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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소설 특허전쟁(3)

2012-09-11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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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09. 11. 화요일

정우성


 


 










소설 특허전쟁


1차


2차




 


 


임꺽정과 홍길동은 서로의 전략을 흉금 없이 이야기하다 보니 다소 차분해졌다. 3차로 맥주를 마시기로 했다. 그런데 그곳에는 이미 철수와 영희가 크로스해서 기다리고 있었다. 넷은 합석을 했고 다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철수와 영희는 현재 크로스 한 상태이기 때문에 상당히 똑똑한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두 사람은 마치 현인처럼 말한다. 꺽정이와 길동이가 경청하는 모드. 하긴 1차와 2차에서 너무 머리를 쓴 나머지 지치기도 했고, 췻기가 올라오기도 했고.


 




 


임꺽정: 철수야 안녕. 영희도 안녕.


 


홍길동: 요즘 같이 위험한 세상에서는 ‘안녕’이라는 말이 정말 정겹다니까.


 


임꺽정: 길동이랑 특허전쟁에 대해서 이리저리 말싸움을 했는데, 술자리 이야기가 다 그런 것처럼 이야기가 빙빙 돌아. 생산적인 거 같기도 했다가, 뭔가 괜히 짜증나기도 했다가... 어쨌든 애플은 혁신의 적이 됐어. 애플이 혁신을 위해서 노력하기 보다는 자기의 성과를 지키기 위해서 경쟁자를 괴롭히는 것은 정말 망조야. 지긋지긋하지 않아?


 


영희: 근데 꺽정아 혁신이 뭐지?


 


임꺽정: 글쎄… 애플이 경쟁기업에게 계속 소송을 걸면서 괴롭히잖아. 경쟁기업이 혁신하지 못하도록 말이지. 그게 기술혁신을 가로막는다니까.


 


영희: 기술혁신이 뭐지? 그건 뭔가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거잖아. 모방이 혁신은 아니지. 남의 ‘권리’를 너무 쉽게 생각하는 태도는 문제가 있는 게 아니겠니?


 


임꺽정: 아까 홍길동이랑 똑같은 이야기를 하네. 너도 앱등이냐?


 


영희: 위법한 모방을 막는 것은 권리자의 당연한 조치야. 그리고 기술혁신을 말하려면 남이 하지 않았던 새로운 것을 내놔야 하는 거 아니겠어? 무엇이든 처음 나오면 혁신이지만, 이미 새롭지 않은 것을 만들었다고 해서 혁신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애플의 특허는 손가락 가지고 화면을 터치하는 뭐 그런 것들인데…


 



 


임꺽정: 아니 내 말은 그런 사소한 기술을 핑계로 다른 혁신이 들어있는 제품을 팔지 못하도록 하니까 혁신의 장애물이란 거야.


 


영희: 그래 바로 그거야. ‘사소한 기술’이니까, 그런 건 스마트폰의 본질이 아니니까, 너희들이 다른 기술을 사용하면 되잖아. 다른 기술을 사용하기는 싫으면서 애플을 욕하는 것을 두고 뭐라고 표현하는지 아니? ‘떼 쓴다’라고 말하는 거야.


 


철수: 영희 말이 맞아. 그렇지만 그 사소한 기술이 하나둘 모이면 큰 의미를 가질 수도 있어. 그렇기 때문에 안드로이드 진영이 골치아픈 거야. 예를 들면 ‘밀어서 잠금해제’, ‘두 번 두드려서 화면을 키우거나 조정하기’, ‘화면 끝부분을 튕겨서 표시하기’, ‘두 손가락으로 화면을 키우거나 줄이기’, ‘다른 곳에서 표시된 번호를 눌러서 다이얼로 가지 않고 바로 전화걸기’ 같은 것들인데. OS의 본질과는 관련 없는 기능들이지. 이런 기능이 없어도 스마트폰을 제조하는 데 큰 문제가 없어. 그런데 이런 기능에 소비자들이 이미 익숙해졌다는 게 문제지. 이런 모든 기능들을 다른 방식으로 바꾸면 왠지 아이폰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걱정이 생기는 거야. 구글과 제조사들이 모여서 주판을 튕기고 있겠지.


 


임꺽정: 그래서 철수도 애플빠?


 


철수: 아니 그런 건 아니고. 나는 공정하고 합리적인 경쟁을 원해. 그리고 소비자와 후발주자들을 배려해야 하는 경쟁을 생각하는 거지. 사실 애플은 ‘휴대폰’ 관점에서는 후발주자지. 그래서 선행기업들의 특허 라이선스를 받게 되었고, 표준특허에 대해서는 FRAND(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인 라이선스 부여 의무 규정)를 주장하며 삼성전자와 모토로라에 맞서고 있잖아? 애플의 FRAND 혜택은 결국 후발주자로서 배려를 받은 거야. 경쟁법의 혜택을 받은 셈이지. 반면에 ‘스마트폰’의 관점에서는 애플이 선행기업이지. 애플이 후발주자에게 배려해야 하는 것은 없을까?


 



 


내 생각으로는 이번 특허전쟁에서의 애플의 공세를 “경쟁법”의 관점에서 비평하는 게 맞을 것 같아. 멀티터치에 관련한 여러 기술들은 대부분의 스마트폰에서 사용하고 있지. 일종의 사실상의 표준기술이야. 표준기술에 대한 특허는 프랜드 등을 이용해서 반독점법 등으로 견제를 하잖아. 즉, 경쟁법의 원리로 특허를 제한하는 조치지. 그런 조치를 나는 적극 지지해. 그런데 멀티터치처럼 사실상의 표준기술, 그러니까 “유사표준” 기술에 대해서 표준특허의 법리를 유추하여 적용하는 게 어떨까 싶어. 완전히 새로운 이론이 되겠지만, 지금 글로벌 대기업들과 특허괴물들이 특허제도를 악용하고 있잖아. 이것에 대한 대책은 특허제도를 완전히 뜯어고치지 않는 한, 경쟁법을 강화하는 것이 특허남용을 견제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 같아. 학자들과 각 나라의 전문가들, 입법자들이 이런 논의를 했으면 해. 유사표준기술에 관한 경쟁법 적용의 법리를 만드는 것이지. 그렇게 되면 애플의 지나친 특허공세를 적절하게 통제할 수 있지 않을까 싶네. 물론 시간이 걸리는 셈법이야.


 


영희: 반칙은 반대하지만 독점도 함께 비판해야 한다는 거지?


 


철수: 바로 그거야. 2008년에 처음 나온 구글의 최초 안드로이드폰(G1)은 멀티터치 기능이 없었어. 그런데 2009년부터 더욱 노골적으로 애플의 기능들을 집어넣었던 거지. 그건 사실 염치없는 짓이고 그 부분에서 애플의 기분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해.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지.


 


영희: 그런데 의문이 드는 것은 구글이랑 제조사들이 바보도 아니고, 멀티터치 기능은 ‘애플것’이 될 수 없다는 나름의 결론이 있었지 않았을까? 자기들이 그런 것을 모방하더라도 법적으로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거라는 확신 같은 거. 그러니까 안드로이드 진영이 애플의 권리를 잘 분석하지 않았을까?


 


철수: 남의 권리에 대한 분석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남의 것’을 존중하는 태도야. 물론 권리분석을 통해서 모방하더라도 법적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겠지. 그렇지만 그런 태도는 ‘포식성’을 키우게 돼.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잡아먹는 행위의 대부분은 권리분석을 통해 법적으로는 문제 없게 이미 기획되는 법이지. 미리미리 경쟁자를 분석하는 행위는 좋은 일이야. 하지만 빈틈이 보인다고 무조건 찌르는 것은 지나치지 않겠어?



 


 


홍길동: 글쎄… 구글에게 그런 존중감을 기대할 수 있을까 몰라.. 게다가 아마 구글은 꼼꼼하게 애플의 권리를 분석하지도 않았을 걸. 그건 제조사의 몫으로 돌렸을 거야. 원래 OS를 만드는 구글은 법적으로 별탈없이 만들어서 제조사에 납품해야 하는 법인데, 구글의 입장에서는 안드로이드를 공짜로 제조사에게 주는 것이거든. 이게 문제야.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제값을 받고 제조사에게 파는 것이라면 ‘법적으로 안정된 소프트웨어’-애플과 싸움이 되지 않는 소프트웨어-를 공급했을 거야. MS처럼 말이지. 그런데 말하자면 ‘불량품’을 공급하는 것이거든. 어차피 공짜니깐 말이지. 그 불량품에 대한 대가, 즉 애플과의 소송에 대한 기회비용은 삼성전자 같은 제조사가 부담해야 하는 거지. 물론 구글도 할 말은 있을 거야. 그 공짜 소프트웨어를 이용해서 제조사들이 부자가 됐지 않았냐고 말이지.


 


임꺽정: 맞어. 삼성전자는 구글이 좀 더 문제 없는 안드로이드를 공급해주기를 바라는 거야. 디자인특허를 제외하면 애플이 우리를 못살게 구는 것은 삼성전자 때문이 아니야. 구글의 안드로이드 자체가 문제라니까!


 


철수: 나는 이 글로벌 특허전쟁이 나름대로 긍정적인 모습이 있다고 생각해. 이렇게 소송이 벌어지니까 안드로이드가 업데이트 되고 기능이 바뀌거나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는 거잖아. 어차피 소송은 길고 판결까지는 시간이 참 많이 걸리지. 그사이 새로운 모델의 제품이 출시되고 있어. 새로운 모델은 기존 모델보다 훌륭하고 멋져. 그것은 소송의 산물이기도 해. 소송을 통해서 치고박고 싸우니까 ‘소송을 극복한 제품’이 나오는 거야. OS의 이런저런 기능들에 대해서 이쪽은 모방이라고 주장하지만 저쪽은 모방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거야. 모방인지 아닌지를 결정하는 것은 자존심이 걸린 거라구. 함부로 정할 수 없고 협상도 어려워. 그래서 법원으로 가게 됐지. 이 글로벌 특허전쟁은 애플과 MS와 안드로이드 진영 간에 경계선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는 의미가 있어. 싸우다 보면 알지. 이쪽은 안전하고 저쪽은 위험하다는 것을 말이지. 그리고 누구나 함께 공존하는 영역도 있음을 발견하게 되지. 영원히 싸울 수는 없어. 시간이 지나다 보면 우리는 제법 달라진 제품들을 보게 될 거야. 이 특허전쟁은 한쪽이 다른 한쪽을 시장에서 추방하려는 것은 아니고 그럴 수도 없어.


 



 


영희: 그런 점에서 너무 호들갑 떨지 않아도 될 거 같아.


 


철수: 우리나라 기업은 삼성전자만 있는 것은 아니니까. 모든 기업이 애플과 싸우고 있는 것은 아니야. 냉정하게 관전하자.


 


홍길동: LG전자가 구글의 레포런스폰(구글의 ‘갤럭시넥서스’처럼 말이지)을 만든다면 미국 시장에서 애플과의 특허소송을 피할 수 없을 거야. 삼성전자를 반면교사로 삼아서 차분하게 대응해야 해.


 


철수: 그래. LG전자가 뒤늦게 삼성전자를 제치고 안드로이드의 대표주자가 되겠다고 선언하고 또 실제로 그렇게 된다면야 애플과의 특허전쟁을 피할 수 없겠지. 그렇지만 우리나라 대부분의 기업은 애플과 소송을 벌어지 않아. 그럴 일이 없을 거야. 이 특허전쟁의 여파는 매우 제한적이야. 윈도우8이 삼성전자에게 최적화될 수 있고, 갤럭시S3까지 판매금지되더라도 소송을 극복한 안드로이드폰이 최단시간에 공급될 수 있다면 삼성전자의 지위는 전혀 흔들리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이 특허전쟁을 지나치게 과대평가할 필요는 없어.


 


영희: 그래 우리나라에는 삼성전자만 있는 게 아니야.


 


철수: 애플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도 우리나라 국민이고, 애플의 플랫폼에서 유통되는 소프트웨어를 개방하는 개발자도 우리나라 국민이고, 애플의 플랫폼을 통해 팟캐스트를 사방에 뿌리고 또 즐겁게 듣는 사람들도 우리나라 국민이야. 나꼼수도 애플 없었으면 불가능한 거 아니겠어? 우리나라 국민이 구굴의 안드로이드 품 안에 있는 것처럼 생각해서는 위험해.


 


영희: 그래 애국심은 졸라 위험해. 이 특허전쟁에서 애국심을 운운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미래에는 특별히 관심없는 사람들의 애드립이야. 애국심은 ‘지금 당장’이 아니라, ‘장차 우리의 미래’에 초점을 둘 때 빛을 발하는 법이야. 지금 시점에서 안드로이드만을 옹호하는 것은 완전 구글에 빨려들어간 국수주의가 아니고 도대체 무엇이겠니.


 


철수: 우리는 다양한 경험과 지식이 필요해. 우리가 IT 강국이 되려고 한다면(지난 몇년 간 우리는 시대에 뒤쳐지고 있어서 더 이상 IT 강국이라고 표현하기가 부끄럽게 되었지), 우리나라가 좀 더 능동적이고 역동적으로 시스템을 개방할 필요가 있어. 구글의 안드로이드 플랫폼에 종속되는 것은 시야를 좁히는 것이고 시장을 좁히는 것이며 기지개를 펴지 않고 웅크리는 것과 같아. 우리는 모든 플랫폼을 거리낌 없이 개방할 필요가 있어. 적극적으로 말이지. 구글의 플랫폼과 애플의 플랫폼과 MS의 플랫폼이 대한민국에서 박터치게 싸우도록 적극적으로 수용할 필요가 있어. 그렇게 하면 더 많은 기회가 생기고 시장은 커지게 마련이지.


 


영희: 이를테면?


 


철수: 쉽게 말하자면 구글의 크롬에서도 공인인증서가 잘 돌아가고 공공기관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야겠지. 애플의 사파리 웹 브라우저에서도 마찬가지야. 또한 애플의 아이튠즈가 우리나라에서 개방되도록 하고 구글의 유트브가 다른 나라처럼 잘 돌아가도록 말이지. 우리 산업은 독점에 취약해. 경쟁법의 원리보다는 기득권의 옹호가 판을 치지. 소수자의 권익보다는 독점적인 편익을 우선시하지. 거리낌없이 공리주의적 폐해가 횡행하지. 그렇게 하면 시대에 뒤처질 수밖에 없어. 망중립성 문제도 그런 관점에서 보면 대략 맞을 거라고 봐. 우리는 우리 산업에 있는 대부분의 문턱을 경쟁법적인 관점에서 낮출 수 있어. 그래야만 산업의 역동성이 생기게 되는 거야.


 


임꺽정: 우리나라도 다른 나라 OS만을 이용할 게 아니라 독자 OS를 개발하는 데 전력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철수: 소프트웨어는 OS만 있는 게 아니야. 소프트웨어 생태계가 중요하지 않겠니? 우리는 한번도 독자 OS를 가진 적이 없잖아? 컴퓨터는 대부분 윈도우에서 돌아갔지. 맥OS나 리눅스는 아주 제한적이었어. 어쨌든 그래도 산업은 발전해 왔어. 원래 OS는 국적이 없는 거야. OS에 국적을 따지는 것은 아마 대한민국밖에 없을 걸? 중요한 것은 어떤 OS냐의 문제가 아니라, 그 OS에서 돌아가는 생태계를 바라보는 거야. 이 생태계에는 아주 많은 소프트웨어가 존재하고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콘텐츠라고 생각해. 다행히 우리나라는 경쟁력있는 콘텐츠가 있고, 이것의 발전도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해. 소프트웨어도 없고 콘텐츠도 없다면 최악이겠지만 그렇지는 않거든. 콘텐츠가 있다면 그 콘텐츠가 잘 유통될 수 있는 플랫폼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이고. 응용소프트웨어도 마찬가지야. 그렇기 때문에 삼성전자와 LG 전자의 주력 OS가 안드로이드라고 해서 안드로이드만을 옹호해서는 안 되는 거야. 차별 없이 다 우리 품으로 끌어올 필요가 있어.


 


임꺽정: 삼성전자의 독자 OS인 ‘바다’는 어때?


 


철수: 아까도 말했지만 OS는 국적이 없어. 중요한 것은 그 OS가 어떤 생태계를 부르냐이지. 그 생태계가 비좁고 다른 확장성을 갖지 못한다면 ‘바다’에 올인하는 순간 ‘갈라파고스 섬’이 되는 거야. 그래서 삼성전자는 ‘바다’에 올인할 수가 없어. 삼성전자는 글로벌 기업이야. 그것도 세계 1위 기업이지. 작년까지 세계 1위 기업인 노키아가 제법 좋다는 자체 OS인 심비안을 버렸잖아. 그것도 생태계 때문에 그런 거야. 그런 점에서 바다는 잊혀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그렇다고 해서 나쁜 것은 아니야. 개발자들은 경험을 통해서 강해지지. 경험과 인력은 회사의 좋은 자산이 될 수 있을 거야.


 


임꺽정: 너희들이 만일 삼성전자라면 향후 어떻게 대응하는 게 좋겠니?


 


영희: 아까 길동이한테 들었는데, 어느 정도 네 이야기에 동의해. 내가 삼성전자라면 먼저 애플과의 소송 규모를 좀 줄이겠어. 이미 삼성전자가 세계 1위로 등극했고 브랜드 가치도 많이 상승했잖아. 이제는 좀 위험 요소를 줄이는 게 낫지 않을까 싶어. 미국과 독일 정도에서만 소송을 하고 나머지는 협상을 통해서 소를 취하하는 게 어떻겠냐는 꺽정이의 아이디어가 좀 더 유연한 전략이 아닐까?


 


철수: 삼성전자와 애플이 서로 전면적으로 협상을 소송을 끝내는 것은 불가능한 것 같아. 애플의 목표가 된 주체와 애플과 실제로 싸우는 주체가 다르거든. 이 소송은 사실 애플과 구글이 협상을 해야만 정리가 될 수 있는 거 잖아? 며칠 전에 애플이 갤럭시S3와 갤럭시노트에 대해서까지 침해대상제품으로 확대했지. 액면으로 보자면 삼성전자와 전면적으로 하겠다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게 아니야. 사실상 구글을 향한 전면전을 선포했다고 봐야지. 물론 삼성전자는 대리전이고. 나는 이것을 일종의 기회로 봐. 삼성전자가 구글을 대신해서 전력을 투구할 필요가 없어. 왜 그래야 하지? 이번 기회는 애플의 목표는 삼성전자가 아니라 구글이라는 점, 그리고 이렇게 특허침해 문제가 생긴 것은 삼성전자 탓이 아니라 구글이 제공하는 OS 때문이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전략을 실행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거야. 알만한 사람은 다 알 거든. 안드로이드 진영의 공동대응으로 맞서고 구글을 보채야 해. 이를 위해서는 괜히 자존심을 내새워서 새롭게 애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필요가 없어요. 이 특허전쟁의 진정한 배후인 구글을 앞세우는 것, 이제부터 시작인 셈이지.


 



 


홍길동: 삼성전자의 강점은 제품 포트폴리오지. 지금 삼성전자의 포토폴리오는 완전히 구글 손안에 있어. 이게 문제야. 이제부터 윈도우8을 중심으로 포토폴리오를 늘리고, 그것에 마케팅 포인트를 좀 더 강화하는 게 좋을 걸? 소송이 이렇게 된 것은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무상으로 배포했기 때문이야. 그런데 사실 무상이 아니야. 1억대를 팔면, 안드로이드 로열티를 MS에게 줘야 하지. 1대당 5달러라고 하면 5,200억원이야. 그런데 어떤 외신에 따르면 15달러에 이를 것이래. 그러면 1조 6000억원에 이르지. 이것만 있는 게 아니야. 소송비용을 생각해야지. 이번 배심원 평결 때문에 미국 손해배상액은 징벌적인 배상을 감안하면 3조원에 이를 수 있어. 그러니까 안드로이드는 아주 비싼 소프트웨어야. 잘 생각해 봐.


 


임꺽정: 근데 철수야. 너 성이 ‘안’이었지?


 


철수: 아니야. 난 김가야. 흔한 성이지.


 


임꺽정: 길동아 너 지금 졸고 있냐? 지금 몇 시야?


 




 


밤이 너무 늦어서 대충 이야기를 마무리 하고 홍길동과 임꺽정과 철수와 영희는 헤어지기 전에 다시 한 번 ‘크로스!’를 하고 막차를 타거나 택시를 타고 헤어졌다. 복잡한 특허소송을 독자가 쉽게 이해하도록 하기 위해 “소설 특허전쟁”이라는 명칭을 썼지만, 문학은 언감생심 그냥 흥미거리로 이해하길 바란다. 필력도 안 되는 놈이 소설 운운해서 괜히 소설가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연재 끝.


 


정우성


트위터 : @hanaeser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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