓴다면 의례, 

 

“정치를 꿈꾸나?”

 

란 생각을 하게 되는데, 이 책은 정치나 사회 시스템보다는 18년간 직장인으로서의 검사 생활을 담담히 써 내려간 책이다. 개인적으로는 책보다는, 故 이선균 배우가 연기한 드라마 <검사내전>이 더 재미있었다. 

 

검사내전 책.jpg

검사내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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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내전 드라마

 

검사들도 생활인이다. 지금이야 검찰 개혁이다 뭐다 하면서 대한민국의 ‘공공의 적’으로 여겨지지만, 엄밀히 말하면, 그들 중 대다수는 그냥 공무원이자 생활인이다. 점심시간에 뭘 먹을지를 고민하고, 어떻게 해야 출세할지, 어떻게 집을 사고, 아이들 교육은 어찌할지를 고민하는 ‘생활인’들이다. 김웅 의원이 쓴 <검사내전>은 그런 의미에서 신선했다.  

 

“우리나라에서 검사만큼 애증의 대상이 되는 직업도 없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더라도 지겹도록 자주 검사가 등장한다. 화면 속에 등장하는 검사는 거악의 근원이기도 하고, 모든 불의를 일거에 해결하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 같은 장치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당연히 영화나 드라마 속의 검사들은 현실의 그들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 검사내전 中 - 

 

김웅은 우리가 알고 있는 ‘거악의 근원’과 일반 생활형 검사와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걸 글로 보여줬다(이런 그가 고발사주 의혹 관련자인 게 드러났을 때, 참 씁쓸했다). 

 

갑자기 <검사내전>을 이야기한 이유는 생활인으로서의 검사. 그 검사란 직업이 돈을 얼마나 벌까냐는 거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에서 곽도원의 대사, 

 

“요즘 검사 재미없는데”

 

곽도원.PNG

출처-<영화 ‘범죄와의 전쟁’>

 

라는 말이 정상인 상황이다. 

 

이미 몇 년 전부터 평검사들의 퇴직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버는 건 적은데, 일은 많이 시키고, 지방으로 뺑뺑이 돌아야 하기 때문이다. 평검사들이 나가는 이유는 역시나 ‘대우’ 문제가 크다. 생활인으로서 검사의 비전이 어둡기 때문이다. 초임 검사의 월급이 평균 320만 원 정도인데, 그들이 한 공부의 질과 양을 생각한다면 만족할 만한 수치는 아니다. 

 

검찰의 역피라미드 인력구조나 지금 검사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 등은 다 제외하자. 그저 ‘돈’ 하나만 바라보자. 여기서 드는 의문, 

 

“그럼 주진우와 이원모는 어떻게 돈을 모은 건가?”

 

질문이 잘못된 것 같다. 다시 해보자.

 

“돈이 많아야 검사를 하는 건가?”

 

2. 검사 지인 이야기 

 

지인 얘기를 한 번 해보자. 

 

지방 유지 집안이 하나 있었다. 일가친척들이 다 괜찮았다. 그 집안 사람 중엔 육사 간 사람도 있었고, 간부급 경찰이 된 사람도 있었다. 사업하는 사람도 튀어나왔다. 별걱정 없이 잘 사는 집이었는데, 난데없이 똑똑한 아들이 하나 튀어나왔다. 장손으로 태어난 이 아이는 장손다운 ‘머리’를 타고났다.

 

어렸을 때부터 수재 소리를 들어왔고, 성적은 학교를 넘어 전국 단위에서 놀았다. 그 아들은 서울대 법대에 합격하게 되었다. 집안에서는 이 아들을 위해 미래 인생 계획을 다 짜놓았다.

 

아버지를 포함하여 아버지 형제 중엔 나름 경찰 생활, 군 생활을 했던 이들이 있었기에 이 집안 사람들은 ‘관료’의 생리. 한발 더 나아가 법조계의 생리를 꽤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들은 일찌감치 이 아들의 진로를 ‘검사’ 결정했다. 

 

아들도 별말 없이 검사를 하겠노라 말했다. 그리고 일찌감치 사법고시 준비에 들어갔다. 그리고 아들은 거짓말처럼 대학 졸업 전에 사법고시를 통과했다. 이제 모든 것이 끝났다. 집안의 어른들과 부모님들은 아들의 장밋빛 미래를 그리며 즐거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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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영화 ‘더킹’>

 

근데, 덜컥 문제가 터졌다. 

 

아들이 서울에서 여자를 사귄 거다. 명문여대 출신인 그 여자는 착하고, 똑똑했으나, 가난했다. 어디서 본 듯한 싸구려 로맨스 같은 이야기 앞에 부모와 친척들은 엄청나게 반대했다. 그러나 아들은 처음으로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부모의 말을 거역하고 그 여자를 선택했다.

 

부모는 아들을 설득하기 위해 애썼다.

 

“이게 우리를 위한 게 아니다. 다 너를 위한 거다. 우리야 우리 가진 거로 살겠지만, 너는 앞으로 큰 꿈을 펼쳐야 하지 않니? 그 여자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세상이 그런 거다.”

 

아무리 설득했지만, 아들은 이를 무시했다. 아들은 법무관으로 임관하자마자, 그 여자와 결혼했다. 결혼식을 준비하며 아들의 어머니는 떡을 패대기치며 통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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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영화 ‘더킹’>

 

검사가 된 아들은 형사부에 배정받아 밑바닥부터 박박 기기 시작했다. 그 아들이 명절을 쉬러 본가에 올 때면, 아버지와 집안 어른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남의 돈 먹지 마라.”

 

“돈 필요하면 말해라. 엄한 돈 먹지 마라.”

 

명절 때마다 일가 친척 어른들은 검사 아들에게 돈 먹지 말라고, 스폰서 키우지 말라고 말했다. 돈 필요하면 우리가 만들어 줄 테니 엄한 돈 먹고 경력 망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지인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때 처음 이런 생각이 들었다. 

 

‘돈이 많아야 판검사 한다.’

 

하지만 이 말에 완전히 납득했던 건 아니었다. 여전히 의문은 있었다. 돈이 많지 않더라도 청빈하게 사는 훌륭한 판검사들이 있지 않은가? 

 

하지만 이것도 마냥 쉽지 않다.

 

딴지일보 멤버 중 ‘XXX’란 분이 계시다. 정체를 드러내기 꺼려해 닉네임까지 쓰는 딴지에서 이리 언급해도 될는지 모르지만 뭐, 알만한 사람은 다 아니, 까보자. 이분 아버님이 유명한 판사님이다. 직책을 까면 특정되니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20명이 채 되지 않은 직책이라고만 하자. 이분이 유명했던 이유 중 하나는 뇌물이나 부정한 돈을 안 받는 걸로 유명했기 때문이다. 해서 법조계의 희망으로 불렸다. 어쨌든... XXX의 말을 들어보면, 집안 식구, 특히나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를 탐탁지 않게 여겼다. 판검사가 청빈하게 사는 걸 가족들마저 반기지 않을 정도라는 거다.  

 

(지금 멤버들도 실명을 까면 특이한 소속(?!)이 많지만 이걸 까면 딴지 스피릿(?)에 어긋나니 놔두자. 잡담이지만 이제는 세월이 흘러 알려질 만큼 알려진 딴지 초기 멤버들을 보면 정말 재미난 사람이 많다. 재벌 아들이 재벌 비판 기사 쓰고 - 물론 지금도 그는 재벌이다. 역대 편집장 중 한 명이라면 다 알려나... - 시공사 이사 딸이 전두환 욕하고, XX원장 아들이 글 안 나온다고 일렉 기타치고 앉아 있었던 이상한 조합이었다. 참고로 조선일보에서 XXX와 그 아버지의 대담 기사를 기획했던 적이 있었다. 그들이 보기에도 정말 신박했을 거다. 아버지와 아들이 이런 조합이라니. 결국 XXX가 이 대담 기사를 거절했다)  

 

잡담은 각설하자. 어린 시절에는 없더라도 청빈하게 사는 삶을 추구하는 이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세상을 조금 살다 보니 어른들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를 깨닫게 됐다. 

 

어른들은 당시 그 ‘아들’의 경력이 올라갈 수 있을 때까지 올라가길 기대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돈에서 자유로워야 했다는 거다. 그때 어른들이 했던 말이 하나 더 있었다는데, 

 

“돈이 없지, 그러면 외로워.”

 

“무슨 소리예요?”

 

“주변에 사람이 없다는 거야.”

 

“......”

 

“돈이 없으면, 주변에 사람이 없고, 주변에 사람이 없으면 의지할 곳이 없어져.”

 

(노무현 대통령이 얼마나 대단한 존재인지를 알게 됐다)

 

어른들은 ‘아들’의 경력이 곧 끝날 것이라 생각했다. 그 예상은 적중했다. 아들은 10여 년을 버티다가 결국 대한민국 최고 로펌이란 곳에 들어갔다. 뉴스에서 조폭들을 끌고 나오던 검사가 어느새 재벌의 변호인으로 등장하게 됐다. 

 

이 글을 보게 될 지인에게 미안하다. 글쟁이의 삶이 이렇다. 

 

함만 봐죠.PNG

함만 봐죠...

 

3. 돈이 있기에 검사가 됐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라 할 수 있을 거다. 돈이 없어도 생활인으로서 검사 생활을 하는 많은 이들이 있다. 아니, 압도적으로 많은 이들이 그렇게 살고 있다. 그러나 내가 곁눈질로 바라본 그 곳은 돈이 있어야 검사를 할 수 있고, 돈이 있어야 경력을 관리하고 위로 올라갈 수 있는 곳이었다. 

 

김웅 의원이 쓴 <검사내전> 속 생활형 검사가 압도적 대다수겠지만, 주진우와 이원모 그리고 내가 말한 그 ‘아들’ 같은 검사들도 있다. 

 

모두 다 검사다. 어떤 검사가 좋은 검사이고, 잘 사는 검사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윤석열 정부의 고위공직자들의 평균 재산이 문재인 정부 때에 비해 20% 정도 더 많고, 윤석열 정부 공직자들 중 재산이 가장 많은 공직자 10명 중 2명이 대통령비서실 소속이란 걸 보면, 윤석열 대통령이 어떤 사람들과 함께 했고, 어떤 이들을 좋아하는지 대충 짐작할 수 있다. 

 

김은혜.PNG

출처-<분당구을 김은혜 후보 선거 공보물>

 

재산이 가장 많은 대통령실 직원이었던 이원모와 김은혜는 이번 총선에서 각각 출마했다.

 

“돈이 없으면, 주변에 사람이 없고, 주변에 사람이 없으면 의지할 곳이 없어져.”

 

이 말처럼 윤석열 정부 사람들은 주변에 사람도 많고, 의지할 곳도 많은 것 같다. 이렇게 너나 할 거 없이 다 좋은 곳으로 공천받고,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고 있으니 말이다. 그들이 돈이 많아서 검사가 되었고, 또 돈이 많아서 검사직에서 오래 버틴 건지는 모른다. 확실한 것은 그들 주변엔 사람이 많고, 의지할 사람이 많아 보인다는 것이다. 다만, 대의가 아닌 이익을 위해 뭉친 그들의 의리(?)가 이번 총선 이후에도 유지될 수 있을지 궁금할 뿐이다.  

 

 

 

참고

 

해운대구 갑 조사개요.png

해운대구 갑 여론조사 개요

 

용인시갑 조사결과1.jpg

용인시 갑 여론조사 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