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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내현 추천0 비추천0




[이너뷰] 신해철을 만나다 -제 1편- (2)

2002.12.16.월요일
딴지일보

 






 



그는 말을 굉장히 압축적으로 한다. 압축적이라면 표현이 이상한데... 암튼간 방송에서 듣는 그대로이다. 상당히 압축적으로 느껴지고, 흔히들 이야기하는 신해철의 카리스마가 이런 것이로구나 하는 느낌이 팍 와 닿았다.


카 : 음악얘기는 뒤에 하도록 하고, 현재 진행중인 활동에 대해 이야기를 좀 해 봅시다. 요즘 일정이 어떻게 되나요? 캠프로 합류한 이후로 거기에 관련된 활동으로 방송을 한다든가 지원유세를 하는 것 말고도....


신 : 밤 12시에는 노무현 라디오를 해야 하구요. 그리고 낮에는 유세 일정에 따라서 노후보랑 같이 돌아다니는 일정도 있고, 조금 전처럼 강남역 앞에서 그냥 연설하는 경우도 있구요. 뭐 한마디로 얘기하면 장돌뱅이예요. 유세차량이랑 같이 여기저기 사람들 있는데를 찾아가고 관련 인터뷰들 같은거 하구요.


카 : 대중음악계에 몸을 담고 있다가 노무현 후보를 지지해야 겠다고 뛰쳐나왔을때는 음악인으로서 노무현 후보가 음악계의 어떤 점을 개선해 줄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있었을 것 아닙니까? 음악계의 어떤 점을 바꿔 줄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말이죠.


신 : 별로 없어요.
편 : 저희도 인터뷰를 해 봤지만 노무현 후보가 문화정책이라든가 마인드가 별로 없는 사람 같기도 한데...


신 : 그건 이씨도 마찬가지구요. 가장 문화 마인드가 되어 있었다는 저 DJ 마저도 제가 볼때는 그다지 문화마인드나 정책에 대한 뚜렷한 소신을 가지고 있던 분은 아닌 것 같구요.


문화계의 이익을 위해서 문화계 사람들이 뛴다는 것만으로는 좀 설득력이 부족하지 않나 싶어요. 또, 그런 이익이라면 그것은 문화예술하는 사람들이 단결하고 움직이는 데에 그 결과가 달려 있지 어느 정권이 들어선다 한들 공짜로 우리한테 밥술을 퍼주진 않아요.


예를 들어서 DJ 정권이 들어선 다음에 영화계는 많이 좋아졌다고 이야기를 해요. 그러나 제가 볼때는 영화계가 - 지금 뭐 속사정을 보면 반드시 좋은 사정만은 아니겠지만 - 자신들이 원하고 필요한 몇 가지를 관철시켰다면 그것은 DJ가 들어섰기 때문이 아니라 영화계가 단결하고 자신들의 목표를 뚜렷이 알고 있고 시대가 흘러가는 것을 보고 있었기 때문이거든요.


우리가 우리의 목소리를 낼 수 있고 단결할 수 있다면 그 어떤 극우보수정권이 들어서도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이구요. 아무리 진보적인 정권이 들어서도 자기 한 사람 활동하는 것에 대한 이익이나 거기에 영합하는 따위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아무것도 찾아먹지 못할 거예요.


오히려 DJ 정권하에서 대중음악계는 자기들 눈앞의 근시안적인 사고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했고, 연예제작자협회 한 거 없고, 아티스트들 모여서 목소리 내지 못했고, 우리가 못났기 때문에 아무것도 못 만든 것이지 DJ 정권이 관심이 없었던 것도 아니예요.


카 : 노무현 후보 지지자로서 노무현이 어떤 정책과 비전을 가지고 있는 후보인지 알리고 있는 입장 아닙니까? 그렇다면 대중음악계에 대해서 노 후보가 가지고 있는 입장이랄까 공약에 대해서 유권자들에게 알릴 기회가 있다면 뭐라고 말씀하실 것인지?


사실 "노무현을 왜 지지하느냐" 하는 것은 어쩐지 좀 뻔하고 구체적이지 않은 질문이라 피하려 했다. 그래서 노무현을 지지하는 대중음악인의 변을 들려 달라고 했던 것인데...


그러나 본지가 잘못 짚었다. 그는 오히려 국민의 한 사람으로 왜 노무현인가에 대한 답을 하고 싶어했고, 그 점에 관해 아주아주 긴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신 : 노후보는 제가 볼때는 절반은 먹고 들어가는게, 남들하고 다른 판단을 내려야 할 자기 소신을 가져야 할 시기에 - 말로는 소신소신 말들 하는데 - 실제로 그 소신을 실천하는 자는 지극히 드문게 현실이에요. 그리고 이 대한민국의 모습이라는게 똑똑한 사람들, 약삭빠른 사람들 천지 아닙니까? 여기서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우직함이랄까 그러한 덕목만으로도 우리는 그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아볼만한 이유가 충분하다, 라고 생각을 하구요.


그리고 이정도 경제규모 된 나라에 있어서 누가 대통령이 된다고 해서 경제정책이 하루아침에 공산주의로 바뀔수도 없는 거 아니겠어요. 오죽하면 미국 같은 나라에서는 이제는 아무나 대통령이 되도 되기 때문에 무조건 얼굴 잘생긴 놈을 뽑는다, 뭐 이런 얘기가 레이건때 나오고 그랬잖습니까? 결국은 노무현 한 사람의 힘보다는 그 주위에 몰려들 사람들, 그 주위에서 일을 해 나갈 사람들이 누구누구 모여 있나도 봐야 되겠구요.


그렇다면 이회창 주변에 모여있는 사람들 면면은 또 무엇인가를 봐야 할텐데, 그런 측면에서 노무현도 대통령이 되고나면 결코 자유스러울수는 없을 거에요. 권력의 속성상 수많은 철새들과 38 따라지들이 모여서 주변에 왁작박작해대겠죠. 그 사이에서 자기가 얼마나 인의 장막에 둘러쌓여서 세상 돌아가는 걸 파악을 하려는지 어떨는지.... 그건 두고봐야할 문제이기는 하죠.


제가 노무현을 처음 본 것은 5공 청문회때 전두환한테 뭐 집어던지는 거였었는데 (웃음) 그 혈기만을 가지고 있었더라면 대통령으로 밀기에는 부족함이 많았을거예요. 그런데 그 혈기가 일시적인 정치 쑈라든가 뭐 그런걸로 치부해버리기에는 정말 마음속에 불길이 있는 사람이구나라는 소신 몇가지를 보여주었구요. 뭐 부산에 나가서 몇 번 떨어진 거라든가...


사실 실망스러운 점도 많았죠. 정치 바닥에서 이런 활동을 한다는 생각이 전혀 없었을 때, 그때도 국민경선에서 노후보가 승리했을 때에 저는 대단히 열광했었는데요. YS한테 가서 시계를 들어서 보여주는 순간, 얼마나 실망스러웠겠어요. 눈물이 나더라구요. 올해 제 마음을 최고 아프게 했던 정치적 사건이라면 그 YS 시계 사건과(웃음) 김민석의 변절이 아니겠는가, 라고 생각을 하는데...


왜 그런 거 있잖아요. 한 80프로는 사정이 이해가 돼도, 근데도 한 20프로는 미운거. YS한테 시계를 가서 들었을 때에는 그래 대통령이 될라면 저렇게 낯가죽도 두껍고 이제는 그딴 짓도 좀 할 줄 알아야 된다. 밖에서 등치고 배만지고하는 것도 좀 배워서 제발 바보짓 그만하고 술수도 좀 부리고... 그렇지만 진정으로 자기가 지켜야 될 부분들에서만 지켜다오.하는 그런 마음이었죠.


사실 지금 현재의 정국구도에서 제가 지지할 사람이 노무현밖에 더 있습니까? 민주노동당에 대해서 제가 심정적으로 어떤 애착 그 이상의 애정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긴 하지만 민주노동당이 지금 현재 우리나라에서 진정한 유일한 진보세력이라고 인정을 한다고 해도 유일하다는 것이 본인들이 모두 옳다는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구요. 민주노동당을 지지한다면 자신들의 정강과 정책과 행동이 마음에 들어서 지지를 해야지 야 진짜 진보는 민노당밖에 없지 않느냐라는 이유로 지지를 한다면 매우 곤란한 생각이라고 봐요.


그래서 저는 이번 선거에서 노무현이 당선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노무현을 소위 선택적 지지를 한다는 사람들도 그 사람들이 가열찬 투쟁의 대오에서 떨어져 나온 것도 아니라고 생각을 하고, 그것을 기회주의라고 생각하지도 않아요. 흑백논리를 내세우는 사람들은 뭐 기회주의자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어요. 근데 그건 어느 쪽의 방향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다른 것이고, 선택적 지지조차도 그것이 자신의 신념이라면 남들이 인정을 해야할 부분이 아니겠는가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노후보하고 민노당에 대한 얘기들은 이렇게 정리가 된 거 같고, 한나라당에 대해서는...


저도 마음속으로는 지금 제가 노무현에 대한 열광적인 지지자이기 때문에 앞뒤 볼 것없이 노캠프에 뛰어들어서 활동을 하는 것이었다면 차라리 마음이 얼마나 행복할까라고 생각을 해요. 하지만 얼마되지 않은, 제 인생에서 아마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정치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는 지금, 마음속으로는 사실 침통해요. 기분이 좋을 리도 없고, 뭐 매일 밤 꿈속에서 눈물이 나는데....


일단 이회창 주변에 모여 있는 사람들 면면을 보면 정말 기가 막히거든요. 저는 이회창 본인의 결함이라든가 그 사람의 능력보다는 도대체 얼마나 집권하겠다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생각이 없으면 주위에 그런 사람들이 다 모이도록 놔두느냐? 그 사람들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당신은 죄다,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보수라고도 부를 수 없는 수구세력들이 이 땅에 다시 돌아오는 것도 보기가 싫구요.









초딩시절의 신해철 (찾아보시라)..


저 개인적으로는 이번이 세번째 싸움인데... 첫번째 싸움은 제가 국민학교 4학년인가쯤 되었을 거에요. 성당에를 갔는데, 신부님이 지금 뉴스나 어디에도 보도가 안되고 있지만 바로 며칠전에 광주에서 사람들이 총에 맞아서 지금 2천명인지 3천명인지 죽었다고 그러더라구요. 마음속에서는 뭐라 말할 수 없는 이상한 분개랄까 그런 것들이 끓어 오르지만 국민학생이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겠어요. 너무나 무력하더라구요.


그리고 나서는 87년에, 대학교 1학년이었어요. 그때는 뭐, 제가 거리에 나가서 짱돌을 던졌다는 것은 의식이 있느냐 없느냐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문제예요. 어떻게 생각해보면 87학번은 한가지 면에서는 지극히 행복한 학번이었어요. 뭐냐면, 내가 행동하는 것이 옳으냐 그르냐를 고민할 필요가 거의 없었어요. 누가 생각해도 우리가 옳았기 때문에.... 그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게 얼마나 행복해요?


뭐 농담삼아 뻥삼아 제가 이야기하는데, 발레하던 애들도 던지고 (웃음), 미대도 나오고, 체대도 나왔는데요 뭐. 와~ 체육과 애들 나오니까 죽이드만요. 그리고 심지어는 군대 갔다오면 데모 안한다라는 공식도 깨지고, 예비역학생협의회가 예비군복입고 개구리복 유니폼 통일해서 나와서 앞에서 지도하고 조교역할하던 때예요. (웃음)


그런데 그게 6.29 기만으로 나가리가 났어요. 6.29 자체가 기만이었다고 생각을 하지만 그 이후에 YS하고 DJ가 분열하면서 그리고 결정적으로 YS가 3당 야합을 하면서 그 모든 세월이 수포로 돌아갔다고 생각을 했죠.


15년동안 음악을 하면서, 가끔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있었어요. 그때 나랑 짱돌 던지던 친구들은 지금 뭐할까? 그리고 얼핏얼핏 그런 현실정치에 대해서 무력한 마음이 들때면 나야 뭐 연예인 생활한다고 아직 장가 안가고 이러구 있지만 - 뭐 얼마전에 결혼했지만, 제가 그런 생각이 들었을때는 미혼이었겠지요? - 그때 그 거리에 같이 있던 젊은이들은 이제 거의 다 장가가고 시집가서 애 키우고 직장다니면서 일상생활하고 있을 텐데, 얘들이 과연 그 일상생활에 녹아들어가서 다 보수기득권층에 흡수가 된 걸까? 마음마저도...? 혹은, 직장에서 부장한테 결재서류 박박 찢어지면서 욕을 먹고 술잔을 기울이면서 살지언정 아직도 옛날 그 무언가의 마음을 기억하고 있을까? 그런 것들이 참 궁금했어요. 어떻게 만나고 싶기도 하고 그랬는데 그럴 기회도 거의 없잖아요. 다 각자의 삶을 사는거죠.


그리고 나서 정치적인 중립을 끝까지 지켜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박빙의 승부다라는 말이 주위에서 너무 많이 들려오니까요. 지지율은 앞서는지 모르겠지만 특히나 이번에 젊은 사람들이 투표를 하느냐 마느냐가 관건이 될 거 같다는 얘기들이 들리는데, 거 막 속이 뒤집어지더라구요.







저는 스타에 대해서 그렇게 얘기한 적이 있었어요. 스타가 가지고 있는 것도 일종의 권력이거든요. 권력에는 정치권력도 있겠고 문화권력도 있겠고 여러가지가 있겠죠. 하지만 자신이 스타면 자기 손에 일종의 권력을 가지고 있어요. 근데 그것들은 자신들의 팬들로부터 위임받은 것이고, 자기 몸 안에서 나오고 있는 것은 아니에요. 스타는 별이지 태양은 아니잖아요. 태양은 스스로 빛을 뿜어내지만 스타는 태양으로부터 빛을 받아서 반사하는 것이거든요. 그러니까 스타들은 이 사회로부터 그 빛을 받아서 그것을 자신이 올곧게 생각하는 방향에다가 뿌릴 의무를 가지고 있죠.


그러면 제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있지 않을까.... 내가 지금 과대망상으로 과대평가하고 있는 걸수도 있고, 뭐라고 욕을 해도 좋다. 다만, 내가 나서서 투표를 해 달라고 울고불고 했을 때 사람들이 한번이라도 더 봐줄 수 있다면, 그렇다면 후회하지 않을 거 같다는 생각을 했고, 그리고 이 자리에서 또 세번째로 무력함을 느끼고 싶진 않았구요. 그래서 그냥 하겠다고 생각을 했죠. 9월달쯤에는 모질게 한번 거절을 했었거든요. 얘기도 꺼내지 마라. 정치의 정자도 생각하기 싫고, 나서기도 싫고….


편 : 아, 먼저 제안이 왔나요? 그쪽에서?


신 : 네, 그때는 솔직히 국민경선하고 당이 좀 떴을때라, 쉽게 이길 줄 알았죠. (웃음) 이렇게 개고생할 줄 몰랐죠. (웃음)


굉장히 많은 이야기를 했는데, 아주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실패로 돌아간 87년 이후 15년간 무력감에 시달려 왔는데, 이번에 박빙이라는 얘기를 듣고 뭔가 조금이라도 기여하고 싶어서 뛰어들었다고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87년의 기억을 간직한 한 30대의 이야기 정도로 평범하게 들릴지 모르겠다. 그러나 신해철이 TV 연설이나 유세장에서 하는 이야기는 그 정도의 평범한 이야기가 아니다(혹시 못 본 사람들은 노무현 사이트에 가면 동영상 링크가 있으니 보시라).


대체 무엇이 그를 정치판에 뛰어들게 했는가.. 뒤에 조금씩 나온다.


편 : 그런데 이렇게 나서면 얻는것도 많겠지만 잃는 것도 많지 않겠습니까? 가령, 정치적으로 봐도 한나라당에 심정적으로 동의하는 팬들이 있을수도 있고, 음악계의 사람들이 "쟤 왜 저러고 있냐?" 그럴수도 있고...


신 : 반대급부가 꽤 큰 것들이 있겠죠. 그치만 별로 거기에 대해서 깊숙하게 생각을 안해봤어요. 깊숙히 생각을 하면 할수록 아, 내가 이러이러한 곳에서 내가 손해를 보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무서울수도 있겠죠. 사람이니까. 근데 아예 생각을 안해봤다는 것이 거의 정답이지 싶은데... 그리고 손해를 본다면 감수해야 되구요.


저는 뭐, 제가 지금 해나가고 있는 음악의 생명은, 저는 지금 덤으로 음악을 하고 있다고 생각을 해요. 왜, 전자오락을 할 때 점수를 좀 따면, 뒤에 Extended Play 나오지 않습니까? 저는 지금도 Extended Play를 하고 있어요. 사실상 저의 음악생명은 제가 대마초를 피고 감옥을 갔을 때 끝났어야 맞아요. 그리고 방송출연 금지가 제가 아마 가장 길었을 걸요? 옛날에 70년대말에 대마초파동 맞았던 사람들보다도 제가 길었을 건데, 4년 5년동안 금지를 먹으면서도 살아남았고, 그건 사람들이 뭐라고 하건간에, 뭐라고 저를 평가하건 간에 팬들이 주위에서 지켜주고 성원을 해 줬기 때문이라고 생각을 해요.


그렇다면 이미 한번 끝났던 목숨, Extended Play하고 있는 마당에 구질구질하게 내가 음악하고 있는 목표를 생명연장에 두어서는 안되거든요. 언제든지 끝날 수 있다고 생각을 해야 옳아요.


카 : 아까 꿈속에서도 눈물이 난다고 말씀하셨는데, 지금껏 정치활동과 행위들을 바깥에서 보고 가끔씩 욕이나 해주는 입장에 있다가 그 한가운데로 뛰어든 상태에서 새삼스레 느낀 점도 많을 것 같은데요.


신 : 글쎄요. 제 사고방식이 한쪽으로는 되게 복잡하고 한쪽으로는 되게 단순하고 그런데, 제 실생활의 원리는 지극히 단순하거든요. 제 생활논리로는 이쪽 바닥이 잘 이해가 안가고....


그 <스타워즈>보면 선과 악의 논리가 참 묘하잖아요? 선이 악을 검으로 쳐서 멸하는 것이 꼭 선의 승리가 아니잖아요. 멸하는 순간, 자기가 분개하는 순간 악이 되어 버리잖아요? 이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게 또 <디아블로> 아닙니까? (웃음) 자기가 디아블로를 열심히 잡았는데, 결국에는 본인이 디아블로가 되어버리고 말죠. 그니까 뭐 민주당도 노무현도 언제든지 디아블로가 될 수 있는거죠. 최소한 그러지 않을거라고 믿고, 그러니까 사람들이 성원을 하고 그러는 거겠지만.... 일단 민주당원의 자격증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하고 대화하는 거는 아직도 저는 좀 꺼려지거든요.


편 : 아, 당원 아니십니까?
신 : 저요? 모르겠네요. 아마 티브이 유세를 하려면 당원자격증이 있어야 돼서 등록을 해 놨는지 모르겠는데, 등록을 해놨으면 19일 지나면 탈당할 거구요. 아마 안 되어 있을거라 생각은 되는데....


의외로 젊은 사람들이 많아요. 새로운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많고. 근데 무서운 것은, 젊은 세대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을 손에 쥐었을 때 그 시절이 딱 되고 나니까 윗세대하고 똑 같은 모습으로 바뀌어 있는 것이 항상 문제지...무서운 건 그거라고 생각하는 거거든요. 물들어 가는 것. 그러니까 한나라당이라고 해서 새로운 생각이나 참신한 생각 하는 사람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해요 그쪽도. 그치만 물들어가고 바뀌어 가는 건 주변 환경이 무섭다는 것.


또 노무현 후보가 지지율에서 리드를 하고 있으니까, 이쪽으로 또 와르르 몰리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이고 그러네요. 한편으로는 씁쓸하기도 하고, 그래 정치가 이런 것인가라는 생각도 하지만, 길게 생각하기 보다는 그냥 내가 할 임무,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부분까지만 나는 하고 빠진다라고 생각을 하니까요.


편 : 대중 연설을 해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십니까?


신 : 음, 글쎄요? 반장선거 연설한 것도 대중연설이라면(웃음), 꽤 해본 셈이 아닌가하고 생각하는데.... 콘서트장에서 팬들하고의 대화 내용도 그냥 단순한 농담 쌈치기로만 전부 채운건 아니었기 때문에 저한테는 큰 차이는 없었어요. 단지 뭐 노래를 하지 않는다는 것과....


그리고 자존심 상하는 일도 조금 해야 했는데, 예를 들어서 길에서 "싸인해 주세요. 팬이에요"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그런 사람들 참 많아요. 연예인이면, 난 니 팬이다라고 말하는 순간 굽신댈 것이다라는 기대의 눈빛을 하는 사람들이, 특히 나이든 사람들일수록 참 많아요. 난 니 팬인데 너 왜 나한테 인사를 안하냐라며 꿈뻑꿈뻑 저를 쳐다보죠. (웃음)


근데 내가 볼 때 이 사람은 별로 내 팬이 아닌데 그냥 연예인 하나 붙잡고서 희롱한다, 라는 생각 들면 걍 생까고 가버리거든요. 심하게 예의 어긋나는 말을 하면 욕해버리고 가고 그런 때도 있고... 한 마디로 성질 더럽게 해서 살죠.


아우 근데, 지방 유세를 따라 내려가서는 저 혼자 하는 거면 조까, 안해 씨바하고 집에 가겠는데 저 앞에서 문성근 형도 막 기호 2번입니다하며 뛰고 있고...  (웃음)


그리고 노사모 사람들 말이에요. 주위에 어른들이 똑바로 해 그러면 예, 예 잘하겠습니다 해야 되고, 그런 고충을 이야기해요. 거기서 저 혼자 성깔 부릴 수 없잖아요. 그럼 그냥 안면까고 지나간 사람 붙들어 세워서 돌려서 억지로 손잡고 (웃음) 기호 2번 노무현 후보 지지해주세요 이런 얘기 하고 있으면 속에서 막 천불이 나더라구요. 하긴 그것도 뭐 2~30분 지나니까 익숙해 지더만요.


근데 제가 이런 일을 함으로 해서 저한테 얻어지는 이익이 딱 두가지 정도 있는 것 같아요. 하나는 새로운 경험을 해 본다는 것. 아티스트에게 있어서는... 나 아티스트 아닌가? 그냥 가순가? (웃음) 암튼 아티스트한테는 직접 경험이라는 게 참 간절히 필요해요. 대중들하고 유리된 삶을 살고 있기 때문에 그 경험이라는 것이 굉장히 소중한데, 제가 DJ를 하는 보람중의 하나가 그런 것이거든요. 매일 밤 개인들의 그 자잘한 사연들, 남들 보기에는 쓰잘데기 없어보이는 주변의 그 신변잡기적인 얘기들을 보는 것, 그런 것들은 제 삶에 있어서 아주 중요해요.


소위 말하는 군대가기 전날, 빨간 불켜진 지역에 친구들하고 가서 어쩌구하는 그런 20대 일상의 기억이라든가 그런 것들이 스무살때부터는 제 일상에서 떨어져나가 버린 거거든요. 어쨌든 간에 희한한 경험을 하나 할 수 있었다는 것, 요건 좋은 일이라고 생각을 하고.


다른 하나는, 크게 많이는 아니겠지만 그 87년의 무력감의 기억에서 요만큼이라도 위안이 되어 줄 수 있다면 잠을 좀 편하게 잘 수 있을거 같고...









87년 무렵(?)의 신해철


노무현 라디오에서 한 번 얘기했어요. 제가 지금까지 잠을 자다가 악몽 때문에 가끔 소스라치고 놀라 깨거나 하는 똑같은 꿈을 1년에 한 너댓번 정도 꾸는 게 있거든요. 87년도에 시위하다가 을지로에서 깨져서 청계천으로 쫓겨갔을 때 그때 아주 쪼그마한 공간에 쫓기던 애들하고 같이 숨었는데, 조금전의 그 기세등등함은 싸그리 사라진 상태죠.


누군가 그랬거든요. 전쟁에서 적이 패주하고 이쪽이 추격하는 입장이 된다면 그것만큼 쾌감이 오는 일은 없다. 이쪽이 안전하다는 확신만 있다면 그 인간사냥이야말로 아주 골때리는 쾌감을 준다는 얘기죠. 죄스러운 얘기지만 을지로에서 그 기분을 좀 느꼈어요. 절대로 무너지지 않을 것같던 그 전경 스크럼이 5분에 한 블록씩 깨져나갈 때, 그리고 걔네들 잡아서 때릴 때 놔줘라 놔줘라 해서 금방 풀어주지요. 한편으로는 정말 측은하지만 우리가 기세등등하고 저들은 몰릴 때, 안전하드라구요.


그게 완전히 한시간만에 상황이 뒤바뀌어서, 바로 등짝 1미터 뒤에서 백골 헬멧이 딱 보여요. (웃음) 그 공포란 건 쫓겨보지 않은 사람으로서는 정말 쉽게 얘기할 수 있는 게 아닌 거 같더라구요. 바로 뒤에 그 백골이 따라오는데 하여간 그 좁은 공간으로 도망쳐 들어와서 숨었거든요. 그런데 등짝에서 여학생 하나를 잡은 모양이에요. 그 머리를 제가 숨어있는 철문에다가 갖다 박는데...


제가 맨 마지막으로 그 공간으로 들어갔기 때문에 제 등짝이 바로 철문이었어요. 나는 그 철문에 등짝을 대고 있는 상태인데 거기다가 머리를 갖다 박는 거예요. 아마 그 여학생도 조금 전까지는 군사독재 타도를 의기양양하게 외쳤을지 모르겠어요. 그 목소리는 비명으로 바뀌어 있고, 뭐 엄마 살려주세요 그런 소리가 나오죠. 지금도 잠을 자다보면 1년에 몇번씩 그 등짝이 울리는 느낌을 받으면서 깨어나요.


이게 씨팔 조깥은게.... 인생이 영화면, 내가 그 철문을 열고 나갔어야죠. 그런 다음에 수퍼맨 옷으로 갈아입고 거기서 (웃음), 타이즈 먼저 신고 그담에 그 위에 빤스 입고 나가서 수퍼맨 S, 내 성씨 이니셜 아냐..(웃음). 나가서 잠깐! 이 군사독재의 주구, 너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거야. 그 손을 놓지 못할까?!라고 얘기를 해야 하는데,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심지어는 그 여학생의 안위를 걱정하는 것도 아니고, 요기 우리가 있는 거 들키면 어떡할까?라는. 온갖 마음속의 나약함과 비겁과 이런 것들이 정말 아무런 가식과 통제없이 튀어나오더라구요 그 순간만큼은. 인간이 그렇게 비참하고 비겁할 수가 없어요.


지금 여기 나와서 뛰고 있는 것이 그때의 그 비겁함과 그때의 그 여학생에 대한 미안함과 그런 거에 대한 정말 0.001프로의 보상이라도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그런 생각을 하고...


얼마전에 또 울면서 노무현 라디오 방송을 했는데, 그전에 남경필이가 아니 대마초 두번한 가수가 무슨 찬조연설이냐? 그래가지고 그것 때문에 제가 분해서 운 줄 아는 사람들이 있더라구요. 기가 막혀가지구, 날 너무 착하게 생각을 하는구나 (웃음). 겨우 그런 얘기 듣고서 내가...


그 방송들어가기 전에 제가 사연을 추려서 읽다가 자기는 이제 직장생활하면서 동료들 눈치주고 그러는데 화장실 들어가서 노무현 스티커 하나 붙이고 나오는 거 말고는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너 신해철 우리 몫까지 잘 해주라, 이런 얘긴데, 아 씨바 대낮부터 눈물이 펑펑 쏟아지는 거예요.


앞에 얘기했던 그 얘기 있죠? 과연 다 잊어먹고 사회 구석구석으로 녹아들어가서 아무 생각없이 살아가고 있는 거였을까? 아니면 마음속에 무엇이라도 하나 간직하고 살아오고 있는 거였을까? 저는 가수가 되고 유명해져서 아까 얘기했던 그 스타의 힘이라는 것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나와서 길거리에서 떠들고 테레비에도 나가고 그러지만 그 사람이 화장실에 가서 스티커를 하나 붙여놓고 나오는 것과 제가 하는 일은 사실 똑같은 거예요. 똑같은 가치고... 너무너무 반갑더라구요. 아, 여기서 이런 식으로 다시 만나는구나. 눈물이 펑펑 쏟아지더라구요.


그게 또 30대... 30대 이야기 진짜 하기 싫은데 (웃음)... 그게 30대기 때문에 그런거 같애요. 20대같으면 그런 생각 많이 안 들었을거예요. 20대 중에서도 우리나라 남녀가 보수층에 언제 녹아들어가냐며는 남자는 군대갔다올 때쯤해서, 여자는 시집갈때쯤되면 아주 맹렬하게 저 보수기득권계층의 꼬리의 말단이라도 잡고 그들 중의 일부로 편입해서 식권을 손에 넣기 위해 달려가잖아요. 달려가는 것도 슬프고 그 달려가는 속도가 너무 맹렬한 것도 슬프지만 달려간 담에 하는 말이 더 꼴보기 싫거든요. 내가 예전에 왜 그랬을까?


편 : 니네는 아직 세상을 몰라...


신 : 네, 니네는 아직 세상을 몰라 야, 옛날엔 내가 돌도 던졌는데, 바보새끼였지...니들이 세상을 뭘 알아?


30대가 되면 정말로 그런 회의가 더더욱 더 들어요. 그리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게 되면 더군다나 우리 한국 사람들은 겁이 더 많아져요. 애를 위해서는 이제 더더욱 못 움직여요. 볼모가 되어서... 참 궁금하단 말이에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모르겠어요. 이번에 그래서 노무현 후보가 이기던 지던 간에 자신의 삶을 살아가면서 뭔가를 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계속 꾸준히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것만으로도... 저는 오히려 고맙다는 말을 되게 많이 들었거든요. 물론 노무현 지지자들로부터도 그런 말을 많이 들었지만, 니가 행동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용기를 줘서 고맙다는 얘기를 굉장히 많이 들었는데 전 오히려 거꾸로 그 사람들한테 제가 더 고마운 입장이예요.


19일이 지나면 저는 또 정치와는 담을 쌓고 음악을 하게 되겠지만 이번에는 다시한번 또다른 용기를 얻어서 돌아갈거 같아요.


이 대목 이야기할 때 본 기자 감동먹었다. 그 내용의 진실함도 그렇지만, 일년에도 몇번씩 악몽을 꾼다는 그의 섬세함에도... 역시 예술하는 인간은 뭔가 다른 거 같긴 하다.


하긴, 본 기자도 항상 꿈을 꾼다. 남자들이라면 다들 그렇겠지. 나이 30대 중반이 되어서도, 군대에 다시 입대하는 좃같은 꿈.... 누구나 마음 속에 응어리진 그늘이 있기 마련인데, 그에게 민감한 것은 그런 무기력감, 살아가면서 세상에 보수적으로 적응해 간다는 것에 대한 무력감과 분노, 그런 것인 것 같았다.


사실 그의 말이 맞다. 내가 그땐 뭘 몰랐지하면서 오히려 더 보수의 화신이 되는 인간들이 넘쳐나는 세상에, 어릴 때의 열정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는 사람을 보는 것은 언제나 즐겁다.


신해철과 노무현의 공통의 코드라면 그런 것일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위에서 지지의 이유 첫번째로 꼽은 게 노무현이 가지고 있는 우직함인 이유도 그것이었던 것 같고...


편 : 그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러니까 노무현 지지를 선언한 연예인들 같은 경우 문성근씨나... 문성근씨 같은 경우는 <그것이 알고 싶다> 진행하다가 관두셨잖아요? 그러니까 이쪽 지지하시는 분들은 자기 하던 일을 버리고 참여하는데 반해서 이회창을 지지한다고 알려진 사람들은 그대로 일을 하면서 그걸 약간 이용해 먹는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거기에 대해 어떤 불만이나...


신 : 그런건 없어요. 그리고 명계남씨가 유세현장에서 연예인들의 종자론이나 그런 것들을 이야기한 거는, 사실 유세현장에서의 분위기는 오바거든요. 오바에서 나온 이야긴데 그걸 가지고 빌미로 잡아서 이야기를 하는 좃선이 조까튼 거시구요.


또 명계남씨도 한나라당쪽에 가 있는 연예인이 미워서나 아니면 그 사람들 쪽팔려 하라고 그런 얘기 한 것은 아니었을 거예요. 단지 한나라당쪽으로 가 있는 연예인들의 숫자가 워낙 많고 (웃음), 이쪽 캠프에 와 있는 사람들의 숫자는 굉장히 적으니까, 우리는 그래도 숫자는 적어도... 라는 이야기를 하다보니까 그런 이야기가 나온 거겠죠.


저는 한나라당에서 활동을 하는 연예인들을 별로 미워하지는 않구요. 그냥 김건모 정도 제가 가볍게 씹어줬는데 - 물론 개인의 소신과 자기의 의견이 있어서 활동을 한다고 저는 인정을 하고 싶은데 - 기왕 그쪽에서 니가 나서서 활동하겠다고 생각을 했다면, 이왕이면 국민들이 볼 때 연예인이라는 직업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을 해 볼 수 있고 위상을 올릴 수 있고 또 나아가서는 엔터테인먼트 업계나 문화예술계 전반에 대해서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해 보라고 바랄 수 있쟎아요. 예를 들어서 티브이에 나와서 이회창 후보에게 DJ 정권하에서 영화계는 많은 약진을 했는데 대중음악계는 외면을 받고 있다. 정책적으로 우리 음반업계가 지금 어려운데 무슨 지원을 할 방안이라든가 당신의 소신은 무엇인가?라고 물어볼 수 있겠죠.


근데, 거기서 하는 이야기가 이회창 후보는 어느 가수를 좋아하느냐?  그야 김건모씨지(완벽한 성대모사에 일동 뒤집어짐) 하고 그 자리에서 낄낄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을 때 제 심정은... 김건모가 이회창을 지지한다고 해서 씹은 거는 아니거든요. 머 하는 짓이냐는 얘기예요 거기 나와서...


편 : 저희 기사와 똑 같은 논조를... (웃음)
신 : (웃음) 웃어야지, 뭐라 그래요 그걸..


편 : 그쪽에는 왜 사람이 많을까요? 노무현이 앞서간다고 하는데 사람은 그쪽이 더 득시글득시글한데.


신 : 실제로 대통령은 DJ였지만 지난 정권에서 한나라당은 실제로 여당이었고, 오히려 민주당이 야당 아니었습니까? 그러니까 어쩌다 실수로 지난번에 대통령 자리 하나만 내 주었을 지언정 의원 보유 숫자에서도 앞섰고 정국은 니네 맘대로 못하게 지금까지 5년까지 꾹 참고 있었다... 다 이게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는데 무조건 우리가 이기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냐 라는 게 한나라당의 입장이었을 것이고.


그리고 또 그 연예인들 가운데서는 어쨌든 이회창 후보가 이길 것이라고 굳게 믿었던 사람들이 많았던 모양이죠. 뭐 거기에 대해서는 상당히 슬프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길게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네요. 단지 지지하는 후보들 따라다니면서 유세장에서 장돌뱅이나 광대노릇으로 사람이나 불러모으는 역할, 이런 것들 때문에 연예인이 필요한 그런 이유들로는 따라다니지 말아줬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구요. 또 유세장에서 노래를 하건 개그를 하건 다 좋은데...


가령 미국 대통령 선거할 때 보면 따라다니는 연예인들이 파티에서 엔터테이너로서의 역할을 안하는 건 또 아니거든요. 지지만 하고 빠지는 사람도 있고 따라다니면서 파티에서 노는 사람들도 있어요. 하지만 봤을 때 무슨 국물 받아먹을라고 따라다닌다는 인상을 풍기지는 않을 정도의 처신은 한다는 얘기죠. 그니까 처신 면에서 누가, 어느 당이 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머 한나라당에 가 있는 연예인들 씹는 얘기처럼 될까봐서 얘기 그만 하는 것이 좋겠네요.


편 : 유세하는 동영상도 제가 봤고, 티브이 연설하시는 것도 제가 들었는데 사람답게 사는 세상 이런 얘기 되게 많이 하셨잖아요. 억압을 우리가 뚫고..이런 요지로 말씀을 많이 하셨는데 구체적인 말씀은 별로 안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어떤 거를 억압으로 생각하고 있었는지 그런 점이 궁금하더라구요.


신 : 사실 제가 생각하는 거는 뭐냐면요. 저는 이 국가 혹은 이 민족 - 너무 단어가 거창합니다마는 - 을 지도하는 이 시대 패러다임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아니 도대체 인구 수가 북쪽까지 합쳐서...1억은 안 돼도 꽤 되잖아요? 남쪽에 있는 사람들만 5천만인데요. 없이 산 분들이나 많이 다친 분들이라면, 사석에서 부모가 자식에게 하는 이야기로서는 잘먹고 잘살아야 한다는 얘기를 던질 수도 있겠어요. 근데 국가와 민족을 이끄는 이데올로기와 패러다임이 잘 먹고 잘 살자여서는 너무나 쪽팔리는 것이 아닌가...


사실 이 대한민국에서는 이데올로기조차도 좌냐 우냐가 문제가 아니었고 잘먹고 잘살자가 이데올로기였어요. 동시에 그것이 패러다임이었어요. 나는 모든 문제의 근원을 거슬러 거슬러 올라가 보자면 패러다임이 잘못 되었다는 생각을 해요.









국가 패러다임의 희생양들...


예를 들어 심지어 댄스뮤직 일변도의 가요계를 비판한다는 문제를 끌고 올라가도 국가의 패러다임하고 부딪혀요. 장황하게 보일지는 모르겠지만, 댄스 뮤직을 듣는 청소년들이 절대로 생각이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니다는 것을 전제 하에, 청소년들의 세계관이나 소신 같은 거는 억압하거나 나중에 대학가서 생각해라고... 인생의 고민을 청소년기에 해야 되는데, 청소년들을 그저 빨리 성인으로 길러내어 돈 버는 기계로 만들어야 하는... 그런 각박한 각 가정의 사정. 그런 모든 것들을 다 끌고 올라가 보면 근본적으로 사고방식 자체가 다 쓰레기고, 이 국가의 철학이 쓰레기이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거든요.


최소한 북한은 한가지는 있다는 겁니다. 남쪽이 잘 산다는 걸 아는 사람들도, 잘 먹고 잘 사는게 대빵은 아니다는 걸 알잖습니까. 사실 그 생각 하나는 우리가 본받아야 할 것이 아니겠느냐...


그리고 또 우리 세대에게 호도되어 온 진실들, 한강변의 기적이라고 이야기하는 것들. 경제 성과물이 우리 전 세대의 유일한 전적이고 그것만으로도 큰 일을 해 놓았다고 생각들을 하는데, 사실 서독이 경제적으로도 부흥을 하게 된 것이 서독 사람들이 열심히 일해서 독일통일을 이룬 것도 있겠지만 공산화를 막기 위해 자금을 막대하게 때려 부었기 때문에 그렇지 않습니까? 공산주의하고 인접되어 있는 지역에는 경제적으로 성장을 해야 되는 필요성이 강조 되었고, 한강변의 기적을 일으키기 위한 그런 지원들이 쏟아져 들어오지 않았습니까. 우리가 열심히 일한 것 이외에도 다른 이유로라도 우리는 성장을 해야만 한 이유가 있었다는 거죠.


그 알량한 한강변의 기적을 우리가 일궈서 전세계 사람들이 우리를 존경하고 있다는 구라를 치고 있는 동안에 우리가 잃어버린 그 가치들을 어디서 회복을 할 것인가? 저는 그게 문제라는 거죠. 저는 외국에 공부를 하러 나가 있는동안 정말 쇼크를 먹었는데, 선진국이라는게 뭐가 선진국인가를 생각을 했는데, 이 개새끼들이 가지고 있는 "마음의 여유"를 보았을 때, 저것이 정말 선진국이다...


남의 나라에 군함에다 신부 싣고 가서, 제국주의 시대에 개조까튼 짓 다하고 노예 팔아 먹고 이 씹지랄한 이새끼들이, 곳간에서 인심난다고 사회보장도 되어 있고 좀 잘 살고 당장 이 하늘 아래에서 굶어죽지는 않는다고 생각을 하니까 인간들이 편해진단 말입니다. 꼭 그걸 비난할 게 아니예요. 반면에 우리나라를 보면 정말 슬픈게, 돈의 빈익빈 부익부가 무서운게 아니고 여유의 빈익빈 부익부, 이게 정말 무서운 겁니다.


먹고 살만한 집에서는 아이들한테도 이렇게 얘기할 수 있어요. 어 그래 뭘 하고 싶은데? 그래 인생은 너 하고 싶은 거 하며 살어야 된다 주머니에 쩐있는 집에서는 이렇게 얘기할 수 있는 거예요. 그런데 주머니에 쩐이 없으니까 더더욱 각박해져서, 주머니에 돈이 없으면 없을수록 여유나 웃음만큼은 잃어버려서는 안되는데 오히려 이걸 더 부릴 수 없어서 자식새끼들한테 너 이새끼 돌았니? 니가 음악을 해?


당장 저희 집이 그랬어요. 아버지랑 어머니랑 정말 경제적으로 고통스럽게 사니까 멋있는 아빠가 되어 줄 수 있는 여유가 나올 수가 없어요. 너 하고 싶은 음악 해라고 말할 수가 없는 거예요. 지금 당장 자기가 눈앞에 100원짜리 때문에 피눈물나는 인생을 사는데 그런 우리 아버지가 보기에 자식은 철없는 놈으로 보일 수밖에 없는 거예요. 울 아버지가 돈 좀 있고, 자식한테 기타 한대 사줄 여유가 있었으면 멋있는 아버지가 되었겠죠. 니가 무슨 음악을 한다고? 하하하 웃을 수 있겠죠. 근데 쩐이 없으니까 못하는 거란 말이에요. 이게 무서운거 아니겠냐구요.


제가 생각하는 사람사는 세상이라는게... 우리가 뺏긴 것중에 정말 중요한 것중 하나가 행복의 공식마저도 뺏겼다는 거예요.


어떤 사람은 돈이 많아야 행복하다는 사람도 있어요. 골때리는데 실제로 그런 사람 있어요. 그리고 어떤 사람은 돈하고는 상관이 없고 마누라가 이뻐야 행복하다는 사람도 있을 거예요. 그걸로 한평생 가오잡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어떤 사람은 친구 많아야 행복하다는 사람도 있을 거고...


그런데, 이 모든 사람들에게 세뇌를 시켜버렸어요. 돈이다. 잘나가는 거다. 그리고 남들을 내려다보는 그 쾌감. 그것이야말로 인생에 있어 중요한 거다라고 생각을 한다구요.


그러니까 이게 <모모>에 나오는 회색분자들이 사는 모습이에요. 회색분자들이 입에 물고 있는 그 시가, 그게 떨어져 나가면 죽는 거잖아요. 그게 우리에겐 돈이에요. 회색분자들은 남들한테서 훔친 시간의 꽃을 담배로 만들어서 피면서 생명을 연장하는 것이지만 우리는 지폐를 말아서 그 돈을 피고 있는 거예요. 그게 떨어지면 우린 죽는 거예요. 이 세상에 우리가 살아 있다는 아무런 가치가 없는 거예요.


내가 철학과 갔다고 해서 거기 나오면 뭐해먹고 살거냐?라고 키득대며 웃고, 나 점이나 봐주지?하며 비웃고 (웃음), 내 비록 철학개론에서 F를 세 번 맞고, 선동열 방어율 학점을 받고, 견디다 견디다 못해 공부 못해 자퇴한 놈이지만, 내 아무리 그러고는 살았지만, 그렇게 기초 학문을 비웃을 수 있는 나라고, 당장 취직 안되는 학문이면 뭐든지 크하하하고 웃을 수 있고... 정말 잼있는 나라죠.


저 외국 나가서 이렇게 우리나라 생각하면 참 슬퍼요. 배불뚝이 개구리 같아요. 아무것도 없으면서 배에다가 잔뜩 바람만 넣어서 야 이제 우리도 좀 산다. 외국 애들은 우리 어떻게 봐? 이런거나 허구헌날 신경쓰는.. 뭐예요? 이게.


크하.. 이거 옳소다. 참고로 본 기자 또한 매우 이상한 순수 문과를 나왔다. "거기 나오면 뭐해먹고 사는 건데?" 하는 인간들 개인적으로 제일 싫었다...


카 : 그러면 그런 억압의 해결을 위해 구체적으로 사회보장제도와 같은 복지제도가 제대로 마련되어야 한다는 건가요? 프랑스처럼 실업자들도 실업수당 받으면서 다소나마 여유롭게 살아 갈 수 있도록?


신 : 아니, 그것은 정책적으로 어떠한 경제정책을 펴건간에 우리 마음속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는 걸 뜻해요.


카 : 굉장히 추상적인 이야기인데...
신 : 추상적인 이야기이긴 하죠. 근데 예를 들어서 인도의 경우를 한번 생각해 보자면, 그 나라에도 많은 부조리가 있고 정치는 가관이구요. 그런 나라지만, 그 나라 사람들을 가만 보다보면 정말 뻥~한 생각이 들어요. 이게 아둥바둥한게 아무 소용이 없다는 그런 표정을 딱 하면서 사는데 (웃음)...


그러니까 사회보장제도가 제대로 되어야만, 혹은 우리나라가 잘 사는 때가 되어야만 우리 마음속이 바뀌지는 않는다는 거죠. 이미 예전에 바뀌었어야 하고, 지금도 빨리 바뀌어야 하고 지금보다 더 못살아도 바뀌어야 한다는 거죠. 오히려 못 살면 못 살수록 경제가 망가지면 망가질수록 마음 속은 더 바뀌어야 해요.


우리는 각 직업군에 있는 사람들이 얘길 하는게 내 자식놈한테는 죽어도 이거 안 시킨다는 거 아닙니까. 그런데 그렇게 해서 손해를 보는 사람은 본인이에요. 늘 불행할 수밖에 없어요. 매일매일 하는 직업에 대해서 조깥다고 생각을 하면서 일을 하는데, 얼마나 불행해요.


저에 대해서 부러움을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항상 그 얘기를 하거든요. 너는 니가 하고싶은 일을 할 수 있어서 좋겠다 물론 그 점에 대해서 지극히 감사하고 고맙다고 항상 생각을 하죠. 그치만 제가 하는 일에 대해서도 무슨 상을 받거나 1등 트로피를 쥐었을 때가 행복의 정점은 결코 아니었거든요.


음악을 하는 이유가 뭐겠어요? 뭔가를 자기가 만들 수 있다는 그 기쁨이 굉장한 거라구요. 그거 하나로 정말 마약중독 이상의 행복이고 그 맛을 맛본 사람은 그걸 잊어버릴 수가 없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저한테 남는 보람이라는 것은 음반 작업을 하고 있을 때 기획을 하고 꾸며나가고 이런 것들이 가장 기억에 남고, 최고의 순간은 체육관을 가득 채운 관객들의 함성을 들을 때가 아니라, 믹스다운이 끝난 앨범 첫 시디가 딱 구워져 나올 때 그걸 부들부들 떨면서 스테레오에 집어 넣는 그 순간이거든요. 왜 그, 난 도박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데 섰다꾼들이 그 쪼이는 맛 때문에(웃음) 중독되면 손가락 짜르고 그런다잖아요? 그게 그 쪼이는 쾌감이에요. 진짜 그게...그 부들부들 씨디를 넣을 땐데... 그러니까 가장 기본적인 기쁨이 가장 중요한 것인데요. 우리 사회는 그걸 뒤집어 가지고 살다 보니까...


저는 인생살이가 좀 묘해서 이런저런 맛을 좀 다 봤거든요. 그리고 막 1등하고 정신없이 아이돌 가수되고 그랬을 땐 한 1~2년 혼이 쑥 빠지기도 했었어요. 그래서 매스컴과 스타덤 그리고 사람들이 흔히 보는 그 속물적인 방송 시스템이나 그것의 무서움도 뼈저리게 알아요. 거기에 사람이 한번 휩쓸리면요. 지가 존나 잘난줄 알아요. (웃음) 근데 그걸 맛보고서 사람들이 빨리 빠져나와야 되는데, 한번 맛을 봤으면, 고걸 빠져나오기가 참 힘들죠.









존나 잘난 줄 알았다던 그 시절....


저만해도 고등학교때부터 밴드를 해서, 밴드가 나의 유일한 꿈인 그런 마음가짐이 애당초에 다져져 있지 않았다면... 못 빠져 나왔을 걸요. 거기 아주 살벌한 바닥이에요.


애초에 생각했던 두 가지 주제, 정치와 음악 중 한 가지가 끝나고 화제는 자연스럽게 음악 쪽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약속했던 한 시간이 어느새 지나가고 있었지만, 음악 이야기만으로도 또 한 시간을 이야기했다. 분량 관계상 그 다음 이야기는 다음주 기사로 넘긴다.


절라 재미있으니 기대하시라~ 그럼 오늘은 일단 이만.



딴지 정치 & 음악 이너뷰팀
최내현(asever@ddanzi.com)
카오루(meanjune@ddanz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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