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06. 26. 수요일
워크홀릭
글 줄 꽤나 읽었다는 버트런드 러셀은 자서전에서 자신의 생을 지배해온 세 가지 열정에 대해 말한다.
“단순하지만 누를 길 없이 강렬한 세 가지 열정이 내 인생을 지배해 왔으니, 사랑에 대한 갈망, 지식에 대한 탐구욕, 인류의 고통에 대한 참기 힘든 연민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열정들이 나를 이리저리 제멋대로 몰고 다니며 깊은 고뇌의 대양 위로, 절망의 벼랑 끝으로 떠돌게 했다.”
어쩜 그리 나랑 똑같은 생각을 했는지 모르지만... -_-; 인간은 파멸을 무릅쓰고라도 '상자 안에 들어있는 것'에 대한 궁금증을 풀고자 한다. 러셀만 그렇겠나? 나님도 그렇고 너님도 다 그렇지 않나? ^,.^
두둥~
국정원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의 대화록을 공개했다. 국가기록물에 관련된 법을 위반했다, 외교 관례 상 있을 수 없는 일이네 하는 우려의 소리가 들려왔지만...... 나는 오로지 그 전문이 보고 싶을 뿐이었다. 하악하악~ *_*
유닉스와 Linux에서는 null이란 장치가 존재한다. 어렵게 설명하자면 끝이 없지만 이건 마치 '블랙홀'과 같아서 뭘 집어 던져도 채워지지 않고 사라지는 가상의 장치다. 상식과 보편성이 파괴되는 NLL 논란을 보면서 공돌이인 나는 /dev/null을 떠올렸다.
cat 상식.txt 진실.jpg 보편타당함.avi > /dev/null
(이 커맨드의 결과는? 아무 것도 남지 않고 사라진다. 우리 사회의 NLL 논란이 마치 이렇지 않은가?)
이것이 대화록 전문에 대한 갈증의 또 다른 이유였다. 진실은 그리 허접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 그리고 그 믿음을 확인하는 과정의 두근거림...
내가 대화록을 열어 보면서 내내 들었던 생각은, 드넓은 세상을 조망하기 위해 NLL이 300배 확대되는 현미경을 집어 든 새누리당 어린이들에 대한 연민과 구국의 결단으로 이중 스파이의 위험하고 고단한 삶을 마다하지 않고 본 대화록을 공개한 국정원에 대한 감사였다. 암만 생각해도 국정원은 국정 운영의 교과서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존경심을 일깨워서 수년간 대한민국을 퇴행시키고 있는 정권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주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2007년 당시 남북정상회담이 단지 NLL로 시작해 NLL로 끝난 것처럼 대국민사기를 자행해온 새누리당의 행태에 분노를 금할 수 없기에 나 또한 똑같이 갚아주려 한다. 후-_-훗. 내 멋대로 정한 남북정상회담의 결정적 순간들을 살펴봤다. NLL? 그건 아무 것도 아녀~ -_-;
1. 김정일의 자주, 노무현의 자주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중 노무현 대통령은 남측이 자주적이지 못하다는 김정일의 말(약간의 도발을 통한 심리전 측면도 있음)에, '북측 위주의 시각으로 보면 북한 빼고 어느 나라도 자주적이지 못한 꼴이 된다. 무기만 생각 말고 미국이 갖고 있는 경제적 저력 등을 감안해 미국과 관계 유지해야 한다'고 설득한다.
아래 실제 대화 내용을 보자.
김정일: 그럼. 대통령께서도 제기하신 바와 같이 한 달 이내로도 총리 급 회담과 동시에 국방장관 회담을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역시 선언적인 이런 문건이 암만 좋은 거 나가건 안 나가든지 간에 집행을 하자고 하면, 경협문제 같은 것도 총리 급에서 논의돼야 되지 정상수준에서 암만 합의 봤다 해도 집행단계는 총리 급에서 해야 되기 때문에 총리 급 회담이 있어야 하지 않겠나. 지금 상급회담도 제대로 되지 않는데 정세에 따라서 했다 말았다 하기 때문에 난 바로 그 문제 생각했습니다. 남쪽 사람들이 자주성이 좀 있어야 되지 않겠는가. 자꾸 비위 맞추고 다니는 데가 너무 많다, 난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자주성 있게 우리 민족 내부의 문제면 우리 민족 내부의 문제로 국한시켜서 하자 이렇게 하면 되겠는데 조금 자주성보다도, 자주성이 없다고 하면 너무 인격 모욕하는 것 같은데 좀 이렇게 눈치 보는 데가 많지 않은가. 좋게 말하면 눈치 보는 데가 많고, 우리 입장에서 보면 자기 주견대로 말을 못하는가 이렇게 내가 생각했습니다. 대통령: 자주의 문제를 많이 제기하시는데... 영국의 토니 블레어의 말하자면 자문을 하는... 그 양반 이름이 누구지... 예, 기든스라는 사람의 책을 보니까 영국이 미국에 너무 의지하지 말고 좀 자주적으로 가라... 그리고 유럽을 중시하라... 이렇게 조언을 해 놓은 것을 봤습니다. 마찬가지로 두 가지로 볼 수 있는데... 영국도 보기에 따라 자주적으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게 보면은 그 수준으로 올려버리면 세상에 자주적인 나라가 북측에 공화국 밖에 없고... 나머지는 다 덜 자주적인 나라가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우리가 미국에 의지해왔습니다. 그리고 친미국가입니다. 사실... 객관적 사실입니다. 그것이 해방될 때... 그리고 분단정부를 세우는 과정에서 그리고 한국전이라는 과정을 거치면서 이렇게 역사적으로 형성되어 온 것이어서 남측의 어떤 정부도 하루아침에 미국과 관계를 싹둑 끊고 북측이 하시는 것처럼 이런 수준의 자주를 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중략) 대통령 : 우리가 선진강국이 되자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하고 적대관계, 관계정상화 풀어야 되고요. 일본하고도 아니꼬워도 문제를 풀고 가야 합니다. 남북이 말하자면 완전한 협력관계에 들어서고 북측이 국제관계에 들어서고 나면 쫓아내지 못하거든요. 지금은 세게 하면 고립이 되지만, 자리를 잡고 난 뒤에 세게 하면 자주가 되거든요. 자주가 고립이 아니라 진짜 자주가 될 수 있도록 그렇게... 김정일 : 옳습니다. 노 대통령님의 견해를 충분히 알았습니다. |
2. NLL? 평화와 경협, 자본주의 대통령의 포석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보면 노무현의 NLL 접근은 정확한 손익기반 위에 있다. (북한)한강하구의 골재 채취를 김정일에게 받아냈고, 심지어 북의 군사요충지인 해주 전체를 공동경제구역으로 만들어 나가려 한다. 급기야 김정일은 계속 심층적 회담을 피하고 미루는 모습을 보이고 만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대로는 갈 수 없다고 반은 농으로, 반은 압박으로 물고 늘어진다.
실제 대화는 이랬다.
대통령: 오후 시간 내주시는 게 그렇게 어려우시면 나도 내려 갈랍니다. 김정일: 그럼 앞으로 자주 만나자고 했으니까, 자주 안건이 생기면 오시면 되지 않습니까. 대통령: 자주는 다음 일이고 이번 걸음에 차비를 뽑아가야지요, 무슨 말씀입니까. 그리고 실제로요, 서해 문제는 깊이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위원장님 말씀도 듣고요. 김정일: ‘서해 문제도 군사회담에서 꼭 상정되고 긍정적으로 해결하도록 했다’ 이렇게 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김양건: 아무래도 군사 분야는 군 사이에 많이 논의되어야 하니까... 김정일: 남측의 서해 문제에 대한 실질적인 요구는 무엇입니까? 대통령: 남측의 요구라기보다는, 나는 그 부분이 우발적 충돌의 위험이 남아있는 마지막 지역이기 때문에 거기에 뭔가 문제를 풀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NLL이라는 것이 이상하게 생겨 가지고, 무슨 괴물처럼 함부로 못 건드리는 물건이 돼 있거든요. 그래서 거기에 대해 말하자면 서해 평화지대를 만들어서 공동어로도 하고, 한강하구에 공동개발도 하고, 나아가서는 인천, 해주 전체를 엮어서 공동경제구역도 만들어서 통항도 맘대로 하게 하고, 그렇게 되면, 그 통항을 위해서 말하자면 그림을 새로 그려야 하거든요. 여기는 자유통항구역이고, 여기는 공동어로구역이고, 그럼 거기에는 군대를 못 들어가게 하고. 양측이 경찰이 관리를 하는 평화지대를 하나 만드는, 그런 개념들을 설정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문제이지요. 그래서 해주특구라는 것은 그것 때문에 들어가는 것이지 실제로 한국경제가 지금 더 바쁘게 중요한 것은 조선입니다. 이 조선 부분이 파급효과가 크거든요. 조선 하나 하려면 각종 부품공업이 먼저 일어나야 하는데, 그 부품 공급이 해당 공단에서도 만들어져야 하지만, 사람이라는 것이 몇 년 하고 나면 독자적으로 공단 안에서 밖에서 북측 인민들이 창업을 하게 되지 않습니까? 작은 공장들 창업하고, 그렇게 해 나가면서 파급효과가 굉장히 큽니다. 우리도 지금 점차 중국에서 푸대접을 받기 시작하거든요, 조선 부품이라든지, 부분 조립하는 소위 블록공장에서 푸대접을 받고 있어서 우리도 중국 아닌 다른 쪽으로 가야 됩니다. 그래서 일부는 필리핀으로 가고, 다른 데로 가야 되는데, 한국 조선공업 하는 사람들은 북측에서 이것만 열어주면 그야말로 북측 경제에 획기적인, 기술이전이라든지 효과가 굉장히 크거든요. 그거 하자면 발전문제도 해결해야 하고, 조선단지를 위해서 발전소 하나 지으면 기왕이면 크게 짓고, 수리하고 키우고 해서 주변 문제, 전력문제까지 해결하는 것이지, 결코 특구 가지고 그것만 파먹고 도망가는 그런 방식으로 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개성에서 지금 우리가 10만㎾ 쓰고 있는데, 40만㎾까지 송전이 가능합니다. 해주까지 뻗어서 갈 수 있고, 개성의 인력 문제가 앞으로, 지금 1차 완공되면 그 인력은 괜찮은데, 2차로 3백만 평 들어가면 인력이 부족하거든요. 그 사람들 주택을 다 지어야 하는데, 주택 지을 계획도 우리가 없고, 주택문제, 출퇴근 문제 등 북측 인민들이 개성으로 이사를 와야 되느냐, 아니면 상당부분 해주 같은 데서 문제를 해결해야 되느냐, 이런 문제들이 우리가 걱정입니다. 김정일: 그거 오후에 하지요 뭐. 오후 1시간 정도. 1시간 반 정도 예견해서... 오침 계시지요? |
3. 은밀하게 섬세하게
진정한 보수 대통령이 어떤 모습인지 바로 연상되지 않는다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보라. 대한민국의 보수 대통령이 어떠한 사람이어야 하는지 해답지를 보게 된다. 대한민국의 기업과 기간 산업을 지키기 위한 고민, 그 고민이 그를 전문가다운 식견을 갖게 했다. 그리고 촘촘하고 충분한 데이터로 상대를 설득한다. 필요하다 생각하는 것은 주춤거리지 않고 강력하게 요구한다.
김정일: 정주영씨가 그거 폐선업하면서 원산 와보고 거기다 우선 1차적으로 해보자. 한 두 번 해보다가 수지 안 맞으니까 그 다음에 통천으로 하겠다. 그곳은 자기 고향이니까 거기에다 한번 차려보겠다 했는데 그러고 말았습니다. 대통령: 지금은 남측의 조선업이 전체적으로 위기로 가고 있습니다. 중국이 쌔게 치고 올라온다고 보니까요. 우리의 LNG탱크선 이라든지 이런 고급기술을 갖고 있기 때문에 금액 쪽으로는 중국에서 따라올지 모르겠지마는 물량으로써는 중국이 앞서 있지요. 우리가 이제 고급화 해가지고, 북측과 협력을 해가진다고, 한 블록을 중국에서 만들어가지고... 그런 것들이 얼마든지 김정일: 그건 경제인들에게 앞으로 총리 급 회담에서라든가 상급회담에서... 동의합니다. 조선업에 대한... 대통령: 조선단지... 뭐... 이런 정도로만... 표현, 말씀해 주시면 나머지 문제는 구체적으로 우리들이... |
김정일: 예. 이번에 뭐 선언문이라고 보도하나? 김양건: 원래는 선언문을 좀 토론했는데... 합의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저 공동보도문으로 각기 표기하고 보도하는 것이 좋지 않겠나... 하고 생각합니다. 대통령: 선언으로 해주십시오. 김만복(국정원장): 7천만 국민들이 다 기다리고 있고 두 분 정상분을 쳐다보고 계십니다. 김정일: 6.15 선언과 대등한 선언이라는 뜻인지요? 대통령: 그렇지 않습니다. 후속 선언이죠. 이재정(통일부장관): 6.15 선언에 기초해서 발전되는... 대통령: 선언 많이 합니다. 중소 간에도 선언했고 한중 간에도 선언하고 이재정: 두 분 정상께서 처음 만나셔 가지고 이렇게 많은 합의를 하셨는데 그것을 선언으로... 하셔서 6.15 선언의... 대통령: 한 걸음 앞서가는 것 아니겠습니까? 실무적인 회담은 아니니까요. 김정일: 선언하는데... 그저 오늘 합의된 것... 그것 다 조항에 다 넣으시오. 김만복: 예 그러겠습니다. 김(양건)부장하고 협의해서 넣겠습니다. 김양건: 이번에 저희들이 선언을 기본 큰 선에서 선언문 제기했더랬는데... 김정일: 조금 실무적인 문제들이 들어가겠구만. 김양건: 이제 제기된 문제들... 합의한 문제들을... 김정일: 합의한 문제를 무게 있는 문장을 잘 만들어서 희망을 주고... 대통령: 안되면 또 부속서를 만들어 가십시다. |
워낙 방대한 양이고, 외눈박이 언론들이 두 눈 멀쩡한 국민들을 현혹하고 있어서 더 이상의 디테일을 내보내는 것은 오히려 글 읽기의 피로함을 더하지 않을까 싶어 이만 적어야겠다. 아... 나의 인생을 지배해 온 또 한 가지. 귀차니즘. -_-;;
2013년 대한민국에서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분열과 편견, 증오가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올바른 상식과 지혜를 가진 국민이 뽑았던 대통령, 살아있는 민주주의 정권이 어떻게 국가를 운영했는지, 북한이라는 삼키지도 뱉지도 못하는 뜨거운 감자를 어떻게 요리해 나갔는지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역시, 과거의 우리는 현명했었다. 우리가 현재와 미래에도 현명해야 할 이유를 찾아 기쁘다. 졸라!
끗~
P.S
어떤 시각으로 이 대화록을 볼 것인가? 백 인의 사람이 모두 다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새누리는 NLL로 빨간색을 덧칠한 대화록을 흔들어 대며 국민을 기만했다. 나는 기만하고 싶지 않다. 고로, 전문.txt 를 링크한다. ^_^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879389&PAGE_CD=00000&CMPT_CD=E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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