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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정국이다. 현재 서울에서 가장 관심 받는 지역구가 있다.  

 

동작구 을.

 

왜일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1. 초접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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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작을의 후보는 ‘류삼영(민주당) vs 나경원(국민의힘)’이다. 두 후보의 지지율은 격차가 크지 않아 여론조사마다 이기는 후보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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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7-28일 동안 조사 결과

출처-<다스뵈이다, 여론조사꽃>

 

가장 표본이 크고, 다양한 시간대에 조사하는 ‘여론조사꽃’의 경우, 류삼영 후보가 이기는 것으로 나오지만, 오차범위 내다. 정치 신인과 이 정도로까지 접전이 이어지자, 나경원 후보는 바로 어제, 긴급 기자회견까지 열어 지지를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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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7일 긴급 기자회견

 

2. 민주당 지지세가 더 강한 서울 서남권 지역과 국민의힘 텃밭인 강남 3구의 경계에 위치해 있다. (앞선 6번의 총선에서 현재 여야 세력이 각각 3번씩 승리한 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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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MBC>

 

중요 의미를 갖는 격전지인 만큼 여야 대표도 ‘동작을’에 지원 유세를 많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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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데일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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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작을에서 최근 한 단어가 이슈다.

 

나베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자신의 유튜브에서 나경원 후보를 언급하며 이렇게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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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KBS>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일본말로 ‘나베’가 ‘냄비’를 뜻하고, 냄비는 한국에서 여성혐오의 표현으로 사용되는 말이다. 그러므로 ‘나베=여성혐오 표현’이다. 이재명 대표는 이런 표현을 쓰는 여성혐오주의자다.‘ 

 

라고 했다. 나경원 후보 또한 어제 긴급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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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7일 긴급 기자회견

 

정말 나베는 그 뜻으로 쓰였을까. 전혀 아니다.

 

나경원 후보의 별명으로서 ‘나베’라는 말은 굉장히 유명하다. 한참 전부터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을 게다. 이 표현은

 

나베 = ‘나’경원 + 아‘베’

 

라는 의미로 퍼졌다. 그동안의 행적에 근거해 나경원 후보를 비판하는 국민적 별명이 된 게다. 헌데, 뜬금없이 여성 비하라니?  

 

더군다나 나경원 후보는 이 별명의 의미를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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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KBS> 링크

 

나경원 후보는 과거 자신을 '나베'라며 비판한 네티즌들을 모욕 혐의로 무더기 고소한 적이 있다. 고소했던 댓글들의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다.

 

‘나경원 의원은 아베 챙겨야 하고, 일본 자민당 챙겨야 한다’

 

‘일본가서 아베한테 당선보고 드려야지.. 일단 자위대 서울지부가서 일왕 사진에 참배하고’

 

‘자위대기념일만 손가락 꼽으며. 기다리는 대표 매국X’ 

 

‘나베=국X=쪽XX’

 

어디에 여성혐오와 성적 비하가 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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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위키만 찾아봐도 나오는데....

 

그러나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들은 이 별명이 왜 나경원 후보에게 붙게 됐는지, 왜 그 별명이 계속 유지되었는지 전혀 모르는 듯하다. 나경원 후보도 한동안 국회를 떠나 있어 잊은 것 같다.

 

하여, 한번 정리해 보자. 

 

 

1. 일본에 대한 태도

   

①자위대 창설 기념행사 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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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딴지일보> 링크

 

2004년 당시, 나경원 의원(이하 호칭 생략)은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자위대 창설 5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했다. 이에 대해 취재가 들어오자, 나경원은 ‘자위대 기념행사인지 몰랐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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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자위대 행사는 일본대사관이 주최하는 행사인 만큼 아무나 초청하지 않는다. 참가자가 국회의원급이면 의전 문제로 인해 참석 여부를 여러 번 확인한다. 또 자위대 행사 전, 당시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대표를 비롯한 여러 시민단체가 나경원 의원실에 연락하여 ‘그런 행사에 참석해서는 안 된다’며 항의한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링크).

   

‘자위대 기념행사’인지 알고 참석했다는 거다.

 

②아베의 자민당 벤치마킹

 

2018년에는 이런 일이 있었다. 한창 남북 정상회담이 진행 중이던 때였다. 그때 나경원은 뭘 하고 있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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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의원회관에서 극우 성향이었던 일본 아베의 자민당 관련, 벤치마킹 목적으로 간담회를 개최하고 있었다.

 

③일본 초계기 옹호 

 

2019년에는 초계기 옹호 발언이 있었다. 2018년 말에서 2019년 초까지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초계기가 동해상에서 대한민국 해군 함정들에 가까이 접근, 총 4차례에 걸쳐 저공 위협 비행을 했다. 명백한 고의였고, 불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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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번째 일본 초계기 저공 위협 비행 경로

출처-<뉴스1>

 

당시 국민들의 반응은 이랬다. 

 

“의도적인 도발이다.” 

 

“우경화를 합리화하기 위해 한일 갈등 증폭하려는 거다.” 

 

“아베 정권의 지지율 상승을 위한 꼼수”

 

이런 상황에서 나경원은 이렇게 발언했다.

 

"우리 정부(문재인 정부)도 반일 감정을 부추기면서 외교적 무능을 덮고 있는 것 아닌가 걱정도 든다."

 

일본을 감싸도 너무 감싸는 나경원의 발언에 한 누리꾼은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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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친일(매국)에 대한 태도

 

①친일재산환수 반대

 

참여정부 때였다. 노무현 대통령은 친일재산환수법(정식 명칭: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을 추진했다. 이름처럼 일제강점기 당시 반민족행위자가 친일반민족행위로 축재한 재산을 국가에 귀속시키는 법안이었다. 

 

나경원은 이 법안에 반대했다. 물론 '당론'은 거스르기 힘들거니와 본인 나름의 이유도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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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법은 17대 국회가 되어서야 통과되었다. 시행은 2011년부터 되었다. 아쉬운 점은 친일파 후손들이 현재 가지고 있는 재산이 당시 친일반민족행위로 얻은 재산인지 아닌지 증명이 쉽지 않아 환수율이 높지 않았다는 점이다.

 

②반민특위 폄훼

 

2019년에는 이런 발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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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민특위의 정식 명칭은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로서 일제강점기에 반민족행위를 저질렀던 친일파들을 처벌하기 위해 1948년에 만들었던 특별기구다. 그러나 이승만 정부와 친일 경찰들의 방해로 와해되어 그 목적을 이루지 못했다.

 

나경원은 이 반민특위를 폄훼했다. 

 

‘당시 친일파를 처벌하려 했던 일은 국민을 분열시킨 일이었고, 다시는 대한민국에서 그런 일이 생기면 안 된다.’

 

라고, 말했다. 설명이 필요한가? 

 

 

3. 대한민국 임시정부 부정

 

2019년 8월 15일 광복절이었다. 나경원은 페이스북에 한 게시물을 올렸다. 내용 중엔 이런 말이 있다.

 

‘1945년 8월 15일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 이름조차 정해지지 않은 시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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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페이스북 中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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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임시 헌장

<사진 클릭하면 확대>

 

위 문서는 19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공포한 최초의 헌법이다. 이 헌장을 보면, 분명히 국호를 ‘대한민국’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 대한민국 헌법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되어 있다. 

 

그런데, 나경원은 임시정부가 공표한 ‘대한민국’을 거부하는 것을 넘어 존재 자체를 부정했다. 현 국민의힘 세력이 칭송해 마지않는 이승만 마저 1948년 초대 대통령 취임사, 정부 수립 축사에서 '대한민국 30년'이라고 했음에도 말이다. 

 

1948년 9월 1일 이승만 정권에서 발간한 대한민국 관보 제1호에도 발행일에 '대한민국 30년 9월 1일'로 공식 표기되어 있다. 대한민국 제헌 헌법 또한 전문에 '기미삼일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라고 분명히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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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년 발행된 '대한민국 30년 9월 1일 관보

 

나경원의 발언은 그녀의 역사관이 임시정부와 독립운동을 폄훼하고, 북한과 통일을 반대하며 미국 같은 강대국으로부터 당시 국가로 인정을 받지 못했기에 국가가 아니라는, 반민족적이며 사대주의적인 뉴라이트의 역사관과 맞닿아 있음을 보여 준다. 

  

더 황당한 건, 페이스북 게시물을 올릴 당시, 나경원은 충칭 임시정부를 방문 중이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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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칭 임시정부를 방문한 나경원 의원 

 

임시정부에서 가서 임시정부를 부정하는 글을 올린 셈이다. 

 

이게 끝이 아니다.

 

4. 전 국민 시력 검사한 ‘대일민국’ 사태 

 

충칭 임시정부 청사에서 나경원은 방명록을 하나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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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을 대‘일’민국으로 작성한다. 대일민국은 일베 용어로서 ‘일본 덕분에 만들어진 나라’라는 뜻을 가진다. 실수일 수 있다. 허나, 그동안 그녀가 보여왔던 행보로 인해 이 사안은 더욱 여론의 분노를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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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은 이렇게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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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전 국민 시력검사가 개최됐다. 우스갯소리로 이 덕에 시력 나빠진 사람들이 꽤 있었다고 한다. 당시 뉴스에서도 필적 감정으로 난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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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필체가 원래 그런 것인지 알아보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았다. 우선 당시 나경원이 썼던 방명록에도 ‘한’이라는 글자가 많이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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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방명록 글씨도 한번 봐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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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19일 국립서울현충원 방명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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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6월 4일 국립서울현충원 방명록

 

판단은 독자들께 맡기겠다. 나경원은 원래 필체라는 입장을 유지했고, 대일민국 의혹을 보도한 언론사들을 상대로 명예훼손을 주장하며 손해배상 소송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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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파이낸셜리뷰>

 

결과는 패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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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미디오오늘>

 

이런 나경원의 행태에 열받은 누리꾼들은 ‘나경원체’를 탄생시켜 각종 패러디에 힘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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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인터넷에 올라온 '나경원체' 패러디

 

  

5. ‘우리’ 일본 사태

 

나경원이 충칭 임시정부를 방문하기 일주일 전, 일본 관련하여 터진 사건이 또 하나 있었다. 

 

일명 ‘우리 일본’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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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8월 6일

 

나경원이 국회운영위원회에서 일본을 언급하며 ‘우리 일본’이라고 한 것이다. 또 난리가 났다. 여론은 ‘당신의 조국이 어딘 것이냐’라며 질문을 던졌다. 나경원은 ‘의미 없는 말버릇’이라고 해명했다.

 

습관적으로 나온 말일 수도 있다. 정치인들은 보통 ‘우리’라는 말을 많이 쓴다. 나경원 입장에선 자신의 실수에 비해 너무 가혹한 여론 비판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동안의 발자국이 그 실수를 공감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국민들이 가혹해서가 아니라 그간의 행동이 ‘우리 일본’이라는 발언을 단순 실수가 아니게끔 여기도록 만든 거다.

 

 

너 자신을 알라

 

나경원은 고소를 남발하며 국민을 입틀막 하려 하지 말고, 왜 ‘나베’라는 별명이 붙었는지 다시금 떠올려보고 진지하게 성찰해 보는 게 우선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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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뉴스1>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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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서울경제>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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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문화일보> 링크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을 포함한 국민의힘 의원들도 마찬가지다. 언어를 왜곡 해석하여 여성 혐오 혹은 성적 비하라는 억지 주장으로 몰고 가는 건 이쯤했으면 한다. 이런 논란이 있는 사람을 '반민족주의자'로 여기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하지 않을까. 긴급 기자회견을 여는 건 제 발이 저린 걸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뭐, 말해줘도 새겨 들을 것 같진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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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