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08. 11.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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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차고 넘치면 자연적으로 비교·분류작업을 하고, 그중 힘차게 가지를 치고 뻗어나간 부분들은 홀로서기를 시작합니다. 그들은 스스로 일가를 이루거나 때로는 시들어 무너지고 잊히기를 반복하죠. 그러면서 ‘체계’라는 게 잡혀 상황이 대충 정리됩니다. 물론 그 정리된 상황 역시 정반합의 과정 속에 있으므로, 다른 모양과 성격으로 발전하고, 갈려 나가고, 전이되고, 부식·부패되어 붕괴되면서 다음 단계를 향해 진화해 나갑니다. 역사 속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장면이죠. (그 과정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게 개신교의 분파과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개신교 자체도 카톨릭의 분파였지만, 장로교, 감리교, 침례교, 몰몬교, 제7일 안식교로 나뉘었고, 거기서 갈래를 쳐 수백 수천 개의 별도 교단들로 세분화 되었습니다. 그건 유일신 사상을 기저에 깔고 있던 기독교가 마치 교단들의 수만큼 신이 있는 종교인 것 같은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물론 그게 개신교만이 갖고 있는 문제는 아니죠. 뭐, 그렇다는 얘기입니다)
그에 반해 인도네시아의 귀신들은 정반대인 것 같습니다. 고대왕국들이 통합과 분열을 반복을 통해 오늘날의 인도네시아가 성립되기 전, 다양한 인종과 문화를 가진 만큼 그들의 토착신앙에 기인한 신과 악마의 이야기들이 지역마다 전승되어 내려왔습니다. 시간이 지나며 각 지역의 전승이 서로 만나 차이점을 부각시키기도 하고 영향을 주고받기도 하면서 언젠가부터 상당히 유사해졌고, 융합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 일례로 수마트라 미낭까바우(Minangkabau)의 귀신 빨라식(Palasik)과 깔리만탄의 꾸양(Kuyang)이 있습니다. 머리만 둥둥 떠다니며 피를 빨아먹는 귀신으로, 태아나 갓난아기를 잡아먹습니다. 빨라식은 출산 중 죽은 갓난아기의 무덤에 파고 들어가 포식하기도 합니다.
머리만 둥둥 떠다니는 게 한국의 달걀귀신이나 일본의 누케구비 등과 비슷하지만, 꾸양이나 빨라식은 그림과 같이 목 밑으로 폐나 창자 같은 내장을 드러내는 등 독특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형태의 귀신은 인도네시아뿐 아니라 동남아 다른 나라들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데 말레이시아에서는 뻐낭갈(Penanggal)이라 부르고, 태국에서는 크라슈에(Krasue), 캄보이다에서는 압(AP. 발음이 맞는지에 대해선 자신 없음)이라고 부릅니다.
자바 지역의 바나스빠띠(Banaspati), 끄마망(Kemamang), 구눙끼둘(Gunung Kidul) 지역의 뿔룽간뚱(pulung gantung) 같은 귀신들도 각각 고유한 특징이 있지만, 공중을 돌아다니는 불덩어리 같은 도깨비불의 형태로 나타난다는 공통점을 가집니다. 이들도 몇 세기 정도 시간이 지나면서 상관관계가 생기고 에피소드를 공유하면서 어떤 식으로든 나름의 체계가 갖추어지겠죠.
이런 과정을 통해 꾼띨아낙처럼 하나의 통일된 관념이 성립된 전국구 귀신이 되면, 분파가 나뉘듯 유명한 에피소드들을 중심으로 지역별 간판스타들이 나섭니다. 전에 언급했던 안쫄다리의 씨티아리아의 유령이나 카사블랑카터널의 붉은 가운 여자귀신이 대표적이죠. 다리가 잘려 자카르타 시내 찝또망운꾸수모 병원에서 오늘도 밤마다 배로 기어 다니는 간호사 귀신 수스터르응예솟(Suster Ngesot), 얼굴에 눈코입이 없는 여인 한뚜 무까라타(Hantu Muka Rata)와 같은 선수들도 등장합니다.
그런 꾼띨아낙의 대표선수들 중 자바지역의 전설에 ‘순델볼롱(Sundel Bolong)’이라는 귀신이 있습니다. ‘순델(Sundel)’이란 창녀를 뜻하는 자바어고, ‘볼롱(Bolong)’은 구멍이라는 뜻입니다. ‘몸에 큰 구멍이 난 창녀’라고 번역할 수 있죠. 순델볼롱은 임신을 하고 있던 중에 겁탈에 생매장까지 당한 여자가 무덤 속에서 아기를 낳는다는 스토리를 갖고 있습니다. 스토리의 전개상 꾼띨아낙과 많이 닮아 있으면서도 꾼띨아낙과는 결정적인 차이를 보입니다. 그녀의 긴 머리칼로 덮일 듯 말 듯 한 등 부분에 등뼈와 내장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커다란 구멍이 나 있다는 점입니다.
까라왕(Karawang)지역 출신으로부터 들은 순델볼롱의 전설은 자바의 한 국왕이 아름다운 후궁을 맞이하면서 시작합니다. 그 여인은 덜컥 왕의 후사를 임신하였고, 정실인 왕비의 시기심이 불타오릅니다. 왕비는 용한 두꾼을 불러 들여 후궁에게 돌이킬 수 없는 산뗏저주를 겁니다. 출산하던 날 아기가 난산 끝에 산모의 등을 뚫고 나오도록 했던 것입니다. 왕비의 저주에 의한 비자연적인 죽음은 후궁을 귀신이 되어 돌아오게 만듭니다. 뱀파이어에게 피를 빨리거나 늑대인간에게 물려 죽으면, 천리를 어긋난 죽음의 방식 때문에 피해자도 뱀파이어나 늑대인간이 되어 돌아온다는 서양의 믿음처럼 말입니다.
어쨌든 등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었다는 사실로 인해 그녀의 원혼을 ‘순델볼롱’이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왕후입장에서는 그 후궁을 ‘창녀’라 부르고 싶었을 만한 이유를 짐작할 수 있는 바, 누가 작명했는지도 충분히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한편 국왕은 밤마다 찾아와 왕궁이 떠나가도록 간드러진 웃음소리를 내는 그 귀신이 자신이 사랑하던 후궁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때마침 국왕을 찾아온 영험한 울라마는 그 원혼이 왕국에 파국을 가져오게 될 것임을 예언했지만, 간절히 도움을 구하는 국왕의 요청을 뿌리치지 못했습니다. 그날 밤 순델볼롱과 마주친 울라마는 순델볼롱의 정수리에 커다란 나무못을 박아 넣습니다.
이게 훗날 ‘빠꾸 꾼띨아낙(Paku Kuntilanak. 원혼의 대못)’이라 불리는 귀신입니다. 인도네시아인들은 여자원귀의 정수리 어느 일정지점에 대못을 박아 넣으면 귀신의 능력을 제한하고 원혼을 사실체화하여 구속하고 컨트롤 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머리에 못이 박힌 순델볼롱은 음산한 원혼이 아닌 예전의 그토록 아름답던 후궁의 모습으로, 완전한 인간의 형상으로 돌아옵니다. 가히 환생이었죠. 그러나 그것은 사람들의 시점일 뿐이었습니다. 비록 시전자의 능력에 묶여 말하는 대로 순순히 따르고 있었지만 그녀의 본성은 여전히 꾼띨아낙이었으니까요. 그녀의 정수리에 박힌 대못이 그 본성을 짓누르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국왕으로서는 그것으로 충분했습니다. 그토록 사랑했던 후궁이 그렇게 울라마의 도움으로 예전의 아름다웠던 모습 그대로 다시 돌아왔으니 말입니다. 국왕은 그녀를 다시 맞아들여 총애했고 왕궁과 왕국에는 다시 평화가 돌아왔습니다. 왕후만 빼고 말입니다. 왕궁의 축제분위기 속에서도 자신을 바라보는 후궁의 섬뜩한 눈빛에 왕후는 오금이 저리도록 무서웠습니다. 왕후가 예의 두꾼을 호되게 질책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그 두꾼 역시 한 번 죽였던 후궁을 얼마든지 다시 죽일 능력이 있음을 증명해 보여야만 했습니다.
그녀가 귀신 순델볼롱으로 되돌아간다면 국왕이 더 이상 그녀를 총애할 리 없었습니다. 두꾼은 모든 계략과 술법을 발휘한 끝에 모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후궁의 정수리에 있는 대못을 뽑아냅니다. 그러나 그 이후의 일들은 두꾼이나 왕후의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무시무시한 순델볼롱의 모습으로 돌아간 그녀는 이제 더 이상 아무런 주저도, 미련도 없이 그녀의 원한을 왕궁에 철저히 쏟아 붓기 시작했고, 예전에 울라마가 예언했던 것과 같이 왕국도 파국으로 치닫기 시작했습니다.
능력 있는 두꾼들은 꾼띨아낙의 머리에 대못을 박아 자기 수하로 부린다는 얘기가 있고, <빠꾸 꾼띨아낙>이란 제목으로 몇 년 전 영화화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순델볼롱은 그 영화에 등장하지 않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일반적으로 알려진 순델볼롱의 얘기는 물론 이 까라왕에서 들은 전설과는 사뭇 다릅니다.
Sundel bolong berupa sosok wanita yang punggungnya berlobang. Jika kita berhadapan, baunya sangat wangi, tapi kalau beliau berbalik badan, akan menebarkan bau busuk dan amis. Ia suka berkeliling di tempat-tempat ramai. Suka membujuk para pria berhidung belang untuk berhubungan sex. Konon, ia adalah bekas tandhak, ledhek, penari, atau WTS yang mati secara mengenaskan, akibat disia-siakan laki-laki hidung belang itu juga.
순델볼롱은 등에 구멍이 난 여자귀신이다. 마주 볼 때엔 향기가 풍기지만 등을 돌렸을 때엔 썩은 비린내가 진동한다. 순델볼롱은 사람이 붐비는 곳에 자주 출몰하고 바람기 있는 남성들을 홀려 성관계를 맺으려 한다. 순델볼롱은 댄서 또는 창녀로 묘사되며 바람둥이 남자들에 의해 비극적으로 살해된 원혼이다.
Menurut kepercayaan masyarakat setempat bahwa hantu ini bisa diubah menjadi manusia dengan syarat melakukan ritual dan menancapkan paku tepat di atas ubun-ubunya. Alhasil barang siapa yang menikahinya maka secara tiba-tiba orang yang menikahinya bisa kaya mendadak.
민간의 믿음에 따르면 일정한 조건 하에서 원혼의 정수리 일정 부분에 대못을 박으면 인간이 되게 할 수 있으며, 순델볼롱과 결혼하면 단기간에 부자가 될 수 있다고도 한다.
흥미롭죠? 또 다른 곳에선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Sundel bolong dalam mitos hantu Indonesia digambarkan dengan wanita berambut panjang dan bergaun panjang warna putih. Digambarkan pula terdapat bentukan bolong di bagian punggung yang sedikit tertutup rambut panjangnya sehingga organ-organ tubuh bagian perut terlihat. Dimitoskan hantu sundel bolong mati karena diperkosa dan melahirkan anaknya dari dalam kubur. Biasanya sundel bolong juga diceritakan suka mengambil bayi-bayi yang baru saja dilahirkan.
전설에 따르면 순델볼롱은 머리칼이 길고 흰색 긴 가운을 입은 귀신으로 등에 큰 구멍이 뚫려 있다. 긴 머리칼 덕분에 일부 가려지긴 하지만 몸 안의 내장들을 들여다 볼 수 있다. 순델볼롱은 겁탈당한 끝에 살해당했고 무덤 속에서 아기를 출산한다. 그래서 갓난아기들을 납치해 가곤 한다.
그래서 자바지역의 많은 부모들이 순델볼롱이나 꾼띨아낙들의 접근을 차단하려고, 갓난아기의 머리맡에 코란이나 야신의 편지를 놓아두곤 합니다.
한편 순델볼롱은 감수성이 예민하고 자존심 강한 귀신이어서 등의 구멍을 매우 부끄러워해 자신의 머리칼로 덮어 가리려 무척 애를 쓴다고 합니다. 또 남자가 자신의 유혹을 거절하면 격분하여 그 남자의 고환을 떼어가 버린다고도 하죠. (갑자기 소름이 돋습니다)
보통 순델볼롱은 야간에 홀로 한적한 곳을 걸어가는 아름다운 여인으로 묘사되곤 합니다. 그런 여인들은 예나 지금이나 성추행범의 타겟이 되기 쉬운데, 순델볼롱의 전승은 남자들에게 공포감을 주어 시골이나 숲길을 부득이 혼자 다녀야 할 여인들을 납치·겁탈로부터 지키는 의도도 있었다고 보입니다.
순델볼롱의 얘기는 관련된 많은 영화들 중에서도 1981년 시스워로 가우타마뿌뜨라 감독(Sisworo Gautama Putra)과 2007년 하눙 브라만티요 감독(Hanung Bramntyo)에 의해 제작된 <술델볼롱의 전설 (Legenda Sundel Bolong)>이 가장 유명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수잔나(Suzzanna)가 주연한 1981년 작을 더 좋아합니다.
수잔나는 인도네시아의 80년대를 풍미했던
여배우로, 명실상부 인도네시아의 호러퀸이었습니다.
독특한 분위기의 눈빛이 매우 인상적이며,
실생활에서도 개인적으로 여러가지
신비로운 의식을 행했다고 전해집니다.
임박한 저주를 피하기 위한 의식이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순델볼롱의 얘기를 듣다 보니 기묘한 부분이 있습니다. ‘순델볼롱을 통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부분 말입니다. 이렇게 귀신이나 초자연적인 힘을 빌려 재물을 모아 부자가 되려는 주술적 시도를 인도네시아에서는 ‘뻐수기한(pesugihan)’이라 부릅니다.
순델볼롱을 통한 뻐수기한은 순델볼롱 때문에 뭔가 손해를 보면 그 이상의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믿음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그녀의 원한과 관련 없는 일반 상인들에게는 ‘좋은 친구’같은 부분도 있죠. 순델볼롱은 그들에게는 관대한 마음을 갖고 있어 작은 노점이나 작은 상점들을 돌며 많은 음식을 시켜먹는데, 대가로 내미는 적잖은 돈은 실제 돈일 경우도 있고 나뭇잎으로 변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어쩌면 나뭇잎이 귀신들 사이에서 공인화폐로 쓰이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상인들은 음식을 먹고서 노점을 떠나는 여인의 등에 큰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을 보고 그녀가 순델볼롱임을 눈치 챕니다. 그리고 그 후 한동안 그 노점은 우연의 일치인지 손님들이 몰려들기 시작해 인적이 뜸한 한밤중까지도 북적거리는 호황을 누립니다. 때로는 다른 사람보다 4~5배 비싼 가격에 팔아도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고, 큰돈으로 음식 값을 치루는 손님들은 웬일인지 거스름돈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그런 식으로 하루에 100명 이상의 손님에게 음식을 팔 수 있다는 구체적인 숫자까지 나와 있더군요.
1981년 영화 <순델볼롱의 전설(Legenda Sundel Bolong)>에서도 노상 그로박(Grobak. 포장마차)에서 대량의 사떼(꼬치구이)와 소또(코코넛과육을 기반으로 한 인도네시아 전통스프)를 사먹는 순델볼롱의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물론 재산증식을 위해 예로부터 순델볼롱을 주술적으로 사용했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순델볼롱을 통한 뻐수기한을 사용한 이들은 죽은 후 순델볼롱의 하수인이 되어 영겁의 세월을 보내야 합니다. 이 주술을 사용하는 자들은 아름다운 여인이라 할지라도 얼굴에 항상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 있습니다. 주술을 사용하는 자들의 시신에서는 등에 커다란 원형의 멍 같은 검은 형태를 볼 수 있다고 합니다. 그 검은 원은 그 시신을 매장하거나, 매장 후 사람들이 무덤으로부터 40걸음을 떼는 시점에서부터 커다란 구멍으로 변합니다. 그 순간 시신이 순델볼롱 귀신의 형상이 되고 순델볼롱을 위해 복무하기 시작합니다. (이 모든 걸 어떻게 확인했을까요?) 순델볼롱의 뻐수기한 주술로 모은 재산은 그 주술자가 죽으면 급속히 줄어들거나 장롱 안에 숨겨둔 패물들이 구더기로 변하는 등 사라져버린다고 합니다.
이와 같이 일평생 재물을 누리기 위해 순델볼롱 귀신과 같은 영적인 존재와 맺은 계약은 파국적인 결과를 맞이하는 게 보통입니다. 그러나 영험한 두꾼들은 주술자의 영혼이 순델볼롱의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울 수도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동안 이런 부분에 전혀 관심을 두지 않고 살아왔지만, 인터넷에 뻐수기한에 대한 자료들은 물론 두꾼들, 또는 사이비 두꾼들이 올린 홍보물들이 많습니다. 단기간에 큰 부자로 만들어 주겠다는 뻐수기안 주술의 판매 마케팅 광고와 홍보물들이 범람하고 있는 거죠. ‘부’와 ‘재물’이라는 것은 모든 인간들의 화두입니다. 인도네시아인이나 무슬림이라고 해서 재물에 대한 탐욕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죠.
사실 뻐수기한을 얘기하자면 우선적으로 떠오르는 것은 아무도 모르게 재물을 훔쳐 준다는 아주 작은 까까머리 아기정령인 뚜율(Tuyul)입니다. 순델볼롱 귀신을 통한 주술이나 누군가의 목숨을 대가로 하는 뻐수기한 뚬발(Pesugihan Tumbal), 이슬람계 진(Jin) 같은 정령이나 귀신과의 혼약을 통한 기복주술보다 말입니다. 하지만 뚜율을 비롯한 재물과 관련된 정령, 귀신들과 뻐수기한의 이야기는 역시 다음으로 미루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순델볼롱을 마지막으로 인도네시아 꾼띨아낙들의 이야기들을 일단 대부분 다루었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 반복되는 원귀들의 똑같은 원한들을 보며 마음 한구석이 무거웠습니다. 모두 하나같이 겁탈당한 후 참혹하게 살해당했고, 순델볼롱은 물리적 위해 뿐만 아니라 심지어 악의 가득한 산뗏저주에 휘말려 숨이 끊어지는 순간까지 최악의 고통을 감내해야만 했으니까요.
하지만 마음이 무거워지는 이유가 그렇게 죽어 원귀가 되어버린 인도네시아 여성들이 측은해서만은 아닙니다. 그 당시 사람들과 그들의 사회는 사회적 약자들에게 무서울 정도로 잔인하고 폭압적이었는데, 많은 시간이 지난 오늘 날까지도 약자들에 대한 그런 잔인함과 포악함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사회뿐 아니라 우리들의 사회에도, 그리고 우리 이웃들의 나라에도 아직도 얼마든지 남아 있지요. 우린 어쩌면 가로등빛 희미한 골목 모퉁이마다, 어두운 아파트 계단참마다, 스산한 지하주차장마다 꾼띨아낙들과 순델볼롱들이 마구 출몰하고 있다 해도 하나도 이상할 게 없는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귀신들 얘기를 계속 하다보면 침울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모양입니다.
* 참고
<Anehdidunia> - Mitos Sundel Bolong
'tetesembunsubuh'의 블로그 - Makhluk Halus Sundel Bol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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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딴지일보 챙타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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