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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홍콩은 북유럽 국가처럼 옛날부터 ‘청년정치’가 자리 잡은 곳은 아니다. 살아보면 알겠지만 북유럽과 비슷한 면은 아무것도 없다. 어떤 면에서는 우리나라보다 청년정치가 자리 잡기 힘들다. 집값이 너무 비싸서, 결혼하기 전까지 ‘자립’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웬만한 원룸 고시텔이 한국 돈으로 70~80만 원 정도 하니 말 다했다. 대학교 기숙사가 그나마 ‘자립’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인데, 기숙사 지을 땅이 모자라서 학생회가 “신입생들에게는 기숙사 생활을 할 기회를 줄 것”이라고 학교 규정에 박아놓을 정도다. 홍콩에서 ‘청년정치’라는 것은 그만큼 이례적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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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한국의 국회의원과 홍콩의 입법회의원의 평균 나이를 보자.이번 홍콩 6대(2016년) 입법회의원들의 평균나이는 46.8세로, 5대(2012년) 입법회에 비해서 8년 정도 젊어졌다. 이에 반해 대한민국 20대(2016년) 국회의원들의 평균 나이는 55.5세로 역대 최고라고 한다.


최근 4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총 네 가지 사건이 있었다.



1. 우산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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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진짜 보통선거를 원한다!”


우산혁명은 2014년 가을에 일어났다. 벌써 2년이 된 이 우산혁명은 왜 발생했는가? ‘행정장관 직선제에 대한 번복’이 가장 큰 원인이다.


홍콩은 1842년 1차 아편전쟁 이후 영국에 의해 ‘만들어진 도시’다. 주나라 때, 송나라 때 사람이 살던 흔적이 있긴 하지만 지금의 홍콩 같은 대도시 개념은 아니었다.


1842년, 영국은 1차 아편전쟁을 통해 중국으로부터 홍콩 섬을 얻음 (난징조약)
1860년, 영국은 2차 아편전쟁을 통해 구룡반도를 얻음 (베이징 조약)
1898년, 영국은 홍콩 경계 확대 조약을 통해 99년 동안 ‘신계’ 지역을 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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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이 홍콩을 식민조차지로 지배했을 때 홍콩엔 ‘민주주의’라는 게 없었다. 홍콩은 영국의 식민정부가 다스리는 곳이지 홍콩시민이 다스리는 곳은 아니었다(근데 민주주의 외치면서 영국통치시절로 돌아가자는 분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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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이 무슨 착한마음이 들어서였는지 1970~80년대의 홍콩내의 민주화 운동에 힘입어(여기에 대한 연구는 많이 해보지 못했다. 연구자료를 찾으면 올리겠다), 홍콩이 반환되기 직전인 1991년, 처음으로 입법회의원 직접선거가 진행되었다. 그럼에도 행정부 수반은 아직 ‘식민지 총독’이였다.


홍콩반환에 대한 합의는 1984년에 이미 진행되었는데, 과연 정치적인 계산이 없었을까? 예를 들면 중국을 ‘민주주의’로 견제하겠다는? 당시 영국은 대국(大國)에서 물러난 지 오래되었지만, 마가렛 대처의 생각은 조금 달랐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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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가렛 대처와 덩 샤오핑


1997년 7월 1일, 홍콩은 대영제국에서 중화인민공화국으로 반환된다. 중국 당국은,


‘일국양제(一国两制. One Country Two System)’


같은 중국이지만 2047년까지, 50년 동안은 다른 정치, 경제, 사법 체제를 유지하기로 약속했다. 거기서 나온 것이 홍콩의 헌법인 ‘홍콩기본법(香港基本法. Hong Kong Basic Law)’되겠다. 홍콩기본법은 중국당국과 홍콩당국(?)의 합의에 의해 만들어 진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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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되는 것은 홍콩 행정장관에 대한(홍콩특별행정구 행정부 수장) 홍콩기본법 45조다. (참고로 홍콩 행정장관은 대한민국 대통령만큼 강력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이것도 나중에 다룰 예정임)


Article 45


The Chief Executive of the Hong Kong Special Administrative Region shall be selected by election or through consultations held locally and be appointed by the Central People's Government.


The method for selecting the Chief Executive shall be specified in the light of the actual situation in the Hong Kong Special Administrative Region and in accordance with the principle of gradual and orderly progress.


The ultimate aim is the selection of the Chief Executive by universal suffrage upon nomination by a broadly representative nominating committee in accordance with democratic procedures.


The specific method for selecting the Chief Executive is prescribed in Annex I: "Method for the Selection of the Chief Executive of the Hong Kong Special Administrative Region".



번역을 하면,


45조


홍콩 행정장관(Chief Executive of the HKSAR)은 선거나 지역의 합의로 선출되어야 하고, 중앙인민정부(중국당국)의 임명을 거쳐야 한다.


홍콩 행정장관의 선출 방법은 홍콩의 실제 상황과 순차적인 원칙과 규정(循序渐进的原则而规定)을 따라야 한다.


선출방법의 궁극적인 목표는,


1. 포괄적으로 대표성이 있는 지명위원회의 후보 지명
2. 보통선거에 의한 홍콩 행정장관의 선출
3. 이 모든 절차는 민주주의의 원칙을 따라야 한다.


홍콩 행정장관의 선출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부록 1을 참고한다.



부록 1은 선출 방법, 선거위원회의 구성, 후보 지명 방식, 부록 1을 개정하는 방법 등을 나열하고 있다(현행 간접선거에 관한 내용).


원문을 간단하게 요약하면,


1. 홍콩 행정장관은 선거위원회 위원들이 선출한다.


2. 선거위원회는 1200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3. 기업계 (산업, 상업, 서비스업, 금융업) 대표 300명, 전문업 (교사, 의사, 변호사 등등) 대표 300명, 기타 (노동, 예능. 종교 등등) 대표 300명실업자는 무시하냐, 정치인들(입법회의원,구의원, 전국 인민 대회 홍콩 대표, 인민 정치 협상 회의 국가위원회 홍콩 대표) 300명


4. 선거위원회의 임기는 5년이다.


5. 홍콩 행정장관의 후보들은 선거위원회 위원 중 최소 100명의 동의를 얻어야 된다.


6. 홍콩 행정장관의 선출방법에 대해 개정이 필요할 땐,

a. 2/3이상 입법회의원의 동의를 얻을 것
b. 홍콩 행정장관의 동의를 얻을 것
c. 전국 인민 대회 상무위원회의 동의를 얻을 것


위의 기본법 45항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보통선거’에 관한 언급이다.


선출방법의 궁극적인 목표는,


1. 포괄적으로 대표성이 있는 지명위원회의 후보 지명
2. 보통선거에 의한 홍콩 행정장관의 선출
3. 이 모든 절차는 민주주의의 원칙을 따라야 한다.


선출방법의 ‘궁극적인 목표’를 언제,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 기본법 45조의 포괄적인 내용을 누가,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이걸 놓고 정치세력은 건제파(建制派. Pro-establishment)와 민주파(民主派. Pro-Democracy)로 나뉜다. 중국 당국과의 협력을 강조하는 건제파와 중국과는 상관없이 홍콩에서의 민주주의를 우선시 하자는 민주파. 저번 기사에서 말했듯이 홍콩 입법회는 직선제와 간선제의 혼합이기 때문에 민주파가 대중적으로 지지를 받더라도 실제정치에서는 건제파가 더 강력하다.


여기서도 직선제를 더 늘리고 간선제를 더 줄이는 논의가 있었지만, 정치라는 것이 항상 다수결이나 다수의 횡포로 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홍콩 기본법 45조는 중국 당국과 홍콩시민들의 약속이기 때문에 대략 6차 선거가 실시되는 2017년을 직선제 전환 시기로 보고 있었다.


그리고 2014년 여름, 2016년 입법회의원 선거와 2017년 행정장관 선거에 대해 전국인민대회(중국 국회 격) 상무위원회가 나름대로 절충안을 제시했다.


1) 홍콩 행정장관은 자기나라와 [중화인민공화국] 홍콩특별행정구를 사랑하는 사람일 것.
2) 현행 선거위원회는 ‘후보지명위원회’의 역할을 한다.
3) 후보지명위원회는 2~3명의 홍콩행정장관 후보를 지명한다.
4) 홍콩행정장관 후보는 후보지명위원회의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5) 당선된 홍콩행정장관 후보는 중국 중앙인민정부의 임명을 받아야 한다.


즉, 기존의 ‘선거위원회’에서 먼저 뽑고, 홍콩시민의 보통선거로 행정장관의 권력을 정당화만 하겠다는 거다. 학급선거로 치면 선생님이 지정한 범생이들 2~3명 가운데서 고르라는 격.


이게 직선제고 보통선거냐?


홍콩 어느 모 대학의 경영대 학장은 이 제도를 통해서 홍콩시민들이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가 학생들한테 욕을 먹었다고 한다. 당연한 거 아냐?


이것을 계기로 몇 십 년간을 참아 왔던 홍콩시민들이 들고 일어났다. 그리고 우리나라 80년대처럼, 홍콩의 대학생들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음기사에 다룰 것들]


1-2. 왜 청년들은 길거리에 나오게 되었나
1-3. 우산혁명의 가을 (분량조절 실패 죄송합니다)
2. 커즈웨이베이 서점장 납치 사건
3. 2015년 구의원 선거
4. 2월 보궐선거




지난 기사


우산혁명 청년들의 정치 데뷔





편집부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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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딴지일보 챙타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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