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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편집부로부터 연락 왔다. ‘타다 드라이버로 위장 취업해  동네 돌아가는 내용을 취재해 오라는 지령이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노동당 산하 35호실에 요원으로 잠입하여 남북  북미 정상회담과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비밀공작을 수행하려했던 나는, 주변을 황급히 정리하고 서울로 복귀하여 ‘타다드라이버 공급 회사에서 면접  교육을 받게 되었다.

 

용역회사를 찾는 것은 쉬웠다. 알바천국이나 잡코리아 같은 구직사이트에 널렸으니까. ‘타다본사가  개의 용역업체와 계약을 맺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5~6곳이라고 들었지만 실제론 훨씬 많을  같다. 우선 업체별로 근무시간대와 지역이 천차만별이다. 기본적으론 10시간 근무이지만 하루 5시간 근무자를 구하는 곳도 있고 연장근무도 가능하다.  업체별로 일당/시급인 곳도 있고, 채용 형식에 따라 4대보험과 퇴직금을 주는 곳도 있다. (일당/시급제라지만 당일에 돈을 주는 것은 아니고 매달 1일부터 월말까지 일한 일당을 계산하여 소득세 3.3% 원천징수하고 다음달 15일에 지급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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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타다차량이 서울에 대략 1,000 대가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또한 실상은  모르겠다. 후에 기술하겠지만, 오후/야간 대에 차고지엘 가면 태반의 차량이 팽팽 놀고 있다. 그러니 차가 없는  아니라 드라이버가 없어서 난리가 아닌가 싶다. 여튼, 다양하고 세분화된 조건들  오후부터 새벽까지 10시간 근무, 일당 11만을 제시한 업체에 연락을 하고 약속을 잡았다. 면접과 교육이 동시에 이뤄지는 시스템이었다.

 

업체 측에서 요구한 서류는 주민등록증 사본, 통장 사본, 운전경력 증명서 전체이력, 운전면허증(11인승 카니발 차량을 몰아야 하니 1 보통 이상이어야 한다.)이다. 참고로 운전경력 증명서 전체이력은 민원24에서 발급 가능하다. 문자로 받은 주소지로 찾아가 사무실에 들어섰다.

 

나를 제외하고 예닐곱 명이 당일 면접  교육을 위해 앉아 있었는데   두어 명이 이런 저런 이유로 중도에 포기하고 나갔다.   한명은 ‘음주운전이력이 있어서  자리에서 바로 채용을 거절당했다. 인간적으로 우리, 음주운전은 하지 말자. 대리운전비나 택시비 2~3  아끼려다가 벌금 300 나가는  둘째치고, 음주운전은  자체로 살인 행위니까.  혼자 죽으면 몰라도 애꿎은 다른 사람의 목숨을 빼앗고  가족과 주변 사람들을 도탄에 빠뜨리는 천인공노할  아닌가.

 

면접은   없었다. 그냥 사람처럼 생기고 한국어를   알면 되었다. 근무 시간과 수당 체계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그리고 본격적인 교육이 시작됐다. 사실 교육이라봤자   없다. 드라이버의 스마트폰에 깔아야  어플리케이션의 종류와 이용법, 그리고 승객을 대하는 서비스 태도  멘트, 복장 규정과 업무 방식  요령 등이었다.

 

참고로, ‘타다드라이버를 하려면 안드로이드폰이 있어야 한다. 승객용 앱은 아이폰, 안드로이드폰  가지 버전이  있지만 드라이버용 앱은 안드로이드폰만 가능하다. 이유는 모르겠다. 그냥 ‘타다측에서 비용절감 차원으로 굳이 만들 이유를  느낀  아닌가 싶다. 후술하겠지만, 유사한 문제는 계속 반복된다. 기업의 목적이 이윤 창출이고 반도의 기업들은 유별나다 싶을 정도로 그쪽으로 특화되어 있으니  집어 ‘타다만의 문제는 아니겠다만, ‘사람 갈아서, 또는 노동자에게 떠넘겨서 꼼꼼하게 이윤을 챙기는 부분은 참으로 많고도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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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안드로이드폰에 ‘타다드라이버 앱을 깔고 출근 준비를 마치면 업체에서 차고지 정보와 함께, 근무시간과 차량 번호와 아이디, 비번을 알려준다. 네비게이션 앱은 필수이다. ‘타다 요금 시스템은 ‘네비 출발지와 도착지 사이의 이동 거리  이동 시간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택시 요금은 시간 80%, 거리 20% 반면, ‘타다 거리 80%, 시간 20% 요금이 계산된다. 그러니까 불가피한 사정으로 인해 트래픽이 심한 시간대에 택시를 타게 된다면, 택시보단 ‘타다 유리할  있다.

 

개인적으로, 티맵을 포함한 네이게이션은 정유회사와 뒷구녕으로 모종의 결탁을   아닌가 하는 강한 의심을 갖고 있다. 일테면 양화대교를 건너 합정 로터리로 진입해 망원역 방면으로 가려면 그냥 좌회전을 받으면 되는데, 티맵을 포함한 네비게이션은 굳이 홍대 방면에서 P턴을 하라고 안내한다든지, 노량진에서 경인고속도로를 타려면 그냥 영등포 방면으로 가서 노들길을 타면 될 텐데 웃기게도 반대 방향인 한강대교까지 가서 유턴을 하라고 시킨다든지, 이런 황당한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

 

물론 실시간 교통정보를 통해 막히는 길을 피하고 최단 거리와 최단 시간을 파악해 최적의 길을 도출하는 방식이라고 우기겠지만, 글쎄다. 20 경력의 운전자이자 해외공작 파트 요원으로서 차량 추격전 등을 위해 특수 훈련까지 받은 내가 보기엔 그저 기계의 한계일 뿐이다. 아니면 정말로 정유회사와 모종의 결탁을 했든지.

 

 

4.

여튼, 출근 시간 늦지 않게 차고지로 가야 한다. 차고지는 서울 곳곳에 있는데 되도록 자신의 거주지와 가까운 쪽에 배정받는  중요하다. 근무가 새벽 3시에 끝나는데 집이 멀면 그만큼 고생이지 않겠나. 하지만 차고지 배정을  맘대로 정할 수는 없다. 업체 입장에선 해당 지역의 드라이버가 넘쳐나면 근무자가 없는 곳으로 빼는  당연한 거니까.

 

 하나 곤란한 것은, 거주지와 가까운 곳으로 차고지를 배정받았다 해도 자전거나 스쿠터, 전동 킥보드 같은 이동수단이 아닌 , 그러니까 만약 자신의 차량을 가지고 출근을 했다면, 차고지 근처에 일정한 주차 공간을 마련하는 일이다. 그리 큰돈을 벌겠다고 나선 것도 아닌데 하루 주차비로 일정 비용 이상을 지출하면 도통 남는  없을테니 말이다.

 

곤란함으로 치자면, 화장실 용무가 가장 난감하다. 작은 용무라면 어찌저찌 으슥한 곳에서 급한대로 노상방뇨라도   있겠지만  용무라면 차원이 달라진다. 식사시간을 활용해 똥을 누는 것이 최고겠지만 배탈이라도 나서 30분에 한번  급격한 신호가 온다든가 하는 비상상황이라면, 그냥 당일은 일을 하지 말고 쉬라고 권하고 싶다. 사람 잡는다. 부모님이 힘들게 20 넘게 어렵사리 키워놨더니 결국 운전석에 앉아서 식은땀을 흘리며 바지에 똥이나 삐질삐질 싸는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해 보라.  짓이냐.

 

, 휴무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4대보험과 퇴직금을 주는 채용 형태가 아니라면, 그냥 일용계약직이다. 공사판 노가다 일도 그렇지 않나.  쉬고 싶을  맘대로 쉬어도 된다. 물론, 배차 정보를 문자로 보내는 직원에게 휴무를 미리 신청해야겠지만 말이다. 형식논리적으로, 그리고 고용 형태적으로는 그렇긴 한데, 업체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면, 누구는 평일 5, 또는 주말 2, 또는 일주일 7 전체를 통틀어 빼곡히 근무하는데  어떤 누구는 근무가 들쭉날쭉하거나 일주일에 하루 이틀밖에 일하지 않는 드라이버가 있다면 누구에게 일을 주고 싶을까. 후자의 경우는 당연히 차고지 근무 정보 배정에서 점차 배제되지 않겠나.

 

 

5.

이러저러한 준비를 마친 , 시간에 맞춰 차고지에 가면 ‘타다카니발 차량들이 잔뜩 주차되어 있다.  수많은 차량 중에서 자신이 배정 받은 차량을 사전에 문자로 받아놓은 넘버 하나로 기웃거리며 찾아야 한다.

 

일단 ‘타다드라이버용 앱을 열고 하단의 ‘출근하기 누르면 상단에 ‘스마트키라는 버튼이 보인다. 그걸 누르면 차량의 ‘열기’, ‘잠그기’, ‘경적등의 기능이 있다. 일테면, 내가 배정받은 차량을 찾기 위해 경적 버튼을 누르면 저쪽 어딘가에서 빼액빼액 거리며 크락숀이 울리는 것이다. 헌데  근무자가 아직 차고지로 돌아오지 않았다면? 그럼  하단 출근하기 버튼 위로 ‘차량이 차고지에 돌아오지 않았다 안내 멘트가 뜬다. 기다리면 된다. 보통은 교대 시간 전후로 차량이 들어오지만 어떤 경우엔 늦게 복귀하기도 하니, 대략 15~20 정도 기다리면 된다.

 

이전 시간 근무자가 복귀하면  앱의 ‘출근하기버튼이 활성화되고 휴게 또는 대기의 상태가 된다. 그럼 잽싸게 ‘휴게상태로 놓아야 한다. 왜냐하면, 대기 상태로 뒀다간 배차 콜이   있기 때문이다. 하루 10시간을 근무하는데   90분이 휴게시간으로 주어진다. ‘휴게상태가 되면 시간이 카운트된다. 휴게시간은 식사와 화장실 용무, 주유, 차량 점검 등에 쓰게 된다. 드라이버용 앱의 상태는, 일단 출근하기가 이뤄졌다면 ‘휴게’, ‘운행’, ‘대기’ 3단계 밖에 없다. 그리고 운행과 휴게 이외엔 배차 콜이 뜨며, 15 내에 배차 수락 버튼을 눌러 반응하지 않으면 ‘거절또는 ‘미수락 되어 3 이상 쌓이면 계약 해지,  짤린다.

 

그러니까 내가 ‘대기상태에서 똥을 싸거나 담배를 피우거나 첫사랑을 떠올리며 아련한 회상에 잠겨 있을  배차 콜이 뜨면 나는 하던 용무를 즉각 멈추고 15 이내에 배차 수락을 해야 한다. 그니까 운행 이외에 다른 짓을   반드시 ‘휴게상태여야 하고  ‘휴게시간은 모두 합쳐 90분이란 얘기다.

 

차량을 인계 받고 나면 ‘휴게상태에서 차량을 살펴본다. 외부에 ‘스크레치등이 있지는 않은지 차량 상태를 확인하고 차량 내부를 점검한다. ‘타다차량엔 와이파이가 제공되고 뒤쪽 좌석엔 휴대폰 충전선이 구비되어 있다. (취객이 쓰라고 구토용 비닐봉지도 비치되어 있다.) 그렇게 차량 점검을 하며 차량 앞과 ,  외관 사진을 찍어둬야 한다. 나중에 누가 사고를 내서 차량을 훼손했는지 책임유무를 가리기 위해서다.

 

점검을 마쳤으면 운전석에 올라 안전벨트를 매고  거치대를 설치하고 충전선을 꼽고 좌석 높낮이와 백미러 위치를 조절한다. , 준비를 마쳤다. 그럼 앱을 열고 ‘휴게버튼을 ‘대기버튼으로 바꾼다. 배차 콜이 뜨기 전까진 네비가 ‘대기 지역으로 안내한다. 차고지를 벗어나 대기지역으로 향한다.  순간, 띨링띨링 배차 콜이 뜬다. 배차 수락 버튼을 누른다. 승객이 요청하는 지역으로 길안내 버튼을 누른다. 승객이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향한다.

 

혹시 첫사랑이 타는  아닐까,  모를 긴장감이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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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표 출처: 경향>

 

 

 

 

 

편집부 주

 

타다 위장취업 시리즈 2편은

7월 3일 수요일

3편은

7월 5일 금요일에

올라갑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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