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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파는 소녀

2009-11-25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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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25.수요일


체지방소녀


 






친절한안내


 

이글은 그냥독투 화성 님의 '스스로 무덤파는 여자들' 

을 읽고 보셔야 감이 잘 옵니다





2009년 7월쯤이던가. 별로 덥지 않았던 올해 여름이었다.


나는 전 남자친구의 연락을 받았다. 뭐 헤어지고나서 간간히 연락을 받긴 했지만 만나기로 약속을 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남자들이 지나간 여자에게 보고싶다, 한번 보자. 라는 연락을 할 때는 대부분이 몸이 달았기 때문에 그렇다는 얘기를 많이 하곤 한다. 뭐 난 근데 성격이 좋지 못해서 시발새끼 저발새끼 하지 않고 헤어진 경우가 별로 없으므로 다시 그 사람과 얼굴을 맞댄다던지 대화를 한다던지 하는것에 굉장한 애로사항을 꽃피우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내가하던 누가하던 다시 연락이 되는 전남자친구는 역사에 없었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곱게 헤어진 이 녀석과는 간간히 통화도 했고 문자도 주고받고 메신저도 하곤 했었기 때문에 만나자는 말이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친구랑 만나듯 하는 그런 만남으로 생각이 되었달까. 하여튼 우리는 그냥저냥 친구같이 통화를 하다가 저녁에 간단히 맥주나 한잔 하기로 약속을 잡았고 저녁이 되자 만나서 서로 왱알앵알 하며 나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치킨의 진리는 보x람이라고 외치는 나였으나 구남친을 만난다는 기대? 비스무레한 이상한 심리가 들어 그날은 보x람 치킨이던 아니던 상관치 않고 만나기로 했던 역에서 가장 가까운 치킨집에 들어갔다. 치킨 한마리와 3000을 시켜서 거의 다 나혼자 먹었다.


 



 


그사람은 예전얘기를 참 많이했다. 나를 그리 좋아했었던가 싶어질 정도로 그렇게 예전 우리 연애하던 시절 얘기를 혼자 주르륵 쏟아냈다. 왜 그렇게 날 좋아했으면 왜 헤어졌나 하는 생각이 들어 피식 웃었더니 그자식은 내가 그의 얘기를 재미있게 듣고 있구나 싶었는지 신나게 주절 거리기 시작했다. 기억도 안나는 옛날 사소한 우리의 투닥거림부터 시작해서 기념일에 뭘 했었는지까지...


 


나는 그때 생각했다. 이새끼야, 니가 그 기억력과 그 정성으로 으로 공부를 했으면 MIT박사 과정을 밟았겠다? 라고. 난 연거푸 맥주를 꿀떡꿀떡 마시고 치킨을 오물대고 가끔 대답을 하며 정말 아무생각없이 있다보니 시간은 어느새 밤 열한시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뭐 내가 집에 꼭 열두시안에는 들어가야 하는 신데렐라적 마인드를 가지고 있고, 귀소본능이 꿈틀대는 사람은 아니라서 다른 누군가를 만났었다면 아마도 조금 더 미적거리며 대화를 했을거지만 그날은 왠지모르게 일찍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우리집은 나를 신데렐라; 라고 생각하고있다; 열두시안에 안들어오면 전화가 폭풍처럼 몰아쳐온다.


 


뭉기적 거리며 자리를 일어나 집에가자고 일어나서는 종로 거리를 걸었다. 집에 가려면 바로 앞 지하철 역으로 슥 들어갔었어도 괜찮았지만 나는 답답하고 사람 숨냄새가 머리가 지끈할정도로 섞인 지하철보단 시원한 바깥공기를 좋아했으므로 약 10분정도 걸리는 버스정류장을 향해 걸어가겠다고 했다. 그는 버스정류장까지 바래다 주겠다고 해서 난 그러렴 했고 함께 걸어갔다.


 


치킨을 먹었던 골목을 지나 몇분이나 되었을까 그는 예전얘기를 꺼내며 "그때 우리 여기서 팔짱끼고 걸어갔었는데" 하며 되도않는 모성; 자극용 멘트를 날리기 시작했다. "너랑 사귈때 니가 처음 손잡아줘서 내가 그랬자나 어쩌구저쩌구" 하며 점점 가관이었다. 감정이입을 제대로 한듯 했다.


 


난 거기서 조금 이자식이 무서워졌으므로 약간의 거리를 두기 시작했는데, 물론 난 친절하므로 티가나게 "나는지금 너를 피하고 있어" 하는 느낌을 주지 않기위해 무던히 애를 썼다. 올라가지 않는 안면근육을 풀려고 아이우에오를 도대체 몇번을 한지 모르겠다.


 


그렇게 점점 "우리 그때..."로 시작하는 말들이 많아질즈음 종로의 한복판에서 그는 갑자기 나에게 손잡기를 강요했고 친절하게도 웃음으로 일관하며 "아이 싫어..."라고 하는 나를보며 약간 실망한듯한 표정으로  "그럼 니손으로 깍지를 껴보지 않을래? 내가 재미있는거 보여줄게" 라고 하였다. 나는 그때 '아 손잡기는 포기한 모양이로구나 다행이다' 하며 내 손을 기도하듯 깍지를 꼈고 그자식은 그때다 싶었는지 내 깍지낀 손 위로 자기손을 깍지를 껴 잡고는 내가 손을 빼지 못하는 상황이 되게 만들었다.


 


이거참 황당한 시츄에이션이 아닐 수 없었다.


 


마치 나는 도살장에 끌려가는 돼지가 된 기분으로, (아니 도살장에 끌려가지 않으려는 돼지처럼이 옳겠구나;) 손을 빼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그의 괴물같은 힘에 당할수가 없었다. 이 기세라면 나를 번쩍 들어올려 어딘가로 들고; 가도 내가 아무짓도 못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이자식이 이리도 힘이 쎈 자식이었던가 하며 들며 '몰라이거뭐야 무서워' 의 기운이 내 온몸을 감쌀때 쯔음 내가 질질끌려 도착한곳은 종로3가의 화려하면서도 음습한 모텔촌 뒷골목이었다. 아니 모텔앞은 이다지도 깜깜했던가! 하는 생각을 하며 나는 그때서야 깨닳았다. 그리고 수 많은 조언을 해줬던 여자집단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아 이런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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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가자고 치킨집을 나설때만해도 나는 이상한 조짐을 전혀 느끼지 못했었다. 그때서야 깨달은것이다.


 


"남자가 옛날 여자친구한테 연락하는 이유는 딱 하나밖에 없어" 라던 내 친구와 사촌언니와 남자인 친구;등등의 말이 떠올랐다. 아 내가 왜 그 시원한 지하철의 에어콘 공기를 마다하고 한줄기 가녀린 갈대인척 맑은 바깥의 공기를 마시고자 했던걸까. 갈대의 '갈'자와도 비슷하지 않은 외모를 가진 주제에...


...하는 후회가 밀려올즈음 그는 나의 손을 잡고 텔 입구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아니 끌고 갔다라는 말이 맞을것이다. 나는 말그대로 그의 손에 끌려 질질끌려갔다.


 


"네가 지난날의 나에게 미안했던 마음으로 꼭 육보시;를 하겠다는 마음은 기특하고도 고맙지만 나는 집에 꼭 가야겠다"


 


하는 말을 구구절절 했지만 모텔앞의 여자손을 잡고있는 남자는 그 소리가 들리지 않을것임은 자명한 현실. 그래도 그자식에게 귀가있고 뇌가 있어서 아마 그것이 사람의 소리라는것을 인지했다면  "아이~오빠 부끄럽게 왜이래...나 그래두 여자니까 쫌만 튕기께" 하는 정도의 앙탈 쯤으로 들렸을것이 분명하다.


 


나는 정말 그순간 화가 났다.


 


그리고는 외치기 시작했다. 수다스럽지만 왠지 재잘대는것이 귀엽고 그래서인지 사랑스럽다고 느끼게끔 하는 나의 내숭은 이제 온데간데 없이 버럭버럭 소리지르기 시작했다.


 


"아 안간다구 했잖아 이색x야 미친거아냐? 정신줄이 있냐없냐" 등등...나는 그래도 무척 배려심이 뛰어난 여자로, 내 최소한의 양심과 , 이곳은 바깥이라는 생각에 사회적 지위-_-;를 고려해가며 최대한 개쌍욕을 안하려는 배려를 하며 간곡하게 거절하려 했지만... 알다시피 <모텔앞에서 여자손을 잡고있는 남자>는 이미 머리가 머리가 아닌관계로... 아랫머리가 생각하는대로 행동하는것이 당연하기 때문에 내 얘기는 쥐새끼찍찍 거리는 정도로밖에 듣질 않았던것 같다.


 



바뀌는군여..헐~


 


그래서 정말 화가난 나는 지랄을 했다. 말그대로 쌩지랄이였다.


 


"이 샵새끼야 니가 이새끼야 양심이 어쩌구 저쩌구 니네엄마가 너를 낳아 어쩌구 저쩌구 니가 오늘 나한테 만나자고 했을때부터 알아봤다는 둥 어쩌고 저쩌고" 그와 예전에 헤어지게된 결정적 계기등등을 얘기하며 짜증을 있는대로 내기 시작했다. 언성이 높아졌음은 물론이었다. 그 깜깜한 밤에 종로 한복판에서 어스름한 가로등불이 비추는 모텔 바로 앞 골목에서 나는 그렇게 도그쥬니어 카우쥬니어 하면서 개쌍욕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독하게도 그가 나에게 잘못했던 말들과 내가 오해했다고 생각했던 부분들을 말하기 시작했다. 그것인즉슨 그와내가 헤어질즈음 그는 나에게 이별을 요구 하며 한다는 말이 "더이상 널 좋아하지 않는데 너와의 섹스때문에 계속 만나는것 같아 그것이 너에게 미안하다" 였었다. 그래서 나는 그런가보다 해서 그럼 그만 만나자고 하였고 나름 깔끔한 이별을 했었다고 생각했는데, 헤어지고 난 후 대략 1년 조금 못되서 전화해서 한다는 소리는 "너를 만나고 싶은데 널 만나면 집에들여보낼수 없을것 같다" 라는 말이었다. 뭐 '나는 그만큼 너를 너무나도 좋아해서' 라고 나름 해석을 할 수 도있었겠지만 뻔한거 아니냐? 그래서 걔한테 그랬다. "그냥 가서 사먹어라" 라고. 그랬는데, 그랬는데도 나는 참으로 또 너그럽게 이 사람이 다시 나에게 전화하여 오해를 풀어라고 하는것을 곧이곳대로 믿었다.


 


"아니야 그런뜻이 아니야. 이 오빠는 그냥 너랑 다시 예전처럼 사이좋게..." 사이좋게 뭐? 떡을 치겠다? 이런 썅노무시끼.


그때서야 깨달았지만 난 당시 그것이이 정녕 나의 오해라고 생각을 했기 때문에 그자식과 오늘의 만남을 가졌던 것이었는데 역시나 내 오해가 아니었다는 것이 그렇게도 분노스러울수가 없는거였다. 그가 말하는, 헤어지게된 이유와 다시 만나는 이유가 똑같다는게 상대방으로 하여금 얼마나 화딱지 나게 하는 시츄에이션인지는 누구나 잘 알것이다. 그것이 정신적인 것이 아니라 육체적인 것이라면 더더욱 그럴것이다.


 


그렇게 길길이 역정을 내며 손을 놓으라고 단호하게 소리친뒤 나는 당당하게 모텔촌 골목을 빠져나왔다. 그 찬란한 종로3가의 불빛들을 마주할때, 그 밝고 화려한 거리에 한걸음 한걸음 내딛을때 시간이 안가는것 같았다. 마치 영화속 시간이 멈춘 장면서럼 묵직한 발걸음을 떼었다. 스멀스멀 하는 어두운 공기를 빠져나온다는 기분이 들었다. 얼마나 내가 속이 상했는지 다시 생각해도 정말 스스로가 안쓰럽다.


 


그리 나와서는 열심히 뒤도 안돌아보고 걷는데 그자식이 쫒아왔다. 아 정말. 난 오늘 왜 하이힐을 신고 왔던 것인가. 쏜살같이 달려 번개같이 버스를 타지는 못할망정. 그자식이 와서는 나를 홱 뒤돌아 세우며 한다는 소리는 "미안하다, 그냥 얘기나 조금 하고싶었다" 였다. 참 기가찼다. 무슨얘기를 하는지 들어나보자꾸나 하고 난 그자리에 짝다리를 짚고 서서 팔짱을 꼈다. 그러니 그자식은 그런다.


 


"아니 여기서 얘길 하자구?"


"얘기는 니가한다고 했지 내가 한다고 했니?"


"근데 여기서 얘기하긴 그러니까 좀 다른데로 가자. 까페라도"


 


그냥 여기서 얘길 하라고 했다. 되려 화를낸다. 여기서 어떻게 얘기를 하냐며 너 이럴려고 왔냐고 한다. 자기한테 왜 그렇게 화를 내고 혼자 가버리고는 다시 또 이런태도냐며 성질을 낸다. 나참 얼척이 없어서. 너의 면상은 참으로 두꺼워서 총알하나 뚫을 수 없거나 아니면 너또한 수백명의 메멘토중 한명인거냐고 묻고싶었다. 어찌 그리 뻔뻔하게도 나에게 되물을 생각을 하는지 기가찼다. 그래서 그냥 뒤돌아서 가려는데 또 잡는다. 미치겠다. 얘 왜이러나 싶다. 환장하겠다. 벌써 시계는 열두시를 가르킨다. 아까 그냥 얘가 끌고가는대로 모텔에 들어가 보시를 받고-_-; 나왔어도 이시간은 될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정말 화가 났다. 그래서 대로변 한복판에서 크게 소리지르기 시작했다.


니가 나에게 헤어지자고 할때 했던 말, 그리고 다시 전화했을때 했던 말, 그리고 내가 오해했다고 오해를 풀으라고 했던 너의말, 그리고 니가 오늘 만나자고 했던말, 만나서 간단히 맥주한잔 하자고 했던 말, 너의 그 말말말 거짓말.


 



암쏘 쏘리벗알러뷰 다거짓말~ 이제야 알았어!!


 


하나둘 사람들이 지나가다 말고 쳐다봤다. 커플들도 있었고 음식점 아줌마도 있었다. 나는 정말 크게 소리를 버럭버럭 지르면서 말했기 때문에 쳐다보지 않으면 이상한 상황이었다. 수근대는 사람도 있었고 그냥 걱정스레 쳐다보는 사람도 있었고 상기된 얼굴로 황당한 웃음을 짓는 사람도 있었다.


 


그를 앞세우고 크게 소리를 치며 화가 잔뜩 났다는것을 다 보란듯이 이사람이 나에게 무슨짓을 했고 무슨짓을 하려 했다는 것을 고발하듯이 그 사람들 다 들으라고 큰 목소리로 신나게 쏘아붙이고 있는데 어디선가 불이번쩍.


 


나는 몸이 휘청 했다. 아주아주 깍듯한 인사를 하듯 허리가 90도 앞으로 굽어졌다. 잠깐 정신이 없었다. 어라? 입에서 피가난다.


 


아! 내가 따귀를 맞았구나. 순간 나는 온몸에 났던 화가 다 식는 느낌이 들었다. 정신이 이다지도 깔끔할수가 없었다. 따귀를 맞았는데 아프다거나 하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그야말로 괴상한 느낌이었다. 기분이 나쁘지도, 화가 더이상 나지도 뭐 어떠한 감정이 들지도 않았다. 한3초정도 멍 했지만 곧 전혀 새로운 기분으로 나는 한숨을 한번 쉰뒤 허리를 꼿꼿이 펴고, "너 지금 나 때렸지?" 라고 냉정한 한마디를 하고 112에 전화를 걸었다.


 


솔직히 그때 굉장히 무서웠다. 내 앞에있는 키 185의 유도선수생활을 했던 남자가 나하나쯤 어떻게 제압 못하겠나 싶었다. 전화기를 뺏고 나를 정말 개패듯이 패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들었고 상당한 공포감속에 나는 경찰과 통화를 했다. 그는 사법고시를 공부한적이 있어서 뭔가 내가 112에 전화를 했어도 자신에게 유리한상황을 잘 알고 있을것만 같았다. 그래서 내가 전화하는데 저지하지 않는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순간 그보다 더 무서웠던건 구경하던 사람들이었다. 나야 화가나면 물불 가리지 않고 덤비고 걸레가 되더라도 끝까지 물고 놔주지 않기 때문에 그 시선이 두려웠던건 아니다. 정작 두려웠던건 그냥 그렇게 바라보는, 어쩌면 걱정하며 바라봤을지도 모르는 그 시선들이었다.


 


"네 종로경찰서입니다" 하는 아저씨의 목소리가 들렸다. 눈물이 왈칵났다. 나는 뭐라 말해야 할지도 경황이 없었지만 눈물부터 나서 목이메였다. "아저씨 아저씨 여기요" 라고 말하면서 조금씩 울었다. 그래도 "아저씨 여기 남자가 저 때려요" 라는 황당하고도 바보같은 말을 하자 경찰 아저씨는 침착한 응대를 해 주었고 나는 아저씨가 물어보는대로 대략적인 상황과 위치를 설명하고 2분내로 올거라는 얘기를 듣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나는 조금 더 어두운 낙원상가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어떻게 해서든 이 군중들 사이를 피하고 싶었다. 따귀를 세게 맞고 우는 여자를 그냥 무덤덤한(무덤덤하지 않았을지 언정 도움의 손길하나 내밀지 않는)시선으로 바라보던 그 군중들 사이에 있다가는 정말이지 너무너무 서러울것 같았다. 그렇게 몇걸음 걸어서 겨우 그림자가 있는 곳으로, 사람이 그나마 덜 있는 곳으로 왔을때 경찰차가 보였다. 나는 전화를 받았고 손을 흔들었다.


 


경찰차 문을 여는데, 타려고 하는데 그냥 경찰아저씨한테 죄송하다고 한 뒤 가달라고 했다.


경찰 아저씨가 왜그러냐고 나쁜놈은 처벌 받아야 한다고, 아가씨 괜찮아요? 하는데 나는 그냥 괜찮다고 했다.


그러니까 정말 죄송하게 되었지만 가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저씨는 떨떠럼 반 걱정 반 의 표정으로 차를 타고 갔고 나는 그에게 말한마디 않고 버스를 타러 걸어갔다. 방금전에 아무일도 없었던것 처럼 그냥, 술한잔 마시고 집에 놀다 들어가는 여타 다른 내 또래의 아가씨들처럼 그냥 집에 왔다.


 


내가 이 얘기를 쓰게된 계기는 독투의 스스로 무덤을 파는 여자들 이라는 글 때문이다.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 글에서 나왔던 부부의 얘기가 왠지 내가 겪었던 이 상황과 조금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인데 , 나는 군중들이 멀뚱멀뚱 바라만 보았지만 그렇게 도와준 누군가가 있었음에도 도망갔다는 그 여자분의 마음이 어떻게보면 나의 마음과 비슷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난 경찰을 불러서 경찰이 도와준다고 했지만 그냥 집에 왔다. 그 여자는 그렇게 맞는걸 누군가가 뜯어말려 주었지만 어딘가로 도망갔다. 이 문제를 여자의 이기심에서 바라보지 않았으면 한다.


 


그 상황을 어떻게든 빨리 벗어나고 싶은 마음을 좀 헤아려 줬으면 한다. 나를 쳐다보는 그 군중들이 두렵고 나를 도와주겠다고 선뜻 나선 사람도 부담스러우며 그렇다고 안도와주면 아쉽다. 하지만 그렇다고 덥썩 손을 잡기도 애매모호한 그 기분을 조금만 알아주면 안될까.


 


도와준 사람이 뻘줌해지는것, 혹은 극단적인 예로 개죽음을 당했을지언정 그 여자들도 그것을 바라는 이기심으로 그 상황을 모면하려고 했던것은 아닐거라는 얘기가 하고싶었다. 나야말로 내가 경찰에게 손을 내밀었지만 그 뒤 수습 상황이 부담스러워, 아니 더이상의 엮임을 피하고 싶어서 경찰이고 뭐고 그냥 제껴두고 집에왔으니까.


 


나는 군중들이 아무렇지 않게 날 쳐다보는데에서 두려움을 느꼈지만 그 여자가 느낀 기분과 그리 많이 다른 기분은 아니었을거라고 생각한다. 주변의 사람이 도와줬으면 뭘 하나 난 이미 그 상황을 벗어나고 싶은걸.


 


여자들이 오로지 자기만 생각하여 도와준 사람을 당황하게 하는것. 혹은 곤경에 처하게 하는것. 정말이지 미안한 일이고 잘못하는 일일것이다. 하지만 그런 상황을 당사자만큼 싫어하고, 벗어나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다는것을 조금 알아줬으면 좋겠다.


 


 


무덤을 팠던


체지방소녀(eungangae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