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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작가 오쿠다 히데오는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건즈의 광팬이다. 소설과 에세이 곳곳에 그의 야구 열정이 담겨있는데 주로 응원팀의 낮은 성적으로 인한 고통이다. 야구답지 못한 야구를 펼치는 그들에 대해 욕설과 저주를 퍼붓지만 남는 건 애정으로 인한 고통뿐이라고 한다. 영국 작가 닉 혼비도 그의 소설 <Fever pitch>에서 축구팀 아스널 팬으로서의 고통을 호소한다. 라이벌 맨유와 리버풀에게 짓밟히는 응원팀을 보면서 강도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하는 가족을 보는 것과 같다고 하였다.

 

두 사람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하는 일반인들은 왜 응원팀을 바꾸지 않지?”라는 의문이 들겠지만, 두 사람과 같은 고통을 안고 있는 본인으로선 이렇게 대답해 줄 수 있다. 팬으로서 응원팀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고 응원팀의 팬으로서 태어나는 것이라고. 아무리 미워도 바꿀 수 없는 혈연의 가족이라고.

 

물론 약간의 변명을 하자면, 인간의 의지와 상관없는 고향을 기반으로 하는 지역주의에 대해 찬성할 생각은 없다. 그걸 유일한 수단으로 삼는 정치인들을 경멸할 뿐만 아니라 애국심, 애향심 등 집단주의 자체에도 반감이 많은 개인주의자다.

 

나의 응원팀 사랑을 타인에게 강요한 바도 없고, 상대팀에 대한 적대적 감정을 행동으로 드러낸 적도 없을 뿐더러 그걸 방조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고향을 연고지로 하는 팀에 대한 충성은 어쩔 수 없고 그로 인한 고통은 고스란히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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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고통을 간단하게 표현하면 "나는 자이언츠의 팬이다(롯데라는 기업의 이름은 쓰지 않겠다)." 스포츠 게시판에서 쓰는 비하 표현에 따르면 꼴데팬이고, 꼴리건인 것이다.

 

모든 재벌들 중에서도 부도덕하고 몰염치한 경영 마인드의 상징인 롯데를 오너로 둔 자이언츠의 팬임이 부끄럽다. 다른 기업들도 50100보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50보의 차이도 매우 부끄럽다. 껌 팔고 사이다 팔아서 서민들한테 긁은 돈, 독재자 뒷주머니에 꽂아 준 대가로 전국의 노른자위 땅을 차지한 부동산 재벌임도 부끄럽지만, 가장 큰 이유는 그들은 야구를 사랑하지 않으면서도 인질처럼 자이언츠를 가지고 망가뜨린다.

 

선진 구단인 두산이나 SK, 삼성은 말할 것도 없고 신생 구단인 NCKT도 기업과 구단은 분리하는데 롯데만 요지부동 일체다. 늙은 회장의 담뱃불 붙여 주며 재떨이 역할 하던 놈들이 좌천되어 구단에 내려와서는 선수들 앞에서 거들먹거리며 우리의 자존심 최동원에게 막말을 하고, 윤학길, 박동희, 염종석을 무시했으며, 레전드들을 구장에 발들이지 못하게 막았다. 선수 수급을 실패하던 꼴지를 하던 그들의 프런트 직책은 보장되었고, 성적 악화는 선수와 감독의 불성실로 언론 플레이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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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년부터 참가했기에 4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는데 그들은 변하지 않는다. 단 한번도 강팀을 만들지도 않았고, 시도도 없었다. 유일한 우승인 84년과 92년은 최동원, 염종석의 어깨를 갈아서 제단에 바친 결과다. 그들의 선수 생명이 그토록 짧을 줄 알았다면 타임머신을 타고 가서라도 말리고 싶다.

 

산의 수많은 고등학교 야구 선수들은 자이언츠의 1라운드 선출을 기대하며 땀을 흘리지만, 그렇게 뽑힌 그 많던 유망주들을 모조리 갈아먹었다. 장기적 성장 안목도 없는 데다 단기적 성적 기대도 단지 기대로만 그치며, 오로지 모기업이 언론에 노출될 홍보 효과만이 주목적이었다. 그렇게 40년을 허비하며 단 한번도 페넌트레이스 1위를 못한 유일한 원념 팀이 되었다.

 

처음처럼을 마시지 않는다. ‘클라우드맥주도 마찬가지고 과자를 살 때도 상표를 살핀다. 물론 이런 행동들이 대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작겠지만 나는 꿈꾼다. 그들이 자이언츠를 포기하는 날을, 야구장에서 사라지는 그날을.

 

그날이 오며는

이 목숨이 끊기기 전에 와주기만 하량이면

나는 밤하늘을 날아가는 까마귀같이 용두산 시민의 종을 머리로 들이받아 울리게 하겠다

두개골이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더라도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이 남으오리까

내 생애에 오지 않더라도 그날이 오면 무덤에라도 알려주오

지옥에서라도 사이다 한잔 마시겠소

 

야아 기분 좋~다

 

 

 

 

편집부 주

 

위 글은 독자투고에서 납치되었습니다.

딴지일보는 삼진아웃 제도의 유구한 전통을 이어온바,

톡자투고 및 자유게시판(그 외 딴지스 커뮤니티)에 쓴 필자의 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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