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1월 22일. 00시 21분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출처 -<공동취재단>
김영삼 전 대통령이 서거했다. 놀랍도록 갑작스러운 죽음이었다. 잠을 청하면서도 꿈인 것 같았다. 현실감이 떨어졌다. 100세는 살 것 같았기에 그런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 김영삼 전 대통령에 대한 기억을 떠올려봤다. 하지만 너무 어릴 때라 김영삼 전 대통령에 대한 기억은 몇 개 되질 않았다. 가장 처음으로 떠오르는 건 역시 IMF. 하지만 당시에 내가 어떤 느낌으로 IMF를 맞았는지 자세한 기억은 없다.
두 번째로 떠오르는 건 "YS는 잘맞춰"란 게임이다. 1995년 열림기획이란 개발사가 내놓은 게임. 놀랍게도 클린턴, 등소평, 후세인, 마가렛 대처, 옐친, 미테랑 등 각국 정상들이 캐릭터로 나와 쌈박질하는 격투 게임이었다. 당시 YS는 03파라는 류의 아도겐과 흡사한 장풍을 날리는 것으로도 유명했다. 초상권이고 뭐고 상관없이 만들었던 것 같다.
세 번째는 역시 'YS는 못말려'일 것이다. 잠시 에피소드 하나만 봐볼까?
YS는 못말려>
대통령 수행원 :
각하, 클린턴 대통령을 만나면 "How are you?" 하시면 됩니다.
그러면 클린턴 대통령은 "I'm fine thank you, and you?"라고 할 겁니다.
그다음 "Me too."라고 대답하시면 됩니다.
김영삼 대통령은 계속 질문과 답변을 외웠다. 그리고 드디어 클린턴 대통령을 만나는 날.
김영삼 대통령은 당당하게 클린턴 대통령에게 물었다.
"Who are you?"
클린턴 대통령은 유머구나 생각해 웃으며 대답했다.
"I'm Hillary's husband"
김영삼 대통령은 대답했다.
"Me too."
삼당합당, IMF는 잘 몰랐던 어린 시절. 게임과 유머책 주인공으로 기억하던, 그 사람이 세상을 떠났다. 기분이 묘했다.
2015년 11월 22일. 오전 11시 30분.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빈소로 향했다.
백남기 씨를 위한 천막 농성장 옆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 1호에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빈소가 마련되어 있다.
은행잎이 떨어져 있는 곳을 지나
주차창 안내판도 지나
기자들이 주문한 것으로 추정되는 음식 배달원을 따라가면,
장례식장이 나온다.
장례식장 정문은 이미 언론사가 메우고 있었다.
새누리당 전북도당, 한화그룹 회장 김승연 등 많은 근조화환이 보인다.
프레스 라인이 설치된 곳에 언론사들이 줄지어 있으며, 내부론 들어가지 않았다. 빈소에 온 조문객을 위한 것이라 여겼다.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진짜 상주인 김현철 씨의 모습도 보였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상주를 자처한다는 뉴스에 대해 질문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이미 1년 전인 2014년 7월 14일에 김무성 의원에게 쓴 트윗이 있었기에 다시 묻지 않는 게 예의라 생각했다.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도 보인다.
조용하지만 분주하게 누가 온다고 하더니,
황교안 총리가 빈소에 방문했다.
뒤따라 국무의원들과 총리실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들어왔다.
짧은 조문을 마치고 황교안 총리가 나온다. 뒤로 새누리당 정종섭 장관도 보인다.
"국가장"에 대해 재차 언급하고 총리는 떠났다.
국민장은 국가 또는 사회에 현저한 공적을 남김으로써 국민의 추앙을 받는 사람의 장례를 뜻하고,
국장은 국가원수를 역임했거나 국가 또는 사회에 현저한 공적을 남긴 사람의 장례를 뜻한다.
국가장은 국민장과 국장을 합쳐 거행하는 걸 뜻한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국장으로 치러졌으며,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국민장이었다. 사실상 첫 국가장으로 치러질 전직 대통령이 바로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이다.
아쉽게도 이명박 전 대통령은 내가 도착하기 30분 전에 빈소를 방문했다고 한다. 문재인 대표도 이미 조문을 마치고 돌아갔다고 하더라.
국화가 입구에 떨어져 있다.
사진기를 들고 몇 시간을 서 있다가 문득, 조문을 하러 온 것인지 정치인을 찍으러 온 것인지 헷갈렸다. 사진을 잘 찍지 못하기도 하거니와 누가 누가 왔는지는 인터넷 검색하면 다 나오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무렵. 아직 살아있는 전직 대통령이 떠올랐다. 조문을 오지 않은 전직 대통령. 아니, 전직 대통령이란 호칭을 박탈당한 그가 생각났다.
고 김영삼 대통령의 정적. 전두환. 너무 자연스럽게 전두환 씨가 떠올랐다. 그냥 연희동 전두환 씨 집을 가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바로 연희동으로 발길을 재촉했다.
홍제역에서 포털에 조선일보에 나와있는 데로 전두환 씨가 사는 곳 주소를 쳤는데,
이상하게도 검색 결과가 없다고 나왔다
그래서 구글맵으로 검색했더니 길이 나와 찾아갔다. 이상했지만 마음이 급해 주변을 살폈더니 버스가 몇 대 보였다. 노선을 잘 모르겠어서 그냥 택시를 타고 갔다. 역세권이 아님은 분명하다.
전두환 씨 집 근처의 연희초등학교.
공교롭게도 우측에 '착한 낙지'란 가게가 날 반겨줬다.
'착한 낙지' 안쪽으로 들어가면 전두환 씨 집이 나온다. 전두환 씨 집 근처에는 경찰 서너 명이 지키고 있다. 그중 한 명이 내게 물었다.
"어디서 오셨나요?"
"딴지일보요."
무전으로 뭐라 뭐라 말 하더니 재차 묻는다.
"어디시라고요?"
"딴지일보요."
또 뭐라 뭐라 말을 하더니.
"딴지? 딴지일보 맞죠?"
"네. 딴!지!일!보!요."
세 번의 대화 끝에 경찰은 금을 가리키며 여기 이상 넘어가서 사진 찍지 말아달라 하더라. (그나저나 딴지일보를 모르다니, 사회와 단절된 곳이 여긴가 싶었다)
이 금을 넘지 말라고 했다.
금을 넘지 않고 찍었다. 저 큰 대문이 전두환 씨 집.
CCTV 많더라.
반대편으로 가도 되느냐고 했더니 '보통' 돌아서 간다고 하더라. 나도 돌아서 갔다.
초소가 보인다. 경찰도 보인다.
돌아서 간 반대편도 사진 찍는 커트라인이 있다고 했다.
커트라인에서 찍었다.
"기자가 생각보다 안 보이네요. 아니, 한 명도 안 보이네요?"
"오전에 한 명 오셨고요. 그분 말고는 안 오시네요."
경찰에게 물었더니 의아한 답이 돌아왔다. 그리고 검색해 봤더니 전두환 씨가 보도자료를 내 고 김영삼 전 대통령에 대한 애도의 뜻을 표했다고 나오더라.
<SBS 뉴스 : "전두환 前대통령 "좋은 곳으로 가셨을 것">
이게 끝이었다. 희대의 사조직인 하나회를 해체시킨 고 김영삼 대통령에 대한 하나회 수장 전두환 씨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조문을 갈 것인지 궁금해 벨을 눌러 물어보고 싶었지만, 참았다. 벨은 다음에 누르기로 했다.
돌아가는 길. 전두환 씨를 만날 수 있을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기자들이 보이질 않아 뭔가 더 허전했다. 터덜터덜 발길을 돌리며, 실시간 검색어 1위에 하루 종일 걸려있는 김영삼이란 이름만 보고 또 볼 뿐이었다.
26세 최연소 국회의원 당선자. 박정희 군부시절 큰 저항을 했던 인물. 1985년 5월 18일 5.18 광주 민주화 운동 3주년 기념일에 단식 투쟁을 들어갔으며, 예고도 없이 찾아온 문익환 목사에게 보름빵을 먹다 걸린 일화를 가진 인물. 당선 후 금융실명제를 실시하고 하나회를 해체했으며, 전두환과 노태우에게 사형을 선고한 인물.
그리고 삼당합당이라는 희대의 패악을 저질렀으며, 대한민국 경제사에 큰 아픔인 IMF를 막지 못한 인물.
박근혜 대통령 커터칼 테러 때 병문안을 가, 박정희에게 당한 질산 테러에 대해 언급했던 의아함을 보여준 인물.
여러 평가가 오가는 인물.
어찌됐건 한국 정치사의 큰 인물이었으며, 역사의 중심에 있던 사람이었다. 한국 정치에서 김영삼을 빼놓고는 이야기를 할 수가 없는 그런 사람임은 분명하다.
그런 김영삼이 세상을 떠났다. 갑작스레 말이다.
다시 한 번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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