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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시대의 꿈

2009-11-25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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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25.수요일


파토


 



 


필자는 얼마 전 소녀시대를 내 맘대로 줄 세우는 건방진 기사를 써서 큰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바 있었다. 그 언저리에는 소녀시대에 대한 모독(…)외에 정치 사회 문화에 대해 진지한 글을 주로 써온 필자의 가벼움에 대한 실망의 목소리마저 있었는데, 난 원래 그런 사람이니 그건 어쩔 수 없다.


 


여하튼 그날 이후 나는 커밍아웃한 소녀시대 팬이 되어 있다.


 


그러다가 며칠 전 인터넷에서 만화를 하나 봤다. 걸밴드의 팬인 한 중장년 남성이 로리타 콤플렉스에 빠진 걸로 묘사되어 있고, 취향이 점점 어린 쪽으로 흘러가면서 결국에는 마누라한테 한대 맞는 건가 머 그랬다. 문제의 남성은 티비에서 걸밴드를 보면서 침도 흘리고 하악…’ 등의 신음도 내뱉는 걸로 그려져 있었다.


 


내 장담하지만 이 만화를 그린 사람은 결코 소녀시대 팬이 (아마도 다른 걸밴드 팬도) 아니요, 심지어 중장년 남성도 아닐 거다. 이건 나를 포함하여 수많은 나이 지긋한 소시 팬에 대한 엄청난 몰이해이자 모욕이기 때문이다.


 


만화 속의 인물과는 달리 필자는 소녀시대에서 거의 조금도 섹스를 느끼지 않는다. 아 물론 나도 남자니까 이쁜 여자들이 우루루 모여서 애교부리고 춤추고 노래하는 거 보면 이성간의 긴장감이나 그런 건 있다. 하지만 하악은 정말 아니올시다다.


 


암튼, 그 만화를 보고는 아무래도 이건 아니지 않냐 싶어서 소녀시대에 대해 좀 더 이야기를 해 보기로 맘먹었다. 굳이 다시 줄을 세우자는 목적은 아니고 (아 물론 그렇기도 하다. 요즘 내 맘속에서 랭킹이 좀 변했는데 요건 맨 마지막에) 그저 그 만화 덕에 내가, 아니 우리가 왜 소녀시대에 열광하는지 좀 생각을 해 봤기 때문이다.


 


물론 팬이라면 공감하겠지만 소녀시대를 좋아함에 있어서는 아무런 이유도 필요 없고, 변명할 일도 없다. 신을 믿음에 있어서 논리나 이유가 필요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머 굳이 오해를 받을 이유도 없는 거 아니겠냐.


  




 


남자라면 어린이를 벗어나 십대 중반에 들어가면서 그 전에는 없었던 새로운 심적 변화들을 경험하게 된다. 그 중 가장 강렬한 것은 물론 여자에 대한 느낌의 변화다.


 


초등학교 때까지 여자란 약간의 호기심과 장난의 대상에 불과하다. 운동도 못하고 재미도 없고 잘 삐지고, 그러나 나와는 좀 다른 머 그런 존재 정도다. 근데 중학교쯤 들어가면 이게 갑자기 전혀 다른 뭔가로 바뀐다. 확실한 것은, 열분들이 어떻게 기억하고 있던 간에, 그리고 학자나 의사들이 뭐라고 이야기하던 간에, 그 첫걸음은 그닥 성적인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물론 그것도 있지만 그보다 더 강한 다른 하나가 존재한다.


 


바로 여자를 이상화하며 환상을 갖는 거다.


 


니들이 나이 들어 어떤 문란한 성생활을 했던 상관없이, 어린 시절을 차분하게 되새겨 본다면 분명히 그런 기억이 어딘가에 남아 있다. 아파트 옆동에 살던 얼굴 하얗던 누나, 새로 부임한 수줍은 생머리의 국어 선생님, 교회 성가대의 나이도 이름도 모르던 한 소녀


 


누구라도 상관 없다. 섹스는커녕 말 한마디 걸 수 없었던, 나 따위가 감히 범접하기에는 너무도 천사같이 맑고 아름답던, 그런 비현실적인 존재들이 있었다.


 


이런 환상도 머 따지고 보면야 유전자와 본능에 프로그램 된 것이긴 하다. 결국은 종족 보존을 위한, 섹스를 끌어내기 위한 추진력일 것이며 그렇게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어떤 넘들은 성폭행 같은 아주 나쁜 방식으로 이 본능을 충족시키려 들기도 한다.


 


물론 우리 대부분은 그런 쪽으로 가지 않고 그저 어린 시절 두근거림의 추억으로 남겨두고, 그렇게 세월은 흐른다. 하지만 막상 시간이 지나 성인이 되어 경험하는 여자나 연애는 그때와는 좀 다르다. 어려서의 환상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고 거기 적응해 간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꼬실 수 있는지, 나아가 잠자리에까지 끌어들이고 또 결혼할 수 있는지도 알게 된다. 유전자가 프로그램한 목적을 드디어 달성한 거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행복하기만 하던 신혼도 지나고, 애도 낳고 먹고 살기 바쁘고 오만 가지 책임에 둘러싸이면서 점점 감정들은 무뎌진다. 그 하얗던 옆동 누나 얼굴도 이제는 희미해지고, 또 굳이 되살릴 힘도 없어진다. 그렇게 조금씩 삶은 그저 현실과의 싸움이 되고 그만큼 삭막해 지지만 그걸 자각할 겨를조차 없다.


 


파티야 머 진작에 끝났고 이제는 이렇게 살다가 늙고 명퇴하고 결국은 죽을 날이나 기다리게 되는 건가. 흘러간 청춘이여, 빌어먹을 세월이여.


 


그러나 바로 이때 Enter SNSD.


 



 



 


이제 위 사진을 찬찬히 들여다봐라.


 


니들이 중고딩때 어떤 누구에게 환상을 가졌던, 분명 저 속에 그녀가 있다. 말 한번 붙여 보지 못했던 성가대 천사 윤아. 버스에서 늘 마주치던 귀여운 소녀 태연, 길에서 한번 본 것 뿐이지만 한참 잊지 못했던 새침떼기 제시카, 쿨하고 멋있고 가끔 먹을 것도 사주던 친구 누나 수영, 항상 자신만만하던 입시학원의 공주 유리, 혼자 짝사랑하던 친구 동생 서현과 써니, 장기자랑에서 댄스로 다 죽여버렸던 효연, 눈웃음이 가슴에 박혔던 친구 애인 티파니.


 


오랜 세월 동안 잊어버리고 있던 그 얼굴들이 여기 다 모여 있단 말이다.


 


이렇게, 나는 얘들을 보고 있으면 어느새 그 옛날 어린 소년의 맘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너무 섹시하게 하고 나오는 걸밴드들은 솔직히 부담스럽다. 그런 쪽에 대한 환상은 되려 십대 소년이나 이십대 청년들이 갖는 것이다. 우린 그런건 이미 다 겪었고, 아름답지 못한 방법이나마 꼭 원한다면 다시 얻을 수 있는 길도 세상에는 있다.


 


하지만 소시로 대변되는 이 느낌은 그런 식으로는 가질 수 없다. 돈으로 어린 시절의 추억과 두근거림을 살 수 있나? 1000억이 있다 한들 부산의 그 교회 어두운 방에서 혼자 피아노를 치던 작은 소녀를 되찾을 수 있단 말인가. 내가 소녀시대를 통해 얻는 것은 바로 그 느낌이다. 심지어 존재하지 않는 추억마저도 새로이 만들어주는 환상의 재공급. 그 과정에서 섹시 같은 것은 그저 약간의 덤에 불과하다.


 


그렇기 때문에 대놓고 소시 팬임을 자처할 수 있고, 아내가 옆에서 지켜보는데도 티비에 나올 때 마다 얼굴에 함빡 웃음을 지으며 바라보고 있을 수 있다. 조금이라도 응큼한 생각이 있다면, 마음 속에서라도 하악거리고 있다면 찔려서라도 그게 가능할 리 없다. 


 


글타... 삶의 매 순간이 생계를 꾸려 가는 것에만 맞춰져 있는 대부분의 남자, 아빠, 남편들은 일거수일투족이 그저 현실, 현실. 그 어떤 환상의 사치조차 용인되지 않는다. 이 와중에 혹시라도 이성에 대한 환상을 진짜로 좇아간다면 그건 불륜이 되는 거고, 스스로는 로맨스건 머건 결국은 지저분해지기 마련이다. 심지어 돈도 들고 거짓말 해야 하고 결말도 뻔하다.


 


이렇듯 중년 남성들이 청춘으로 돌아가려고 발버둥치는 경우 그 말로는 비참할 수 밖에 없는데, 우리의 소시는 티비만 켜면, 핸드폰만 켜면(내 핸드폰 바탕화면은 석 달째 제시카) 거기 그 모습 그대로 있다. 이런 이유 땜에 소녀시대를 바라보는 우리의 눈빛은 대체적으로 므흣이 아니라 흐뭇인 거다. 따라서 이걸 이해 안 해 주면 남자들은 무자게 섭섭하고 상처 받는다.


 


한 가닥 고이 남겨 둔 수줍은 순정인데, 그걸 나이 먹었다는 이유로  흑심으로만 받아들이면 우리는 대체 어디에 가서 꿈과 순수함을 논한단 말인가.


 


그건 너무 잔인한 일 아니냐. 


 


말 나온 김에 소시 음악에 대해서도 한 마디 하자. 지난 번 글 올리고서 아무리 젊은 여자가 좋아도 그렇지지금껏 음악에 대해 한 소리가 있는데 우째 그래 변절할 수 있냐는 소리도 들었다.


 


근데 그건 정말 니들의 착각이다. 난 원래부터 쟝르 안 따지고, 수십 년 전부터 ABBA의 광팬이고 곡만 좋다면 가요 발라드나 댄스도 다 좋아한다. 그리고 같은 맥락에서 소녀시대를 완성도 높은 프로 엔터테이너로 진심으로 높이 평가한다는 사실이다.


 


고백하자면 Gee 시절 까지는 나도 외모만을 보는 수준에 불과했었다. 그런데 처음 소원을 말해봐를 차에서 크게 듣고는 깜짝 놀랐었다. 곡도 세련되고 사운드 너무 좋고 편곡도 뛰어나서 이 정도면 세계 어디 내 놔도 빠지지 않는 고급스런 팝 음악이다.


 


혹시 소시 곡들을 티비에서만 들어본 분들이라면 꼭 좋은 음질로 제대로 들어 보시라고 말씀 드리고 싶다. 팝으로서 아주 잘 만든 음악들, 훵키하거나 블루지한 곡들, 삼바 등의 퓨전 색체에 코드도 독특한 매니아적 아이템들도 꽤 있다. 전문가 입장에서 말하건대 소시는 음악적으로 전혀 싸구려 댄스 팀이 아니다.


 


그 증거로 몇 곡 보고 듣자.


 


 


훵키 기타 인트로에 소울풀한 팝 록 비기닝


 


 


 


이어 깔끔한 퓨전팝 작은배’ (비디오는 다른거다)



 


 


 


글고 ABBA 틱한 느낌도 나는 팝 ‘Touch The Sky’



 


 


 


삼빡한 라틴풍 기타 반주의 '사랑은 선율을 타고' 


 



 


머 태연이나 제시카 티파니 등등 노래 잘하는 건 다들 아시니 굳이 언급 안할련다. 여하튼 외모 죽이지, 노래 되지, 안무 캡이지, 곡 좋고 사운드 최상이고이런 수준 높은 엔터테인먼트라면 내가 아무리 모든 코드에 12음 전체를 써서 연주하자고 주장하는 아방가르드 괴짜라고 한들(기타스토리 참고) 욕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사실 브아걸도 상당히 좋아할 뻔 했고 아브라카다브라는 위와 유사한 이유로 아주 멋진 곡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인에서 훌러덩 깨 버려서 개네는 좀 보류 중이다. 숨이 가빠 메이데이 닷닷닷닷닷은 좀 너무하지 않냐


 


마지막으로 변덕이 죽 끓듯 하는 필자의 새로운 소시 랭킹 1 to 5. 아무도 관심없어도 나는 한다.


 


1위 제시카.


 





그녀는 어딘가 아슬아슬하고 위험하다. 그러나 Fatal Attraction. 거부할 수 없다. 남자가 목숨을 거는 여자는 바로 이런 타입이다.


 


 


2위 태연.


 





 
죽도록귀엽기도 하지만 창법도 완전 내 스탈. 자고로 노래는 이렇게 기름끼 없으면서도 촉촉하게 불러야 한다. 요즘 남녀 가수들 툭하면 울고 짜고 헉헉거리는데 태연이는 나이도 어리면서 나쁜 버릇 없이 아주 성숙한 노래를 들려 준다.


 


남자가 일생을 거는 타입의 여자.


 


 


3위 수영.


 




 
 


쿨하고 보이쉬하고 지적이면서 은근 푼수기도 있고. 이런 매력을 가진 여성 연예인은 지금 울나라에 수영이 빼고는 한 명도 없다당근 상위 랭커.


 


소년이 청춘을 거는 초매력 연상녀 타입이다.


 


 


4위 윤아.


 




 


윤아의 여신 간지는 아무리 랭킹이 떨어져도 이 이하론 안 내려간다. 다만 인간이 아닌 여신인 만큼 이번 생엔 말도 못 걸고 소심하게 다음 생에서나 한번 도모해 볼 타입.


 


 


5위 써니.


 





얘가 요즘 갑자기 귀여워 보인다. 원래는 티파니 자린데 요즘 잘 안보여서 애정이 식은 듯. 실은 이수만씨가 옛날에 어디 강연에서 딴지와 필자를 씹은 적이 있어서 조카 써니는 안 넣어줄까 했는데 생각해보니 그건 연좌제다. 따지고 보면 내가 이수만 씹은 게 훨씬 더하지


 


(신짱님. 미안하지만 유리는 여전히 5위 안에 못 들었어. 그냥 내 취향이니 인정해 좀)


 


요즘 필자는 태연의 만약에들리나요를 맨날 새된 목소리로 부르고 있다. 그러다 보니 가족들이 남자면 좀 남자답게 임재범의 너를 위해같은 곡을 부르라고, 대체 무슨 주책이냐고 핀잔이다.


 


하지만 난 압력에 굴하지 않고 오늘도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부른다.


 


소녀시대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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