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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11년 차 전문지 기자입니다. 얼마 전 이런 질문을 받았습니다. 

 

“언레기들 상당수가 엄청 오만해 보이고 국민들 개돼지로 아는 것 같은데... 맞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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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그들이 왜 그러는지, 중앙 언론사 기자들에 대해 말을 해보려 합니다. 

 

 

언론 분류

 

언레기보다 우선 언론 분류부터 하겠습니다.

 

-KBS, MBC, SBS, 연합뉴스, YTN, JTBC, TV조선, 채널A, MBN까지 공중파 및 종편 채널 

-조선, 중앙, 동아, 한국, 한겨레, 경향, 국민, 세계, 서울신문까지 9대 일간지

-한국경제, 매일경제, 서울경제, 헤럴드경제, 아시아경제, 파이낸셜뉴스, 머니투데이 그룹(뉴시스, 뉴스1 포함), 이데일리 등 경제신문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뉴데일리 등 좌우 망라한 인터넷신문

 

을 흔히 ‘중앙 언론사’라고 부릅니다. 

 

이곳들은 흔히 기자들끼리 이야기하는 언론고시를 통해 입사한 기자들이 다니지요(지들이 그렇게 부르니 우선 언론고시라 하겠습니다. 다만, 일부 인터넷 신문은 입사시험이 어려운 것 같지는 않지만, 기자단 소속이라는 점에서 행태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중앙 언론사의 특징을 살펴보면 우선 이들이 우리나라 대부분의 출입처를 장악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각 부처나 기관, 기업별 기자단 또한 이들이 중심이 되어 운영하고 있지요(기자단 회장은 투표로 하고, 간사는 따로 뽑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기레기란 누구인가 

 

제가 겪은 ‘중앙 언론사 기자들’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지금 시민들이 이야기하는 기레기 혹은 언레기들은 위에서 언급한 언론사 소속의 기자들이 대부분입니다. 이들은 대체로 출입처에서 만나 회사가 달라도 서로 선후배로 칭하고 다닙니다. 그리고 기자단 소속의 기자들은 기자단이 아닌 타 매체(주로 군소매체가 많습니다) 소속 기자들이 취재를 하려 할 경우 텃세를 부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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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례로 어떤 부서들의 경우, 군소매체 기자들이 보도자료 이메일 서비스 요청해도 들어주지 않는 경우도 몇 년 전까지 흔히 있었습니다(이것은 관훈에서 정상근 기자도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용어설명

관훈: 유튜브 채널 <김용민TV>의 코너 중 하나인 ‘관훈라이트’를 말함

 

지난해부터 문제가 된 검찰 및 법원 기자단뿐만 아니라 다른 부서나 기관들의 기자단도 텃세가 상당히 심한 편인데, 기자단 소속이 아닌 매체에서 기사를 낼 경우 해당 매체로 전화해서 지랄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이건 관훈에서 민동기 기자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고 하더군요. 보통 간사들이 전화를 하는데, 진짜 기분 더럽게 하는 인간들 많습니다).

 

작년 조국 사태 당시 장용진 기자가 페북에 글을 쓴 적이 있지요. 한겨레와 경향 기자들도 기자단 소속으로 부심 부리면서 군소매체 기자들 무시하는 경우 많았다고요. 제가 겪은 것은 보도자료 이메일 서비스 거절당한 정도였지만, 민동기 기자나 장용진 기자가 겪은 일은 사실상 인격 모독에 가깝다고 보시면 됩니다. 

 

제가 전문지 기자다 보니 가끔 기업체 관련 행사 취재를 갈 때가 있는데, 그때 중앙 언론사 기자들을 주로 보게 되는데요. 이들의 특징은 안하무인이라는 겁니다. 작년에 조국 장관 집 앞에서 기다리다가 짜장면 배달부 아저씨 보고 실실 쪼개면서 질문하는 기자들 보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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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MBC<PD수첩>

 

그 비슷한 광경 여러 번 봤습니다. 조국 장관 집 앞의 그 법조기자들, 언론계에서 별종도 아닙니다. 경제부에도 그런 기자들 많습니다. 가끔 기업체나 정부 부처, 공공기관 큰 행사에 취재를 하러 가면, 기자단 소속 기자들이 우르르 몰려올 때가 있습니다. 

 

질서 지켜가면서 차근차근 필요한 질문해도 될 텐데, 기자단 소속 기자들은 마이크 들고 설치면서 시끄럽게 구는 경우가 많습니다(그런데 정작 해당 산업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것이 없는 모양인지 질문 수준은 아주 처참합니다).

 

정부 경제부처 주관 행사 취재(2018년 10월이었을 겁니다)할 때의 일입니다. 저는 전문지와 저널 소속 기자들과 사진 촬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뒤에 어떤 중앙 언론사 기자들이 우리보고 비키라고 하더군요. 

 

그때 제가 "여기는 자리가 따로 정해진 것도 아니고 부처 공보팀이 아니면 당신이 그럴 권리도 없다"고 한 소리 했습니다. 제 옆에 다른 전문지와 저널 기자들도 거들었구요. 그러니까 뭐 씹은 표정 하더니 지가 비키더군요. 

 

나중에 공보실이랑 관계기관 홍보팀 관계자들 만나서 이야기하니까 원래 그런 애들이니 별 신경 쓰지 말라 하더군요. 자기들도 그런 경험 있었다구요.

 

 

J를 통해 보는 기레기 

 

중앙 언론사 출신 기자(J라고 칭하겠습니다)와 약 6개월 동안 일했던 경험 말씀드립니다. 우선 이 사람, 중앙 언론사 부심 장난 아니더군요. 저는 타 전문지에서 지금 회사로 이직했었습니다. J는 제가 지금 회사로 입사하기 전에 중앙 언론사에서 지금 회사로 이직을 했었구요.

 

먼저 들어왔던 신입 기자 말로는 J가 회사 기자들과 간부들 겁나 무시하더랍니다. 군소언론사 기자들이라고요. 저도 같이 일하다가 그런 모습 많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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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조선일보 김형원 기자로 J와는 무관한 사진임.

 

그런데 이 J가 정말 실력이라도 좋은 사람인가? 절대 아니라는 겁니다. 이 사람 40대 후반이었는데, 맞춤법과 띄어쓰기도 많이 틀립니다. 더 문제는 팩트체크도 제대로 안 되고, 예의는 전혀 모른다는 점입니다.

 

J가 저와 같은 팀이어서 취재대상이 같았는데, 처음 이직했을 때 정말 난감했습니다. 취재 대상이 산업 관련 협회 및 조합 등의 단체, 중소기업체 및 대표이사, 학회 교수 및 연구기관 연구원, 정부 부처 공무원 등이었습니다. 

 

그런데 협회와 조합에 취재를 갈 때마다 들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왜 있지도 않은 사실을 기사로 내느냐?"고요. 한 번은 어떤 조합에 갔는데, 홍보팀장이 저랑 얘기 좀 하자더군요. 그날은 이직한 지 얼마 안 되어 해당 조합에 처음 취재를 갔을 때입니다. 

 

우리 신문 기사를 보여주더니(J가 작성한 기사) 기사 내용이 자기들이 발표한 내용(그 조합에서 발행한 공문과 자료 보여주면서 이야기하더군요)과 전혀 다르게 나가서 황당하다고 하더군요. 자기네 조합 임원들과 이사장들도 어이없어하고 화도 난 상태였다구요. 

 

제가 대신 사과하고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회사 와서 J에게 그 이야기를 했더니 큰 문제 없다는 투로 이야기하더군요. 그때 저도 기자 생활 8년 차였는데, 그런 사람 처음 봤습니다. 

 

J가 어느 정도였냐면 한 번은 중소기업협동조합의 이사장과 인터뷰를 했는데, 그 기사에도 버젓이 틀린 수치(중요한 것은 오타도 아니고 자기 짐작으로 썼다는 겁니다. 조합 홈페이지에 공시된 자료가 있는데도 찾기 귀찮은지 자기 뇌피셜로 써 놨더군요)를 기재한 것도 모자라 이사장 말을 비틀고 하지도 않은 말까지 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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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날 그 조합에서 난리가 났고 조합 관계자가 우리 회사로 전화해서, 결국 제가 기사 수정해야 했습니다. 웃긴 건 J는 그때도 별문제 아니라는 식으로 대응했다는 겁니다.

 

 

갖다버린 예의

 

예절과 관련해서도 기억에 남는 게 있습니다. 보통 전문지의 경우 마케팅 사원이 따로 있기는 하지만 기자들이 업체랑 명함 주고받고, 취재 지속적으로 하면서 6개월 이상 지나면 특정 시기(창간호 발행이나 특집호 발행 등)에 광고 요청을 할 때도 있습니다. 보통 업체들도 언론사 사정 아니까 자기네 사정 고려해서 소액이라도 하는 경우가 많구요. 

 

광고 요청에도 원칙이 있습니다. 정식 방문을 통해 담당자에게 요청하던지, 공문을 접수하여 요청하는 것이 정석입니다. 그런데 J는 중소기업 임원이나 조합 임원들한테 문자로 "광고 한 번 하시죠?"라고 날렸더군요.

 

한 번은 대규모 전시회 취재를 갔었는데 조합 전무들과 단체 임원들, 기업체 임원들이 주최자 사무실에 모여 있더군요. 제가 필요한 게 있어서 사무실에 갔더니 아는 전무님이 저와 같이 갔던 동료를 부르셨습니다. 

 

무슨 일인가 하니 J가 조합 전무들과 임원들, 기업체 대표들한테 문자로 광고 요청을 했다는 겁니다. 다들 하나같이 "살다 살다 이런 새끼 처음 본다"고 하시더군요. 저랑 동료 둘이서 싹싹 빌고 나와야 했습니다.

 

보통 자신의 잘못으로 동료나 후배들이 곤란을 겪게 되면,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라도 하는 것이 정상입니다. 그런데 J가 미안하다고 하는 것, 한 번도 못 봤습니다.

 

작년에 KBS 법조팀이 김경록PB 인터뷰 왜곡하고도 뻔뻔하게 나와서 많이들 당황하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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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뉴스9>에 방송된 KBS 기자들과 김경록 PB의 인터뷰 장면 

 

그런데 저는 KBS 법조팀의 그 뻔뻔함이 어딘지 모르게 익숙했습니다. 이미 겪었으니까요. 제가 겪은 J라는 인간도 언론고시 통과한 중앙 언론사 출신이라고 목에 깁스를 한 것 마냥 뻔뻔한 적이 많았습니다. 

 

제가 볼 때 뻔뻔함은 중앙 언론사 기자들의 기본 덕목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들의 공통적인 생각은 아마도 "기자가 사과를 하는 것은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되며, 이는 언론의 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일 것입니다(사실관계만 정확하게 써도 신뢰도 올라갈 텐데 그 생각은 못 하나 봅니다).

 

웃긴 것 하나 알려드리자면 작년 조국 사태 때부터 조중동과 한경오, 경제신문, 공중파 기자들이 한 목소리로 했던 말이 있습니다. <저널리즘 토크쇼 J>와 <뉴스공장>에 출연했던 김준일 기자도 이야기했었구요. 

 

"언론의 가장 중요한 사명은 권력 비판이다"

 

J도 똑같은 말을 하더군요. 자기랑 취재 과정에서 마찰을 빚었던 조합 전무나 이사장, 기업체 대표들을 기사나 사설로 무지하게 씹어댔습니다. 근데 비판의 근거가 지 뇌피셜이어서 소송당할 뻔한 적도 있구요. 몇몇 조합과 업체들은 상당 기간 우리 신문사 기자들의 출입을 금지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언론이 비판적 기사를 쓸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사실에 근거했을 때 의미가 있는 것이지, 뇌피셜이나 근거 없는 허위에 기반한 비판은 '쓰레기 기사'일 뿐입니다. 이 때문에 문제 생겨서 수습하느라 당시 저랑 팀 동료, 편집국장이 무지 고생했습니다.

 

 

그들의 행태는 어디서 나올까

 

제가 직접 겪은 J와 스치면서 봤던 기자단 소속의 중앙 언론사 기자들, 그리고 시민들이 보는 기자들의 행태는 어디서 나온 것일까요? 

 

아마도 '나는 언론고시를 통과한 엘리트 기자'라는 선민의식에서 나온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선민의식을 가진 자들이 '기자단'이라는 집단을 형성하니 작년 조국 사태 때부터 봤던 언론의 광기 어린 행태가 나오는 것이지요. 

 

중앙언론사에 스텝(기자나 PD가 아닌 경영직 혹은 마케팅 담당 직원)으로 근무했던 사람에게 들었는데, 중앙언론 기자들은 선배들이 아예 취재처 담당자에게 반말하라고 가르치는 곳도 있다고 하더군요. <저널리즘 토크쇼 J>에서 유시민 이사장이 이야기한 적 있죠. 20대 후반 30대 초반 기자들도 장관한테 유 선배, 유 선배 한다고요. 

 

▲KBS <저널리즘 토크쇼 J>에서 방송된 유시민 이사장이 겪은 기자들 

 

제가 J와 취재한 곳은 대부분 중소기업이었습니다. 물론 중소기업이 문제가 많기는 하지만 앞서 언급한 조합 전무들이나 업체 대표들은 나름 괜찮은 사람들입니다. 적어도 법적, 도덕적으로 지탄받을 행태를 보인 적은 없는 사람들입니다. 

 

J가 저한테 늘상 하던 이야기 중 하나는 "구멍가게 상대할라니까 진짜 힘들다"였습니다. 그리고 편집국장과 간부들한테는 "나한테 대기업 취재 주면 한 달에 5천만 원은 받아온다"는 말도 하더군요. 

 

지금 생각하면 J는 중앙 언론사 기자로 대기업들에게 밥과 술 얻어먹고, 광고비 뜯던 시절의 영광에 취해서 자신에게 대접 안 해주면 그냥 못마땅하게 여기는 그런 사람이었던 것 같습니다.

 

 

마무으리

 

최근 받은 다른 질문에 대한 답변입니다. 일베 하는 기자가 많은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현재 한국 언론들의 행태가 삼성과 같은 거대 광고주나 사주의 압박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변명이라는 것입니다. 

 

기자협회나 언론노조에서는 광고주와 사주의 압박에 기자들이 힘드니까 징벌적 손해배상제 같은 제도를 도입하면 안 된다고 합니다. 제가 분명히 말씀드리는데 이거 완전 개소리입니다. 제가 있는 회사는 아예 협회 소속 회원 기업들이 주식을 상당 부분 갖고 있고, 사주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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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7일 한국기자협회보

 

물론 종합일간지와 전문지의 성격이 다르다고는 하지만, 지금 기자협회 등에서 하는 변명은 너무나 궁색하기만 합니다. 제 생각에 현재 언론의 행태에 기자들이 최소 50% 이상의 책임을 갖고 있습니다. 

 

아 웃기는 것 하나 더 알려드릴까요?

 

기자라는 인간들요. 전형적인 '강약약강'의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제대로 세게 나가는 사람들(민형사 소송을 걸거나 앞서 제가 한 것처럼 ‘당신이 뭔데’라는 식으로 나오는 경우)에게는 꼬리 내립니다. 

 

저는 조국 장관과 윤미향 의원, 추미애 장관 등이 적극적인 소송을 하는 것이 우리 언론을 개혁하는 데 가장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고, 이 분들이 지금보다도 더욱 강력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상입니다.

 

 

 

 

편집부 주

 

위 글은 자유게시판에서 납치되었습니다.

딴지일보는 삼진아웃 제도의 유구한 전통을 이어온바,

톡자투고 및 자유게시판(그 외 딴지스 커뮤니티)에 쓴 필자의 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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