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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탑이천왕 이야기

2009-11-27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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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27.금요일


MB必패 아이아스


 


유독 겁이 많았던 탓에 부모님과 나들이 갔던 절에서 입구의 호법신을 보고는 엉엉 울다가 결국 오줌까지 지렸던 것도 이제는 그리운 추억이다. 조금 규모가 있는 절이라면 어디든 모시고 있는 4명의 호법신 중 특이하게도 한손에 탑을 들고 있는 이가 있으니 그가 바로 탁탑이천왕이다.


 


탁탑이천왕이 탑을 들고 다닌 사연은 서유기에 나온다. 


 


 


 


이천왕의 왕비가 고생 끝에 아들을 하나 나으니 이가 바로 나타태자다. 


기쁜 마음에 아들을 보러간 이천왕은 첫 대면 부터 눈알이 튀어 나올 지경이다. 갓 태어난 말 그대로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녀석이 태어나자 마자 하는 짓이 지나가는 교룡을 잡더니 슥삭 슥삭 힘줄을 발라내고 그걸로 활을 만들어 노는게 아닌가.(옛날 이야기치고도 구라성이 너무 강하긴 하지만 그냥 신화에 나오는 얘기니까 그러려니 하자.


 



 


 처음에는 하도 어이 없어서 화도 못내던 이천왕. 하지만 처음에는 좋게 타일러도 보고 야단도 쳐 봤지만 갓 태어난 놈이 왠 고집이 그리센지 제대로 요지 부동이다. 결국 어린 놈이 태어나자 마자 하는 짓을 보니 그 싹수가 노랗다면서 태자를 죽이려 했다.


 


이에 분노 탱천한 태자는 그 자리에서  "당신에게 받은 것은 전부 돌려 줄터이니 이제 당신은 내 아비가 아니오."라고 외치고는 검을 들어 자신의 뼈와 근육을 일일이 잘라 이천왕에게 돌려주었다. 혼백만 남은 나타태자가 구슬피 울며 창천을 떠도는 것을 불쌍히 여긴 관음보살이 태자에게 새 육체를 만들어 다시 소생 시켜주었다.


 


한쪽이 새 생명을 얻자 다른 한쪽은 생명의 위협을 느끼게 되니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이천왕.  태어나자 마자 아비에게 반항하느라 목숨까지 버릴 정도로 제대로 한 성깔 하는 성미에 훗날 일이지만 손오공과도 일합을 견줄만한 만만찮은 법력까지 갖춘 녀석이 자신에게 복수할 것을 생각하니 그야말로 걱정이 태산인 입장이 된 것이다.


 


좋은 마음으로 행한자신의 도움 때문에 자칫 부자 간에 죽고 죽이는 끔찍한 사태가 일어날 것을 염려한 관음보살이 둘을 호출하니 삼자 협상이 이뤄진다. 하지만 은인인 관음보살이 아무리 어르고 달래도 나타태자는 요지부동. 자신은 이미 받은 것을 돌려줬으니 이천왕을 아버지로 인정할 수 없으며 따라서 복수를 안 할 어떤 이유도 없다며 끝까지 우겼다.


 


자비니 용서니 하는 교과서에나 나오는 이야기가 씨알이 먹힐 상황도 아니고, 나타태자의 주장이 논리 정연하니 반박할 말도 마땅히 없고, 또 그렇다고 해서 니 말이 맞으니 이천왕을 죽이라고 할 수도 없으니 그야말로 보살님 입장이 난감하게도 생겼다.


 


이에 관음보살이 한가지 안을 내놓으니 목숨을 소생시켜준 은인의 자격으로 금빛 나는 탑을 하나 만들어 이를 나타태자의 아버지로 삼을 것을 명했다. 그리고는 그 탑을 이천왕에게 주어 늘 몸에 지니고 다니도록 하니 밤이고 낮이고 탑을 들고 다닌다고 해서 탁탑이천왕이라는 별칭으로 불리우게 된 것이다.


 



(추억의 짤방) 내 다 해결해주께 짜샤드라..


 


이천왕과 나타태자는 평상시의 모습은 여느 부자와 다름없이 엄한 아버지와 효심 깊은 아들과 같아 보이나 방심해 탑을 내려놓았을 경우 나타태자는 조용히 칼집에 손을 올리고 놀란 이천왕은 화들짝 다시 탑을 집어드는 아슬아슬한 장면 역시 여러번 연출된다.


 


요즘 주변에서 너무 많은 탁탑이천왕을 본다. 국민과 한 세종시 약속을 국민이 아닌 자신들끼리 합의해서 바꾸고는 어린 아이 달래듯 사탕몇개 쥐어주고 어물쩍 넘기려는 이들. 친일이라는 부끄러운 과거에 반성은 고사하고 자신들이 대한민국이라며 자신을 비난하는 이들은 다 친북좌파라고 목에 핏대를 올리는 이들. 이런 이들이 전부 손에 든 탑의 힘을 자신의 힘인양 착각하고 자연스러워야할 역사의 흐름마저도 바꾸려는 어이 없는 자들인 것이다. 


 


하지만 탑이라는 것은 신체의 일부가 아니기에 필연적으로 언젠가는 자신의 몸에서 떼어놓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 때가 왔을때 나타태자와의 화해를 위해 어떤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던 탁탑이천왕은 스스로의 무력함과 탑의 힘과 자신의 힘을 혼동했던 지난 날에대한 후회의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히익...우...우아아아앙!!


 


스파이더맨 2의 닥터 옥토퍼스는 완전히 제어할 능력이 없음에도 기계 팔을 장착했다가 오히려 인격을 지배당하고 악당으로 전락하고 만다. 이처럼 탑을 지배할 그릇이 안되는 이가 너무 큰 탑을 들고 감당도 못할 일을 벌이는 것은 주변인을 괴롭히고 결국 스스로를 망치는 파괴적인 길이다. 지금 탑을 들고있는 탁탑이천왕이여, 언젠가는 깨지고 없어질 탑을 끌어안고 기대기 보다는 차라리 아직 탑이 튼튼할 때 미리 준비하고 하루 빨리 스스로 탑을 내려놓는 것이 현명한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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