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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동화외전] 올갱이 해장국의 악몽

2004.4.28.수요일
딴지 편집국

 

 


 

 

 

"낙타의 등이 부러지는 것은 언제나 마지막 한 짐 때문이다"

 

알라딩 블로그에 마지막 코멘트를 달고 나자 오후 5시를 알리는 종이 울렸다. 마태우스는 작은 눈을 부릅뜨며 찌뿌둥한 가슴을 스트레칭 하듯 활짝 펴 보았다. 천안에서 출발하는 5시 30분 서울행 열차에 늦지 않게 타려면 바지런을 떨면서 준비해야 함에도 오늘 마태우스의 컨디션은 영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왜 이러지, 난 담배도 안 피우는데 폐가 영 뻑뻑하네"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며 자리에 일어나려는 찰라 그의 입에서 구토와 함께 가래와 피가 섞여 나왔다. 그의 머리에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병명은 폐렴이었다.

 


  

 

5년 간의 유학을 마치고 그가 다시 얻은 직장은 기생충 탐정 사무소가 아니었다. 한국에서는 아직 탐정에 대한 법규가 미비했고 탐정에 대한 개인사업자 등록이 과거에 비해 복잡해졌다. 민주노동당의 약진 때문이었다.

 

지난 총선 민주노동당은 108석이라는 놀라운 약진을 통해 제1야당으로서 그 입지를 굳건히 했다. 총선에서의 34%지지라는 놀라운 득표율이 그대로 총선에 반영된 결과였다. 그에 따라 탈법적인 세수에 대한 감시가 강해졌고 불분명한 기생충탐정이라는 직업에 대한 개인사업자 허가도 나지 않았다.

 

결국 그리 내키지는 않았지만 그는 천안에 있는 모대학 부설 기생충 연구소에 연구원이란 이름으로 재직하게 되었다. 나지막한 야산에 푹 파여 있는 연구소는 그럭저럭 정이 가긴 했지만 활발히 사회의 암약하고 있는 무리들과 결투할 때처럼 흥이 나진 않았다. 요컨대 넉 달의 정적인 일상은 그와 맞지 않았다.

 


  

 

천안으로 온지 2주가 지났을 무렵 토요일의 술 일기 작성을 핑계로 그는 과거 딴지일보 영진공 기자들과 무박2일의 여행을 떠났다. 경기도 청평에 있는 왜갈소에 한 민박집을 잡은 영진공 기자들은 예전처럼 맑아진 냇가에 탁족하며 영화에 관련된 숱한 이야기들을 풀어냈다.

 

얼마 전 죽은 마틴 스콜세지의 영화들에 대한 추억을 이야기했고, 이명쉐 감독의 헐리웃 세 번째 작품인 <그런 사정 볼 것 없다>에 대한 감동을 되새겼다. <태극기를 휘두르며 3>가 과거의 돈까지 모조리 까먹었다는 소식에 절망도 했다.

 

영진공 편집장이었던 나뭉은 민주노동당 사무처장으로 전직한 철구 대신 딴지일보 편집장으로 승진했으며 과거 딴지총수였던 김어준은 딴나라당에 입당하여 대변인 역할을 자처, 딴나라당의 원내 교섭단체 실패의 1등 공신이 되었다. 세간의 떠도는 말에 의하면 김어준은 모 당의 지시를 받아 도시락 폭탄을 지니고 하얼빈에 도착한 안중근 선생의 심정으로 입당한 것이라는 썰이 있었으나 썰은 썰일 뿐이었다.  

 

"나뭉님 딴지 편집장이 되셨으니 이제 좀 편해지시겠네요"
"마태우스님 오시자마자 기사 써주신다니 저야 고맙죠
"아니 전 그게 아니구요..."
"감사해요 마태우스님의 건강동화 덕분에 기사 꼭지 하나 안 써도 되겠네요"
"..."

 

당황한 마태우스는 고개를 김어준 딴나라당 대변인에게로 돌렸다.

 

"근데 김어준 총수님, 왜 딴나라 당으로 가신 거예요?"
"... 그러니까 우리는 강팀이고...
"그러니까요, 꼭 딴나라 당을 가야 할만한 이유가 있었나요?"
"요즘은 수염이 잘 안 자라더라구요..."

 

밤이 깊을수록 10여명의 딴지스들의 이야기는 깊어갔고 빈 술병은 켜켜히 쌓여갔다.

 


  

 

다음날 아침, 새벽을 가르며 짭짜름하고 고소한 냄새가 방안에 퍼졌다. 나뭉이 새벽에 강가에서 잡은 올갱이로 해장국을 만든 냄새였다.

 

"열분들, 졸라 죄송하지만 잡은 올갱이가 몇 마리 안 돼서 1인분밖에 못 끓였어요. 이건 5년 동안 유학하고 돌아오신 마태우스님 드리고 우린 라면 끓여 먹죠... 헤헤"

 

나뭉의 이야기에 모두 고개를 끄떡였으나 마태우스는 미안해서 수저를 들기가 껄끄러웠다.

 

"그래도 어떻게 저 혼자 먹나요? 저기... 총수님 같이 드시겠어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김어준 딴나라당 대변인이 수저들 들고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수저로 입에 퍼 넣는 올갱이가 양이 적었던지 그릇째 들고 목젓을 꿀떡거리는 그의 모습을 보자 그때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마태우스는 김어준 총수가 쥐고 있던 올갱이 국그릇을 빼앗아 들고는 원샷을 해 버렸다.

 

딴지스의 시선이 따갑게 그 둘을 보고 있었다.

 


 

 

사무소에서 구토와 함께 피를 토한 마태우스는 5시 반 열차를 포기하고 근처의 내과를 찾아갔다. X선 촬영 결과도 폐렴이 확실했다. 의사는 입원을 권고했지만 마태우스는 거절했다. 며칠 전 엉덩이에 생긴 두 개의 부종을 병원에 있던 미모의 간호사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미녀 앞에 어떻게 부종이 생긴 엉덩이를 보여준담?"

 

병원 문을 나온 마태우스는 직장에다 어떻게 말하고 병가를 내야 하나를 고민하며 소주를 마셨다. 어차피 내일 입원하면 술 마실 기회가 얼마간 없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아직도 산사춘의 광고는 효리였다.

 

"이쁜 여자는 암만 나이를 먹어도 변하지 않는군. 우리 같은 인생은 10대, 20대, 30대 삼단변신을 하는데 말이야... 3단 변신... 앗!"

 

갑자기 마태우스의 뇌리를 스쳐가는 번개같은 생각이 떠올랐고 그는 즉시 핸드폰을 들어 김어준 딴나라당 대변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영등포 경찰서에 잡혀온 나뭉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마태우스는 기생충 학자인 자신이 기생충에 당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고 그 범인이 나뭉이라는 것에 더욱 자신의 추리가 믿어지지 않았다. 취조를 하는 경찰은 마태우스에게 자세히 사건을 풀어서 설명하라고 다그쳤다.

 

"일본주혈흡충은 흔히 올갱이라고 말하는 고둥류에 기생하면서 스포로시스트→딸스포로시스트→세르카리아의 순으로 3단 변신하듯 발육 증식하죠. 보통 올갱이 해장국을 하면서 끓이게 되면 죽게 되지만 올갱이국을 끓인 후 조금 식힌 뒤 생 고둥을 넣으면 죽지 않습니다. 이 세르카리아가 인체에 침입하면 피부에 염증이 생기고 폐로 가면 폐렴을 일으킵니다"

 

잠시간의 정적이 흐른 후 마태우스는 말을 이었다.

 

"만일 저 혼자 폐렴에 걸렸다면 나뭉님을 의심하지 않았겠지만 같이 올갱이국을 먹은 김어준 딴나라당 대변인께 전화를 해 봤더니 2주전부터 폐렴으로 입원해 있다고 하더군요. 저와 피부에 부종이 생기는 증상도 똑같았구요. 올갱이국은 그와 저만 먹었고 둘이 동일한 기생충에 감염이 되었으니 이는 올갱이국을 끓인 나뭉의 소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말을 들은 경찰은 나뭉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네... 제가 한 짓입니다. 사실 전, 마태우스님이 유학을 간 뒤로 아무도 찾지 않는 바람 부는 제 홈피를 접고 그가 활약하던 알라딩에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과거 마태우스님이 하던데로 꾸준히 술 일기와 엉뚱한 자기 이야기, 그리고 그간 딴지에 연재하던 기사들을 올리니 사람들이 모이더라구요. 전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마태우스님이 오기 전까지는 최고의 블로그로 이름을 날렸죠. 근데.... 마태우스님이 오자 전 다시 밀려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원조를 능가하는 아류는 없으니 말이죠. 전 화가 났습니다. 마태우스가 얼마나 잘났길래 내가 5년 동안 정성 들여 키운 블로그를 단 일주일만에 앞지르냐구요!! 이건 말이 안돼요! 흑흑흑"

 

나뭉이 고개를 파묻고 오열하자 경찰서 내부는 잠시 정적이 흘렀다. 나뭉은 울면서 말을 계속 이어갔다.

 

"전 복수를 생각했죠. 과거 기생충 탐정이었던 그를 기생충으로 골탕먹일 생각을 한 겁니다. 만일 김어준 총수가 올갱이국만 나눠먹지 않았어도 완전범죄가 되는 건데 그 식탐 많은 김어준이 죄다 처먹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무산되었지만 말이죠. 어쨌든 결과적으론 제가 진 게임이지만 김어준만 없었어도 제가 이긴 게임입니다. 그놈의 김어준이 내 인생에 계속 태클만 걸지 않았어도...."

 


  

 

횡설수설하는 나뭉을 뒤로하고 경찰서를 나오는 마태우스의 눈에 하늘은 유난히 맑아 보였다. 사람의 집착이란 게 이래서 무섭구나를 생각하며 그는 문득 며칠동안 소홀했던 알라딩의 블로그가 생각났다. 자신의 생명을 살려준 거나 다름없는 김어준 대변인의 문병을 갈까? 아니면 얼른 집에 들어가 알라딩 홈피에 접속할까를 고민하던 마태우스는 택시를 잡았다.

 

"어디로 모실까요?" 기사의 질문에 마태우스는 짧게 대답했다.

 

"올갱이 해장국 잘하는 곳으로 가주세요"

 

 

 
 

 
세계최초의 엽기생물문학의 위업을 이룬 마태우스님은 현재 A도서 웹사이트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시며 그의 블로그는 당당히 베스트에 뽑혀 있다. 그에 반해 나뭉님의 홈피는... 할 말이 없다. 우쨌든 본 외전은 마태우스님의 일필휘지 저자 사인에 감동 받은 <대통령과 기생충>의 오마쥬이며 독후감에 갈음한 것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김어준 총수, 고철구 편집장, 나뭉이 영화 팀장은 소설 속의 내용보다 훨씬 바보들이며 이렇게 치밀하게 계획할만한 머리들이 아니다. 고로 본 내용은 100% 쌩구라이며 사실에 기초한 내용이 아님을 밝힌다.

 

 




 
 

마태우스의 <대통령과 기생충> 구입하기

 

 

 
마태우스에게 이 기사를 바치며
그럴껄(tito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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