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06. 03. 수요일
raksumi
지난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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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RS의 3차 감염이 발생하고야 말았습니다.
지난 번 글에서 3차 감염이 발생하면 상황이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만 이승환의 노래처럼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는지', 아무튼 소식을 접했을 때 '잠시동안은' 이제 낙관적인 상황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WHO 페이지도 한국 때문에 덩달아 바빠졌습니다.
Disease Outbreak News(DON)에 한국이 자꾸 언급되네요.
그래서인지 한국은 메르스로 거의 패닉 상태인 것 같습니다. 휴교령을 내린 학교도 있는 것 같더군요. 인터넷을 보니 진짜 메르스 환자가 많은 사우디아라비아는 조용한 반면 한국이 더 심한 것 같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사실 저는 감염학 전문의도 아니고 감염학 학회와 정부측 기관인 질병관리본부에서 어떻게 대처했는지에 대한 정보도 많이 알지 못 합니다. 풍문으로 들리는 몇 가지만 접하고 사실확인을 해보는 정도지요.
그렇지만 여러가지의 이야기를 종합해 볼 때 정부의 초기 대응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명백한 사실로 보입니다. 물론 초기 대응이 잘못 되었다고 해서 정부 측이 계속 잘못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결국은 사태를 파악하고 무엇이 문제인지 가려내고 또 다음 단계에서 무엇을 준비하고 시행해야 되는지 찾아내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안일한 낙관론도 문제이지만 호들갑스럽게 문제를 부풀리는 것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사태가 진정되었을 때는 잘못한 사람들을 처벌해야 될 텐데 거대담론으로 빠지거나 음모론으로 빠질 때 가장 좋아할 사람들이 바로 잘못을 저질러놓고 묻히길 바라고 있는 이들 아닐까요?
그래서 우선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가장 부풀려진 사안 하나를 지적해보고자 합니다. 바로 공기 감염에 관한 얘기 말입니다.
WHO가 한국에 공기감염을 주의하라 권고했다는
조선비즈의 기사역시 조선일보!
이런 얘기가 워낙 많이 돌아다녀 가장 대표적인 신문에서 가져왔습니다.
공기 감염이라고 하면 같은 공간 함께 있는 상태면 그 공간의 넓이나 사람 사이 거리 따위에 상관 없이 무조건 전염될 것만 같은 무시무시한 느낌을 갖게 됩니다.
보통 전염병 전파 양식은 ① 접촉(contact) 감염 ② 비말(droplet) 감염 ③ 공기( airborne) 감염 ④ 매개 감염 ⑤ 기타 등등으로 나뉘는데 이중 질병 관리에 있어 중요하게 다뤄지는 것은 ①, ②, ③입니다. (참고로 매개 감염은 말라리아 쯔쯔가무시 병 같이 모기나 절지 동물등이 옮기는 그런 병입니다.)
접촉 감염은 접촉을 통해 옮아가는 병으로 대표적인 게 옴입니다. 그냥 만지기만 하면 옮습니다. 그 밖에 장티푸스 이질 기타 등등이 있는데 이런 병들은 접촉이 없으면 안 걸립니다. 앓는 사람을 바라본다거나 하는 정도로는 걸리지 않는다는 얘깁니다.
문제는 비말 감염과 공기 감염인데 사실 이 둘은 경계가 애매합니다. 비말 감염은 일반적으로 공기 감염을 일으키는 병원체에 비해 크고 무거습니다. 감염 환자가 재채기 등을 할 시에 보통 1미터 정도까지 병원체가 이동할 수 있는 정도라고 합니다. 여기에 기초해서 제가 지난 글에 '환자와 2미터 거리를 유지하라' 말씀드린 겁니다. 메르스도 처음에는 비말감염이라는 말이 있었으니까요. (CDC 가이드 라인에서는 메르스 환자와 6피트, 그러니까 약 1.8미터 이상을 유지하라고 권고하고 있더군요.)
이런 비말 감염에 대해서는 특별한 공조나 환기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여기에 속하는 대표적인 질병은 독감(인푸루엔자), 풍진, 백일해 등등이 있습니다.
문제가 되는 공기 감염은 비말 감염 병원체에 비해 입자가 작고 가벼워 공기에 둥둥 떠다니는 것입니다. 따라서 같은 공간에 있기만 해도 옮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것 중에는 결핵, 홍역, 수두 등등이 있습니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①<<<②<<<③ 요 크기 순서대로 전염이 잘 되며 큰 숫자는 작은 숫자의 감염을 포함시킬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공기 감염이 되는 병원체는 접촉 감염도 되고 비말 감염도 된다는 얘깁니다.
다시 기사 얘기로 돌아가겠습니다. 위의 기사는 아마 아래의 WHO 홈페이지 내용을 가지고 쓴 것 같습니다.
위에 DON 홈페이지 캡처 사진에서 제가 빨간색으로 표시한 부분들을 누르면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원하시는 분은 참조 하세요. (링크)
이 페이지의 글을 잃어보면 딱 중간에 이런 문구가 나옵니다.
airborne precautions should be applied when performing aerosol generating procedures
살짝 번역해보자면 aerosol generating procedure할 때 airborne precaution을 하라는 말입니다. (반만 번역해서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고요?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설명 들어갑니다.)
Aerosol generating procedures란 suction(환자의 가래 등을 빨아내는 것), nebulizer(약물을 기관지에 직접 닿도록 주입하는 것), 기관지경 검사 등을 말합니다. 즉 이런 의료 행위들을 할 때 공기 감염 예방 조치가 필요하단 얘기였던 겁니다. 당연히 병원에서만 해당되는 이야기겠죠?
지금 한국의 메르스 감염은 전부 가족을 통해서나 병원에서 감염된 사람 뿐입니다. 당연하게도 병원에서는 증상이 심하고 병원체를 체외로 많이 퍼뜨릴 수 있을 정도의 심각한 환자들이 모이게 됩니다. 결국 WHO의 감염 전파 차단 정책의 대부분은 병원 내 감염에 집중되어 있고 그런 의미에서 이런 문구가 삽입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조금 더 살펴보면 WHO에서 언급한 공기 감염 예방 조치에는 음압방(Negative pressure room, 다른 곳으로 공기가 나가지 않게하여 균도 못 나가게 하는 것), 시간 당 6~12회 이상의 공기 정화, N95 마스크(0.1~0.3 마이크론(μ)의 미립자를 95% 이상 제거할 수 있는 성능을 가진 마스크) 착용이 추가될 수 있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너무 복잡해질까봐 여기까지만 설명하겠습니다.)
글을 자세히 읽어 보시면 제일 마지막에,
WHO does not advise special screening at points of entry with regard to this event nor does it currently recommend the application of any travel or trade restrictions.
이런 문장도 나오는데요, 이는 결국 이 병으로 여행을 제한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아직 크게 걱정하지 않는 다는 의미로 받아드리셔도 될 듯)
지금 인터넷 상에는 정부 불신 분위기가 퍼져 있습니다. 때문에 무슨 말을 해도 안 믿게 되는 경향이 있는 듯 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여기에는 시시비비를 정확하게 가려줘야 될 조선일보언론사가 책임을 다하지 못한 탓도 있을 듯 합니다.
의학은 과학입니다. 그 중에서도 사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엄청난 검증이 요구됩니다. 대부분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정보를 공유하기에 이견이 있을 수도 있지만 정치적 견해처럼 다양한 주장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또 대부분 일치하는 정답이 있습니다. 의사들이 하는 특히 이런 WHO 보도 자료들은 믿으셔도 크게 문제 없습니다. 만약 문제가 있다면 바로 반박 당하는 것이 이 바닥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감염학회에서 어제(6월 2일) 발표한 보도 자료를 잘 읽어보시는 게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그림을 누르시면 PDF를 다운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정리해보자면 어쨌든 지금까지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메르스의 전염은 밀접한 접촉에 의해서만 일어났습니다. 가장 많이 메르스가 발생 된 중동 지역의 경우, 감염자들은 대부분 환자와 함께 거주하면서 밀접하게 접촉한 가족들, 병원 내 의료진, 환자들입니다. 모두 메르스로 진단받기 전에 무방비로 노출된 경우였습니다.
이는 국내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환자의 가족 또는 병원에서 같은 공간을 지속적으로 함께 사용한 사람들에게만 메르스가 전염되었습니다.
지금까지의 국내 및 외국 사례를 종합해보면 메르스는 기본적으로 의료관련 감염의 형태로 전파되었던 겁니다. 우려했던 3차 감염 환자 역시 병원 관련 감염자로 확인되었습니다. (저 자신이 의료계 종사자이긴 하지만 지역사회 감염보다 병원에서 3차 감염이 발생 된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이 감염자도 기존의 전파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만큼 메르스의 전염성이 높지 않다고 낙관할 수 있는 근거니까요.)
전염병이 병원을 통해 퍼졌다는 역설적 소식을 접할 때 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참 돈이 문제입니다. 국가적으로 의료 기관의 감염관리 활동에 대한 비용 보전, 격리 병실 운영에 대한 비용 보전을 꼭 해주었으면 합니다. 자칫하면 호미로 막을 거 가래로도 못 막는 일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요.
지난 번 사스 사태 때 투입된 제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참 고생을 많이 했다더군요. 당연히 일선에서 이런 감염병을 진료 하는 이들이야말로 가장 전염에 노출될 위험이 높은 사람들입니다. 이런 위험성에 대해서도 국민 여러분들이 좀 인지해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보도 자료를 읽어 보시면 아시겠지만 의외로 감염학회나 WHO에서는 이번 한국의 메르스 사태를 아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는 않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 겁니다. 사실 제 생각도 그러합니다. (아직까지는 그렇습니다. 정말 미칠 듯이 희박한 확률로 변종 바이러스일 가능성이 있기에 단정하진 않을 뿐입니다.)
국내 지역사회에서 메르스에 감염될 가능성은 적습니다. 때문에 너무 불안감과 공포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병원 같은 데 갔다가 메르스 환자와 밀접한 접촉을 하지 않은 이상 손 씻기 등 기본적인 위생에만 신경 쓰시면 될 듯 합니다.
끝으로 이번에 감염학회 선생님이 만드신 행동요령을 소개드립니다. (아주대 감염내과 최영화 선생님이 만드셨다고 하네요.)
1. 기침을 하면 반드시 마스크를 쓰고 손을 자주 씻으십시오
2. 열이 나면 업무 배제를 요청하십시오
3. 급하지 않으면 병원 입원을 자제하십시오
4. 병원 방문을 자제하십시오 (특히 병문안)
5. 거주지 지역 내의 의료기관을 이용하시고, 멀리 큰 병원을 찾지 마십시오.
6. 5월 15일 이후의 일정을 상세히 의료진에게 제공하십시오
7. 격리 요구에 순응하십시오.
raksumi
편집 : 딴지일보 퍼그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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